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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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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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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2)

DUMMY

Episode 11 - 발현자 3



"자세 잡으세요."

조하나의 낮은 목소리가 아레나 룸을 가득 채운다.

묘한 압박감.

아니, 어디 그것 뿐이겠는가.


외관상으로 보아도 그녀의 힘은 범접이 불가한 듯 보인다.

어쩌면 민윤찬 그 이상의 힘이.


"저기, 하지만 윤찬씨께서 자신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안정을 취하라고....."

"그런 식으로 한다면 발현자가 되는 확률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낮아집니다."

조하나의 눈에서 보랏빛 오라가 발현된다.


"들으셨을지 모르지만 강제 계수 발현이란 자고로 몸을 어지간히 혹사시키지 않는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일. 치료 후 간단한 휴식이라면 로테이션을 돌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결국 쉽게 말해 쉴 틈을 주면 안된다는 건가.


말로만 간단히 뱉을 수 있는 '혹사'라는 단어가 꽤나 무겁게만 들려왔다.

어려울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였다니.

하지만 왜일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마음을 다잡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런데.


"저기 혹시 초능력도 사용하실 건가요?"

윤 설의 질문에 조하나가 한 쪽 입꼬리를 올린다.

"속도와 파워는 일반인의 수준에 맞게 적당히 조절해 드리겠습니다. 약간 따끔할 정도로만 말이죠."


왜 이렇게 믿음이 안가지.

하지만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 가볼까요?"

조하나의 두 구에서 전기파장이 일어났다.


파지직-

파지지지직-

몇 번의 스파크가 공중에서 튀더니 윤 설과 정혁을 향해 발사되는 구체.

"피해!!"


바닥으로 몸을 던져 하나의 구체를 피하는데 성공했다.

떨어진 구체는 스파크를 뿜어내며 그대로 폭발했다.

'확실히!'

피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고 위력이 그렇게 강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맞으면 많이 아플 정도.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맛보기 시간을 가져봅시다."

거대한 구에서 여러 개의 작은 구체가 다시 생성되었다.

"아, 저게 다 몇개야.....?"


숨을 고를 틈도 없이 하나의 구체가 계속해서 쏘아진다.

달리고 계속 달린다.

마치 두더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아니, 내가 마치 두더지가 된 것 같은 기분.

맹수에게 쫓기는 초식동물처럼 발이 터져라 달린다.

구르고, 뛰고, 몸을 숙이고.


'와, 진짜 이거 다이어트에는 제격이겠는데?'

왠지 모르게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공격을 피했을까.

세아릴 수도 없을 것 같던 그 때.


펑!

"끄악!"

뒤쪽이다.

정혁의 시야가 한정되어 있다는 틈을 놓치지 않고 하나는 그의 등 뒤에서 구를 생성해 던졌다.

정확히 등짝에 가격됐다.


상체가 저릿저릿함과 동시에 화상을 입었는지 뜨거운 감각이 느껴진다.

진짜 존나 아프다.

하나는 싱긋 웃어보이며 오른손을 들어 구를 끊임없이 생성시킨다.


"자, 조심하셔야죠. 공격이 무조건 정면에서 오라는 법은 없답니다. 최정혁씨."

진짜 개 얄밉다.

언젠가 발현자가 된다면 저 뺨이라도 한 대 떼려주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하나는 공중의 구를 소멸시켜 오른손에 거대한 뇌전창을 만들어냈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고 있는, 눈으로 보기에도 위험한 무기.

"근접전 역시 연습하셔야겠죠?"

'허......'


저런 위압감 넘치는 무기에 당한다면 얼마나 많은 고통이 찾아올 지 모른다.

죽어도 피해야 한다.

"그럼 갑니다."


하나는 뇌전창을 두 손으로 쥐며 윤 설에게 달려들었다.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지는 뇌전창.

콰과과과과광!!!

전격이 일어난다.


윤 설은 몸을 날려 옆으로 피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뇌전창의 공격을 눈 앞에서 직관했기 때문일까.

몸 전체에서 약한 스파크가 튀었다.

"호오, 그걸 피하다니...."


하나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흘긴다.

