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한 용병왕의 고인물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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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쓰기
작품등록일 :
2023.10.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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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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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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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조선제일 용병 죽다

DUMMY

바람이 세차게 부는 밤.


마을 뒷산으로부터 움직이는 어둠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부정한 자세의 노인이 마을 입구로 들어섰다.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고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족적을 남겼다.


터벅터벅


이번에는 두 명의 사내가 입구에 들어섰다.


상박갑과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도끼와 단도를 소지하고 있는 자들로 사냥꾼 같았다. 그들은 온몸에 피를 잔뜩 묻힌 채로 서로를 의지하며 마을로 들어섰다.


피 냄새를 잔뜩 흘리며 마을을 가로질렀고 마을 중심에 있는 공터까지 걸어가 멈추었다.


“잠시만 눈을 붙이고 싶네”


피를 많이 흘린 것인가. 작은 덩치의 사내가 쓰러졌고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도 같이 주저앉았다.


“이보게, 잠들면 안 되네. 의원이 분명 살고 있을게야. 좀 만 참으시게!”


그의 부탁에도 작은 덩치의 사내는 축 처진 체로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바람은 그들의 주위를 휘몰아치며 지나갔고 수염 난 사내는 희망을 잃은 듯 허망하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터벅터벅


그들의 뒤로 노인이 지나갔다. 수염 난 사내는 조용히 지나가는 노인을 발견하고는 다리를 붙잡으며 부탁했다.


“영감! 혹시 이 근처에 의원이 사는 집이 어딘가. 좀 가르쳐 주시게”


그렇지만 노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수염 난 사내는 다리를 끌어안았다.


“제발 가르쳐 주시게!”


그때였다. 노인이 천천히 그를 쳐다보았다.


“헉, 뭐, 뭐야!”


노인은 눈, 코, 입이 없었다.


달걀귀였다.


놀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피 냄새를 맡고 뒷산에서 숨죽여 있던 괴물들이 두 사내의 주위로 몰려든 것.

괴물들은 붉은 안광과 함께 침을 흘리며 둘을 주시했다.


수염 난 사내는 시선을 땅으로 두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달걀귀는 느릿한 몸짓으로 수염 난 사내에게 얼굴을 들이밀었고 괴물들도 입맛을 다시며 다가왔다.


그때였다.

달걀귀 뒤로 한 사람이 날아왔다. 착지와 동시에 검을 출두하여 달걀귀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스걱


달걀귀는 반응도 못 한 체 목과 신체가 분리되며 바닥에 뒹굴었다.


“연기 그만해. 몰이는 끝났으니”


“단장, 우리 잘했수?”


수염 난 사내가 메고 있던 도끼를 들며 일어섰고 누워있던 작은 덩치의 사내가 히죽대며 눈을 떴다.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선한 인상의 남자.

척괴단 단장, 허료는 주변을 둘러보며 답했다.


“잘했고 말고, 하경이 없이도 잘해봐야지”


수염 난 사내, 거죽이 말했다.


“하경 부단장님은 휴가 잘 보내시려나”


이어 작은 덩치의 사내, 마장이 단도 두 자루를 꺼내 들었다.


“가끔은 쉬어도 봐야지요. 하경 부단장님, 아니 형님은 너무 많이 싸웠어.”


말하면서 눈은 피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는 괴물들을 향했다. 괴물들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했고 척괴단 세 명은 몸을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허료가 눈치를 주자 거죽이 도끼를 머리 위로 들며 외쳤다.


“자, 썰어보자!”


거죽의 거칠고 웅대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덜커덕


갑자기 주변 집 곳곳에서 문이열리며 각종 무기를 든 장정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빠르게 퍼지며 괴물들을 둘러쌓는다.


“인간을 먹고 싶으면 우리부터 넘어보거라!”


말을 끝으로

허료는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고 척괴단 모두가 일제히 괴물들을 향해 돌격했다. 괴물들도 피 냄새에 의지를 잃으며 날뛰기 시작했고 두 집단이 맞붙었다.




스걱




검이 반인반괴의 목을 날렸고 도끼가 견두의 괴물을 찍었다. 피를 뒤집어쓴 거죽과 마장은 괴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으며 위기 상황을 맞았지만, 그 둘의 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올 테면 와바라!”


