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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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최근연재일 :
2024.09.20 17:12
연재수 :
1,7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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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512,582

작성
23.1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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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보여질 수 있는 사랑은 말해질 수 없다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소녀의 얼굴은 잠든 사람처럼

두 눈을 감고 있어서

평화도 휴식도 아닌 그러나 온전(穩全)하고도 자족(自足)적인,

자신의 바다 속으로 깊이 들어간 정지(停止)된 시간에 이르러서

마치 고대의 석상(石像)처럼

놀랍도록 아름다운 미(美)의 극치 속에 잠겨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물길처럼 떨어지는 빛의 폭포 속에

홀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고 치렁치렁하게 풍성한 황금색의 머릿카락들은

온화한 차가운 빛들로 빛나면서

무성하면서도 순수하게 아래로 흘러내리듯

단정하게 늘어뜨려지고 평화롭게 내려져서

옷걸이에 매달린 옷들처럼

그녀의 길고 부드러운 목과 순백의 어깨 뒤에서

배경이 아닌 배경처럼 그리고

망토와 옷처럼 그녀를

미학적(美學的)인 미감(美感)의 의미에서

시각적으로 받쳐주면서

그녀의 특징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차가우면서도 눈부신 빛이 휘황하게 감도는

불룩한 곡선의 희고 부드러워 보이는 두 젖가슴은

밑으로 미묘하고 미세하게 늘어져 있었고

육체의 어디에도

빛의 흐름들인 쏟아져내리는 물살 이외에는

걸친 것이 없는

그녀는 완전한 나체(裸體)였다.

숲속의 어린 나무들의 기둥처럼

싱싱하고 연한 빛이 감도는

부드러워만 보이는 두 팔은

아무런 적대감이나 적의도 없이

그저 선량하고 친절한,

엷고 불그스럼한 분홍이 떠도는

하얀 백색의 그늘이 진 그림자들이

청결하고 감미로운 얼룩이 되어서

세계의 사다리가 될 것처럼

각자 양쪽에서 자신의 밑에 있는 곳과

장차 소통하겠다는 듯이

무언의 신호처럼

순종적인 기다림을 위한 표현처럼

모호하지만 사랑스러운 자세로

아래를 각각 편안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희고 매끄러운 대리석처럼

전신(全身)의 새하얀 피부는

순결한 약속처럼 오염된 것이 전혀 묻지 않은

새로운 상태의 완전한 모습이었다.

배의 한복판에는 관능적인 표시로서,

그녀의 정신을 스치고 지나간 날들의 흔적 같은

배꼽이 살짝 패여 있었고

그 홈 주변에는 부드러운 살들이

뚫어도 뚫리지 않을 것만 같은

견고한 육체성의 시간을

젊은 소녀의 어린 육체라는

물적 구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완만하고 점차 풍요로운 곡선의

유려한 전개를 따라서

수려하고 유연하게 흘러내려 가듯이

골반은 정면의 측면에서 좌우로 확장되어 있었다.

통로의 입구 같은 황금빛 다갈색의 털들을

무심하지만 제대로 잘 기르듯이

자신의 하복부에 촘촘하고 면밀하게 조율한

잠든 그녀의 육체는

물 속이 아닌

숲속과 나무 밑과 동굴 속에서처럼 비가시적이 아닌

이상한 비가시적인 알몸뚱이여서

매끄러운 새하얀 허벅지들은 물 속에서 고요히 잠든 생기로

청춘의 빛을 규칙적이지만 조용하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섬세한 열광처럼 부드럽고 격렬하게 뿜어내듯

자부심이 된 육체적 의미에서 발산하고 있었다.

마치 신전에서

신들의 정원에 만들어진

연못 속 물밑에 잠들어 있는

신성한 물고기들처럼.



