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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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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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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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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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두 번째 기회 (2)

DUMMY

현재, 양주.


“달구패가 천가방을 잡았단 거죠, 지금?”

“정확히는 패퇴시키긴 했으나, 잡지는 못했습니다. 천중도, 그 밑의 핵심 간부인 그 몽골 사내도 도주에 성공했다고 하니까요.”

“급한 성깔머리도 어느 정도 고쳐놨겠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릴 사람은 이제 아니지 않나 싶은데. 누가 개입한 거죠?”

“일단 조 소협의 표현에 따르면 매우 특이한 생김새였다고 하더군요.”


제갈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로 어떻게 알아요?”

“아직 저희 쪽에서도 파악 중입니다.”


제갈민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이놈들은 숨겨둔 패가 몇 개씩 있는 건지, 원.”

“장장 15년을 준비해왔으니···.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죠.”


제갈민은 관자놀이를 양손 검지로 꾹꾹 눌러댔다. 계묘혈사만 해도 수십 혹은 수백 년의 준비를 거쳐 일으킨 혈겁이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강호도 그 화근의 뿌리를 뽑지 못했다. 허니, 이번에는 얼마나 철저히 준비해왔을 것인가?


‘아니, 지금 와서 보면 계묘혈사가 정말 백련교의 실패로 끝난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워.’


제갈민은 점점 고민이 깊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점점 더 늘어나는 기분이다. 문제를 풀었으면, 이미 풀린 문제는 옆으로 치워두고 새로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그녀가 방정식을 다룬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무언가가 다르다. 지금까지 상황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사항이 전부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 진짜 뿌리는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적어도 그녀의 눈앞에는.


“···이대로 끌려가기만 하는 건 절대로 사양이지.”


그건 신산(神算)이 할 일이 아니다. 한현보의 영웅대회 이후로 계속 이미 짜인 판 위에서만 움직인 느낌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갈세가의 신산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제갈세가, 아니 신기천성의 신산이라면 상황을 주도해야 하는 법.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천하지회에 참석했어야 하지만 말야.’


제갈민은 쓰게 입맛을 다셨다. 천하지회에는 연화가 있다. 제갈민이 세가로 돌아가길 바라는 연화로서는 당장에는 천하지회의 정보를 공유하려 들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연화의 이야기는 그때 해결하면 된다.


그렇다면, 제갈민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한 소협 일행과 합류해야겠어요.”


매령은 난처한 표정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신산.”


제갈민은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매령에게 내보였다.


“딱 두 가지만 말씀드리죠.”

“···?”


제갈민이 손가락 하나를 꼽았다.


“첫째, 저는 한 소협 일행을 ‘반드시’ 찾아낼 거예요. ‘반드시’. 지금, 이 순간 매 향주가 나를 돕지 않더라도 말예요.”

“···.”

“둘째, 신기천성의 ‘신산’에게 빚을 지울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이에요.”

“···!”


순간, 매령의 눈빛이 돌변한 걸 확인한 제갈민이 씩, 입꼬리를 들었다.


“어때요. 기회, 잡아볼래요?”



* * *



“향산현(香山縣)이라면··· 지금 포도(葡萄)라는 나라의 구주인(歐洲人)들이 사는 곳 아니오?”

“맞아요.”


백무원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도종인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게 가능하오?”

“실제로 창영회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곳은 동완현(東莞縣)에 속하는 대서산(大嶼山)이란 이름의 섬이에요. 위치로 보면, 가운데에 바다를 두고 있긴 하지만, 향산현과는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곳이죠.”

“아···!”


도종인은 주먹으로 손바닥을 두드리고는 말했다.


“이도(離島) 말이로군.”

“정확해요.”

“그건 또 어딥니까?”


득구가 묻자, 백무원은 씩, 입꼬리를 들더니 슬쩍 득구 곁으로 틀어 앉고서는 말했다.


“이도(離島)라는 별칭은 구룡반도(九龍半島) 바다 일대에 펼쳐진 작은 섬들 때문에 생긴 별칭이에요. 섬과 섬 사이가 매우 비좁은 탓에 하나였던 섬이 여러 섬으로 갈라진 것(離)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죠.”