거죽은 괴물들의 힘을 압도하는 괴력으로 반 갈 죽을 내었고


“히히히”


마장은 잔상을 남기는 속도로 사방을 돌아다니며 괴물들의 목을 베었다.


척괴단의 단장, 허료는 누구보다 침착하고 착실하게 괴물들의 수급을 취했고 다른 척괴단원들도 괴물들에게 우위를 가져갔다.


흐어엉


멀리서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어두운 몸체가 뛰어 들어왔다.


“흑호라, 저놈은 내가 맡는다!”


허료의 외침을 알아들었을까 흑호는 허료를 주시하며 낮은 울음을 퍼트렸다.


으르르


흑호의 울음은 피 냄새에 홀려있던 괴물들이 피할 정도로 강력한 사기를 내뿜었다. 몇몇 척괴단원들이 몸을 떨며 주저앉을 뻔하였지만, 대부분의 척괴단원들은 흑호의 사기에도 투지를 잃지 않고 오히려 끌어올리고 있었다.


“단장, 사지를 찢어버려!”


“오랜만에 호랑이 괴기나 먹자고!”


주춤하는 괴물들을 베어버리며 단원들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네가 이것들의 대장이냐”


허료는 나직이 말을 뱉었고 흑호는 거대한 앞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허료와 흑호는 동시에 쇄도하며 달려들었다.



***


“아이씨”


잠이 안 와 밤새 뒹굴었다.


아궁이에 장작을 충분히 넣었다. 자기 전에 몸을 풀어도 봤다.

하경은 몸이 근질근질하여 도저히 잠이 오지를 않았다. 이대로라면 뜬눈으로 밤을 새울 것이다.


달카닥


용병왕(傭兵王)


원형 금패에 글씨가 새겨져 있다.


용병비무에서 혀료단장을 꺾고 얻은 금패였다. 몇 번 만지작거리다 구석으로 던졌다.


“도저히 안 되겠어.”


일어나 견갑과 완대를 착용하고 가죽신을 신었다. 검은색의 두루마기를 걸치고 3자에 다다르는 긴 환도를 등 뒤에 패용(佩用)한뒤 집을 나섰다.


집은 산 위에 위치하여 시야가 어두웠지만 하경에게는 방해가 되질 않는다. 땅을 박차며 달리기 시작하자 지나가는 자리에는 발을 딛는 소리만이 그가 지나갔음을 알렸다.


“구천면(九川面) 근처로 몰이사냥을 하러 간댔나? 달리면 금방이겠어”


하경은 한양도성 성벽을 뛰어넘으며 가로질렀고 수문군(守門軍)들은 하경을 알아차리지도 못하였다.

움직임은 날랬고 한발을 디딜 때마다 수십 장을 날아갔다.


어느새 당도한 한강.


“어이구, 넓다.”


이전에 물 위를 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반도 못 가서 빠졌지 아마’


축축함을 싫어하는지라 주변을 둘러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주인 없는 나룻배를 발견했다.


하경은 즉시 달려가 나룻배 위에 올랐다. 그리고


“미안하군”


나룻배를 묶어둔 단주 옆에 뱃삯을 두둑이 두고는 노를 저으며 물 위를 나아갔다.


솨아아


노가 버티는 게 신기할 만큼, 배는 물살을 거칠게 가르며 나아갔다. 누군가 봤다면 이무기가 승천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소문을 냈을 것이다.


“흐아, 시원하다. 그나저나 이것들 괴물에 죽기만 해봐라. 내 지옥문을 뚫고서라도 데려올 테니!”


일각도 안되어 한강을 가로지르자, 하경은 팔이 저린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무의식적으로 휴식을 취했지만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고 하경은 즉시 달려 나갔다.




어느새 고덕산을 타고 지나자, 고덕천 근처에서 쇳소리가 들려왔다. 밤이라 소리는 더 진하게 들렸고 장정들의 함성도 들려왔다.


“신나게 싸우는구나”


하경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하경은 기척을 죽이며 가옥 위를 뛰어 마을 공터를 향해 조용히 움직였다.


