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2,104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09.11 21:00
조회
34
추천
1
글자
12쪽

레퀴엠(63)

DUMMY

Episode 62 - 파괴자 15



서울 강남의 지하 - 최정혁, 윤 설 사이드.

"후우.......!"

파앗-!

정혁이 보기 좋게 뛰어올라 계수포를 날렸다.


궤도를 돌며 날아간 계수포가 사우루스의 육체에 정통으로 가격되었다.

폭음과 함께 붉은 폭렬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정혁은 바닥으로 착지하여 부어오른 오른팔을 부여잡았다.


"으윽!"

눈을 감으며 통증을 잊어보려 하지만 효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곧이어 연기 속에서 외눈의 빛을 빛내고 있는 괴수가 등장했다.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을 보이자 정혁이 기겁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이었는데 이 정도로 단단한 내구력을 지니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뭘까, 이 기분은. 마치 수십, 수백 마리의 괴수에게 둘러싸인 듯한 느낌이야.'


분명 눈앞의 적은 사우루스 단 한 개체.

하지만, 놈의 존재감은 거의 괴수 수백 마리를 모아놓은 듯 거대해 보였다.

이 정도의 중압감을 느낄 수 있을까.


정혁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분명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사우루스는 외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정혁을 바라보고는 재미있는 듯 눈고리를 올렸다.


윤 설이 옆에서 다가와 정혁의 멱살을 잡았다.

"야, 뭐하는 거야! 정신 안차려?!"

앞뒤로 흔들리는 정혁의 몸체가 힘을 잃어버린 듯 비틀거렸다.

쿵- 쿵- 쿵-.


사우루스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크지 않은 몸체였지만, 어째서인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대지의 흔들거림이 느껴졌다.

정혁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계수를 생성시켜 자신의 팔을 지졌다.


치이익-!

빠르게 타오르는 살에 두 눈이 부릅 떠진다.

윤 설이 놀란 듯 정혁의 팔을 뿌리쳤다.

"야 이, 미친놈아! 너 지금 뭐하는 거야?!"

"....., 도 당하면 안되니까요."


중얼거리는 목소리 때문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뭐?"

윤 설이 되묻자 정혁은 식은땀 가득한 얼굴을 들며 말했다.

"압도당하면 안되니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혁이 윤 설의 팔을 손으로 밀었다.

"괜찮아요, 누나. 저 아직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정혁이 걸음을 옮겨 사우루스 쪽으로 다가갔다.

사실 괜찮지는 않다.


공중으로 날아 석성에 부딪힌 것과 더불어 팔에 뜨거운 계수를 지졌는데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이겨내야 할 것이 있었다.

두려움.


압도적인 상대를 마주했을 때 몸에서 분출되는 공포라는 감정.

그렇기에 이 정도의 화상은 견뎌낼 수 있었다.

어차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싸워야 하는 것이 매한가지라면, 조금이라도 더 정신을 무장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심호흡을 연간 내쉬자, 어느 정도 몸의 떨림이 사그라들었다.

정혁이 윤 설을 돌아보며 물었다.

"누나는 괜찮아요?"

그의 덤덤한 표정에 윤 설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나 광전사야, 광전사. 전투에 열광하는 미친 인간이라고. 그런데 강한 상대를 만났다고 해서 무서워할 것 같아?"

정혁의 눈에 보였다.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그녀의 손이.

'거짓말 하고 있네.'


하지만, 최대한 감정을 숨기며 말하는 것이 극복해내고 있다는 증거.

"준비나 해요. 저 자식, 이제 달려들 것 같으니까."

"안 그래도......"

윤 설의 몸에서 붉은 계수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집어넣자 흥분이라는 감정이 샘솟듯 솟아난다.

"지금 끓어오르고 있다고."

그녀의 눈은 이미 미쳐버린 듯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자, 가봅시다. 괴물 사냥."


정혁이 노란빛의 계수 공을 공중에 여러 개 띄워 레이저를 발사했다.

거세게 쏘아진 빛의 공격이 사우루스의 몸에 적중했다.

"좋아!"


윤 설이 스피드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앞으로 치고 나갔다.

'시야는 가려졌다, 어차피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아.'

거대한 몸집의 검은 실루엣이 나타나자 윤 설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어차피, 몸집이 워낙 크니까 아무데나 때려도 다 맞을 거 아니야!'

응집되어 발현된 붉은 계수를 주먹에 실어 휘둘렀다.

곧이어 사우루스의 복부가 나타났다.

놈은 연이은 공격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충돌음과 함께 석상이 산산조각난 채로 바닥에 떨어졌다.

