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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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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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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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화 혼례 (2)

DUMMY

오대세가 모두가 경사와 조정의 일을 많이 하고 거기서 큰 이문을 남겼지만, 남궁세가가 안휘와 남경 그리고 절강에 세를 키우고, 당문은 주로 사천과 호남에 세를 키운 것과 달리, 팽가는 조정 특히 병부와 오로군에 물자를 대는 것이 주요 사업이라면, 제갈세가와 황보세가는 병부를 제외한 이부와 호부 등 남은 육부와 열두 아문에 물자를 대는 것이 주 사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대세가 모두 경사에 각 세가의 전장을 마련해 두고 있었지만, 급전이 필요한 경우도 많았고, 언제 거액의 전표가 돌아올지 모르니, 오대세가의 전장들 사이에는 서로 돕는 것이 암묵적인 관행이었다.


하지만 오대세가는 같은 일로 충돌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암묵적인 관행은 오히려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당문과 남궁세가가 시운학에게 당소소와 남궁수수를 접근시킨 것과 달리, 제갈세가와 황보세가, 팽가는 자운전장주인 만검 교운에게 가까이하려 애썼다.


더구나 수천문 사형제들 가운데 시운학을 제외하면 만검 교운이 가장 나이가 적었으니, 제갈세가는 제갈부용을 황보세가는 황보초초를, 팽가는 팽하린을 만검 교운에게 가까이하라 일러뒀던 것이다.


제갈부용과 황보초초는 세가의 뜻에 부응해 만검 교운에게 가까이하려 애썼지만, 팽가의 팽하린은 시운학에게 마음이 끌렸다. 팽하린도 가주를 비롯한 가문의 어른들이 나오기 전에 이른 말을 명심하고 있었지만, 다른 낭자들 모두가 직계인 반면 자신은 방계였으니, 세가 안에서 갖는 위치가 다른 낭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팽하린은 정실이 되지 못하면 측실이 되는 일이 있어도 시운학을 잡고자 마음먹었다. 장가계에 있으면서 눈치를 살펴보니 제갈부용과 황보초초가 세가의 지시대로 만검 교운과 가까이하는 것을 봤다.


거기에 당소소는 아예 다른 공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시운학만 바라봤고, 어느 순간부터는 남궁수수도 시운학의 곁을 지키고 있었으니, 팽하린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끝에 팽하린은 혼자 차지하지 못하게 될 바에는 나누는 것도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부친인 팽태겸이 알게 되면 크게 경을 칠 일이었고, 소가주 팽정호가 항상 가까이 있었으니 팽하린은 자신의 뜻한 바를 쉽게 내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당소소가 홀로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 말했다.


"소소 언니 어찌 혼자 계십니까?"


"생각할 것이 있어서."


"호호호

시 공자님 생각하시는 거예요?"


당소소는 웃으며 시운학을 생각하느냐 묻는 팽하린을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 가까이하고는 싶은데, 도무지 눈길을 주시지 않으니."


"그렇게 솔직하셔도 되는 거예요?"


"눈길을 주시지 않으셔도 마음이 끌리니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시 공자님 정도의 영웅호걸이시라면, 삼처사첩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당소소는 팽하린의 말에 숨은 뜻이 있다고 느껴졌다. 왕후장상도 아니고 삼처사첩이라니 그건 아니라 여기면서도, 시운학이라면 그래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조정과 연이 깊은 세가들은 교 공자를 원하는 듯 보였는데, 팽가의 어른들 생각은 아니었나 보네?"


팽하린은 팽가의 어른들 생각은 아니었느냐 물어오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당소소는 팽하린이 대답하지 못하고 안색이 흐려지자, 팽하린이 가문의 뜻을 어기고 시운학에게 다가서려 한다고 생각됐다.


당소소는 팽하린의 어색한 태도에서 적어도 팽하린을 견제할 방편 한 가지는 찾은 셈이었다. 그러나 바로 말하지 않고 언젠간 쓰일 날이 있으리라 여겨 마음에 담아 두었다. 당소소는 팽하린을 바라보며 팽하린의 마음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린 매도 시 공자님을 마음에 둔 것이야?"


