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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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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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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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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6)

DUMMY

Episode 15 - 헥토마 펑션


윤찬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부대장실에서 나와 다시 아레나 룸을 향해 걸어가는 중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에게 과부하가 오는 것만은 막아야 해.'


명확한 해답이었지만 그것을 실현하는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동반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얀 벽지로 도배된 벽면의 색체가 변한다.


본인마저 뇌 과부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어지러운 정신을 바로 잡기 어려워진다.

아레나 룸의 문을 열었을 때, 정혁과 윤 설은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게 했군요."


덤덤한 말투로 두 사람에게 다가간 윤찬은 깜짝 놀란다.

"이제 조금 더 다듬어졌어요."

정혁은 두 손에서 5 센치 공중에 떠있는 백색의 구를 보며 말했다.

처음 선보였던 것보다 약간 섬세해진 모습이었다.

"이건?"


"내면 공간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윤 설이 윤찬을 응시하며 말한다.

"내면 공간이라고요?"


"아, 이거 만들 때 약간 아무도 없는 머릿속 세계에 들어가서 도자기 공예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내면 공간이라고 불러 봤어요."

특이한 표현을 내보인다.


"내면 공간에 처음 진입해서 구를 만들때는 뭐랄까, 손 움직임이 익숙치 않아서 정교한 작업을 거치는 게 불가능 하더라고요. 그런데 몇 번 과정을 겪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런가 조금 더 완성된 구 형태로 다듬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게 무슨......?"

그 말은 즉슨, 윤찬이 아레나 룸을 나갔다 들어온 그 짧은 시간 동안 헥토마 펑션의 힘을 몇 차례 더 끌어냈다는 말이 된다.

"윤 설씨."


윤찬의 경건한 말투에 윤 설이 경직된다.

"ㄴ, 네?"

"잠시 자리에서 일어서보세요."


윤 설이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윤찬이 아레나 룸 내부를 눈알을 굴리며 둘러본다.

'어디 마땅한 스팟이....., 음? 저긴가?'


아레나 룸 동쪽 구석탱이를 가리킨다.

"윤 설씨, 지금 생성시킨 구를 제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 던져보세요."

윤 설이 가늘게 뻗어있는 윤찬의 검지를 눈으로 응시한다.

"네, 그건 왜요?"


"아, 확인할 게 있어서요."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는 윤찬을 바라보며 갸우뚱하는 윤 설.

하지만 머지 않아 두 손으로 구를 잡아 있는 힘껏 벽에 던진다.

퓨웅---!


쾅!!!

동그란 힘의 원천이 벽에 빠르게 날아가 폭발했다.

연기가 가시자 약간 찌그러져있는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찌그려졌어......?'


여성의 육체라 직구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무리 보호를 해제했다고는 하더라도 내 룸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니.'

"부숴졌어? 이거 원래 부숴지지 않는 방 아니었나요?"


"제가 계수 보호막을 해제시켰어요."

윤찬이 자리에 앉는다.

"여러분, 잘 들으세요."

"네?"


뭔가 정숙해야할 것만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자, 설명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바로."


헥토마 펑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정혁과 윤 설에게 설명했다.

그 시간동안 두 사람은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표정에서 당혹스러움이 드러났다.

"진짜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뭐,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윤찬 뿐만 아니라 조하나 역시 동일한 리액션을 보였으니까.


"그러니까 윤찬씨 말은, 저희 둘이 소위 말하는 천재의 반열에 든 사람이라는 거에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는데요."

"아, 아니었군요."


확률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미 벌어난 일에 대해 말을 더 할 필요가 없었다.

"헥토마 펑션이 폭발했으니 이제 여러분들의 몸에서 과부하가 시작될 겁니다."

"과부하가 뭐에요?"


좋은 느낌의 단어는 아니었다.

느낌적으로 그랬다.


"신체가 몸에 축적된 거대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현상을 말하죠."