다른 괴물들은 단원들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잃었지만 흑호는 그 명이 끈질겼다. 허료의 환도가 수십 번의 자상을 만들었지만 질긴 가죽에 의해 내부장기는 멀쩡했다.


크르릉 크릉


한 번의 방심으로 견갑을 난린 허료는 그 뒤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흑호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흑호를 띄울 수만 있다면’


계속해서 흑호의 급소를 공략했지만, 흑호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괴물이었다.


흑호는 꼬리를 살랑이더니 갑자기 바닥의 돌멩이를 쳐냈다.


삽시간에 날아온 돌멩이를 환도를 들어 막아내자 흑호는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앞발의 발톱이 허료를 찢어발기듯이 튀어나왔고 그대로 허료의 머리를 향해 직행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주먹만 한 바위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흑호의 눈에 명중하였고 그 충격에 흑호의 몸이 허공에서 뒤틀렸다.


허료는 그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빠르게 발을 딛으며 뛰어들었고 드러난 배에 섬전과 같은 속도로 환도를 찔러넣었다.


푸욱


동시에 팔근육이 팽창하며 흑호를 내리그었고


크어어헝


흑호의 비명과 함께 내장이 사방으로 튀어나왔다.


그것이 괴물무리의 우두머리 흑호의 비참한 최후였다.


짝짝짝


멀리서 박수 소리가 들렸고 허료는 칼의 피를 털며 웃음을 보였다.


“쉬라니까”


작게 읊조렸고 하경이 높게 도약하여 허료앞에 착지했다.


“우리 단장 흑호를 잡았네? 축하해”


느닷없이 나타난 하경에 모습에 단원들이 놀라며 그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들의 위로 공간이 찢어지더니 원형을 이루었고 그 안에서 로브를 입은 사람이 내려왔다.


척괴단 다수가 무기를 들며 거리를 경계했지만 허료가 손을 들며 제지했다.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로브를 입은 자가 목례를 하며 다가왔다.

그는 길드 마법사의 증표를 꺼내어 들었다.


“죄송하지만 척괴단의 도움이 필요하여 넘어왔습니다. 도움을 주십시오”


“단장. 흡혈귀 때랑은 분위기가 다른데?”


하경은 거절하라는 듯 허료에게 넌지시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허료는 잠시 고민에 빠지는 듯하더니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저흰 방금까지도 괴물들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


마법사의 눈은 가려있었지만, 벌어진 입술과 이빨이 보였다.


“네, 저희 숙영지에서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겠습니다. 그리고 도와만 주시면 막대한 보물을 보상으로 드릴 예정입니다.”


허료는 단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쳤다. 하경을 제외하고는 다들 괴물들을 잡고 싶어 하는 열망이 안광을 통해 내비쳤다.


“다들 자신있느냐”


그러자 다들 무기를 땅에 박으며 소리쳤다.


[으아!]


우렁찬 함성이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하, 모르겠다. 다들 죽기만 해봐!”


하경도 하기로 맘을 먹었고 허료는 하경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마법사를 바라봤다.


“그럼 갑시다”


로브는 녹석의 구를 치켜들었고 그들 주변으로 녹색의 빛이 퍼져나갔다.


슈웅


빛의 기둥이 만들어지며 하늘로 솟구쳤고 수십의 인원들이 마을에서 사라졌다.


***


잉글랜드 남부 해안의 드넓은 절벽 위로 전투가 한창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숙영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중앙에 위치한 대형 간이막사에서는 다섯 길들의 수장들이 대검을 매고 있는 거한과 원탁에서 회의 중이었다.


“그들을 믿을 수 있습니까?”


척괴단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에 거한이 답했다.


“그들은 500년을 살아온 흡혈귀 퇴치의 주역이었소. 내 보장하오”


“용사가 그렇다면 믿을만하지!”


용사는 나이가 지긋이 먹은 노장이었다. 사실상 은퇴 직전의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어난 괴물들의 습격에 용사는 친히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드르르르르


주변에 진동이 일어났고 용사와 길드 수장들은 즉시 막사를 나갔다.


녹색의 빛기둥이 떨어졌고 빛이 사라지자 서른에 가까운 장정들이 나타났다. 대부분이 경험자인지라 큰 움직임은 없었지만, 신입 단원들은 하나같이 호들갑을 떨었다.