"안 되는 거예요?"


"린 매의 마음을 어찌 내가 된다 안 된다 하겠어, 그저 궁금해 묻는 거지."


"마음에 담고 싶지만, 다른 언니들과 달리 소매는 방계가 아니어요?"


"방계라? 마음을 주고받는 일에 직계와 방계의 구분을 둔단 말이야?"


"세가의 여식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태어나는 숙명이 아닌가요?"


"어른들의 뜻은 다르다는 말인데, 그러고도 세가로 돌아가면 무사할 수 있을까?"


"언니에게 처음 이야기한 거예요."


팽하린의 말인즉 당소소에게 처음 말한 것이니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당소소가 팽가에 말을 전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모를 거란 말이기도 했다.


당소소는 팽하린의 말이 참으로 가소로웠다. 오대세가가 서로 관계를 맺고 있어도, 각 세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다는 것을 팽하린이 잊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로 당소소는 팽하린의 약점을 잡은 것이었고, 당소소가 시운학을 차지하는 데 팽하린이 방해가 된다면, 언제든 팽하린이 지금 한 말을 팽가에 전할 수 있었다.


"아직 어려 모르는 것이야?"


당소소의 물음에 팽하린은 바로 알아들었다. 언제라도 시운학을 차지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팽가에 알릴 것이라 말한 것이었다.


"아우가 되어도 좋아요."


당소소는 팽하린의 결의에 찬 말에 조금은 당황했다. 삼처사첩을 거론하더니 이제는 자신은 첩이 되어도 좋다는 말이었다. 당소소는 팽하린의 꼭 다문 입술과 꽉 쥔 두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봤다.


팽하린은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운학과 인연을 맺겠다고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당소소가 지금 말한 팽하린의 말을, 이곳에 와 있는 팽하린의 부친 팽태겸에게만 알려도, 팽가주의 뜻에 반하는 행동이니, 팽가로 돌아가면 최소한 뇌옥에 들거나, 심하면 죽임을 당하거나 팽가에서 내쫓길 수도 있는 큰일이었다.


당소소는 이제 거의 사색이 되어 떨고 있는 팽하린을 가볍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무리 어리다 해도 그렇지, 차라리 팽 장로님과 상의하지 그랬더냐? 그랬다면 팽가의 뜻과는 다를지라도 부친이시니 살펴 주시지 않았겠느냐?"


"소매가 아버님을 모르겠어요? 말을 꺼내면 바로 팽가로 돌려보내시거나, 죽이려 드실 거예요."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나보다는 부친과 먼저 상의하는 게 옳았지 싶어."


"아우가 되어도 좋다 하지 않았어요?"


"린 매,

나도 아직 어찌 될지 모르는데, 아우가 되겠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언니는 시 공자님을 잡으실 것 아니에요?"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시 공자님의 마음이 어디 있는지 누가 알겠어?"


"소매가 보기에 시 공자님도 소소 언니를 마음에 두시는 것 같았어요."


"호호호

그랬단 말이지?"


"예, 그리 보였어요."


"린 매가 나와 함께한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수수의 행동이 적극적으로 변한 것은 알지?"


"수수 언니는 시 공자님 사형제들께서 강호에 처음 나오셨을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 인연으로 남궁세가로 시 공자님을 모시기도 했었고요."


"그야 나도 잘 알지. 수수는 그때가 기회였고 지금은 내게 기회가 돌아왔지. 수수가 어찌하든 나도 시 공자님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지는 않을 것이야."


"소매는 아우가 되겠다니까요?"


"그건 시 공자님의 마음을 잡고 난 이후에 다시 생각해 보자. 그때까지는 지금 한 말은 모두 잊기로 하는 거다."


"예, 언니."


