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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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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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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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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31)

DUMMY

Episode 30 - 헥토마 스피릿


인원들이 모두 탑승하자 두돈반 차량이 덜컹- 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백조전대.

2 지휘대의 일원들은 서로 자신이 죽인 괴수의 숫자를 공유하고 있었다.


"난 아마, 17마리쯤 되려나......?"

"뭐야, 어떻게 그렇게 많이 죽였냐? 나는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10마리가 고작이었는데."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쉼표 머리의 남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야, 그 정도면 진짜 몇 마리 죽이고 나서 어디 짱박혀있던 거 아니냐?"

"아, 진짜 발바닥에 불 나도록 뛰었다니까."


윤 설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누가 몇 마리를 죽였다, 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최정혁이 보여준 알 수 없는 힘.

각성의 단계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미지의 힘이 발현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 조하나조차도 기이함을 드러낼 정도라면 예상 못할 범주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겨있는 도중.

"저기, 윤 설씨."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건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예, 예?"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고개를 돌리자 송재승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윤 설씨는 몇 마리정도 토벌하셨나요?"

"아, 그게......"


눈알을 위로 올려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한 4마리 정도 였을까요? 하하하......"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에 재승은 손뼉을 치며 과한 반응을 내보였다.

"오오오, 고작 발현자가 된지 며칠 되지도 않으셨는데 4마리나 때려 잡으셨다니! 이것이 바로 헥토마 펑션의 소유자인가요?"


과한 리액션이 부담스러웠는지 두 손을 앞으로 내미는 윤 설이었다.

"아,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봤자 잔챙이들 몇 마리였는걸요. 그리고 다른 분들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숫자잖아요."


윤 설의 겸손한 말투에도 재승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렇게 겸손하실 필요 없습니다. 고작 며칠밖에 되지 않은 신입이 토벌에 성공한 것부터가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이죠!"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 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그나저나......"

재승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까부터 정혁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 어디에 계신걸까요?"

"아......! 괴수와 싸우다가 머리를 조금 다쳐서요. 지휘부대장님이 따로 엠뷸런스 차량에 태워 보내셨어요."


재승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아마, 금방 다시 좋아질거에요."


윤 설은 긍정적인 미소를 지었다.

"키키키, 과연 그럴까.....?"

"네, 뭐라고요?"

그녀의 물음에 재승은 밝게 웃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두돈반 차량은 이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


백조전대 B관 치료실.


병상에 누워있는 정혁의 양 옆으로 윤 설과 조하나가 서있다.

하나는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윤 설에게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자,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말해봐요."

하나의 물음에 윤 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그냥 기절했던 정혁이가 일어난 줄로만 생각했어요."


------


두 시간 전 강남 대로변.


"진짜 시발."


윤 설이 정혁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그래도 나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정혁의 축 늘어진 육체가 아스팔트에 힘없이 맞닿는다.


"해야겠지?"

그녀는 지친 몸을 내세워 웨어울프의 앞을 가로막았다.

윤 설은 바닥에 누워있는 정혁을 바라본다.


"누나, 일 한번만 더 하고 올게."

썩은 미소를 지으며 긴장을 풀었다.


눈 앞의 웨어울프는 미간이 찌푸려진 채로 윤 설을 향해 금방이라도 돌진할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하, 미치겠네. 하필이면 지금 이 상태에......'


몸 전신이 통증에 잠식되어 있다.

공격 한번이라도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하지만 해야 한다.


그녀가 아니라면 어느 누가 웨어울프의 상대를 할 수 있겠는가.

"후우, 그래. 해보자!"

목소리에 기합을 넣은 채로 전신의 힘을 풀었다.


곧이어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계수.

그런데.


"어, 뭐야? 이건 느낌이 다른데?"

윤 설은 단 몇 초만에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내 힘이 아니야.....!'


그녀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름을 돋으며 정혁에게로 눈을 돌렸다.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어야 할 그의 모습이 사라져있다.

"무, 뭐야?"