가까워진 거리만큼 확 피어오르는 방향(芳香)에 깜짝 놀란 득구가 몸을 살짝 뒤로 물렸다. 그러나 백무원이 자연스럽게 머리를 틀고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자, 두 사람의 사이는 도리어 더 가까워지고 말았다. 도망칠 수도 없는 마차 안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던 득구는 그냥 체념하고 자세를 바로 했다.


처음에야 코를 찌르는 방향에 놀랐지만, 어차피 역겨운 향도 아니다. 가만히 맡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같고 해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나저나 왜 자꾸 쳐다보는 거야 이 여자는?’


그러나 가만히 제 얼굴을 바라보는 백무원의 시선은 감당하기 어려웠던 모양인지, 뻘쭘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던 득구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어, 아! 섬이 몇 개나 있길래 섬이 많다는 겁니까?”

“동완현 남부의 구룡반도는 그 일대에 대략 2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어요. 호호, 정확한 숫자는 거기 살고 있는 저희도 잘 모른답니다.”

“그렇게나···.”

“호호호.”


크게 벌어지려는 입을 간신히 막은 득구가 ‘도련님의 반응’으로 대꾸하자, 그런 득구가 매우 귀여워 보였는지, 백무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자꾸만 득구에게 눈웃음을 치는 백무원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도종인이 속으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저, 한 소협의 가능성을 봤군. 그래서···.’


그래서 선뜻 도박에 응한 것이리라.


도종인 본인이 득구의 가능성을 보고 그를 제자로 들이려 했던 것처럼, 이 ‘백무원’은 아마도 미래에 반드시 절정 고수─ 아니, 어쩌면 천무구품(天武九品)에 이름을 올리게 될 소년에게 미리 투자해두려는 게 아닌가 싶다.


거기다 일단 백무원은 득구를 화산파의 제자로 알고 있지 않은가?


‘그나저나 옷이 날개라더니··· 진짜 화산의 제자라 해도 다들 믿겠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득구는 도종인의 제자보단 구정삼의 제자로 변장해야 했을 몰골이었다. 안 그러면 아무도 안 믿어줬을 테니까. 화산이 어떤 문파인데 거지를 제자로 받는단 말인가? 그러나 잘 씻겨놓고 깔끔한 의복으로 좀 치장해놓으니, 나름대로 명문 정파의 제자 다운 모습이 되었다.


무엇보다 씻겨놓은 득구의 외모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는 점이 주효했다.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지만, 수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은 어딜 가나 절반은 먹고 들어가기 마련이다. 수려한 여인만큼은 아닐지라도, 수려한 사내도 서러운 꼴 보는 일은 드물다. 지금 득구에게 백무원이 보이는 태도는 일종의 투자라고 해석하는 편이 옳다.


‘그렇다는 것은 일단 저 백무원의 호의는 거짓은 아니라고 봐야 할까···.’


물론, ‘호의’라고 해도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일 이야기는 아니다. 만약 득구가 정말로 화산파의 제자였다면, 절대로 피해야 할 호의가 바로 ‘흑도 문파의 관심’이었을 테니까. 젊은 시절 유망하던 제자들이 장래성을 눈여겨보고 접근한 흑도 문파의 꼬드김에 넘어가 미래와 인생을 망치는 경우는 쌔고 쌨다. 아무 조건도, 이자도 없이 돈을 빌려줘서 빚을 만들어둔다거나, 심한 경우엔 유흥과 향락으로 유혹해 아예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지금은 역으로 이쪽이 속이고 들어가는 상황이니··· 해당하는 이야긴 아니지만.

이 거래는 거짓된 기반 위에 서 있다. 애초에 화검의 제자, 한시우는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며, 화산과 무당이 거래하기로 했던 물건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거짓을 사실처럼 꾸며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화검’이라는 이름값이다.


‘어쨌거나,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화검과 화검의 제자를 발판으로 창영회 내에서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것만큼은 진심이 확실하다.’


