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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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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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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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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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한 바구니에 싱글벙글

DUMMY

“에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어느 작고 오래된 건물 안.


은향 출판사 사무실에서는 한숨 소리가 푹푹 들렸다.

작가 구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렵고, 출판사는 너무 많아 이리저리 채일 지경.


경쟁 상대가 많아도 너무 많다.


“출판으로 밥 벌어먹기 참 어렵다.”


편집장인 황금산은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러자 그의 직속 후배인 오아라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선배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잖아요!”

“넌 뭐가 그렇게 긍정적이니? 참 부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오아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선배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1년차 신입 편집자인 그녀는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이 꿈만 같았으니까.


“제가 있잖아요 선배님! 스마일!”

“···너가 있는 게 뭔데.”

“아이 참. 제가 작가님 구해오면 되잖아요! 완전 히트작 쓰실 분으로!”


대책 없이 맑은 얼굴에 황금산도 포기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요즘 시국에 작가를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도 모르고···.

그래,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이지.

저 녀석도 차츰차츰 연차가 쌓이다 보면 나처럼 되겠지만.


‘휴, 안타깝군.’


원래 은향 출판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을 주는 힐링 소설을 위주로 기획 출간을 했다.

시장이 과열되기 전,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쯤이야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웬걸, 최근 들어 난립하고 있는 힐링 소설들.

너도나도 힐링 소설을 출간하자 그 틈에서 살아남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에휴!!!”

“왜요 선배니임. 더 이상 힐링 소설이 안 먹혀서요?”

“그래! 대한민국이 아주 힐링공화국이야 아주! 너무 많아 비슷한 게! 아주 파묻히겠다 파묻히겠어!”


오아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만큼 사회가 각박해진 거 아니겠어요. 치유받고 싶은 사람들이 넘치는 거죠.”

“그래도 그렇지! 대한민국이 무슨 랩 가사처럼. 어? 상처를 치유 받을 사람 어디 없나하고 아주 힐링! 힐링! 너무 다들 외치지 않아?”

“근데 선배님. 저희 아직도 주력 장르가 힐링 소설 아니에요···?”


맞는 말을 웃으며 하니 할 말이 없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도 뭔가 좀 색다른 힐링 소설을 발굴해야 된다 이거지.”

“색다른 힐링 소설요? 그럼 좀 대중들이랑 멀어지지 않을까요?”


은근 또 맞는 말만 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그사이 교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이거야! 대중적이고 상업적이되! 아주 약간의 차별성이 있는 그런 힐링소설!”


그러자 오아라는 주먹을 휘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제가 찾겠습니다! 그런 작가님!”

“어이구 말은 잘해요. 우리에게 딱 필요한 그런 대단한 작가가 어디 알아서 굴러들어오겠니? 그런 확률 따윈 이 세상에 없어요!”


황금산은 열변을 토하며 침을 튀겼다.

메일함을 열어보던 오아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있는데요?”

“뭐?”

“어떤 작가님이 힐링 소설이라면서 기획안이랑 초고를 보내주셨어요.”


황금산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야. 그래 왔다 쳐. 근데 그 초고가 완벽할 확률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니?”


잠시 후 글을 읽던 오아라는 대답했다.


“···있는데요? 지금 앞부분만 읽었는데 개쩔어요.”

“개쩐다니 넌 편집자가···. 야 그리고. 이 세상에 앞부분만 재밌고 뒤에 가서 무너지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데!”


황금산은 의자를 끌어당겨 오아라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투고했다는 작가의 글을 읽어나갔다.


“물론 있지 그런 작품! 근데 그런 작품이 마침 우리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럴 확률은 절···.”


글을 읽으며 중얼대던 황금산의 입이 멈췄다.


“야, 오아라!”

“왜요 편집장님···?”

“우리···.”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땡잡았다!!”

“네?!”

“금광을 발견했어. 우리가!!!”


황금산은 손수건으로 정수리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대체 누구란 말인가.

청춘의 에너지를 잊고 살던 중년 남성의 가슴에 불을 지핀 이 괴물 작가는.


* * *


“야, 야! 침 닦아 침!”