"헤에, 왕년에 운동을 조금 해서."

"조금 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자유롭게 휘둘러지는 뇌전창을 요리조리 피하며 윤 설은 바닥을 굴렀다.

"그 쪽도 가만히 있으면 안될텐데."

하나의 날카로운 눈매가 정혁을 노려본다.


곧이어 그녀의 형상이 정혁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촤악- 소리를 내며 백색의 뇌전창이 정혁의 몸체를 스치고 지나간다.

'와, 진짜 한대라도 맞으면 바로 뒤지겠다!'

정신을 바빡 차려야 한다.


도저히 속도로는 따라갈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계속 감각으로 피하고 있던 것이다.

'오, 역시.....'


하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정혁과 윤 설을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내 생각이 맞다면 이 두 사람은......'

그녀의 표정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보였다.


------


서울시 강남대로.

수십여 마리의 괴수가 2지휘대를 둘러싸고 있다.

초록색의 분비물이 괴수들의 입에서 뚝뚝 떨어지며 연기를 뿜어낸다.

"괜찮다, 동요하지 마. 그래봤자 놈들은 일개 괴수일 뿐이다."


윤찬은 당황한 지휘대에게 마인드 컨트롤을 시켰다.

'마음가짐이 무너지면 안돼, 그렇게 되면 정말 끝장이다.'

윤찬이 먼저 돌진한다.


단검에 푸른 오라를 발현시킨 채로 여러 참격을 날린다.

콰곽-- 쿠워어어어어어어!

괴수의 울부짖음을 뒤로 하고 윤찬이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하압!!"


이번에는 등에 차고 있던 장검을 꺼내 아름답게 휘두른다.

찌지지지직--

괴수의 몸을 반으로 가르자 초록색 피가 튀어나온다.

"우, 우와....."


지휘대들은 윤찬의 움직임에 감탄한다.

백조전대 지휘관 소속 중에서도 1지휘관인 도민호를 제외한다면 가장 강하다 일컬어지는 인물.

병사들의 사기를 충족시키기엔 충분했다.


"와아, 민윤찬 대장님 만세!"

"우리도 해보자!"

"그래, 저런 멍청한 녀석들에게 당하고 있을 수는 없지."

윤찬은 장검의 초록색 피를 털어낸다.


'성공한 건가?'

지휘대가 다시 진열을 정비한다.

윤찬이 말한다.


"지시는 없다, 각자 훈련 때 배웠던 전략으로 싸워라!"

"네, 알겠습니다!"

갖가지 공격 마법이 괴수들에게 덮친다.


괴수들은 지능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생각이라는 정신적 과정을 겪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세를 낮춰 달리기 시작한다.

'스피드에는 자신이 있다!'


순식간에 괴수들의 발 아래까지 도달하며 아킬레스건을 그어낸다.

촤악- 촤락-

초록색 피가 분비됨과 동시에 괴수들이 주저앉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빠른 속도로 베어낸다.

그 사이 지휘대는 여러 공격을 감행한다.

핸드 메이지들이 광역기를 운용하면 소드메이지들이 마무리하는 방식.

윤찬보다는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괴수들을 제압해 나가기 시작한다.


"뭐야, 숫자만 많을 뿐이지 개체 자체가 강하진 않잖아??!!"

이쑤시개처럼 쓰러지는 괴수들에 당황한 지휘대였지만 그것은 좋은 신호였다.

타격없이 빠르게 사냥할 수 있다면 맹수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래도 혹시 몰라, 방심은 하지 마라!"

"네!!!"

각종 마법과 참격들이 빗발치듯 일어나면서 마지막 괴수가 쓰러진다.

약 스무 마리의 괴수 개체가 완전히 전멸했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 들어왔지만 그런 것은 사소한 문제였다.

"와, 이겼어!"

"이 새끼들, 막상 덤벼보니 별 거 아니잖아?"

"너 아까 몸 덜덜 떨고 있는 것 같던데?"


환호의 목소리가 대로에 울려퍼지고 윤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처음으로 실전에 돌입한 지휘대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였지만 그런 고민은 이미 머릿속 구석에 있는 공허로 빨려들어간지 오래였다.


