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멸망 ( 人類滅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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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15.05.31 15:39
최근연재일 :
2016.07.26 02:03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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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03
글자수 :
161,829

작성
15.07.29 22:20
조회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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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7쪽

Episode 외전 비극 ( 悲劇 ) [2]

DUMMY

경민은 바닥에 낡아빠진 돗자리를 편 다음 앉아 일원의 모습을 보았다. 최근 일원이 자기 때문에 남쪽으로 향하는 게 매우 느려졌단 걸 알고 나선 풀이 죽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기에 경민은 걱정되었다.


2년 동안 버텨왔지만 그만큼 많이 우울하고 힘들다는 것을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 최대한 웃으려고 애를 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은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창영도 돗자리에 앉자 경민은 창영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일원이 최근 들어 심각해진 것 같아.”


“나도 느꼈어. 특히 최근에 ‘불쌍한 사람’들을 보고난 뒤에 심해지는 것 같아.”


‘불쌍한 사람’은 창영 일행이 부르는 말로, 재난으로 인해 이성을 잃고 동물처럼 본능적으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최근 들어 많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본 일원은 자신도 그리 될까 두려워했으며 창영 일행은 이를 눈치 채고 있었다.


“오늘도 이야기보따리 풀어봐?”


“그거 말고 뭐가 있겠냐?”


일원이 떠난다면 다른 친구들도 역시 떠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은 창영의 일행 모두에게 매우 중요했다. 일원도 알기에 계속 참으며 함께 다녔지만 도무지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럼 오늘도 이야기를 하자고. 이런 우울한 상황에 이야기만큼 재밌는 건 없지.”


그러자 서로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잔뜩 달려 들어왔던 멧돼지들을 멋지게 처치한 일화나 과거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등 서로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 덕분에 일원의 마음 또한 평안해졌다. 그들은 모닥불 앞에서 서로 웃고 떠들었다. 이렇게 해야지만 여태 살아오며 온갖 겪은 고생들을 그나마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수가 옆에 있던 물통을 꺼내들어 입으로 옮기는 순간, 뒤에서 바람이 가르는 소리가 나면서 덕수에게 가까이 오더니 이내 덕수의 목에 화살이 박혔다. 옆에 앉아 웃고 있었던 일원은 자신의 얼굴에 피가 튀기자 천천히 웃음을 거두었다.


“컥.. 크엑..”


덕수는 목에서 나는 피를 어떻게든 멈추려고 애를 썼지만 제대로 박힌 화살은 도무지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덕수는 눈이 돌아가면서 모닥불 위에 엎어졌으며 이 상황을 보고 있었던 일행들은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덕수를 다시 보지도 않고 곧바로 옆에 두었던 총을 챙겨 재빠르게 건물 뒤로 숨었다. 그러고는 모두가 합심이라도 한 듯 총을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총이 날아오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렸으나 상대방은 반격을 하지 않았다. 탄창에 있던 총알들을 모두 소비하자 창영과 경민은 장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비탄창이 없었던 일원은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일원이 당황하며 아무 것도 하지 못 하는 것을 지켜보던 경민은 일원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물었다.


“야, 탄창 안 챙겼어?”


“으, 응.”


“여기 던져줄 테니까 받아. 하나, 두우.. 끄악!!”


경민이 탄창을 던지려고 폼을 잡고 있던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은 경민의 손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경민은 손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나왔고 이윽고 화살 하나가 경민의 등을 향해 날아와 박히자 경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


“안 돼!”


“야, 가면 너도 죽어!!”


그러나 일원은 창영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쓰러져 있는 경민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다가 도중에 일원의 다리에도 화살이 박히자 창영은 차마 볼 수 없어 얼굴을 돌렸고 일원은 그대로 쓰러지는 수밖에 없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일원은 다리에 화살이 박혀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민을 향해 천천히 기어갔다. 창영은 분노에 몸을 떨면서 화살이 날아온 곳을 향해 아슬아슬하게 세워져 있는 건물들의 문을 뚫고 달려갔다.