"......, 네?"

죽는다는 건가.


예상으로는 그렇게 들렸다.

"그 말은 즉슨, 저희가 죽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정혁의 질문에 윤찬이 고개를 끄덕인다.


"힘에 적응되지 않은 신체에서 갑자기 에너지가 쌓이다보면 에너지 자체가 강제 폭발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 지금 여러분들의 체내에서 조금씩 발현되고 있을 거에요."

"막을 수 있는 방법은요?"


"적응되게 만들어야죠."

간단 명료한 답변이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다면 세상에 안 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많이 힘들겁니다. 당연하게도 여러분들은 저와 같이 신체 훈련이나 실전 연습을 치룬 헌터가 아닐테니까요."


"운동은 조금 해봤어요."

윤 설의 말에 윤찬이 고개를 양 옆으로 돌린다.

"그런 것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행하는 예체능 운동이 아니에요."

고난이도의 헌터 전문 교육이 필요했다.


계속해서 힘을 끌어내어 폭발시킴과 동시에 체력을 길러 내구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니 일반적인 트레이닝으로는 과부하를 막을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뿐이다.'


"두 사람에게 지휘대의 자리를 주겠습니다."

"저희 두 사람에게요?"

정혁이 검지로 윤 설과 자신을 번갈아가며 가리켰다.


"네, 어차피 괴수들은 또다시 출몰할 것이고 두 분들은 이제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났습니다. 정식 절차만 받게 된다면 지휘대에 들어오는 것은 간단하죠."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 잇따를 것이 분명했다.

이례적으로, 15세가 넘는 일반인을 발현에 성공시켜 군대에 입영시킨 경우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승인이 나기 위해서는 전대장인 천상호의 동의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떻게 설득을 시켜야 한단 말이지, 당장 진명 대장님마저 불같이 화를 내시는 상황에서.'

곧 징계에 직면해야 하는 현재에서 정혁과 윤 설을 지휘대에 꽂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다.

"두 사람은 지금부터......"


윤찬이 둘을 노려본다.

"이곳에 감금될 겁니다."

"가, 감금이요?"

"네, 어차피 윗쪽의 동의가 있어야만이 지휘대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의를 받아내기 가장 쉬운 루트가 뭘까요?"


역질문에 윤 설이 답한다.

"상부의 마음을 사는 거죠."

"빙고, 그렇게 이해했다면 알겠죠. 제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힘을 키워주신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윤찬이 두 손에 글러브를 낀다.

아레나 룸의 백색 벽과 바닥이 초록빛으로 변질된다.

서서히 그라데이션이 들어가며 공간 내부의 모든 색이 뒤바뀐다.


"먼저 정확하게 아레나 룸의 원리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윤찬이 자리에서 일어서 룸의 벽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루어진 물질 자체는 계수입니다, 사실 다들 통칭 아레나 룸이라 부르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정식 명칭이 아니에요."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갸우뚱거리자 윤찬이 주먹으로 벽면을 친다.

쾅- 쾅- 쾅-!!


서서히 금이 감과 동시에 쩌적- 소리를 내며 충격을 준 부분이 무너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조각들이 가루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진다.


"이곳은 소위 계수로 이루어진 '필드'이죠. 두 분 모두 제 쪽으로 오시겠어요?"

정혁과 윤 설이 종종걸음으로 다가간다.

"방금 제가 깨트린 룸의 밖을 보세요."

정혁이 밖을 쳐다본다.


"엇?!"

동공이 커진다.

깨진 벽면 밖으로는 완전한 어둠만이 존재했다.


손을 밖으로 뻗어 뭔가 만져질까 궁금했지만 아무런 촉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다고?"


"아레나 룸은 이 장소에 들어오는 발현자가 직접 생성해내는 에너지 필드입니다, 그렇기에 발현자가 내뿜는 계수의 힘, 원천에 따라 색상마저 달라지죠."