그렇게 환호를 즐기고 있을 때 쯤.

"호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나 연륜이 있어 보이는 공기의 파동.


윤찬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목소리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나 쉽게 소환수들을 물리치다니 이거 보통이 아니군."

"흐음??!!"


윤찬의 눈에 노인의 형상이 보인다.

허리가 굽은 형태가 아닌 건장한 노인의 모습이.

백발의 머리와 수염을 지닌, 마치 무협 만화에서 나올 것만 같은 얼굴에 하얀색과 붉은색이 화려하게 조합된 제복을 입은 채였다.


그는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지휘대를 내려다본다.

"인간 종족들 중에서도 이런 강력한 기를 다루는 존재들이 있을 줄이야."

지휘대가 일제히 노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뭐, 뭐야?"


"공중에 떠있잖아?"

"다른 부대의 간부인가?"

지휘대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노인의 귀를 스친다.

"아, 조금 시끄러운데."


노인이 손날을 뻣뻣하게 세워 손짓을 한다.

"뭐, 뭐하는 거지?"

윤찬이 긴장한다.

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위압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섣불리 덤비면 안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푸슉-

"커, 커헉!"

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진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검은 가시가 지휘대 병사의 목을 찌른 채였다.

"커, 커헉, 이, 이게.....!"

"어, 어?!!"


병사들의 몸이 굳어있다.

벌어진 상황에 대해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듯 두 동공이 크게 뜨여진다.

곧이어 가시가 대지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병사의 몸체가 바닥에 떨어진다.

""으, 으아아아아!!!""


병사들의 비명.

일제히 진열을 대비한다.

"저, 적이다!!"


동료의 죽음에 잔뜩 긴장한 지휘대가 입술을 꽉 깨물기 시작한다.

윤찬의 눈에서 붉은 기가 발현된다.

"너, 뭐냐!"


분노가 느껴진다.

그리고 강한 상대다.

이때까지 상대했던 일반 괴수와는 다른 형태의 강함.


내뱉는 말들로 보아 지구인은 아닌 것 같았다.

노인이 씨익 웃어보인다.


"그렇게까지 경계를 하다니, 나는 지금 자네들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네만."

관자 쪽을 검지로 긁으며 눈알을 굴리는 노인.

윤찬이 두 손에 힘을 세게 준 채로 단어를 뱉는다.


"내 부하를 죽여놓고 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보군."

"아."

노인은 주먹을 쥔 후 입으로 가져가 헛기침을 하였다.


"나이를 먹으니 귀가 예민해져서 말이야, 특히 웅성거리는 소리에 귀가 떨리는 버릇이 있어서."

윤찬이 몇 발자국 앞으로 내딛더니 장검을 노인에게로 겨눴다.


"오, 그거 꽤나 화려한 장검이로군. 그리고 괴상한 기운 역시 느껴지는데."

윤찬은 노인의 혼잣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

"윤찬 대장님, 저희도 돕겠습니다!"


"아니, 너희가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은 아니야. 어서 여기서 벗어나서 다른 지휘대를 불러 와라."

"하지만......!"

윤찬은 알 수 있다.

그의 강함을. 이 중압감을.


보이지 않아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실로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었다.

"어서 가!"

윤찬의 단호한 말투에 지휘대가 움직인다.


"나는 너희들에게 가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없다."

노인이 손날을 세워 손짓을 선보이려 한다.

"어이!"


윤찬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노인의 몸체를 겨누며 검을 휘두른다.

"넌 나랑 놀자!"

콰과광!!!


노인의 몸체 주변에 구 형태의 방어막이 생성된다.

그레이 빛깔로 이루어진 검은 기운.

윤찬의 검이 생성된 방어막에 막혔다.


검은 스파크가 두 사람의 주변 뿐 아니라 대로에 영향을 준다.

살기를 지닌 눈빛으로 윤찬이 노인에게 묻는다.

"민윤찬이다, 네 놈의 이름은?"

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제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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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레퀴엠(22) 23.07.31 100 1 13쪽
21 레퀴엠(21) 23.07.30 102 2 12쪽
20 레퀴엠(20) 23.07.29 10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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