이윽고 화살이 한 번 더 날아왔으며 일원의 팔에 박혔다. 일원은 아까와 달리 신음소리를 내지 않고 이를 꽉 물고 고통을 견뎌가며 경민을 향해 계속해서 기어가려고 했다.


“끄으으윽.. 안 돼.. 제발.. 경민..”


일원은 천천히 경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경민이 눈을 뜬 채로 죽어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고는 일원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화살이 박혔다.


창영은 건물에서 빠져나온 뒤 주변을 살펴보다가 돌무더기 위에 앉아있는 한 사내가 활을 든 채로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창영은 재빠르게 달려가 사내를 향해 들이박았다.


“으아아아아아!!”


사내는 창영의 돌격을 들이받고 붕 떠올라 그대로 쓰러졌다. 창영은 재빠르게 총을 사내에게 겨냥하자 사내도 알았는지 함부로 떨어진 활에 손을 대지 못 했다.


창영은 사내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모닥불 쪽을 향해 시선을 잠시 돌렸다. 세 명의 시체가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누워있는 것을 보고는 분에 못 이겨 입에서 떠오르는 말 한마디를 꺼냈다.


“우리가.. 뭘.. 뭘 잘못 했는데!”


사내는 무표정으로 창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창영은 사내의 표정을 보며 허탈하게 웃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냥 죽어버려.”


창영이 방아쇠를 당기려던 찰나, 뒤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자 잠시 멈추고는 사내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네 친구라도 오는 거야? 다 죽여주겠..”


“안돼요!”


창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른의 목소리는 절대로 아녔다. 그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아이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던 것이었다.


“맙소사.. 그럼..”


창영은 여태껏 아이가 살아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를 보고는 이 자들도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을 습격한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사내를 바라본 순간에야 사내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창영 또한 방아쇠를 당겼으나 화살이 먼저 자신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온 것을 느꼈다. 총성이 들림과 동시에 창영은 뒤로 날아가 자빠졌다.


“커헉!”


분명 머리를 맞추었겠지. 하면서 창영은 자신의 사명을 다 했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순식간에 죽어버린 동료들을 떠올렸다. 그 때, 주변에서 추위가 매섭게 창영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창영은 차디찬 추위를 느끼며 서서히 자신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자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눈을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지는 것을 느껴가며 서서히 죽음을 맞이했다.


작가의말

이 외전을 끝으로 Episode 2 생존 ( 生存 ) 이 완결되었습니다.


내일부터는 Episode 3 무법 ( 無法 ) 이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깡치
    작성일
    15.12.13 14:39
    No. 1

    한번씩 등장했던 인물중 싸이코패스 활쟁이 빼고는 다 죽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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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pisode 3 무법 ( 無法 ) [14] 15.08.12 478 7 5쪽
45 Episode 3 무법 ( 無法 ) [13] 15.08.11 446 9 5쪽
44 Episode 3 무법 ( 無法 ) [12] 15.08.10 441 9 6쪽
43 Episode 3 무법 ( 無法 ) [11] 15.08.09 420 9 6쪽
42 Episode 3 무법 ( 無法 ) [10] 15.08.08 469 9 5쪽
41 Episode 3 무법 ( 無法 ) [09] 15.08.07 415 7 6쪽
40 Episode 3 무법 ( 無法 ) [08] 15.08.06 446 9 6쪽
39 Episode 3 무법 ( 無法 ) [07] +1 15.08.05 509 9 6쪽
38 Episode 3 무법 ( 無法 ) [06] 15.08.04 472 8 4쪽
37 Episode 3 무법 ( 無法 ) [05] 15.08.03 452 8 6쪽
36 Episode 3 무법 ( 無法 ) [04] 15.08.02 573 9 6쪽
35 Episode 3 무법 ( 無法 ) [03] 15.08.01 615 9 4쪽
34 Episode 3 무법 ( 無法 ) [02] 15.07.31 667 8 5쪽
33 Episode 3 무법 ( 無法 ) [01] +1 15.07.30 729 7 4쪽
» Episode 외전 비극 ( 悲劇 ) [2] +1 15.07.29 660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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