'그래서 조하나씨가 이 룸에 들어왔을 때 색이 달랐던 건가?'

의문점이 풀렸다.


"본래 이 필드라는 공간은 시전자가 직접 깨부수지 않는 한 상처를 입지 않는 보호 공간이지만, 헥토마 펑션을 가진 이들이라면 다른 이야기가 되죠."

윤찬의 몸에서 오라가 방출된다.


"여러분들에게 미션을 드리겠습니다."

"터무니없는 말은 하지 않겠지?"

윤 설이 속삭인다.


"아레나 룸을 부수거나 저에게 일정 이상의 상처를 입히는 것. 둘 중 하나라도 성공하시면 미션 클리어입니다."

"말하자 말자 바로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네, 저 양반."


"근데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물론 확률 자체는 낮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요."

"갑자기 되게 긍정적이다?"

정혁이 씨익 웃는다.


"원래 사람은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잖아요."

"아까는 욕 존나 하더니, 키키."

윤찬이 글러브를 낀 손에서 관절 소리를 낸다.

우득- 우드득-

"준비는 되신거죠? 그럼 미션 시작하겠습니다."


------


치지지직-.

무전기 소리가 귀를 스친다.

[아, 아. 현위치 보고 바람.]


소형 무전기에서 기계음과 함께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민호는 무전기를 입에 갖다 대었다.

"1지휘관 도민호, 현재 강북대로에 도착했다."

몇 초 후에 기계음이 다시 들려왔다.


[확인 끝, 이상 무. 정찰 후 다시 무전 바람.]

"확인."


간단한 대답을 마지막으로 무전기의 전원을 껐다.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와 괴수들의 신체 일부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초록색 혈흔은 땅으로 스며들었는지 딱히 흥건해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 길을 따라 체크를 해둬야겠군.'

민호가 안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메모한다.

그르르르르르르-


분비물을 흘리며 다가오는 괴수의 소리가 민호의 귀를 스친다.

"왔나."

쿵- 쿵- 쿵-.

거대한 벌걸음 소리를 내며 5미터 몸체의 괴수가 눈에 들어온다.

"귀찮게."


괴수는 민호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근육을 과시하며 포효한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울부짖음과 함께 두 팔을 앞으로 뻗으며 달려오는 괴수.

민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표정으로 팔을 휘둘러 계수를 발사한다.

퓨웅--!! 콰광!!!


빠른 속도로 날아간 레이저가 괴수의 몸에 맞닿자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놈의 몸체가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한다.

"희한하군, 근방 구역 쪽의 괴수들은 이미 다 처리했을텐데."

궁금점이 생기던 찰나.

"어머."


우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음?"

민호가 흠칫 놀라며 목소리의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백색 머리를 지닌 리셸이 등장했다.

경계심을 품은 채로 민호는 리셸을 응시한다.


"제페토씨 말을 듣고 한 번 확인차 내려와봤는데 진짜였네?"

고개를 옆으로 90도 돌리며 사악한 미소와 함께 민호를 노려보는 리셸.

"그렇게 나약해빠진 몸에서 우리와 같은 힘을 방출해낼 수 있을 줄이야."


"누구냐."

중저음의 목소리로 리셸에게 묻는다.

민호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하자 리셸은 양 손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한다.


"어머, 무서워라. 딱히 싸우려고 온 건 아니었는데, 그런 표정에 목소리라니 너무한 거 아니야? 아니면......"


리셸이 가식적인 목소리로 말한 후 혀를 낼름거린다.

"나랑 조금 놀아줄 수 있니? 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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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레퀴엠(23) 23.08.01 92 3 12쪽
22 레퀴엠(22) 23.07.31 99 1 13쪽
21 레퀴엠(21) 23.07.30 102 2 12쪽
20 레퀴엠(20) 23.07.29 107 2 12쪽
19 레퀴엠(19) 23.07.28 10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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