흑과 백의 기운을 동시에 내뿜고 있는 정혁의 형체가 보인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니, 거의 꺾였다고나 할까.

팔이 아랫 방향으로 축 늘어진 채 서있다.


"저, 저거 최정혁이 맞긴 한거야?"

식은땀이 등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린다.

웨어울프 역시 눈 앞의 강적에 의해 공포를 느끼고 있다.


크르르르르르르르-!

자신보다 강한 상대인 것을 인지했는지 놈은 두려움을 억지고 숨기며 이빨을 드러낸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


거세게 포효한다.

강한 적을 상대로 기죽지 않았다는 블러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혁은 정신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런 의미없는 블러핑이 먹힐 리가 만무했다.


정혁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천천히 팔을 들어올렸다.

정면으로 손을 펼쳐 웨어울프를 조준한다.

그의 손목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흑과 백의 계수가 가득 채워진다.


슈슈슈슈슈슈슈.....

"뭐, 뭐하는 거지?"

윤 설은 미동자세로 정혁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우드드드득!

정혁이 손을 쥐자 웨어울프의 관절이 부숴지는 소리가 들린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

입에서 분비물이 대량으로 흘러나오며 거대한 울음소리가 귀를 스친다.


괴상하게 꺾여버리는 팔과 다리가 360도로 돌아가며 놈이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맡긴다.

힘없이 쓰러지지만 아직 약간의 숨은 붙어있는지 헐떡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 크르르르....!

두려움 가득찬 눈빛으로 정혁을 노려보지만 이윽고 다음 공격이 연계되었다.

그의 손에서 발사되는 계수포가 웨어울프의 육체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렇게 놈은 목숨을 거뒀다.

눈알이 튀어나오고 뼈의 잔해와 내장 조각들이 곳곳에 퍼졌다.

윤 설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믿을 수 없는 일.

둘이서 붙어도 고난이 잇따를 괴수가 손가락 몇 번 까닥하는 것만으로 죽어버렸다.

그것도 방금까지 의식이 없던 사람에 의해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제정신을 가다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혁이 윤 설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눈빛 자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를 적으로 의식하고 있는 거야.'

싸워야 할까.

아니면 대화를 시도해야 할까.

두 가지의 선택지가 그녀에게 혼란을 선사했다.


그 때.


------


"부대장님이 도착했던 거에요."

"타이밍 꽤나 잘 잡았었네."

하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무슨 현상이지? 지금까지 수많은 발현자들을 봐왔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새로운 에너지인가?'

정답이 없는 질문을 수십시간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도출될 리가 없다.


하지만 하나는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을 알고 있었다.

"일단 치료부터 시작해봅시다."

치료실 내부 유리함에서 작은 알약통 두 개와 푸른 빛의 액체가 담겨 있는 주사 앰플을 꺼냈다.


"정혁 씨가 깨어난다면 무언가 알아낼 가능성도 있겠죠."

하나는 곧바로 치료제가 들어있는 주사를 정혁의 오른팔에 꽂았다.


------


"으, 으으으......"

정혁은 곡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아무것도 없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그 무엇하나 느껴지지 않고 만져지지 않으며 감각기능이 마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혁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자신이 현재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어디가 북쪽이고 어디가 남쪽인가.


그는 정처없이 소리를 질렀다.

"저기요, 누구 없어요??!!"

있는 힘껏 질러보지만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하아, 하아, 여기는 대체......?"

가만히 있어봤자 답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정황상 그런 사고회로가 돌아가지 않았다.

"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정혁은 정처없이 걸었다.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지만 달리 방법은 없었기에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찾을 뿐이었다.


"거, 걸어가면 뭐라도 나올까?"

뚜벅뚜벅.

발의 촉감도 느껴지지 않는 암흑 공간에서 앞으로 전진했다.

아니, 어쩌면 앞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희미한 결정들이 정혁의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얀 빛깔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지금 지나가는 건 뭐지?"

또다시 답이 없는 문제에 의문점을 던진다.

결정들이 하나 둘씩 지나가고 곧이어 수십,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작은 조각들이 허공을 떠돌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곳은 뭐하는 공간이야?"

