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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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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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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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5,815

작성
23.12.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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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웰컴투 에어하우스

DUMMY

‘그런데 문제는 딱 하나.’


바로 시간이었다.

똥싸개의 특제 퇴비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유자나무.

하지만 아직까지 열매는 맺히지 않은 상황이다.


그 유자열매가 맺히기만 하면 순례 아주머니의 독감 따윈 곧장 치유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키우지···?’


나는 농사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아직 시골에 내려온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됐고, 키워본 작물이라곤 고작 상추 하나였다.

이번에 새롭게 심은 유자나무조차 인터넷에서 파는 유자나무 묘목을 구입해 내 텃밭에 옮겨 심은 것뿐이었다.


‘세상이 너무 편리해서 배울 틈이 없었네.’


간단하게 터치 한 번으로 얻은 유자나무 묘목.

남이 기른 유자묘목을 편리하게 얻은 대신에, 그것을 어떻게 기르는지에 대한 경험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잠깐. 나한텐 그게 있잖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

나에겐 남들보다 압도적인 속도로 배울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영약이 있지 않는가.

미친 듯한 속도로 유자나무 기르기에 대한 지식을 단기간에 습득해버리는 것이다.


“정심 씨.”


나는 느끼한 말투로 평정심을 불렀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한 가지 선언을 했다.


“제가 순례 아주머니 낫게 해드릴게요.”

“···네? 어떻게요?”


그녀에게 허튼 말 같은 건 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내 말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얼굴을 했다.

나는 차마 유자를 드린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독감 때문에 며칠째 앓고 있는 사람에게 그냥 감기에 좋은 유자를 준다고 하면 놀리는 것 같지 않은가.


“다 방법이 있거든요. 저만 믿으세요.”

“······?”

“대신 아주머니 낫게 해드리면,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갑작스럽게 나온 부탁이란 말에 그녀는 당황해했다.

하지만 나라고 큰 걸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부탁···이요?”

“네. 뭐 엄청난 건 아니고요. 아주머니 독감 싹 나으시면···.”

“······?”

“그땐 정심 씨한테 말 좀 놓을게요. 어휴, 존댓말이 좀 어색한 거 있죠? 하하.”


나는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제안을 했다.

나이도, 키도 나보다 한참 작은 평정심에게 더 이상 ‘정심 씨’라고 부르는 짓은 못해 먹을 것 같았으니까.

나는 차유정처럼 그녀에게도 편하게 말을 걸고 싶었다.


잠시 후 평정심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대신, 저희 엄마 낫게 해드리면요.”


그녀는 흙투성이 신발을 탁탁 털더니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말이지 시크하면서도 묘하게 또 귀여운 구석이 있는 평정심이었다.


···유시진이랑 싸울 땐 나도 조금 무섭지만.


* * *


-똑, 똑, 똑···.


스위트 루왁커피가 제조되었다.

내 집중력과 체력은 당분간 최대치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또 뭔 짓을 하려고 그런다냥? 설마 또 피아노 칠 거냥?


“아니. 소설은 좀 쉬어야지. 지금은 유자나무가 더 급해.”


-유자? 유자는 감기에 좋소로이다.


“올. 넌 모르는 게 뭐냐 대체?”


-왈! 왈!


“백설기! 넌 또 왜 짖어?”


-얘가 자기도 칭찬해달라고 한다냥.


“그래, 그래. 착하다 우리 설기.”


-왈! 왈왈!


원래 살던 2층 집이었으면 1층의 순례 아주머니를 위해 조용히 시켜야 했지만···.

지금은 커피나무 근처의 새 집으로 똥싸개와 백설기를 데려온 상태.

거의 손볼 곳도 다 손 봤겠다, 이젠 살아도 크게 지장이 없는 새집이었다.


‘이렇게 큰 집이 다 내 집이라니.’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빈집 찾기 서비스’를 통해 계약하게 된 이 집.

지붕도 수리했겠다, 이젠 눈이나 비가 와도 천장에서 비가 새지 않았다.

물론 아직 실내 도배 마무리가 덜 되었고, 각종 살림 도구들이 텅텅 비어있어 아직 온전한 집이라고는 볼 수 없었지만.