두 다리의 허벅지들이 겹쳐지듯이 어른거리는 물살들의

연속된 낙하 때문에

보일 듯 보이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을 듯 다시 나타나면서

그러나 미세하게 파동처럼 흔들리는 물살의 수직 낙하 속에서도

그녀의 두 허벅지들을 비롯한 그녀의 육체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그 자세로 침착하게 잠자코 그 몹시도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찬란한 빛들의 물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얼어붙을 듯이 차가운 물살이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그녀를 덮을 듯 감싸고 있었기에,

또한 물이 지니고 있는 냉정한 부드러움이라는

차가운 속성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타오르듯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얼음물처럼

지극히 깨끗하고 투명한 불길이었다.

맑고 거침없이 환한 화염이

아래로 아래로 그러나 뜨겁지도 않은지

불태우고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없이

조용하고 거센 흐름으로 그러나 부드러운 완만함이 되어

연이어 빠르게 계속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폭포처럼 그리고 심한 폭우처럼.

그녀 역시 어떤 화상 한 번 입지 않고

그 번쩍거리는 불길의 폭포 밑에서

조용한 명상에 잠긴 순례자처럼

섬세하고 고운 두 눈의 눈꺼풀을 닫고서

타오르는 불길에 몸을 정화(淨化)하듯이

뜨거운 불길로 육체를 씻어내듯이

다만 의연(毅然)하고도 부동(不動)의 단계에서

소슬(蕭瑟)하게 정지(停止)한 견고한 응집(凝集)처럼

겸허하게 자신을 내맡긴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가 선택한 결정인 것 같기도 한

오직 한 순간처럼 그대로 그렇게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고독하고도 의연하게

홀로 불의 폭포 밑에 들어가 있는 곳은

자연의 장소가 아니었다.

바위와 숲과 나무와 흙이 있고

폭포의 물살이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다가

수직으로 꺾여서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

결코 어두운 산속의 완전한 밤이 내린

그윽한 물가가 아니었다.

주변은 연보라색과 옅고 짙은 분홍색과

파랗고 엷은 푸른색과

희고 아름다운 옅은 엷은 노란색의

각종 혼합된 색채들과

붉고 검푸르며 갖가지 그외의 여러 색채들이

춤을 추듯 일렁이듯 나타났다가

너울거리며 사라지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빛과 색채의

장막과 깃발들처럼

보이지 않게 엄습하는

신기하고 생경한 환상(幻像)과 환영(幻影)처럼

끊임없이 이상하고 기묘한 심상(心像)들이

폭발하는 섬광이나

비 오는 날의 밤하늘에 나타난 번개와 벼락처럼

번갈아서 바꿔가며 출몰하고 다시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알 수도 없고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하나의 전혀 다른 낯선 공간이었다.

그 색채들의 밑에서 이상한 것들이 보일 듯 말 듯

약간씩 그 뒷모습이 되어 내비치고 있었다.

거리도 시장 골목도 집들도 건물들도 신전들도

왕궁들도 사낭하는 숲속의 정경도

보일 듯하지만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만이 명확하지만 모든 것을 봉인한 일종의 상징처럼

세상 속에 혼자 분명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계는 고요와 정적으로 점철되어있듯이

차가운 수면처럼 평형에 도달한 정확한 균형을 이루고

무색(無色)의 침묵에서

어두운 꿈같이 검은 침묵의 심연(深淵)으로 옮겨가면서

한낮이었던 그 시간 동안에 꿈꾸었던

또 다른 여러 욕망들을

오직 단일한 한 가지, 흐릿한 검은색으로 반사하듯이

거울처럼 매끄러운 표면 위에

차례차례로 점차 하나 하나씩 깔아놓는

위대한 질서의 작용으로써

수심 속에서 수면 위로 부상하게 만들면서

의무처럼 예정된 확고부동한 순서대로

다시 본연의 놀라운 낯선 감각으로

싸늘하고 부드러운 흐름의 어두운 장막처럼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보물상자를 가지세요! 자신만의 보물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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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세계는 나의 의지로부터 말할 수 있는 곳과 나의 의지로 말할 수 없는 곳까지일 뿐이다 23.11.17 7 0 6쪽
» 보여질 수 있는 사랑은 말해질 수 없다 23.11.16 7 0 7쪽
22 언어는 사랑을 위장한다 23.11.15 6 0 5쪽
21 비와 당신의 묘지(붕괴와 시작의 서막) 23.11.14 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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