“와, 이게 색목인의 축지법이란 거요?”


“너무 무섭지라”


단원들은 그 모습을 즐기며 웃어댔고 그러는 사이 용사와 길드의 수장들이 막사에서 나왔다.


용사가 대표하여 인사했다.


“어서 오시오, 본인은 한니발 피셔라고 하오.”


이어 용사는 허료를 바라봤다.


“또 보는군”


허료가 목례를 했다.


“네, 흡혈귀 이후 처음이군요.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용사가 웃으며 답했다.


“그렇네, 푹 쉬었었지. 다들 보아하니 큰 싸움을 하고 온 듯하네만”


“그렇지요. 조금 전까지도 괴물과 싸우고 왔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휴식을 취할 수 있겠습니까?”


용사가 옆의 막사로 손을 가리켰다.


“수십 명이 들어갈 막사네. 그리고 식사와 씻을 물도 마련했으니 오늘 하루는 푹 쉬시게”


“하하, 감사합니다. 뒤에 있는 분들은 누구십니까?”


용사는 다섯길드의 수장임을 알려주었고 하료와 각각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정말 괴물들과 싸울 수 있겠소? 갑옷을 갖춰 입은 기사들도 맥을 못 추는 무서운 것들이오”


블루 와이번길드의 수장이 물었고 허료는 그 뜻이 무슨 뜻인가를 간파했다.


‘미덥지 않은가 보구나, 그럼 보여주지!’


허료는 자신감을 표하듯 고개를 치켜들며 답했다.


“차려진 음식은 아직 따듯합니까?”


“그렇소”


“그럼······.”


허료가 뒤돌았다.


“이것들아 음식이 식기 전에 한탕만 뛰고 오자꾸나!”


하경은 이마를 부여잡았고 단원들은 무기를 치켜들며 함성을 질렀다.

허료는 뒤돌아 수장들과 눈을 마주치고는 전장으로 떠났다.


전장에 커다란 변화가 만들어졌고 밤이 찾아왔다.


막사 안의 침상에 누운 척괴단은 시끌벅적했다. 다들 괴물을 잡은 자신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떠들어 댔다.


“내가 애꾸 오크의 목을 한 번에 날렸지”


“트롤보다 내 팔이 더 굵더라!”


시끄러운 와중에 하경의 주변은 특히 더 시끄러웠다.


“아니, 쉬시라니까 또 왔소!”


“히히, 형님은 싸움에 미쳤다니까”


“돌아가면 용병 왕이신 분이랑 술 한잔해도 되겠슴까?”


시끄러움에 하경은 정신을 못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잠 좀 자자, 이것들아!”


[하하하하하]


단원들은 다들 떠나가라 웃었고 그제야 졸린지 수긍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전장은 어떤 거 같으냐”


허료가 물음에 하경은 전장을 떠올리며 답했다.


“이허가 오우거를 먹었다. 그러니 이 지경이지”


“깊숙이 들어간 게 그것을 확인하려 한 것이구나”


“맞아, 잡으려면 단장 혹은, 용사와 합을 맞춰야 할 거 같아”


“나를 용사의 격에 놓다니, 농이 심해”


하경이 모포로 전신을 가렸다.


“빨리 자자, 내가 잠을 못 잤어.”


“그래, 알겠다.”


그때 하경이 모포를 살짝 내리며 허료를 쳐다봤다.


“용사가 타락한 소인배를 선물로 주었다. 돌아가면 단장한테 넘길게”


“전장에서 선물이라니, 불길하니 빨리 돌려주어라.”


“무슨 소리”


하경은 본격적으로 잠에 들었다.




척괴단은 전장의 양익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했다. 수십 년간 괴물들과 싸워온 노하우로 괴물들을 짓밟았고 타 길드원들과 함께 괴물들을 몰아세웠다.


무너질 것 같지 않던 괴물들의 진형이 무너졌고 병력의 열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며칠이 지났다.


괴물들을 절벽 끝까지 몰아세웠다. 아직도 일천에 가까운 숫자였지만 척괴단이란 키가 있는 전장은 완벽할 정도로 우위였다.