사우루스의 육체가 거대한 석상에 짓눌렸다.

"하, 뭐야. 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거야?"

"왜긴요, 가지고 놀고 있으니까요."


윤 설이 검지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우리를?"

정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 설이 황당한 듯 크게 외쳤다.

"야, 그래도 우리 정도면 이제 어디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

"누나, 뒤에!!!!"


사우루스의 주먹이 윤 설의 옆구리를 쳤다.

퍼엉-!!

마치 대포를 쏘는 것 같은 강렬한 사운드가 귀를 덮치자 정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뭐야, 대체? 어떻게 저 체급에서 이런 속도가 나오는 건데?!'

파워는 둘째 치고 스피드가 말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그저 눈으로는 희미한 형상만이 보일 뿐.


사우루스는 드디어 제대로 몸을 풀었다는 듯 얼굴을 한바퀴 돌렸다.

기운이 느껴진다.

'뭐야, 이거......'


놈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무채색의 기운이 보였다.

'계수 아니야?'

분명했다.

그저 기백만으로 단정할 수 없는 힘이 사우루스를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발현자가 된 정혁은 이제 계수의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사우루스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의 종류를 알 수 있었다.

"아, 진짜......, 존나 아프다."

윤 설이 먼지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윤 설이 정혁의 팔을 건드리며 비아냥거렸다.

"뭘 그렇게 멀뚱멀뚱 서있어, 또 쫄았냐?"

"네?"

정혁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아니요."


육중한 괴물이 눈앞에 우뚝 서있다.

"시험이나 해보죠."

정혁이 자세를 낮춰 계수를 모았다.

"그래, 해보면 되겠지."


정혁이 달려들었다.

다섯 개의 계수 공이 생성되며 계수포가 빠르게 쏘아졌다.

그야말로 다중 폭격.

계수포는 사우루스의 육체에 닿자마자 폭발을 일궈냈다.

하지만.


콰과과과광!

'예상은 했지만.....!'

정혁은 자신의 계수포를 무시한 채 무식하게 달려오는 사우루스를 보며 기겁했다.

"저 정도로 아무 타격이 없으면 사기 아니냐고!!"


사우루스는 한쪽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앞으로 전진했다.

"정혁아, 계속 쏘고 있어!!"

윤 설이 옆으로 몸을 옮겨 사우루스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조준했다.


- 금강.

펑-!!

윤 설의 금강 정권이 놈의 몸에 가격되자, 충격파와 함께 사우루스의 육체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대지에 스크래치를 남긴 채 몇 미터를 움직인 사우루스가 빠르게 몸을 숨겼다.


아니, 숨겼다기보다는 너무 빠른 스피드에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또......!"

콰광!

사우루스가 두 주먹을 교차시켜 정혁과 윤 설에게 일격을 먹였다.


나가떨어진 윤 설이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하아, 이거야 원. 파워를 그렇게 가득 실었는데도 유효타가 아니었다고?"

사우루스가 윤 설에게 뛰어들었다.


"어, 어? 왜 하필 나한테 오냐!"

윤 설이 방어태세를 취했다.

'피할 수는 없어, 어차피 내가 저 녀석보다 반사신경이고, 스피드고 나은 부분이 없으니까. 그냥 막아내야 해!'


그녀는 전신의 계수를 밖으로 방출해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외눈을 부릅뜨며 달려온 사우루스는 윤 설의 방어막에 펀치를 날렸다.

콰지직-!

'......, 어?'


윤 설의 방어벽이 순식간에 깨졌다.

마주한 사우루스의 주먹이 그녀의 앞에 다다랐다.

'아, 나 또 쳐맞는 거야?'

순간적으로 놈의 주먹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윤 설은 머리를 뒤로 젖혀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그럼 너무 억울하잖아!!!!"

퍽!!!!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뻗었다.


사우루스의 턱 부분이 가격되며 얼굴이 위로 돌아갔다.

윤 설의 발차기를 맞은 녀석은 공중에 몸이 띄워졌다.

'뭐, 뭐지? 나 방금 뭐한거야?'

그녀는 불과 몇 초 전 자신이 날린 발차기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멋대로 움직였어.'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의도한 공격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윤 설은 자신의 신체를 어루만지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 확인하려 애썼다.


눈앞에는 공중에 띄워진 사우루스가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를 파악할 시간 따윈 없었다.

철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에잇, 이유고 나발이고 그게 다 뭔 상관이야!!"


윤 설은 공중에서 몸을 돌려 발을 뻗었다.