결정들이 정혁의 얼굴과 팔을 스쳤다.

그리고 저 멀리서 한 줄기 빛이 보인다.


고작 몇 센치에 달하는 작은 크기였지만.

"밖으로 나가는 통로인가?"

어중간한 추측이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정답일 수도 있었다.


그는 한 걸음씩 내딛다가 점차 달리기 시작했다.

눈 앞을 가로막는 수 만개의 결정을 쳐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작은 빛의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가까워지고 있어......!"


계속해서 혼잣말을 내뱉으며 쉴새없이 달렸다.

그렇게 2분 여가 지났을 때.

정혁은 그 빛의 형상 앞에 도착했다.


그의 예상보다 더욱 거대한 원형의 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까지 정혁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던 결정들도 다 이 빛의 형상에서 나온 물질들이었다.

"어떻게 하지?"


정혁은 손을 앞으로 내밀어 빛의 형상을 어루만졌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분명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감각이 소멸된 듯 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확하게 느껴진다.

이윽고 허공을 떠돌던 수 많은 결정들이 정혁에게 쏘아진다.

"윽??!!"


당황한 정혁이 몸부림친다.

"이거 뭐야, 저리 가!!"

몸에 붙은 결정들을 떼어내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제는 그의 얼굴마저 잠식할 정도였기에 시야마저 가려졌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빛의 형상이 결정으로 메워진 정혁의 육체를 감쌌다.


정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처음에는 따가운 감촉과 함께 불쾌함이 느껴지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그리고 몸이 붕 뜨기 시작했다.

마치 허공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보랏빛 형체가 보이더니 완전히 눈을 뜨자 아까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은하수와 같은 형상들이 보였다.

허공을 떠돌고 있는 수많은 크기의 결정들이 행성처럼 흩어져 있다.

그리고 오로라 형태의 보랏빛 줄기가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와아......!"

두 눈을 크게 뜨며 주변을 둘러본다.

"예쁘다."

마치 우주 공간 안에서 떠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무렵 거대한 결정 하나가 폭파되며 그 속에서 금발 머리의 남성이 나타났다.

"아아아......!"

그 남성은 자신의 얼굴을 손에 파묻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계율이, 어긋나버렸어......, '그 분'을 볼 면목이......!"

화려한 보석들이 치장된 상하의를 입고 있는 남성이 폭파된 결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면의 거울이 깨져버린 이상 방법은 단 하나뿐이야."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조금 중얼거리다가 정혁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눈을 부릅뜨며 시선을 옮겼다.

"당신은......"


가늘게 뜬 눈으로 정혁의 얼굴을 응시하며 다가온다.

남성이 움직일 때마다 찬란한 빛이 잔상처럼 남는다.

이윽고 정혁의 코 앞까지 다가온 남성이 그의 모습을 면밀히 살핀다.


"아, 당신이었군요. '왕'에게 선택받은 자가."

"ㅇ, 예......?"

정혁의 표정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게 뭔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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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퀴엠(31) 23.08.09 74 1 13쪽
30 레퀴엠 (30) 23.08.08 80 1 12쪽
29 레퀴엠 (29) 23.08.07 72 1 12쪽
28 레퀴엠 (28) 23.08.06 76 2 13쪽
27 레퀴엠 (27) 23.08.05 82 3 12쪽
26 레퀴엠(26) 23.08.04 83 2 12쪽
25 레퀴엠(25) 23.08.03 87 2 12쪽
24 레퀴엠(24) 23.08.02 90 1 12쪽
23 레퀴엠(23) 23.08.01 92 3 12쪽
22 레퀴엠(22) 23.07.31 100 1 13쪽
21 레퀴엠(21) 23.07.30 103 2 12쪽
20 레퀴엠(20) 23.07.29 107 2 12쪽
19 레퀴엠(19) 23.07.28 109 1 11쪽
18 레퀴엠(18) 23.07.27 1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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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레퀴엠(16) 23.07.25 1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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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레퀴엠(9) 23.07.18 25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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