특식이란 말에 사향고양이 녀석은 아까부터 늘어진 침을 입가에 대롱대롱 매달고 있었다.


그래, 내가 미안하다.

글 쓰느라 아침을 못 챙겨줬으니까.


‘그럼 특식을 준비하러 가볼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패딩을 챙겨 입었다.

투고도 보냈겠다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렇게 노트북을 정리하고 나가려는 순간.


‘응?’


불과 몇 분 전 은향 출판사에 보낸 이메일.

영약의 도움을 받아 밤새 홀린 듯이 쓴 내 소설의 초고와 기획안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수신 상태가 벌써···.


[읽음]


‘와, 무슨 보내자마자 읽어.’


시스템이 자동으로 읽음 처리로 분류하나?

아무튼 원고를 읽고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드라마 감독이랑은 항상 대본을 두고 싸웠었지.’


아직 결과가 안 나왔지만 출판 쪽에 발을 디딘 느낌이 퍽 좋았다.

첫눈이 오기 전, 미리 눈이 쌓인 곳에 발을 푹 담가보는 그런 상상을 해보는 느낌.


-어이, 인간!!


그래, 그래.

항상 생각을 조금만 오래 하면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자 사향고양이 녀석이 서있는 곳 바닥에 물이 흥건한데···.


“야, 침 좀 닦으라고!”


-몹시 배고프로소이다. 퍼뜩 밥 안 주냥?


아니 근데 언제부터 내가 니 녀석의 집사였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집 안에 눌러앉은 녀석이었다.


나는 나갈 채비를 하며 열심히 식빵을 굽고 있는 똥싸개에게 말했다.


“지금 간다. 얌전히 있어.”


-근데 왜 밖으로 나가냥? 특식은? 응? 특식은? 특식은?


“아 한 번만 말해!”


-응. 특식은?


“지금 구하러 간다고! 특식 사냥하러!”


-인간, 사냥도 하냥?


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 사실 사냥은 아니고 물물교환이긴 하지만.

나에겐 계획이 따로 있었다.


.


‘어 춥다. 근데 뭐가 오긴 할 것 같은데.’


밖에 나와 입김을 내쉬며 하늘에 펼쳐진 구름을 보았다.

회색빛으로 물든 걸 보니 오늘 결판이 날 것 같았다.


‘비냐 눈이냐. 과연 누가 이길까.’


소설(小雪)의 아침 하늘은 우중충했지만 내 마음은 그저 상쾌했다.

밤샌 글 노동에도 이런 기분이라니.

사향고양이, 그 영물이 싼 영약은 묘약이자 보약이요, 현실에서 도통 구할 수 없는 사기급 물약이었다.


-짝! 짝!


그때였다.

자연의 정기를 느끼며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는데 어디선가 요란한 박수소리가 들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어. 평정심···?’


이른 아침부터 신기한 광경이었다.

수수한 트레이닝복을 위아래로 입은 평정심이 집 앞 마당에서 체조를 하고 있었다.


“헙! 허업!”


어찌 보면 시골 소녀 같다가도 태릉선수촌 운동선수 같기도 하다.

그녀는 몸을 쭉쭉 뻗어가며 겨울 한파를 찢을 기세로 절제된 동작을 선보였다.


멍하니 몇 분간의 국민체조를 지켜보자 마침내 끝이 난 모양이었다.


“아···!”


고개를 돌린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나는 가당치도 않게 그녀에게 인사 대신 박수를 보냈다.


“와···. 체조 진짜 멋지네요.”

“아, 그, 언제부터 봤어요?”


음, 공원의 동네 어르신처럼 ‘읏차’ 소리를 내며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부터요.


뭔가 창피했던 모양인지 집으로 들어가려던 그녀를 나는 다급히 붙잡고 말했다.


“아 저. 부탁할 게 있는데요.”

“네? 어떤··· 거요?”


뭔가 이래저래 염치없게 부탁만 하는 신세다.

물론 꼭 보답을 할 생각이다.

전세금을 돌려받거나, 출판에 성공해서 인세를 받은 뒤, 아니면 이 석연찮은 몸뚱아리로 품앗이라도 해서라도 말이다.


