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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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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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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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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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테스터 (6)

DUMMY

218화


“미술관 컨셉인가? 복도 전체에 그림이네. 근데 이것들도 팔면 돈이 되려나?”

“모르지. 감정을 받아 봐야 아는 거지.”

“어휴, 이 밥통들아. 이딴 것들이 돈이 되겠냐? 누구 그림인지도 모르는데.”

“하긴.”

“거기다 이런 좆같은 불순물까지 섞여 있는데, 이런 걸 누가 돈 주고 사?”


짜증스럽게 한마디 내뱉은 하지운이, 손가락을 갈퀴처럼 세운 채로, 사정없이 휘둘러 버렸다.

우측 벽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귀부인의 초상화가, 신경질적으로 내두른, 하지운의 오른손에 난데없이 뜯겨져 나갈 뻔한 것이었다.


그림 위를 스칠 듯이 지나쳐 간 하지운의 손아귀에, 찢겨진 캔버스 조각이 잡혀 있진 않았다.

단지 누군가의 머리채가 잡혀 있었을 뿐이다.


하지운의 손에 머리끄덩이가 잡힌 채로 돌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청년이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허, 이 새끼들 봐라.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네.”

“어, 잠깐! 본체야, 혹시 너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에이, 설... 어? 아... 된다는데.”

“진짜?”

“가능하대. 피 안개로 변신한 상태로 그림에 스며들 수 있대. 물론, 흡혈귀에게 물린 생명체의, 피로 그려진 그림에 한해서만.”

“아, 그래? 근데... 그러려면 물어서 감염만 시키고, 피랑 기력은 빨아먹지 않아야 한다는 소리잖아.”

“그러네. 감염만 시켜 놓고, 죽이지 않은 상태로, 계속 피를 뽑아야 한다는 거네. 그림을 완성시킬 때까지.”

“본체야, 그냥 이 그림들 싹 다 챙겨라. 이런 좆도 아닌 눈속임거리를 만들겠다고, 그런 거추장스럽고 위험 부담이 큰 짓을 서울에서 할 생각은 아닐 거 아니냐?”

“당연히 그건 안 되지. 그건 진짜 미친 짓이잖아. 그 지랄을 하다가 걸리면, 정말 벙커 버스터를 맞아도 할 말 없는 거 아냐?”

“맞아. 맞아.”


듣고 있던 하지운도 군소리 없이, 불순물이 사라진, 귀부인의 초상화를 수납장에 챙겨 넣었다.

그러자, 그림 속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백여 마리의 흡혈귀들이 일제히 그림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그 찰나, 언데드 커플을 소환 해제한, 하지운이 복제 인간들과 함께 피 안개로 변신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앞이 뻥 뚫려 버린 골렘이, 양손을 낫으로 만든 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순식간에 복도 끝까지 달려가 버리는 것이었다.


잽싸게 피 안개로 변해서 살아남은 것들이 반 정도는 되었지만, 나머지 오십여 마리는 모조리 다 목이 썰린 채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어느새 본모습으로 돌아온 하지운과 복제 인간들이, 그 살아남은, 오십 마리의 흡혈귀들마저 기어이 마법의 싸대기로 기절시켜 버리는 것이었다.


골렘이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대가리를 밟아 버리는 동안, 대도 하지운은 벽에 걸려 있던 그림을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전부 수거하였다.

그 와중에 신세 한탄도 잊지 않는 파렴치한 하가 놈이다.


“하아... 씨발. 내가 올해만 몇 개의 거시기를 보는 거냐. 이제는 진짜 존나 징그럽다. 그만 보고 싶어. 씨발, 섬나라 야동 공장에서 일하는 것들도 나만큼 많이 보지는 못할 거야.”

“그렇기는 하지. 여기는 리얼리티가 지나쳐. 마력 쓸 때마다, 소년 만화처럼, 옷도 같이 연동되면 얼마나 좋아.”

“그러니까. 진짜... 비교기과에서 일하는 기분이야.”

“웃기고 있네. 비교기과 의사도 이 새끼처럼 많이는 못 봐. 종족 안 가리고 계산하면, 이 새끼가 여기 넘어와서 본 게 족히 삼십만 개는 되겠는데.”

“야, 다 챙겼다. 이제 그만 닥치고 가자.”


좌우 벽을 휑하게 만든 하지운이 복도 끝에 있던 문짝을 걷어차 버렸다.


“또 복도네. 홀은 언제 나오는 거야? 슬슬 짜증 나려고 하네. 그냥 벽을 부숴 버리는 건 어때?”

“어휴, 이 돌대가리야. 본체 새끼 힘으로 벽에다 주먹질해 대다가, 까딱 잘못하면, 건물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어. 생각 좀 해라.”

“붕괴되면 되는 거지.”

“야, 패물 안 챙길 거야? 너, 여기 놀러 왔어? 일 안 할 거야? 너 방금 본체 새끼가, 눈깔이 벌게져서는, 그림 싹 다 챙기는 거 못 봤어?”

“아... 미안. 저 새끼가 도적놈인 걸 깜빡했어.”


이제는 복제 인간들이 뭐라 지껄여 대든 한없이 무관심해진 하지운이다.

비교적 조용한 한쪽 구석으로, 전무 이사인 일 호와 보좌관인 엘프녀만 따로 불러서는 자문을 구하는 것이었다.


