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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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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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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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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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훈련 (9)

DUMMY

203화


“너도 할 수 있는 거였네. 그런데 그동안 그걸 왜 다 처맞고 있었던 거냐?”

“나더러 저런 미련한 짓을 하라고? 금 부장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저 븅신 같은 짓을 한 번씩 할 때마다 줄줄 새는 마력이 안 느껴져? 날아오는 마법을 상쇄시킬 만큼의 마력을 허공에다 뿌려 버리는 거라고! 저 짓 한 번에 쓰는 마력량이면 테이저를 스무 번은 쏘겠다.”

“그렇기는 한데... 넌 어차피 마력이 넘치도록 많잖아.”

“야, 평상시에 버릇을 잘 들여 놔야 하는 거야! 마력이 넘친다고 함부로 써 버릇하면, 혹시라도 나중에, 다구리 맞는 상황이 됐을 때 좆 될 수가 있어! 그리고 어차피 재생되는데, 급소만 잘 피하면 되는 거지. 뭐 하러 마력을 낭비해 가면서 그걸 다 쳐 내고 앉았냐?”

“그런 거면... 제발! 맞을 때마다 상대방 부모 욕 좀 하지 마라, 이 마귀 새끼야! 쳐 낼 수 있는 걸 굳이 처맞아 놓고, 욕은 왜 하는 거냐? 진짜 듣기 싫어 죽겠다!”

“아아... 그건 일종의 기합 같은 거야... 고통을 잊고, 마음을 굳건히 다잡기 위한...”

“마귀 새끼가 주둥이만 살아 가지고!”

“......”


초원의 한복판에서, 스물일곱 개체의, 복제 인간들을 모조리 다 세워 놓고 물대포 마법을 시연 중인 하지운이다.

그 옆에서 아름다운 커플이 관람을 하다가, 중간중간에,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던 것이었다.


금 부장의 품에 안긴 채 멍때리고 있던 엘프녀가 하지운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이럴 거 같아서, 네 분신들이 고압수인가 뭔가를 흡수하라고 난리를 쳤던 거구나. 이런 꼴을 겪을 걸 미리 예측했던 거였네.”

“아니거든! 저 새끼들은 그저 날 조롱할 거리만 찾고 있는 거거든! 그리고 이런 꼴은 뭐가 이런 꼴이야! 여태 다친 놈 하나 안 나왔는데!”

“곧 나올 거 같은데.”


아직 익숙지 않은 마법이라 속도가 어중간해서 그런지, 양 주먹에 마력을 집중한, 복제 인간들이 어렵지 않게 쳐 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처음 시도했을 때에 비해서는 비약적으로 빨라진 발사 속도를 생각했을 때, 두어 시간 후부터는 곳곳에서 욕하는 소리가 난무할 것 같아 보였다.


“사실 이 마법은 코끼리 새끼들한테 최적화된 마법이지, 나한테는 딱히... 익혀 둬서 나쁠 건 없지만, 굳이 연습씩이나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 이미 익혀 둔 공격 마법이 차고 넘치기도 하고.”

“그럼, 이 짓은 왜 하고 있는 거니? 심심해서? 아니면 정말 분신들에게 보복하려고?”

“뭐라는 거야, 이 불여시야!”

“방금 네 입으로 할 필요가 없는 걸 하고 있다면서?”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한데, 일단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는 대포를 몇 개 만들어 두려고.”

“대포? 그게 뭔데?”

“발리스타 알지?”

“물론이지. 촌구석엔 아직도 쓰고 있는 곳이 꽤 될걸. 도망쳐 온 돼지머리나 개머리들 상대한다고.”

“불여시 넌 몰라?”

“안다.”

“부지런히도 염탐을 했구나. 그런데도 어떻게 된 게, 너희를 봤다는 인간이 한 명이 없냐? 그 외모에 빤스만 입고 다니는 것들을.”

“......”

“됐다. 어쨌든 그걸 개량한 거라고 생각하면 돼. 이쪽 말고, 원래의 내가 살던 동네에서 말야.”

“흐음.”

“코끼리 코를 떠올려 봐. 그거랑 비슷하게 생겼어.”

“엥?”

“놈들한테 몇 시간을 얻어맞으면서 관찰해 보니,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더라고. 대기 중에 떠다니는 물의 원소들을 코로 흡입한 다음, 비강 내에서 물 덩어리로 만들어서 코 풀 듯이 뿜어 버리는 게 다야.”

“... 고작 그게 다야? 그런데 그런 파괴력이 나온다고?”


금 부장에 비해 마력에 대한 지식이 월등히 해박한 엘프녀가 바로 반박을 하였다.


“아, 그게. 사실은 하나가 더 있지. 놈의 코에 마력이 몰리더라고. 물론 물의 원소를 끌어모아야 하니, 마력이 코로 몰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건데. 그렇게 몰렸던 마력이 그대로 남아서 콧속의 피부를 덮어 버리더라니까. 그 바람에 결과적으로 콧속에 좁은 통로가 만들어지게 되는 거지.”

“아!”