혼례일 하루 전 섬도 진걸이 설가장을 찾았다. 수천문 사형제들은 섬도 진걸의 방문을 크게 반겼지만, 금의위가 섬도 진걸을 보낸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오시니 좋지만 어찌 오신 것입니까?"


"금의위로 돌아가 통령 대인께 소문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니, 다른 말씀은 없이 다녀오라 하셨소이다."


"일을 마치고 복귀하시거든 은혜는 갚겠다 하더라고 전하시면 될 듯싶습니다."


"그것이면 되는 일입니까?"


"다른 말씀 없이 삼 사형을 이리 보내신 분이시니 충분히 알아들으실 겁니다."


"한왕이 움직이면 돕겠다 하신 겁니까?"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연한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삼 사형께서 이곳에 오지 않으셔도 기어이 부르긴 할 겁니다. 기왕 오셨으니 이 사형의 혼례 잔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즐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래야지요. 그보다 와 보니 참으로 어여쁜 낭자들이 많아 보이던데, 어째서인지 우형과는 가까이하려 들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사 사형만 좋다 하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뭐라고요?

교 사제가 얼마나 잘났다고 낭자들이 따른다는 말씀이십니까?"


"사 사형의 재산이 좀 많습니까? 오대세가가 모두 상가이니 그 덕을 보고 싶은 게지요."


만검 교운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소문주님,

말씀은 바로 하셔야지요. 당 낭자에 남궁 낭자, 요사이는 팽 낭자까지 소문주님 곁만 붙어 있으려 들던데요?"


"하하하

이거 아니라 하진 못하겠습니다. 소제가 어려서 그런 것 아닐가요?"


은창 유성과 묵운 사마의 섬도 진걸은 시운학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동조했다. 오대세가에서 왔다는 낭자들과는 나이 차이가 십 년도 더 났으니, 어린 낭자들과 가까이한다는 생각의 여지조차 갖고 있지 않았지만, 어느새 나이가 들었구나 싶으니 묵운 사마의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묵운 사마의는 은창 유성과 섬도 진걸이 부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씩 웃어주고는 말했다.


"인연은 멀리 있지 않으니 가까이에서 찾으시오. 대사형께서는 강호 여협들 사이에서 고르시면 될 것이고, 삼 사제는 조정 고관들의 여식 가운데 고르면 되질 않겠소이까? 정히 고르기 힘드시면 사 사제에게 매파를 동원하라 하시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줄을 서지 않겠소이까?"


묵운 사마의의 말에 만검 교운이 크게 반기며 말했다.


"경사에 돌아가는 대로 경사 매파들을 모두 동원하겠소이다. 매파들이야 사형들 같으면 묻지도 않고,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닐 것이외다. 경사 최고의 미인들을 보이라 할 것이니, 혼례를 마치는 대로 함께 가시지요?"


"사제 덕분에 미인을 맞게 될 것 같으니, 오늘은 우형이 한잔 낼 것이야?"


"삼 사형,

오늘 술은 모두 잔칫집에서 내는 것이오?"


"그리 따지면 경사로 올라가 한잔 내면 되지 않겠는가?"


"좋습니다."


"하하하

머지않아 두 분 사형의 혼례가 있을 것 같으니, 두 분 사형의 일은 그렇게 정하고, 사 사형께서는 어느 낭자가 마음에 드십니까?"


"모두 미인들이니 누가 마음에 든다 어찌 말하겠습니까?"


"고르기 힘들다니 모두 책임지시겠다는 말씀이라면, 욕심이 과하신 것 아니십니까?"


"쉽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우형도 매파를 부를까 싶습니다."


"황보세가와 제갈세가이니, 어느 쪽을 택한다 해도 말은 나오겠습니다."


"경사는 의외로 좁은 곳이기도 하지요."


묵운 사마의가 모두를 돌아보더니, 만검 교운과 시운학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사 사제가 두 낭자 모두 택하지 않으면, 그 두 낭자도 소문주께 달라붙지 않겠소이까?"