하경은 후방에서 용사와 같이 있었다. 배치된 거대 발리스타를 바라보며.


“이게 저 오우거를 처리할 무기야?”


“그렇지, 오우거가 의식을 잠깐이라도 잃을때, 발리스타가 오우거의 목을 꿰뚫을걸세”


“그걸 우리 둘이 하는 거고?”


용사가 대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당연하네. 그럼 가세”


“그래”



‘작전이 통하려나’


둘은 발리스타를 뒤로하고 전장으로 떠났다.


오우거를 필두로 한 괴물들은 마지막임을 직감하고 처절한 저항을 하고 있었다. 척괴단도 부상자가 나오며 위기 상황을 겪었고 자칫 잘못하면 전세가 역전될 상황이었다.


다섯 수장들은 오우거 하나를 맡고 있었지만, 너무도 강력한 힘과 육체에, 수세에 몰렸다.


“언제 오는 건가!”


용사와 하경을 기다리는 듯했다. 기어코 코뿔소 문양을 새긴 길드 수장이 몽둥이에 맞으며 날아갔다.


그대로 몽둥이는 다른 수장들을 향했다.




대검이 무식한 속도로 날아와 몽둥이를 쳐냈고 하경이 달려와 한 번 더 몽둥이를 걷어찼다.


휘리릭


무기가 날아간 오우거와 용사가 대치했고 전투가 끝을 향해 달려갔다.


인간 측의 제일 실력자인 용사와 하경의 합격 술에도 오우거는 엄청난 용력을 뽐내었고 틈을 내비칠 순간이 오질 않았다.


환도는 물론이고 대검의 날조차 오우거의 가죽을 뚫는 것조차 버거웠고 용사는 무리하며 뛰어 들어갔다.


즉시 반응하여 오우거가 주먹을 크게 휘둘렀고 용사가 대검으로 막고는 멀리 튕겨 나갔다.


“지금!”


용사가 소리쳤고 하경이 오우거의 지척까지 쇄도했다. 그리고 땅을 밟음과 동시에 수직으로 솟구쳐 올랐고, 다리를 끌어올리며 오우거의 턱을 강하게 걷어찼다.




강렬한 폭음이 나며 오우거의 거체가 공중으로 떴다.


퓨웅


발리스타의 발사음이 허공에 퍼졌다.


“뭐지?”


하경은 아직 체공 중이었으며 몸이 회전하며 발리스타 방향으로 눈을 두고 있었다.


‘내가 맞는다!’


하경은 눈에서 검은 안광을 발했고 환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환도가 부서졌고 발리스타의 쇠뇌가 궤도를 틀었다.


그때였다.


오우거의 거대한 손이 하경의 몸을 낚아챘다.


“크억!”


엄청난 힘으로 하경을 압박했고 하경의 완력으로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하경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오우거와 주변의 괴물들의 눈빛이 이상했다. 마치 의지를 잃은 듯한 듯.


쿠와아앙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용사가 폭발적으로 쇄도해 왔고 대검을 오우거의 복부에 꽂았다.


‘다행······뭣?!’


하지만


콰직


오우거의 악력은 더욱 강해졌고 남은 손으로 용사를 쳐냈다.


용사는 튕겨 나가 굴렀고 괴물들은 정신을 잃은 듯 하경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하경의 눈에 용사의 입 모양이 확대되어 보였다.

[잘 가시게]


‘내가, 잘못 본 건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괴물들이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수십의 괴물이 오우거를 감쌌고 잡혀있는 하경에 몸에 날붙이들이 박혔다.


“으헉!”


오우거는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쳤고


“하경아!”


멀리서 그 장면을 목격한 허료가 즉시 뛰어들었다. 하지만 오우거와 수십의 괴물들은 끝내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괴물들은 떨어지면서도 하경에 몸을 찔러댔다.


끝없는 고통에 하경은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입가에는 선홍빛 피가 흘러내렸다.


풍덩


깊은 바다는 끝내 그를 빨아들였다.


‘계획된 것이었나. 이 전장도······용사도······.’


아직······.

죽을 수 없다.


난 아직······.

죽음과 대화하기 싫다.


이유가 무엇인가

왜 내가 죽어야 하는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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