적어도 이쪽에서 먼저 척을 지지 않는 한, 백무원이 먼저 배신할 이유는 없다─고 봐도 좋을까? 도종인은 약간의 의문부호를 남긴 채로 결론을 맺었다. 적어도 지금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그나저나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된다면, 한설총이란 인물은 필히 한 번 만나봐야겠군.’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저 득구로 하여금 저렇게까지 비상한 머리를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가? 아니, 무엇보다도 그의 흉내를 냈을 뿐임에도, 득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한시우’란 인물에 몰입해낼 수 있었다.


즉, 득구는 한설총이란 인물을 투영할 수 있을 정도로 그에게 몰입해 있다는 뜻이다.

그와 득구를 단순한 사제관계로 볼 수는 없겠지만··· 스승으로서 한설총은 충분히 잘 해낸 것 같다. 제자로 하여 스승을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었잖은가?


한 사람의 제자이자, 스승으로서 도종인은 그 누구보다도 설총이 해낸 일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제자가 스승을 닮고 싶단 마음을 품게 되는 건, 진정으로 스승에게 공감하고 탄복했을 때 그렇게 되는 거니까.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제자가 스승에게 반발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일종의 필연이다. 제자로서 스승의 가르침을 성실히 따르다 보면, 스승을 닮기만 해서는 결코 스승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깨닫기 때문이다. 결국, 스승을 뛰어넘기 위해 제자는 자신의 길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것이 제자된 자의 숙명이다.


그러나 동시에, 제자는 그 스승이 이뤄낸 모든 걸 이어받아야 할 의무를 또한 가지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스승이 제자를 받는 이유니까.


즉, 이것은 역설이다. 아주 지독한, 역설.


그리고 이 역설을 뛰어넘는 힘은, 스승과 제자 간의 유대(紐帶)다.


도종인은 제자를 둘이나 잃고서야 그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도종인은 결국, 종리양과의 유대를 완성하지 못했다. 그 험난한 시간, 강호행의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고난을 함께 겪은 사이라면, 서로 간의 미운 정이라도 쌓일 법도 한데. 놈은 결국 도종인에게 온전한 정을 주지 않았다.


그에 반해, 득구는 노비였다. 본인 말로 아니게 된 지 좀 되었다고 했으니, 설총이 득구를 빚어온 대부분의 시간은 득구가 노비였을 때라고 봐야 한다.


과연 노비가 그 주인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은 대체 어떤 시절을 함께 겪어야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아니, 그 이전에 주인이 노비에게 정을 주고, 제자로 삼는 일은 대체 어떤 일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어떤 의미에선 참으로 기적 같은 유대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도종인이 끝까지 스승, 청송진인의 검을 이어받기로 결의했던 이유 역시, 그 스승과의 유대였다. 제자 도종인은 청송진인 외에 의지할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랬기에, 그 유대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강했다.


그러나 종리양은 달랐다.


종리양은 도종인과 그 시작부터가 달랐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고아였던 도종인과 달리 종리양에겐 종리세가(鍾離世家)라는 배경이 있다. 지금이야 형편없이 몰락했지만, 그래도 아직 세가(世家)다. 송청양 장문이 종리양을 자신의 직전제자로 데려가기로 결심한 것에는 이런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종리양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종리양은 찬란하게 빛날 가능성이 엿보였다. 아니, 지금보다는 그때가 오히려 더욱 빛났던 것 같다. 송청양의 욕심으로 무리하게 억지 성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종리양은 자력으로 충분히 공력을 개방하고 관화(關和)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재였다.


도종인 밑에서 차분하게, 그의 가르침을 따랐더라면. 도종인이 뼈를 깎아가며 얻어낸 그 모든 것을 착실히 물려 받아줬더라면, 말이다.


종리양은 도종인에게 있어서 진심으로 그의 모든 것을 물려주고 싶었던 단 한 사람, 유일한 한 사람이었다. 그래, 말하자면 아들과도 같은···.


‘···잡생각을 너무 오래 했군.’