사형제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큰 소리로 웃었지만, 지금 여기 와 있는 오대세가의 입장이나, 낭자들의 마음 씀을 보면 전혀 없는 말도 아니었다. 시운학은 씁쓸하게 미소 짓고 말했다.


"지금도 어느 낭자에게도 눈길을 주지 못하는데, 그 말씀을 들으니 소제도 경사로 가 사 사형께 도움을 청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문주님은 절대 안 됩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면, 오대세가가 떼로 몰려와 자운 전장은 파산을 맞게 될 겁니다."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소이다."


다음날 혼례가 치러졌다. 작은 규모의 성도 아니었건만, 영주가 사람들로 걷기조차 힘들 만큼 축하객들과 염탐꾼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는 가운데, 신혼부부가 붉은 예복을 입고 신방에 들자 길었던 혼례의 끝이 보였다.


잔치는 그 뒤로도 사흘 넘게 이어졌지만, 수천문 사형제들은 오대세가 어디와도 함께 움직이지 않았고, 만검 교운과 섬도 진걸은 경사로 향했고, 은창 유성은 사형제들 모두가 화경에 든 것에 자극을 받고 수련에 힘쓰겠다는 시운화와 하남 무림맹으로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 오대세가의 기대가 몰렸던 시운학은, 당소소에게 사천에서 볼 날이 있을 것이라 말하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오대세가는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영주를 나갔지만, 다른 세가도 소득은 없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며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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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화 혼례 (2) +1 23.10.10 2,361 23 13쪽
154 154화 혼례 (1) +1 23.10.09 2,381 26 14쪽
153 153화 일비 사왕 일선자(一秘 四王 一仙子) +3 23.10.08 2,372 26 13쪽
152 152화 깨달음 +2 23.10.07 2,388 25 14쪽
151 151화 고뇌(苦腦)하는 사람들 +2 23.10.06 2,400 24 14쪽
150 150화 광인방을 멸(滅)하다 +2 23.10.05 2,548 25 13쪽
149 149화 전화위복(轉禍爲福) +3 23.10.04 2,458 25 13쪽
148 148화 아비규환(阿鼻叫喚) +2 23.10.03 2,462 24 13쪽
147 147화 만금전장(滿金錢場) +1 23.10.02 2,478 25 16쪽
146 146화 무림맹의 변신 23.10.01 2,499 25 14쪽
145 145화 은창 유성 화경에 들다 +2 23.09.30 2,640 24 12쪽
144 144화 마무리는 단호하게 +2 23.09.29 2,532 24 14쪽
143 143화 시작은 가볍게 +1 23.09.28 2,512 22 19쪽
142 142화 탐화랑(貪花郞) 23.09.27 2,582 24 15쪽
141 141화 풍우지절(風雨之節) +1 23.09.26 2,670 21 14쪽
140 140화 당소소 (2) +1 23.09.25 2,748 26 14쪽
139 139화 당소소 (1) +1 23.09.24 2,674 23 15쪽
138 138화 협상 23.09.23 2,671 22 17쪽
137 137화 개파대전 +1 23.09.22 2,662 25 13쪽
136 136화 불꽃 (3) +1 23.09.21 2,652 21 15쪽
135 135화 불꽃 (2) +2 23.09.20 2,667 23 15쪽
134 134화 불꽃 (1) +1 23.09.19 2,651 24 17쪽
133 133화 무상검결(無常劒訣) 23.09.18 2,664 25 12쪽
132 132화 곽가촌 23.09.17 2,676 23 15쪽
131 131화 매가 약이다 23.09.16 2,702 21 13쪽
130 130화 동정풍운(洞庭風雲) +2 23.09.15 2,784 24 14쪽
129 129화 혼돈지절(混沌之節) +1 23.09.14 2,741 23 16쪽
128 128화 전화위복(轉禍爲福) 23.09.13 2,750 21 13쪽
127 127화 운룡설산(雲龍雪山) (3) 23.09.12 2,740 24 13쪽
126 126화 운룡설산(雲龍雪山) (2) 23.09.11 2,747 2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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