신체가 360도 회전됨과 동시에 그녀의 다리가 붉은 계수로 채워졌다.

"이거나 먹어라아아앗!!!"


- 회축(Spinning Hook Kick).

콰아아아아앙!!!!

군화의 발등 부분이 사우루스의 옆목을 가격했다.

붉은 파동과 함께 놈의 육체가 저 멀리 날아갔다.

"잘했어요, 누나!"


정혁이 공중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오른손에는 계수 덩어리로 이루어진 검이 생성되어 있었다.

"으아아아아앗!!!!"

정혁은 공중에서 팔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여러 번의 참격을 시전했다.


화려한 색으로 치장된 푸른 빛의 에너지가 날아가 사우루스를 덮쳤다.

촤라락- 하는 효과음이 오케스트라처럼 황홀하게 펼쳐졌다.

그워어어어어어어!!!


사우루스의 포효가 들렸다.

정혁은 기쁜 듯 미소를 지었다.

"으하하하하하, 그래 너도 아픈 건 아는구나! 이 씹새야!!!"

이제 마지막 일격.

정혁이 두 손으로 검을 들어 아래로 찍는 모션을 취했다.


"끝이다!!!!!!"

이제 계수의 검이 놈의 심장을 찌르기만 한다면 이 싸움은 끝난다.

"잘가라!!!!!!"

정혁은 보기 좋게 웃으며 추락했다.


콰직!!

......., 어?

이질감이 들었다.

꽂아넣었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부숴지는 느낌.


정혁의 검이 사우루스의 주먹에 으스러져 산산조각이 난 채로 소멸했다.

시ㅂ......!

쾅!!!!!

사우루스가 몸을 돌려 정혁의 몸을 가격했다.


그의 정신이 희미해졌다.

'....., 시발 존나 아ㅍ.....!'

쾅!쾅!쾅!쾅!쾅!쾅!

사우루스의 묵직한 주먹이 연타로 정혁의 전신에 꽂혔다.


한 방, 두 방, 세 방.

점점 타격감이 거세지며 정혁은 의식이 흐려져감을 느꼈다.

'이, 시......!'

그는 이빨을 깨물며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이내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이, 미친 괴물이......!'

쾅-!!!

통증이 사라졌다.

사우루스의 육신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정혁은 감은 눈을 서서히 뜨며 상황을 파악했다.


붉은 계수에 잠식된 누군가가 보였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가슴 속 분노를 모두 표출하는 듯 대지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야....."

윤 설이 온몸의 근육을 표출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는 사우루스에게 기백을 뿜어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건들지 마, 씨발련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3 레퀴엠(93) 23.10.12 30 1 11쪽
92 레퀴엠(92) 23.10.10 25 1 11쪽
91 레퀴엠(91) 23.10.09 35 1 11쪽
90 레퀴엠(90) 23.10.08 26 1 12쪽
89 레퀴엠(89) 23.10.07 29 1 11쪽
88 레퀴엠(88) 23.10.06 24 1 11쪽
87 레퀴엠(87) 23.10.05 25 1 12쪽
86 레퀴엠(86) 23.10.04 28 1 12쪽
85 레퀴엠(85) 23.10.03 27 1 11쪽
84 레퀴엠(84) 23.10.02 31 1 11쪽
83 레퀴엠(83) 23.10.01 29 1 11쪽
82 레퀴엠(82) 23.09.30 30 1 12쪽
81 레퀴엠(81) 23.09.29 26 1 11쪽
80 레퀴엠(80) 23.09.28 30 1 12쪽
79 레퀴엠(79) 23.09.27 29 1 12쪽
78 레퀴엠 (78) 23.09.26 29 1 11쪽
77 레퀴엠(77) 23.09.25 28 1 12쪽
76 레퀴엠(76) 23.09.24 29 1 12쪽
75 레퀴엠(75) 23.09.23 30 1 11쪽
74 레퀴엠(74) 23.09.22 31 1 12쪽
73 레퀴엠(73) 23.09.21 27 1 12쪽
72 레퀴엠(72) 23.09.20 31 1 12쪽
71 레퀴엠(71) 23.09.19 30 1 11쪽
70 레퀴엠(70) 23.09.18 33 1 11쪽
69 레퀴엠(69) 23.09.17 32 1 12쪽
68 레퀴엠(68) 23.09.16 32 1 13쪽
67 레퀴엠(67) 23.09.15 31 1 11쪽
66 레퀴엠(66) 23.09.14 32 1 12쪽
65 레퀴엠(65) 23.09.13 33 1 12쪽
64 레퀴엠(64) 23.09.12 33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