나는 특식을 만들기 위한 필살도구를 그녀에게 물어봤다.


“혹시 화목난로 좀 구할 수 있을까요?”

“화목난로?”


그녀의 평정심 가득한 얼굴 가운데에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특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비였다.


‘사실 별거 아니긴 하지만···.’


서울에서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 나로서는 요리 실력도 변변찮았다.

그래서 지금 당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떠올렸다.


그 이름하야···.


[군고구마 참치 상추샐러드]


얼핏 보면 혼종 같지만 맛있는 재료만으로 구성돼 있다.

편의점에서 산 고양이 참치캔과 텃밭에서 자란 상추로 샐러드를 만들고, 그 위에 군고구마를 화룡점정으로 올릴 예정.


그런데 중요한 건 군고구마를 화목난로에서 직접 제조할 계획이었다.

길거리에서 사먹던 따끈따끈한 겨울의 군고구마는 가히 붕어빵과 대적할만 했으니까.

중요한 건 그 수제 군고구마를 따라 만들려면 화목난로가 필요했다.


“음···.”


아랫입술을 위로 끌어당긴 그녀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뭐지?

설마 빌려주기 싫은 건가? 아님 너무 귀찮게 했나 내가?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다른 것이었다.


“엄마가 준 건 맛없었어요?”


아차.

그녀는 순례 아주머니가 준 에어프라이어표 군고구마가 맛없어서 내가 직접 구워먹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에이, 말도 안 되지.


“아뇨, 아뇨 전혀! 감사하게도 너무 맛있었죠! 단지···.”

“단지?”

“그, 로망 있잖아요. 시골로 내려온 김에 직접 화로에다가 해먹고 싶은?”


잠시 후 내 말에 수긍했다는 듯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희집 창고에 있어요. 화목난로.”

“아··· 감사합니다! 근데 왜 안 쓰세요? 추운 날 화목난로 켜놓으면 감성도 있고, 군고구마도···.”


그녀는 고구마에 진절머리 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으. 어릴 때 하도 먹어서.”


숨김없고 심플한 그녀는 참 재밌는 사람 같았다.


잠시 후 나는 그녀가 안내하는 곳을 따라 창고에 도착했다.


“우와.”


그곳 한구석에는 꽤 오래된 듯한 화목난로 한 대가 서있었다.

옆에는 마침 준비라도 된 듯 불쏘시개와 고체연료까지 떡하니 놓여 있었다.

난로 위의 손을 보호해 줄 목장갑과 함께.


“이거 다 써요.”

“그래도 돼요?”

“네. 어차피 오빠가 지 심심할 때만 가끔 와서 쓰는 거니까.”


뭔가 말 안에서 감정이 느껴지는데?

나는 풀세트를 빌려준 것에 대해 감개가 무량했다.


그런데.


“근데 조건이 있어요.”

“예?”

“그냥 빌려줄 순 없잖아요. 이걸 다.”


어라?

오히려 맘 편하지. 맨날 신세만 지고.


“아, 그럼 제가 계좌 알려주시면 소정의 비용이라도···.”

“그런 건 됐고요.”


그녀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뭐 얼마나 대단한 걸 요구하려고 하길래···.


“상추 좀요.”

“······?”

“저번에 준 거요. 더 없어요?”


원하는 게 고작 상추였어?


“아 당연히 드리죠! 아직 텃밭에 많아요. 얼마나 드릴까요?”


그러자 그녀는 아련한 눈빛으로 입술을 뗐다.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아니, 무슨 드라마 대사냐.

그녀는 나름 합리적인 제안을 하고 싶었는지 술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난로는 상추 10장. 장갑은 상추 세 장. 장작이랑 연료는 도합 일곱 장.”

“······?”

“합해서 총 상추 스무 장. 거래하실?”


상추가 무슨 화폐 단위냐

나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콜.”


* * *


“얘는 웬일로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재?”


순례는 아침 댓바람부터 삼겹살을 먹자고 아우성치는 정심이 신기했다.

보통은 계란 후라이와 반찬 몇 개로 아침을 간단히 먹는 딸이었으니까.


“아니이. 이 상추에 싸 먹으면 다 맛있다니까?”

