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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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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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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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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7)

DUMMY

Episode 16 - VS


"침략자인가?"

리셸의 소름끼치는 미소에 한기가 돋는다.

"침략자라......, 너희 행성에서는 우리 종족을 그렇게 부르는구나?"

리셸이 거리를 좁힌다.


민호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집에서 가느다란 장검을 꺼낸다.

용의 문양으로 치장된 손잡이와 함께 사람과 사물까지 비춰지는 칼날.

"헤에, 그런 걸 벌써부터 꺼내면 나 좀 무서워지는데?"


거짓말.

알 수 있다.

리셸에게서 느껴지는 어두운 기운을.


금방이라도 폭발하여 비산할 것만 같은 강력하고도 거대한 계수의 힘이 느껴진다.

"헛소리하지 마라."


민호의 단호한 말투에 리셸의 웃음기가 사라진다.

"하아, 정말이지......, 재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남자구나."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기가 민호의 눈에 들어온다.

진동과 함께 소름끼칠 정도로 비릿한 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피인가?'


민호가 주변을 둘러본다.

"일단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할게, 난 리셸이야. 리셸 헬다르안. 너도 이름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민호가 자세를 낮추어 칼날을 앞으로 뻗는다.

"도민호."

"역시 재미없어."


리셸의 등 뒤에서 나타난 거대한 원형 마법진.

사악한 기운과 함께 마법진의 여러 방면에서 계수포가 발사된다.

피융- 피융-!


민호가 칼날에 계수를 스며들게 한 뒤 리셸의 계수포를 쳐낸다.

튕겨나간 계수포가 양 옆 건물에 쳐박혀 폭발음을 낸다.

"보통은 아니네."


중얼거리듯 소리를 내는 리셸이 이윽고 돌진했다.

광기의 미소를 지은 채로 달려간 리셸의 왼손에서 붉은 작열의 창이 나타난다.

그녀가 두 손으로 창을 잡고 민호의 정수리를 노린다.

"흠!"


재빠르게 자세를 낮추며 검을 휘두른다.

쩌저저저적-!

리셸의 창과 민호의 검이 충돌하여 엄청난 기의 발산이 일어난다.


건물 곳곳에 튀기는 거대한 스파크와 폭발.

민호의 신체에 뻣뻣하게 굳은 긴장감이 몰려온다.

'정면 대결은 어렵다, 그럼.'


민호는 오른 다리를 곧게 뻗은 후 힘을 주어 추진력을 이용해 뒤로 벗어난다.

"어딜!"


리셸이 재빠르게 민호에게 달려간다.

궤도를 꿰뚫어버리는 강력한 압박감이 도민호의 상체를 뒤덮는다.

얼굴은 무표정이지만 그 내면에 감춰진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다.


'쉽지 않군, 한 순간이라도 삐끗하면 당한다.'

리셸의 스피드에 의해 거리를 벌렸음에도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하자 민호가 검을 집어넣으며 두 손을 모은다.


"으응, 무슨 속셈이지?"

팔 근육이 도드라지며 혈관들이 튀어나올 듯 부풀어오른다.

곧이어 백색의 계수가 응집되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 도민호의 광역기 : 백열장.


굉음이 대로 전체에 몰아치고 십여미터 이상 크기를 지닌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콰과과과과광-!

"크윽, 잔꾀를?"


대로에 널브러져있는 괴수들과 건물 마저 집어삼켜져 거대한 싱크홀이 생성된다.

"후우."


리셸의 모습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이 정도로 끝날 리 없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붉은 그라데이션의 창이 눈에 들어왔다.

"음!"


동공이 확장되기 무섭게 반사신경으로 방어술을 사용한다.

원형의 반투명 보호막이 민호의 전신을 감싼다.

"헤에, 그걸 반응하네?"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키득거리는 리셸이 보인다.

"힘을 숨기고 있는건가?"


민호의 물음에 리셸이 웃음기를 제거한다.

"흐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너무 빨리 힘을 사용해버리면 네가 깨꼬닥 죽어버릴까봐."

조롱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보인 마력의 파동만 보더라도 절대 약자는 아니다.

오죽하면 백조전대 지휘관 중 최고참인 도민호가 긴장감을 가졌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 앞의 적을 두고 그대로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민호가 검집에서 다시 한 번 검을 뽑아든다.

곧게 뻗은 칼날을 하늘 방향으로 번쩍 들어 계수 변환을 시킨다.

우우우우우웅-.


민호의 장검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계수로 변질된다.

"그럼 그 힘, 내가 직접 꺼내게 해주지."

"그것 참 기대되는데?"


리셸이 다시 한 번 혓바닥을 낼름거린다.

정말이지 사이코패스적으로 전투를 즐기는 광견같은 모습이다.