“평면도상으로 보면, 팔각형 모양의, 두꺼운 성벽이 중앙에 위치한 홀을 둘러싸고 있는 형상일 거다.”

“처음 진입했을 때 문이 좌측 벽에만 달려 있었어요. 애초에 모든 함정을 다 거쳐야만 홀에 다다를 수 있도록 설계한 것 같아요.”

“그냥 사 호 말대로 저 벽을 부수고 홀 쪽으로 바로 진입하는 건 어떨까?”

“그건 안 돼요.”

“나도 반대다. 이 건물은 건평에 비해 높이가 너무 높아. 벽에 걸리는 하중이 장난이 아닐 거다. 네가 작심하고 후려쳐 버리면, 꼭대기부터 그대로 내려 앉아 버릴 위험이 있어.”

“아마 이 벽에 서려 있는, 음침하고 불길한, 마력을 믿고 그러는 모양인데. 어림없는 착각이에요. 만약 이 벽을 멀쩡한 생명체가 공격한다면, 마귀 새끼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반발력이 작용해 힘의 일부를 튕겨 내거나 분산시킬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마물인지 인간인지 구분도 안 가는, 네놈 새끼님의 마력은 완전히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요. 잊었어요? 네놈이 우리 동족 수만 명을 잡아먹고, 생명의 나무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걸.”

“일리가 있는 말이다. 분명 흡혈귀 사만 마리 중 만 마리는 네놈이 직접 잡쉈잖느냐. 지금 네놈의 마력 상태를 생각했을 때, 불여시의 견해에 반박할 부분이 없다.”

“아이씨... 이럴 줄 알았으면, 바깥에 있는 외벽을 한번 후려쳐 보고 들어올걸.”

“어이구, 네가 박수무당이냐? 그만 좀 징징거리고, 그냥 후딱 가자. 운동하는 셈 치면 되지.”

“뭐, 그러자. 근데... 불여시야, 너 존칭에 욕 좀 안 섞으면 안 돼? 그럴 거면 그냥 욕만 해.”

“알았다, 이 새끼야.”

“한결 낫네.”

“언제는 꼬박꼬박 존칭을 써 달라더니. 마귀 새끼 주제에 안 어울리게 변덕은...”

“사장님이라고 부르라 했지, 내가 언제! 새끼님... 하아... 그냥 앞으로 쭉 욕만 해. 알았지?”

“응.”


보좌관과의 호칭 정리를 마친 하지운이 신경질적인 걸음걸이로, 복도 한쪽 구석에 서 있는, 판금 갑옷 앞으로 다가갔다.


“네가 나올래? 아니면 내가 네 머리채를 잡을까?”


대답이 없기에 머리채를 잡았다.

그러고는 번쩍 들어 올려 딱지 치듯 바닥에 패대기쳐 버렸다.

그러자 백여 개에 달하는 판금 갑옷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야, 이거 은이다. 안 망가지게 살살 뽑아내라.”


나머지 열아홉의 복제 인간들이 갑옷 속에 스며들어 있는 흡혈귀들을 잡아 뽑는 동안, 하지운과 참모들은 다시 열띤 토론에 들어갔다.


“말이 돼? 흡혈귀가 은갑옷 속에서 죽치고 있었어. 설정이 완전 미친 거 아냐? 네 여친네 부서는 생전에 이런 쪽 장르를 쳐다도 안 보던 애들만 일부러 모아서 만든 부서야?”

“왜? 흡혈귀와 은이 무슨 상관이 있니?”

“그럼, 물론이지. 은이랑 마늘은 흡혈귀와 상극... 그건 뭐니?”


일 호와 엘프녀가 한창 떠드는 옆에서, 저승과 교신 중이던, 하지운이 수납장에서 마늘 바게트를 꺼내 들었다.


“승아가 방금 만들었다고, 맛 좀 보래. 우리가 저번에 빵집 얘기했었잖아. 마음에 두고 있었나 봐.”

“마늘...빵이네...”


일 호와 엘프녀에게 한 조각씩 나눠 준 하지운이, 자신도 한입 베어 물고는, 신나게 우물거렸다.


“얘는 좀비고, 너도 어쨌든 흡혈귀는 흡혈귀인데... 이걸 먹어도 돼?”


그새 다 씹어 삼킨 빵 귀신 하지운이, 한 조각을 더 꺼내면서, 친절하게 대꾸해 줬다.


“아, 그게. 내가 숲 너머로 건너왔을 때, 여기 업데이트를 했었잖아. 그때 잡귀들한테 설정돼 있던 온갖 잡스러운 약점들을 다 없애 버렸다고 하더라고. 안 그래도 나 때문에 고생할 애들인데, 시답잖은 약점 때문에 발목 잡힐까 봐 그랬다는데.”

“아... 그럼 이것도 다 네놈 때문이구나.”

“응. 얘들 은으로 만든 십자가 귀걸이 하고, 삼겹살에 구운 마늘을 곁들여 먹어도 끄떡없대. 심지어 옆에서 기독교 방송을 틀어 놔도 잘 먹는다는데.”

“어... 그래? 잘 먹는다니까, 듣기엔 나쁘지 않네. 복스럽긴 하겠다. 깨작거리는 것보다야, 그게 훨 낫지.”

“그럼, 그렇고말고.”

“그런데 네놈 말대로라면. 마귀야, 이들을 죽이려면.”

“어, 그냥 무조건 쳐 죽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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