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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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최근연재일 :
2024.09.20 17:12
연재수 :
1,744 회
조회수 :
1,186
추천수 :
9
글자수 :
512,582

작성
23.11.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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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추억처럼 고통스러운 미래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보석들은 다채로운 종류들이었다.

여러 가지 보석들이 마치 복잡한 조합으로 구성이 되어서

여러 작은 부분들이 모여서 전체의 커다란 하나의 상이 되어

합쳐지고 조립되어 만들어진 모양처럼

음험하고 불길한 두 개의 큰 동굴 같은 커다란 두 눈이 뚫린

큰 해골의 두개골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곳곳을 달리하며 색깔이 달라지는 그 빛에 따라서

엄청나게 큰 해골의 두개골은

온갖 휘황한 색깔이 번지며 잔잔하나 눈부시게 번쩍이며

격렬하나 거대하고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양미간 사이의 위쪽인 이마 속에

어떤 노인이 잠든 것처럼 들어가서 서 있었다.

그 두개골의 부분인 보석은 투명해서

노인이 또렷하고 명확하게 잘 보였다.

노인은 탁월한 기품이 있는 전체적인 깨끗한 풍채가

시체 같이 보이기도 하고 또는 그 상태로 보존한 단계에서

서둘러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에

그렇게 보관한 육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잠들어 있는 그가 말했다.


역시 더럽게 태어난 것들은 어쩔 수가 없구나.


그의 이런 말들은

그가 잠든 것처럼 보이는 그의 상태도 그렇지만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그렇게 무릎을 한쪽은 세우고 한쪽은 꿇고 있는

한쪽 눈이 의안(義眼)인 남자에게 전해지듯 전달되었다.

마음 속으로 또는 정신 속으로.



운명이라는... , 건가요...?

한쪽 눈이 원래부터 있던 신체의 자연스러운 눈이 아닌

남자가 말했다.

온갖 종류의 보석들로 만들어진 위대한 무덤 속에 안치되듯

그것도 기립한 채로 일종의 육신이 보존된 상태가 되어서 매장이 된 노인은

그냥 잠만 자고 있듯이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온통 사방을 둘러보아도 크고 작은 보석들의 거대한 산지(産地)처럼

시야에 닿는 곳은 그 건너편까지

어른어른거리며 내비치는 가지가지 종류인 보석들의 벽들뿐이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든 것처럼 두 눈을 감고

얼음 덩어리들처럼 투명하고 매끄러우며 흰 빛에 둘러싸인

그래서 놀랍도록 흰 빛을 조용하지만 위엄 어린 광채로 발하고 있는

여러 가지 보석들의 호위 같은 장려하고 장대한 배경에 둘러싸인

그래서 마치 얼음 속에서 썩지도 부패하지도 않은 것처럼

온전한 전신으로 가만히 잠깐 동안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길고 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은

그는 또한 마찬가지인 정신의 상태로 있는 것 같았다.


보석들의 궁전이나 묘지 같은 괴이한 시공간에서

얼음처럼 차갑게 응결되고 수정처럼 투명한 시간이

빛나지 않는 빛으로 번쩍거리는 물체처럼

흐르는지 그렇지 않고 정지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채로

꿇어앉아 있는 남자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침묵은 이곳의 가장 기초적이고 동시에 근본적인 계율인 것처럼

모든 것과 모든 곳이 고요했다.





잠든 노인은 여전히 잠을 잘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모습은 엄숙한 의식을 치르는 제사장처럼

보석이라는 광물질 속에서 계시를 기다리는

기도하는 자의 모습 같기도 했다.

또는 어쩌면 오지 않을 순간을 기다리는

영원 속의 어떤 순례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언제까지 이 상황이 계속 지속될까요?

그는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반쯤은 엎드린 듯한 자세에서 물어보기만을 했다.

무슨 뜻인지는 전후 관계가 없어서 짐작이 되지 않는 문장으로.






내 아들아.

세상은 늘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쪽 눈이 의안(義眼))인 남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잠자코 무릎을 꿇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왼쪽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 자세에서

허물기라도 할 듯이 약간 몸을 고치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케페이엔

잠든 노인이 갑자기 단어 하나를 말하듯이

그 의미가 몸을 숙이고 있는 남자에게 정신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네.

하듯이 그는 다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멈추었다.

그러나 그 뒤로 다른 말은 없었다.

허공과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보석들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듯한 노인은

그를 전혀 닮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로는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할까요?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요?


이번에는 연거푸 두 개의 질문을

한꺼번에 연이은 두 개의 문장으로

그러나 고개는 여전히 들지 않고

얼음처럼 매끄럽고 눈부시도록 투명하며 환상처럼 아름다운

또 역시 얼음처럼 티끌 하나 없는 다이아몬드로 된

거대한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한쪽눈이 의안(義眼)인 남자가 말했다.

그의 복장은 갈색에 가까운 황토색 가죽옷들을

위아래 모두 함께 입고 있었다.

그의 긴 장화만이 검은색으로 다른 색상이었다.

그의 오른쪽 허리에는 작은 물병 같은 약간 불투명한

각진 둥근 유리병이

매달려 있었고

왼쪽 옆구리 밑의 허리에는

단검이 검집째로 붙어있듯이 달려 있었다.







기다린다고 오지 않으며

떠났다고 해서 떠난 것이 아니다.


여전히 잠든 나이가 상당히 많이 든 늙은 남자의 얼굴은

침착하고 평화로워서 낮잠을 즐기는 인자한 할아버지 같아 보였다.

그래서 잠꼬대처럼 그 말은 들렸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최초로 고개를 들고

늙은 노인의, 보석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두개골 속에 잠들어 있는 얼굴을 쳐다보면서

한쪽 눈이 의안(醫眼)인 남자가 말했다.

노인의 감겨져 있는 두 눈을 올려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은 이해할 수 없다는

담담한 표정이어서

그의 묻는 말과 달리 평온하고 어떤 변화도 없어 보였다.








그가 오른쪽 허리에 매달려 있는 작고 여러 가지 색이 함께 들어간

각이 진 둥근 유리병을 잠깐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마침내 등을 돌리고

돌아섰다.






그가 갑자기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며

그 노인의 무덤과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서 나가기 시작했다.

빛의 화살처럼 폭발적이면서도 맹렬하게

한줄기 수평을 뛔뚫는 일직선의 빛줄기처럼

마치 공기를 가를 것처럼 앞으로 그는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크고 각이 진 대단히 큰 직사각형의

빛들로 타오를 것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빛의 테두리들로 된

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

그는 어느새 시가지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햇볕은 따가울 정도로 눈부셨고 그 넓고 투명한 햇살들 아래

거리의 풍경은 하얗게 타오르듯이

건조하고 또 한산했다.

한쪽 눈이 의안(義眼)인 남자는 검고 긴 가죽 장화를 신은 후

위아래 모두 갈색에 가까운 황토색의 가죽옷 복장으로

그 고즈넉한 시내의 거리를 조용히 걸어갔다.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장사를 하고, 졸고 있고,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켜고,

차가운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느라

바빠서였을 것이다.




보물상자를 가지세요! 자신만의 보물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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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세상에 참된 평화 없도다 23.12.04 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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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처럼 고통스러운 미래 23.11.30 1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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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언어는 사랑을 위장한다 23.11.15 6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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