변질되어 민호의 주변에서 맴돌던 계수가 육체와 융합되기 시작한다.

"변형까지 활용할 줄 안다고?"


조금 의외라는 듯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리셸이 민호를 바라본다.

'이건 솔직히 예상 외인데.'

이 정도로 본인들과 같은 힘의 원천을 잘 다룰 수 있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진화형도 아닌 인류가 어떻게?'


의문점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흥미롭다는 생각이 대부분을 지배했다.

푸른 형상의 오라가 민호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점점 팔과 머리가 생성되어 유령, 아니 미지의 힘을 가진 사무라이와 같은 형상이 나타난다.

- 도민호의 계수 변형 : 괴테.

"하아."


깊은 숨을 내뱉으며 푸른 기가 흘러나오는 동공을 리셸에게로 옮긴다.

"오랜만이라 적응이 잘 안되는군."

민호가 두 손으로 깍지를 끼며 하늘을 향해 뻗는다.

그러자 괴테 역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렇군, 아예 계수를 신체 외부로 방출시켜 새로운 융합형태를 만들어낸건가?'

지금 리셸의 두 눈에 보이는 괴테는 바로 도민호 그 자체라는 것이다.


주먹을 뻗으면 같이 공격하고, 계수포를 발사한다면 더욱 강한 위력의 레이저를 시전한다.

"비겁하게 2대1로 싸우기가 있나~."


태연한 목소리를 내며 조롱의 눈빛을 선보인다.

"1대1이다만......"

"저 무섭게 생긴 몸뚱아리도 포함이야."

리셸이 손가락으로 괴테를 가리킨다.

민호가 빠르게 돌진한다.


오른손을 뒤로 제쳐 추진력을 이용해 주먹을 내지른다.

하지만 본체는.

"저 파란 녀석이겠지."


괴테의 주먹을 뒤로 몸을 젖히며 피하는데 성공한다.

그대로 대지에 꽂혀버린 괴테의 주먹에 거대한 굉음이 울려퍼지며 폭발이 일어난다.

공중제비를 몇 바퀴 돌며 바닥으로 착지한 리셸이 헛웃음을 내보인다.


"고작 이게 다야? 생긴 것만 무서울 뿐이지, 영 별로네."

"방심하지 마라."

대지가 울리며 거대한 참격이 솟아나 리셸에게 덮친다.

"이건!"


리셸이 두 손을 뻗어 방어벽을 형성시킨다.

괴테의 참격이 리셸의 방어벽에 가로막혀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민호는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관절 소리를 낸다.


물론 그 행동은 괴테도 똑같이 반복된다.

"나는 내 공격이 끝났다고 말한 적 없다."


푸른 오라의 기운이 더욱 거세져 주변 일대를 무너뜨린다.

콰직- 쿠구구구구구-.

떠오르는 잔해들이 부스러지며 공중으로 흩어진다.


리셸이 어두운 표정과 더불어 살기를 내뿜는다.

지금까지 보였던 미소가 사라진다.

"그래, 보여줄게."


대지에서 검은 가시들이 줄줄이 솟아난다.

어림잡아도 수십개가 넘어 보인다.

"어디 이것들도 계속 피해봐."


확실히 지금까지 느껴졌던 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도민호가 정권 자세를 취하며 날아오는 가시에 맞선다.

주먹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괴테의 형상을 이용해 가시를 쳐낸다.

공중, 바닥, 좌, 우.


여러 방면에서 덮쳐오는 수십개의 가시에 체력이 소진된다.

"그리고 이건 선물."


리셸의 머리 위에 띄워진 거대 마법진에서 흉폭해보이는 계수포가 발사된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위력이 느껴진다.

"하압!"


두 손을 앞으로 뻗어 방어막을 겹겹이 쌓아 막는다.

충돌한 두 계수포에서 전혀 다른 기운이 흘러나온다.

'소름 끼칠 정도로 사악한 기다, 위험해!'


민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얼굴 근육을 일그러트린다.

더욱이 많은 방어막을 생성시켜 리셸의 계수포를 밀어낸다.

콰과과과과광!!


"피해야할 것도 있잖아."

리셸이 손가락을 따악 치며 가시 공격을 시전한다.

'이런, 두 공격을 한번에 방어할 수는 없다!'

도민호의 판단은 빨랐지만 해답은 없었다.

그렇다면.


푸욱!

가시가 허벅지를 뚫고 다시 대지 속으로 사라진다.

"크으으아아아악!!!"


거대한 기가 체내에서 폭발하여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마치 용오름과 같은 현상.

하지만 위력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하다.


"저런 힘을 용케도 낼 수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

이 정도면 박수갈채를 보내야 할 정도이다.


