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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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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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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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테스터 (13)

DUMMY

225화


“궁금한 게 있는데, 네까짓 게 왜 죽음의 나무야? 아무리 뜯어봐도 존나 큰 거 말고는, 별다른 특징이랄 게 없어 뵈는데. 듣는 사람 헷갈리지 않게, 그냥 존나 큰 나무라고 했어야 하는 거 아냐? 설마 뒈지게 커서, 죽음의 나무라고 한 거야?”


백이십 층짜리 건물만 한 나무를 상대로 고문을 하던 미친놈이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입이 없어 대답도 할 수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궁금증을 견딜 수가 없었던 하지운이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는 과묵한 나무를 바라보며, 토라져 버린 하지운이 허공에 16인치 포신 세 개를 만들었다.

전투 중에야 마음도 급하고 마음껏 변형시킬 수 있는 골렘 갑옷도 걸치고 있었으니, 형체가 있는 금속 포신을 사용했던 것이다.

지금처럼 여유가 넘치는 대화의 시간에는, 마력 운용 능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마력만 투입한 포격 마법을 고수하고 있는 성실한 소시오패스 마법사였다.


섭섭한 마음을 담아 잔뜩 끌어모은 물 덩어리 세 개를 동시에 발사하였다.

물의 원소에 하지운의 극악한 심보까지 섞인, 검푸른 빛의, 물기둥 세 개가 나무줄기를 뚫고 지나갔다.


“불대포나 물대포나 빛깔만 봐서는 구분을 못 하겠다. 왜 저 새끼가 쏘는 건 하나같이 때깔이 칙칙하냐?”

“저 새끼 몸뚱어리 속에 어둠의 마력이 지나치게 많이 축적된 모양이야. 뭘 쏘든 성질이 순수한 게 없네. 사실 ‘죽음의’라는 수식어는 저 새끼한테 붙이는 게 맞지.”

“그건 그래. 근데 관통력은 확실히 물대포 쪽이 나아 보이는데, 구멍 폭은 불대포 쪽이 훨씬 넓네. 구멍을 내면서 순간적으로 그 주위를 태워 버려서 그런가 봐. 장단점이 있네.”


의사소통은 할 수 없고 귀곡성만 지를 수 있는 나무 기둥을 상대로,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시험해 보고 있는 하지운이다.

그 와중에, 담당 저승사자와의 담화에도 정성을 들이며, 멀티태스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었다.


‘자기야, 저번에 모든 NPC들을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설정하겠다면서? 근데 왜 이 나무쪼가리는 말을 안 해? 설마 아까부터 내내 묵비권을 행사 중이었던 거야?’

‘하아... 네가 걔랑 대화할 일이 없을 줄 알았지. 그쯤 재미 봤으면, 그만 밖으로 나가라니까... 이 화상아, 기어이 걔를 때려죽이고 앉았냐.’

‘아아... 얘도 전에 바다 근처에서 봤던 그 덩치 큰 새끼 같은 그런 부류야? 그 악어 대가리 달린 대왕고래 같은? 싸우라고 만든 게 아니라, 겁만 주려고 만든 그런 거?’

‘응...’

‘히잉, 그래도 어떡해... 아무리 봐도 존나 만만해 보이는걸.’

‘닥쳐!’

‘넵. 근데... 이 모기 같은 새끼들이 내 개인 정보는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야? 설마 자기가 유출시킨 거니?’

‘... 아, 그게... 이것도 필수 교육 과정 중 하나인데. 공공 기관을 사칭하는 사기꾼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잖아. 그러니까 저승의 자회사를 사칭하는 교활한 괴물들에게... 속지 말라는... 자기야... 제발 그 비웃는 듯한 표정 좀 어떻게 해 줄 순 없을까?’

‘승아야, 이것도 많이 노력해서 나온 표정이야. 숨이 잘 안 쉬어져, 빵 터지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느라고. 참 아기자기하고 얼척없는 교육 과정이다. 근데 이딴 거에 속는 병신 같은 것들도 분명 나올 거야. 세상에 등신은 차고 넘치니까.’

‘... 그거 혹시 이용 후기니?’

‘응. 점수는 일 점 줄게.’

‘필요 없어.’

‘근데 얘는 뭐 주는 거 없어? 뭐, 능력이라든가, 물질적인 보상이라든가. 이만한 괴물을 잡았는데, 이족 보행 지성체가 아니라고 그냥 넘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그건 진짜 아니지! 그럼 누가 이런 괴수들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싸우겠냐? 그냥 만날 때마다, 아까 그 쪽문 같은 곳으로 도망치겠지. 그러면 참가자들한테 발전이란 게 있을 수 있겠어?’


사실 하지운은 브리갠트에 넘어온 첫날 모기를 일부러 잡았었다.

‘흡혈’ 능력을 강탈할 수 있을지 궁금했던 게 그 이유였다.

그러고는 참새도 한 마리 죽였었다.

