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0왕국
과거 대륙에는 제국이 있었고, 제국 주변의 변경 지역에는 다섯 명의 지방관이 황제에게 위임받은 권한으로 각 지역을 책임지고 통치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권한과 세력이 강해져 어느샌가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황실은 더 이상 그들을 억누를 힘이 없었고, 황제와 법왕 사이의 권력투쟁도 점점 법왕의 승리로 결말을 짓고 있었다.
결국 황제가 법왕에게 굴복하는 날 법왕을 뒤에서 지원하던 다섯 명의 지방관들은 스스로 왕을 칭하고, 얼마 후 그들 모두 황성으로 들어가 법왕에게서 왕관을 받게 된다.
그 후로 다섯 왕국은 끊임없이 분쟁을 이어가고 어느새 다섯이던 왕국은 열 개로 불어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대재앙이 찾아왔다.
대륙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던 제국에 대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각지의 산꼭대기에서 시커먼 연기와 불덩어리가 뿜어졌고, 곳곳의 땅들이 하늘로 치솟거나, 땅바닥 속으로 깊숙이 꺼지는 일을 반복했다.
열흘이 지나고 흔들림이 멈췄을 때는 이미 제국이 있던 중앙 지역은 완전히 땅속 깊이 주저앉아 있었고, 서부 해안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결국 열 개의 변경지역 왕국들만 남고 중앙 지역에는 거대한 내해가 탄생했다.
그 왕국들도 제국과 접하고 있던 지역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제국과의 사이에 있던 호수나 강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강 주변, 호수 주변의 땅들이 해안가가 되어 버렸다.
거대했던 대륙이 열 개의 섬나라처럼 변해 버린 것이다.
거기다 대양의 괴수들까지 내해로 흘러들어와 각 왕국 사이의 교류는 완전히 끊기게 되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상대와 다툴 수는 없다.
배 한 척 무사히 보내기도 힘든 상대와 무슨 전쟁을 하겠는가.
인간 세상이 갑자기 평화로워졌다.
물론 대지진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를 복구하느라 평화를 제대로 만끽할 수도 없었지만.
대지진으로 인한 지형의 변화는 인간에게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었다.
대륙을 둘러싸고 있던 거대한 삼림 지대와 고원 지대의 괴물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바닷물이 삼림 지대까지 밀고 들어와 괴물들의 서식지까지 열 개의 지역으로 갈라놓았다.
결과적으로 대지진 이후 변한 대륙의 형태를 묘사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서쪽이 뚫린 도넛 모양의 고원 지대에 듬성듬성 남은 노인네 이빨 같은 땅덩어리 열 개가 안쪽으로 붙어 있는 기괴한 모습을 한 잔류 토지의 집합체.
고원 지대야 원래부터 인간이 살기에는 지나치게 척박한 지역이었고, 바닷물에 잠기지 않은 남은 지역의 절반은 괴물들이 설쳐대는 삼림 지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간들은 거대한 해양 괴수들이 득시글대는 바다와 식인 괴물들이 바글거리는 숲에 사면이 막혀 버린 꼴이 되었다.
괴물들 입장에서도 당장 사냥을 다니던 땅이 적지 않게 사라져 버렸다.
인간들의 영역에 대한 침공이 취미 생활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행위가 되어 버렸다.
괴물들과의 혈투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어 버렸다.
인간들은 자신들을 월등히 뛰어넘는 육체를 가진 괴물들을 상대해야 했고, 점점 자신들을 절망에서 구원해 줄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간절히 소망하게 되었다.
- 작가의말
간단한 배경 설명입니다. 지루하시면 넘기셔도 무방합니다.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