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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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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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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21)

DUMMY

Episode 20 - 펑션 메모리 4


천상호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찻잔을 들었다.

허브향이 솔솔 풍긴다.

"흐음."


찻잔 속에 보이는 주황빛 액체에 눈을 맞추며 서서히 목구멍으로 밀어넣는다.

따뜻한 기운이 목 전체를 감싸고 사라진다.

"내일이다."


"내일, 말씀이십니까?"

상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내일 오후 2시. 민윤찬 지휘관의 징계 공동위원회를 열어야겠어. 지휘관급 이상의 간부들은 모두 소집시켜."


"받들겠습니다."

"가봐."

진명이 목례를 마친 후 전대장실의 문을 열고 나온다.

"......, 여기까진가?"


중저음 보이스가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


아레나 룸.

'거칠다.'

투박한 주먹이 윤찬의 눈 앞으로 날아온다.

피하는 것이 어려운 공격은 아니다.


윤찬의 상체가 숙여지며 찰랑거리는 머리칼 위로 정혁의 정권이 흘려 지나간다.

"음?"


곧이어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백색 오라의 주먹.

몸을 뒤로 젖힌다.

후웅- 하며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정혁의 주먹에 이어 몸체가 공중에 뜬다.


"동작이 너무 커요."

"알아요."

"네?"


정혁의 대꾸와 함께 옆에서는 붉은 구가 날아온다.

'이건?'

너무 늦게 알아차린 터라 피할 틈이 없다.

그대로 옆구리쪽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난다.

"그리고."


정혁이 재빠르게 윤찬의 제복 깃을 잡는다.

곧이어 두 손에 발현되는 백색 기.

"이건 어떠십니까?!"


기의 힘으로 인해 민윤찬을 손쉽게 들었다.

정혁은 제복 깃을 잡고 있는 채로 윤찬의 몸체를 바닥으로 꽂아버린다.

쾅-!!


"지렸어, 너!"

윤 설이 다가와 구를 뾰족하고 길게 다듬는다.

"이건 선물!"


그녀의 붉은 바늘이 윤찬에게 꽂히기 직전.

샤라락- 소리와 함께 윤찬의 모습이 사라진다.

사람없는 바닥에 그대로 윤 설의 바늘이 꽂힌다.

"ㅁ, 뭐야, 어디갔어?"


가루처럼 흩날리며 사라진 윤찬의 신체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 맞춰보는 합이라 그런지 연계가 미숙한 점은 있네요."


윤 설과 정혁이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윤찬이 옷을 터는 모습이 보인다.


"뭐야, 텔레포트 같은 것도 할 수 있어요?"

정혁의 물음에 윤찬이 무표정으로 대답한다.


"미숙하지만 가능은 하죠, 일반적인 강자들에 비해 시전시간이나 이동거리에 한계점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윤찬이 왼쪽 팔을 원형으로 돌리며 말을 잇는다.


"방금 공격의 파훼법이 텔레포트에만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공격은 일반적인 방어술만 시전해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그렇다면 어째서......?"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보여주기 위해......?"


윤찬이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일반적인 발현자가 아닌 헥토마 펑션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인간들입니다. 헥토마 펑션은 계수의 힘을 폭발시키는 것뿐만이 아닌 다른 신체의 기능 또한 대폭 상향시키죠."


윤찬의 형체가 다시 한 번 사라지더니 윤 설과 정혁의 반대편에서 나타난다.

"머릿속에 집어넣으세요, 이 시전을.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데에 시전되는 계수 흩뿌림의 형태를."


"하지만 저희는 아직 아무것도......"

윤찬이 위에서 아래로 손날치기를 시전한다.

정혁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지며 두 팔을 교차시킨다.

퍽-!


"크윽!"

통증이 몰려온다.

뼈에 금이라도 간 것일까.


"눈에 새겨넣으세요,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일만큼 정교하게."

윤찬이 양 손을 교차하여 계수를 응축시킨다.


다시 한 번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공격.

정혁이 거리를 벌린다.


"텔레포트 뿐만 아니라 저의 모든 공격 패턴과 테크닉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전투 스타일을 경험해보아야 비로소 헥토마 펑션이 진정한 잠재력을 불태울 것입니다."