도종인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머릿속에 거품처럼 떠오른 생각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득구와 설총으로부터 시작해서 너무 멀리 왔다. 그러나 도종인의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남은 앙금, 종리양이란 앙금은 도무지 치워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이것 또한 언젠가는 지나가리라. 도종인은 도호와 함께 한숨을 되뇌며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은 창영회의 일에 집중해야 할 때다. 창영회는 단순히 마약을 유통하는 집단이 아니다. 마약을 유통하는 ‘흑도의 집단’이다.


‘하나, 창영회의 본거지가 향산현··· 그리고 이도였다니. 생각지도 못한 장소가 아닌가?’


향산현에 포도아 사람들이 정착한 일은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대사건이다. 그들이 가져온 물건은 그보다 더 놀라운,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만한 물건이었다. 저 비단길,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는 그 긴 여정으로도 중원이 맛보지 못한 물건을, 그들이 가져온 것이 아닌가?


‘태우는 아편.’


그야말로 획기적인 물건이다. 음용하는 방법이 획기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그 효과까지 놀라운, 놀라움의 연속인 물건이다.


천자가 직접 행차할 정도로 놀라움을 주었던 그것은 결국 사상 최초로 오랑캐에게 중원 땅의 일부를 내어준다는 전대미문의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그 물건의 유통 역시 향산현이 낳은 대명편작(大明扁鵲)이자,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명의 진목월이 직접 맡을 정도로···.


‘진목월?’


도종인의 눈이 커졌다.



* * *



“한 소협께선 무얼 좋아하시나요?”


백무원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좋아하는 거라니, 뭐,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먹는 거요?”

“좋아하는 음식도 있고··· 즐겨하는 취미 생활도 있지요. 소협께서 좋아하시는 게 있다면, 그게 뭐든지 알고 싶군요.”


득구는 한쪽 눈썹을 바르르, 떨면서 되물었다.


“왜, 왜요?”

“왜긴요. 그야 호기심이지요. 못해도 일주일, 길면 보름을 함께해야 할 사이인데··· 알아두면 서로 좋고, 여행길도 조금 더 즐거워지지 않겠습니까? 하다못해 객잔에 들려서 식사를 주문하더라도, 소협께서 드시고 싶은 것을 고를 수 있지 않겠어요?”

“아하, 그건 좋긴 한데···. 쩝, 저는 딱히 가리는 음식이 없어서요.”

“그런 것치고는 고기를 매우 즐기시는 것 같던데요?”

“고기는 맛있잖아요.”


고기 소리에 잠시 설총이 아닌 득구 흉내를 내버린 득구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그러나 백무원은 이미 재미있는 걸 봤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호호호.”

“하하하.”

“호호호호.”

“···하하하하.”

“호호호호호.”

“···.”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지분거리나, 득구는 속으로 백무원을 씹으며, 도종인을 쳐다보았다. 좀 말려줘야지, 하는 눈으로 도종인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굳은 얼굴로 바닥만 내려다볼 뿐이었다.


“어··· 저기 말이죠.”

“네, 말씀하세요, 소협.”

“그··· 아까보다 좀 많이 가까워진 것 같은데.”

“그래요? 음··· 난 잘 모르겠는데. 마차가 비좁은데다 계속 흔들려서 그런 것 아닐까요?”


득구는 슬쩍 눈동자를 굴렸다. 음, 비좁군. 한 일곱 명쯤 더 탄다면 아주 비좁을 것 같아. 그런 득구의 표정을 살피던 백무원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한배를 탄 동지로서는 좀 가까워진 것 같네요. 그렇지 않나요?”

“···아, 네.”


말귀 진짜 못 알아먹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던 득구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 얼마나 걸린다 그랬죠?”

“이대로 쭉 간다면, 사나흘 정도?”

“그···으, 하하. 좀 더 빠른 길은 없나요?”

“호호호. 여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 가는 것보다 더 빠른 길요? 아마 뱃길 외엔 이보다 더 빠른 길이 없을 줄로 알고 있습니다만···?”

“하하하···.”


득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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