그 당시 외팔이 도망자 하지운에겐 ‘비행’ 능력이 너무도 간절했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넘어왔지만, 정말로 인간 혹은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는 괴물들이 아니면 아무리 죽여도 능력을 넘겨주질 않았다.

따지고 보면 ‘죽음의 나무’도 그저 덩치만 더럽게 큰 한낱 나무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갈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게 정배인 상황이다.

그래서 하지운은, 말도 잘 안 통하는 심판을 붙들고 눈물의 호소를 하곤 하는, 선수들의 심정으로 보상에 대한 민원을 제기해 본 것이다.


‘징징대지 마. 이미 회의 들어갔어. 네가 진짜 그걸 잡을 거라고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그놈의... 오빠가 쓰레긴지 나발인지가 명중하는 걸 보고, 다들 허겁지겁 회의 시작했어.’

‘넌? 넌 회의 안 들어가?’

‘난 널 붙들고 시간 끌어야지. 회의 결과 나올 때까지.’

‘아아. 근데 아무도 예상을 못했다니... 내가 고작 이딴 것도 못 이길 거라 생각했던 거구나. 나 진짜 개무시당하고 있었네...’

‘발 연기 하지 마. 삐진 척하려나 본데, 대사랑 표정이 너무 따로 놀잖아. 그리고 요즘 내 의견은 씨알도 안 먹혀, 사감이 너무 섞여 있다고.’

‘말도 안 돼! 너만큼 나를 잘 아는 애가 또 어디 있다고!’

‘내가... 예쁜 암컷들 배치시키지 말자고 고집을 부렸거든...’

‘푸흡!’

‘거기다 우리 부서 요즘 엄청 바빠.’

‘왜?’

‘네가 너무 신속하게 죽여 대면서 이동하는 바람에, 시간에 맞춰서 난이도 조정하느라고 다들 정신이 없어. 그래서 이번에도, 케런 때처럼, 탈출구를 열어 주면 잽싸게 도망칠 거라고 대충대충 예측들 하고 넘긴 거지. 나만 혼자 주장했었어, 네가 얘랑 대판 붙을 수도 있다고.’

‘저런, 나 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구나. 그럼... 나 여기 리조트에서 한 보름 동안만 놀다가 들어갈까?’

‘그럴래? 그럼 우리야 완전 땡큐지.’

‘조건이 있어.’

‘뭔데?’

‘네가 강림해서 같이 있어 줘야 해.’

‘... 하아... 아마 안 될 테지만, 상상만 해도 넘 행복하다...’


한창 대화를 하는 중에, 나무의 몸통을 바람의 칼날로 썰어 버리는 하지운이었다.

그러고는, 아직 마력이 남아 있는, 몸통의 껍질 부분에 불을 붙여 버리는 것이었다.

불길이 번지는 걸 저지하는 마력의 움직임과, 그 저지를 뚫고 내부로 침투해 들어가는 불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서 저지른 짓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모르모트 신세가 돼 버리고 만 죽음의 나무다.


‘회의 끝났네. 잠깐만 있어 봐. 메시지 갈 거야.’

‘응.’


「하지운 님, 커티스 성의 성주인 ‘죽음의 나무’ 엘리자베스를 결국 죽이셨군요. 큰일 하셨네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맨드레이크 한 뿌리와 ‘죽음의 나무’의 묘목 한 그루를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메시지가 날아오기가 무섭게 나무의 줄기 중, 그나마 상태가 양호하던, 꼭대기 부위에서 가지가 하나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그 가지가 금세 사람의 형상으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귓구녕 막아.”


복제 인간들과 언데드 친구들에게 따뜻한 염려의 한마디를 남긴, 전직 장르 소설 작가, 하지운이 변형을 끝마친 인간 형상의 나무 요괴 앞에 빛의 속도로 들이닥쳤다.

이에,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을 한, 맨드레이크가 혼비백산해서는 다급하게 입을 쩍 벌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시끄러운 걸 극도로 싫어하는 하지운이 나무 요괴의 아구창에 자비 없는 라이트 훅을 날려 버렸다.

‘소음 공격’의 원조 장인 맨드레이크에게 입 벌릴 시간을 줄 하지운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머리통이 돌아가 버린, 맨드레이크의 우측 횡격막에 레프트 훅을 쑤셔 박는 하지운이었다.

그러고서는, 엄청난 고통에 입이 쩍 벌어진, 맨드레이크의 양쪽 옆통수를 우악스러운 두 손으로 움켜잡아 버리는 것이었다.

0.1초도 지나지 않아, 맨드레이크의 하관에 하지운의 오른 무릎이 쑤셔 박혀 버리고 말았다.


‘걔 더덕 아니야. 구워 먹으려는 게 아니면 그쯤 해! 벌써 기절했잖아!’


쓸데없이 심술을 부린 동료들에게 속으로 쌍욕을 박은 승아가,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남친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그래도 여인의 형상을 한 맨드레이크인데, 순식간에 고추장 양념을 한 더덕구이 꼴이 나 버리고 말았다.

금세 후회의 장탄식을 쏟아 내는 저승사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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