X 자로 뻗어나가는 참격이 정혁의 코 앞에 위치한다.

정혁이 양손을 펼쳐 원을 그린다.


그러자 원형 보호막이 생성되어 윤찬의 크로스 참격을 막아낸다.

폭음과 함께 연기가 아레나 룸을 덮친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라는 거잖아요."


윤 설의 눈에서 붉은 오라가 발현되며 오른손에 장착된 계수에서 참격이 발사된다.


위력을 거세지 않지만 그 자체로써 중압감이 느껴진다.

반경 1미터에서 쏘아진 참격인지라 윤찬 역시 제대로된 방어를 할 수 없었다.


윤 설의 참격이 그대로 윤찬의 신체와 맞부딪쳤다.

'파훼를......!'


막고있던 양 손 중 왼손을 옆으로 치며 참격을 날려버린다.

파악- 하고 튀어오른 붉은 참격이 아레나 룸 벽면에 부딪힌다.


"팔 아파라."

윤 설이 어깨 쪽에 통증을 느꼈다.

'갑자기 힘을 팍 줘서 그런건가?'


박수 소리가 들린다.

"후우, 직격타로 바로 꽂아버리시네요. 굉장히 터프하신데."

"그렇게 가까이서 하면 반응 못할거라 생각은 했어요."

"실제로 못하긴 했습니다."


파악-!

"음?"

윤찬의 고개가 돌아가는 동시에 아래 쪽에 가격되는 주먹.

그리고 빠르게 턱을 위로 올려버린다.


"연타는 이렇게 하는 거 맞죠?"

윤찬의 턱이 욱씬거린다.

이어서 윤 설의 돌려차기가 복부에 맞닿는다.


윤찬이 빡- 소리와 함께 몇 미터를 날아가 벽에 처박힌다.

"놓치면 안돼!"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둘이 동시에 달려간다.


'저 괴물에게는 틈을 주면 안돼!'

윤찬이 입가를 손으로 닦으며 달려온다.

앞장서 뛰어가며 윤설은 주먹을 내지르는 모션을 취한다.


'위다, 그럼 난......'

정혁이 자세를 낮추며 달린다.

'아래!'

다리에 계수를 응집시키고 로우킥 자세를 시전한다.


"이건 너무 뻔해요."

윤찬이 몸을 공중에서 회전시켜 두 사람의 공격을 동시에 피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타격이 윤 설과 정혁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날아간 몸체가 바닥에 꼬꾸라지며 정혁의 입가에 흥건한 피가 묻어나왔다

'뭐지, 이건....? 갑자기 말도 안되는 속도가 나왔어.'


흐려지는 초점을 윤찬에게 맞춘다.

푸른 오라가 그의 몸 주위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축하합니다, 이제 어느 정도 감은 익히신 것 같으니 2페이즈로 돌입해보도록 하죠."

네?


"뭐하세요? 빨리 일어나지 않고."

"어..., 아니 그게..."

그런 게 있다고는 말 안했잖아요, 이 양반아.

"잘됐네."


윤 설이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선다.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거지? 그럼 나도 제대로 간다?"

그녀가 주먹을 쥔 채로 자세를 잡는다.

입가의 미소가 정혁의 눈에 들어온다.


'뭐야, 저 여자. 아까까지만해도 아프다고 징징거리던 사람이......'

머릿속에서 커다란 물음표가 그려진다.


'흠......, 시작된건가? 진도가 너무 빠른데.'

정혁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윤찬에게는 보인다.

갑작스럽게 흘러나오는 그녀의 투기가.

육체에서 뿜어져나오는 붉은 에너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믿어도 될 정도로 투기가 엄청나다, 게다가.......'

윤찬이 윤 설의 입가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미소를 응시한다.

'고통이 숨겨질 정도로 전투에 쾌락을 느끼고 있다.'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몇 번 훑어본 후.

'헥토마 펑션의 각성이 시작됐다, 그것도......'

윤찬이 자세를 잡는다.

'광전사로?!'


백조전대 헥토마 펑션의 1차 각성자.