“어유. 우리 정심이가 호들갑도 떨 줄 아네?”

“엄마도 먹고는 놀랐으면서?”


순례는 삼겹살이 노릇노릇 가지런히 누운 프라이팬을 식탁으로 가져왔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정심의 성화에 순례는 얼굴에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다.

지난번 윗집 작가 총각이 가져온 상추 덕에 정심이 부쩍 웃는 일이 많아졌으니까.


‘좀 전엔 무슨 토끼처럼 상추를 싱글벙글 한바구니 받아와서는, 참···.’


자신의 딸이 속으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괜히 놀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왜. 혹시 서울 총각이 준거라 더 맛있는 겨?”

“아, 뭐래?!”

“아이고, 농담이여!”


괜스레 얼굴을 붉히는 딸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나마 자식 중 한 명이라도 집에 붙어있어서 다행인 건가.

아들놈처럼 요 녀석도 홀랑 서울로 떠났으면 혼자 외로워서 버텨낼 재간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참 신기한 상추야.’


순례는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상추를 하나 집어 들었다.

겨울 텃밭에서 상추를 키워?

그것도 심지어 하루 만에?


‘참 재밌는 총각이라니까.’


순례는 자부심이 있는 농부였다.

상추는 자신의 텃밭에서 자란 것이 제일 맛난 것이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이 상추를 먹는 순간 그런 생각은 일순간에 바뀐다.

이 상추는··· 뭔가 남다르다.


-아삭.


“엄청 맛있지 엄마?”


정심은 거 보라는 듯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었다.

사실 정심에게 삼겹살은 핑계였고 목적은 상추였다.

어떻게 상추에서 이런 맛이 날까?

자신의 텃밭에서 키운 것보다 몇 배는 더 맛있고 향과 식감도 좋았다.


그것은 순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추를 먹은 날에는 신기하게도 뭔가 근심도 사라지고, 밤에는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에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 이건 상추만 요리해서 먹어도 맛있겠다.’


순간 상추를 메인으로 한 요리 하나가 번뜩 떠올랐다.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길어진 남편 간병 치레로 부쩍 입맛이 없어진 요즘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침을 꼴깍 삼키던 순례는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머, 얘가 웬일로 먼저 연락을 해?”

“누구?”


초원의 초식동물처럼 상추를 입 안 가득 우걱우걱 씹던 평정심이 물었다.

그러자 순례는 달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니네 오빠. 이따가 잠깐 집 들른단다!”

“엥? 갑자기?”


가족이지만 먼 친오빠의 행차.

그것은 평정심에게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또 어깨 잔뜩 올라갖고 오겠네.’


집안의 빵빵한 지원 덕에 서울에서 자리잡은 오빠 녀석.

그래 놓고 지금은 그 모든 게 자기의 능력빨인줄 알고 있다.


‘어휴, 재수 없어.’


[평탄한 색기]


평정심의 핸드폰에 저장돼있는 오빠의 저장명이었다.


* * *


폴짝폴짝.


바구니에 상추를 한가득 담아간 그녀의 뒷모습이 그러했다.

대놓고 내색은 안 했어도 상추가 엄청나게 맛있었나보다.


‘사실, 똥싸개 녀석의 특제 비료가 들어갔긴 하지만···.’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지도.

기분이 좋아진 평정심은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화목난로를 켜고 고구마를 구워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남겼다.


역시 집주인 딸의 통이 크다.


‘그나저나···.’


이 큰 화목난로를 창고에서 뒷마당까지 옮겨야 하는데···.

요 몇 년간 목과 허리로 생고생을 한 나는 무거운 물건을 들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들 수 있으려나?’


나는 최대한 무리가 없도록 허리를 곧게 펴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만약 무리라고 생각되면 다음번에 유시진에게 도움을 청하면 되니까.

수제 군고구마는 꼭 오늘만 날이 아니다.


‘무리하지 말자.’


나는 시험 삼아 조심스레 무릎을 굽혀 내 키의 절반만 한 화목난로를 들었다.

천천히, 또 천천히.


그런데.


“어?”


힘을 준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이 커다란 물건이···.


‘원래 이렇게 쉽게 들리는 거였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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