“마력으로 완전히 덮여서 엄청난 반발력을 가진, 이 미터 길이의, 속이 빈 기둥을 생각해 봐. 그것도 구멍이 아주 좁은 걸로. 그 사이로 물 마법을 쏴 버리면 어떤 위력이 나오겠어?”

“그러네.”

“연놈 할 것 없이, 인간의 몸에서 코끼리 코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

“아... 그게...”

“셀런 양에게 그런 무례한 질문은 하지 마라, 이 쌍놈아!”

“웃기고 자빠졌네. 식도와 요도야. 물론 장염에 걸릴 경우, 일시적으로 한 곳이 추가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더러운 옵션은 추가하고 싶지 않아서 뺀 거야.”

“......”

“내가 왜 고압수 어쩌고를 흡수하지 않은 건지 이제는 확실히 알겠지? 그리고 저 독사 같은 새끼들이 왜 나한테 흡수하라고 그 지랄을 해 댔던 건지도. 어떤 미친 새끼가 그런 지저분한 능력을 흡수하겠냐? 내가 미친 살인마지, 미친 변태는 아니잖아.”

“그런데 네 말대로라면... 설마 허공에다 그 정도로 긴 통로를 만들겠다는 거야? 아무런 매개체도 없이?”

“응, 지금 그거 만드는 연습 중이잖아.”

“아아... 그렇구나... 대단하다...”

“마음에도 없는 칭찬 고마워, 불여시야.”

“뭘...”

“단순히 물만 쏴 갈겨 댈 거면, 이딴 귀찮은 연습은 절대로 안 했을 거야. 사실 물 마법은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거든. 굳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쓸 필요가 없어.”


눈만 멀뚱거리고 있는 금 부장과는 달리,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엘프녀였다.


“한데 이런 통로를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게 되면 말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 같더라고. 그 통로를 통해서 쏴 보고 싶은 게 계속 떠오르더란 말이지.”

“......”

“예를 들어서 말이야. 주먹을 꽉 쥔 다음에 팔을 잡아 뽑아 버리는 거야. 어차피 재생될 테니까. 그런 다음 잡아 뽑은 팔을 발사하는 거지. 그 마력으로 만든 보이지 않는 대포로.”

“하아... 넌 염동력이 있잖아?”

“사정거리와 파괴력이 차원이 다를걸.”

“네 팔이니,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멀쩡하게 생각해 주면 안 돼? 네 얘길 듣고 있다 보면, 너무 무서워. 악몽 꿀 거 같아.”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 예쁘장한 좀비가.”

“나... 네 손에 죽어서 좀비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든.”

“그건 그러네. 아직은 적응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기는 하겠어.”

“이해해 줘서 고마워, 미친 마귀 놈아.”


구경꾼들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도 마법 훈련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복제 인간들의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오는 빈도가 점차 높아져 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점점 더 허공에 형태를 갖추어 가는, 보이지 않는, 마력 파이프의 길이가 증가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만드는 건 그럭저럭 하고 있는데, 만들어 놓은 걸 형태를 유지한 채로 움직이는 건 되게 어렵네.”

“그 어려운 걸 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거지?”

“여우 같은 년... 그래, 구경꾼들아. 반응 좀 해라.”


조용히 관람만 하고 있던 금 부장이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감상을 전했다.


“뭘 보고 반응하라는 거야? 그래. 네 마력 섞인, 푸르기보다는 거무죽죽한, 독물이 시원하게 잘 날아가는 게 참으로 보기 좋다. 한 방울만 튀어도 피를 토할 것 같은 게, 위압감이 아주 대단하구나. 과연 마왕다운 위용이로다.”

“아아, 볼드윈. 당신은 정말... 당장 음유 시인을 해도 될 것 같아요.”

“오오, 사랑스러운 셀런. 당신의 과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소.”

“닥쳐, 이 좀비들아.”

“흥! 살아 있는 생명체에 대한 신뢰가 손톱만큼도 없어서, 주변에 언데드만 잔뜩 쌓아 놓고 사는 겁쟁이 주제에!”

“셀런, 저 속 좁은 놈을 울리지 마시오! 금세 보복을 할 놈이오!”

“앗! 내가 홧김에 실수를 저질러 버렸어요! 우리 어떡해요...”

“뭘 어떡해... 앞으로는 외박 금지야... 이 괘씸한 것들이... 구구절절이 옳은 말을 함부로 지껄여서 날 빡치게 해...”


잠시 후 복제 인간들의 입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야, 이 개좆같은 본체 새끼야! 힘 조절 좀 해라! 왜 우리한테 화풀이야!”

“막 쏘지 마! 이거 연습이야, 이 쌍놈 새끼야!”

“아오, 저 때려죽일 년이! 우리도 차마 못하고 있던 말을 왜 지금 처지껄여 갖고! 너 진짜 불맛 좀 볼래?”


잔뜩 겁을 먹은 커플이 서로 부둥켜안고 오들오들 떠는 동안, 그 옆에선 한 미친 마귀가 광소를 터뜨리며 맹독이 섞인 오염수를 난사하고 있었다.

푸른 초원이 대번에 현세의 지옥으로 뒤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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