광전사 윤 설.


'그렇다면 나도 똑같이 육탄전으로 상대해줘야지.'

"뭐해, 안들어와?"

윤 설이 손을 까닥거리며 들어오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엄청난 패기가 눈에 돋보인다.


'확실하네.'

정적이 몇 초 간 지속되자 윤 설이 지친 듯 다리를 땐다.

"그럼 내가 먼저 가줄게."

엄청난 속도로 앞을 치고 나가 곧바로 윤찬의 앞에 도달한다.


'음?!'

당황한 윤찬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내가 아직 말 안했지......?"

윤 설이 몸을 뒤로 돌리며 상체를 낮추고 하체를 올린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회축을 시전한다.

윤찬이 팔을 세워 방어한다.

계수를 실은 고속의 다리가 그의 팔에 맞닿는다.

빡-!


유연한 몸놀림과 함께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윤 설이 다리를 내려 반대로 몸을 돌려 옆 돌려차기를 선보인다.

회천축에 힘을 실어 가속도가 붙은 발현자의 하체는 가히 엄청난 위력을 자랑한다.


'일단 뒤로 빠지자.'

윤찬이 현란한 스탭을 밟으며 후퇴한다.

옆 돌려차기는 빗나갔지만 그녀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윤 설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았다.


"나 태권도 국가대표 선출 출신이야."

꽤나 중압감있는 아우라가 몸 전체에서 발산된다.

윤찬이 호흡을 가다듬는다.

'흠....., 잠재력은 저 쪽이 더 우위라고 생각했는데.'

눈길을 정혁에게로 옮기다가 다시 윤 설에게로 맞춘다.


'이쪽도 만만치 않잖아?'

미소가 절로 흘러나온다.

"웃어? 웃음이 나오긴 하나보네."


윤 설이 가드 자세를 취한 상태로 목을 돌린다.

관절 소리가 아레나 룸을 메꾸자 윤찬이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럼 일단 가볍게.'


빠르게 잽을 두 번 날린다.

오른쪽, 왼쪽.

여유롭게 윤찬의 공격을 피한 윤 설이 복부 쪽으로 파고든다.


'판단이 빠르다, 잽 연타를 파훼하고 바로 치고 들어왔어.'

확신할 수 있다.

"태권도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군요?"

"눈치채셨나보네?"


윤 설이 짧게 다리를 회전시켜 로우킥을 시전하고 복부에 바디 블로를 가격한다.

계수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잠재력이 점점 폭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2차 각성 단계도 그렇게 머지 않았어.'

"타격으로는 나한테 안되나 보네?"

광기어린 미소가 윤찬의 눈에 들어온다.


윤찬이 가드를 내린다.

"이렇게 투박한 스타일로 싸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딱히 숨기고 싶어서 숨긴 건 아니지만. 근데 그 쪽......"


순간 윤 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 가드를 내리셨네?

"이제 필요 없으니까요."

윤찬의 태연한 말투에 그녀의 미간이 움찔한다.


"갑자기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

윤 설이 박차고 달려가 잽을 휘두른다.

하나, 둘, 셋, 넷.

하지만 내질러지는 정권이 윤찬에게 닿지 않았다.


"무, 뭐야, 피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흘리고 있으니까요."

"뭐라고?"


윤찬은 윤 설의 주먹을 최소한의 손동작을 이용해 옆으로 흘려보냈다.

열 번도 넘게 내지른 주먹이었는데 단 한 번도 닿지 못했다.

"말도 안 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유효타를 몇 번......"


"격투 기술로 방어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 뇌에 축적된 계수의 감각을 폭발시켰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전자인 저보다 하위의 능력자인 윤 설씨의 움직임을 슬로우 모션처럼 눈에 새길 수 있죠.


"그래서 지금?"

- 눈치채셨나보네.

"시발."


팍-.

윤찬이 손날로 윤 설의 뒷목을 치자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다.

털썩- 소리와 함께 미동이 없어진 윤 설을 바라보며 윤찬이 나지막하게 말한다.


"대단했습니다, 윤 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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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레퀴엠(22) 23.07.31 10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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