제아무리 리셸 본인이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다지만, 자신과 이 정도로 맞설 수 있는 자가 존재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의지가 대단하군, 순전히 노력으로 얻어낸 힘인가?'

장난스러운 미소가 이제는 입가에서 가신다.

완전히 소멸해버린 여러 개의 가시와 마법진.

"하아......"


하지만 온전하게 막아낸 것은 아니었는지 민호는 약간의 부상을 입었다.

타박상과 함께 리셸의 가시가 관통된 허벅지에서는 출혈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고통 따위는 견디는 것이 가능하다.


'최소한 일부의 상처만이라도.'

너무나도 멀쩡하다.

너무나도 태연하다.


물론, 입가의 미소는 사라져 진지한 전투를 임하게 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이것이 그녀의 본 실력은 아닐 터.


지휘관 중 최고의 실력자인 도민호가 이렇게 철저하게 무너지는 꼴을 그 어느 누가 볼 수 있을까.

자신조차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너 말이야."


리셸이 한 손으로 턱에 손을 받치며 말했다.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 없냐?"

민호가 흠칫한다.

"그게 무슨 뜻이냐?"


대충 어떤 답변에 오게 될 지 예상은 되었지만 회복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 정도의 실력이면 우리 쪽 가문에서도 준 간부급의 포지션은 맡을 수 있을 테고, 내가 우리 쪽 가주님과 측근이라서 너 하나 정도는 꽂아넣어도 상관은 없을 텐데."


다시 나타난 입가의 미소.

소름끼치도록 역겹다.

예상과 정확하게 들어맞는 대답이었다.

민호가 다시 한 번 질문한다.


"대체 너희들의 목적이 뭐냐?"

숨을 가쁘게 고르며 부상을 입은 다리를 바닥으로 꿇린다.

욱씬거리는 통증은 민호의 계수에 의해 아주 조금씩 완화되고 있었다.


"그런 걸 나한테 묻다니, 알려줄 수는 있어. 내가 제안한 조건을 듣는다면."

"네 녀석의 밑으로 들어오라는 것은 결국 침략자가 되라는 것인가?"


"아까부터 계속 침략자, 침략자 거리는데 우리는 정확히 '아이야인'이라는 종족명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리셸이 양팔을 옆으로 펼치며 말을 이어간다.


"우리들의 '왕'인 그 분의 계획을 미리 발설한다면 매우 곤란하지."

'왕이라, 역시 떠받들고 있는 존재가 있었나.'


예상은 했었지만 추측으로만 단정짓는 것과 직접 귀로 듣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정보는 얻었다, 그렇다면.'

민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리셸은 꿋꿋하게 양 팔을 펼친 채로 민호에게 다시 물었다.

"어때, 결정이 되셨어?"

퉤.


도민호가 바닥에 침을 뱉는다.

"꺼져라, 너희 같은 야만인들의 제안을 내가 들을 것이라 생각했나?"

"후훗, 사실 그렇게 말할 거라고 예상은 했어. 그럼 그냥......"

리셸의 비웃음이 선명하게 들린다.


그리고 곧이어 그녀의 완전한 답변이 귓가에 스쳤다.

"죽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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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6 소설믈리에
    작성일
    23.07.27 11:39
    No. 1

    어.. 신인작가에 맘에 드는 글이 보이면 댓글을 남기는 버릇이 있는데 다만 90%가 연(재)중(단)해서... 고민 결과 힘내시라고 글 남깁니다.. 다만 대화의 글이 조금 더 매끄러워졋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머지는 쓰시다 보면 괜찬아지시는 분들이 많이서 ㅎㅎ 좋은글로 200화 넘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추신 답장 안해주셔도 되고, 매번 글을 남기진 않으나 읽고 있습니다. 하트 안누를때도 있어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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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레퀴엠(24) 23.08.02 90 1 12쪽
23 레퀴엠(23) 23.08.01 92 3 12쪽
22 레퀴엠(22) 23.07.31 99 1 13쪽
21 레퀴엠(21) 23.07.30 102 2 12쪽
20 레퀴엠(20) 23.07.29 107 2 12쪽
19 레퀴엠(19) 23.07.28 108 1 11쪽
18 레퀴엠(18) 23.07.27 120 1 11쪽
» 레퀴엠(17) +1 23.07.26 133 2 12쪽
16 레퀴엠(16) 23.07.25 151 2 12쪽
15 레퀴엠(15) 23.07.24 168 3 12쪽
14 레퀴엠(14) 23.07.23 168 2 12쪽
13 레퀴엠(13) 23.07.22 18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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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레퀴엠(9) 23.07.18 254 7 12쪽
8 레퀴엠(8) 23.07.17 322 4 11쪽
7 레퀴엠(7) +1 23.07.16 345 5 12쪽
6 레퀴엠(6) 23.07.15 39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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