나는 서울과 달리 가로로 널찍한 시골 새집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 쇼핑하러 시내가야지.”


그러자 사향고양이는 하얀 솜을 들었다.


-오! 나도 시내 나가고 싶다냥!


-월!!!


정말이지 활동적인 녀석들이다.

투닥거리다가도 내가 어딜 가려고만 하면 졸졸 뒤따라오곤 했으니까.


“자. 그럼 시작해볼까?”


-뭐를 말이냥?


“공부. 딱 30분만 집중할 테니까 조용히 해.”


그렇게 나는 스위트 루왁커피를 원샷했다.

마치 맥주를 마신 것처럼 캬! 소리가 절로 나왔고 곧장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천재가 된 듯한 기분이야.’


또렷해진 집중력으로 나는 유튜브에 접속했다.

그리고는 귀농 후 내가 늘 틈틈이 즐겨봤던 유튜버의 채널에 들어갔다.


농장의 신.


무려 80만 유튜버로 농사나 작물 등에 관한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었다.

물론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목소리로 추정했을 때 대략 50대 초반의 나이로 보였다.

거의 농촌의 삶에 관한 모든 내용이 있었기에 채널명대로 사람들은 그를 ‘신’이라 불렀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작물도 살려내고, 심지어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까지 안 다루는 영역이 없었으니까.


나는 채널 속 검색 기능에 ‘유자나무’라고 입력했다.


‘오, 역시!’


그러자 기대했던 대로 유자나무에 관한 동영상들이 몇 나왔다.

나는 영상을 누른 뒤 2배 속으로 빠르게 내용을 습득했다.


‘다음.’


그렇게 점점 유자나무에 관한 지식이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마치 백과사전 속 무수한 내용들이 뇌에 각인되는 듯한 경험.

두뇌를 회전시키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었지만, 스위트 루왁커피의 체력 활성화 기능 때문에 내 몸은 끄떡없었다.


잠시 후.


뜻밖의 결론이 나왔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한 이유였잖아?’


어째 스위트 루왁커피까지 마실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너무나도 허무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농장의 신이 올린 영상의 첫 1분도 전에 정답이 나왔다.


[유자나무를 키울 때 적정한 온도는 10도에서 25도인데요.]


그러니까 나는 저런 따뜻한 환경을 좋아하는 유자나무를 추운 겨울 텃밭 한가운데에 심은 것이었다.

이거, 똥싸개가 싼 마법의 퇴비 아니었으면 유자나무는 아예 자라지도 않았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용케도 무럭무럭 자랐네. 장하다.’


유자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나는 따뜻한 환경을 가진 곳을 물색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자랄 수 있는 장소 말이다.


가만.


불현듯 뭔가가 떠올랐다.


‘유시진이 한다는 게, 그 뭐였지?’


비닐하우스보다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다며 유시진이 침이 튀도록 자랑하던 그것.


근데, 이름이 뭐였더라···.


“맞다. 에어하우스!”


그의 말로는 작물의 속도가 일반 비닐하우스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뭔가 해결 방법을 찾은 듯한 나는 신이 나서 유시진에게 전화를 했다.

그 멋진 에어하우스를 구경할 수 있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거들먹거리며 외쳤다.


“야이씨, 당장 텨 와!! 이 형님이 한 바퀴 구경시켜준다!!”


···찾았다.

내 유자나무의 새로운 보금자리.


* * *


-들썩, 들썩!


또다시 위아래로 요란하게 움직이는 유시진의 트럭에 탑승하게 됐다.

뒤에는 내 어린 유자묘목이 두어 개 실려 있었다.

내가 또 녀석을 치켜세워주며 이것 좀 부탁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먹혀든 작전이었다.


“우진아. 그렇게 유자나무가 키워보고 싶었어?”

“어. 근데 키울 데가 마땅치가 않은 거야. 근데 갑자기 니가 떠오른 거 있지.”

“음하하! 야. 너 친구 진짜 잘 뒀다. 에어하우스만 있음 다 돼!”


녀석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의 유자묘목을 받아주겠노라 답했다.

나는 유시진의 비위를 맞춰주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보답하는 겸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시진이 들으면 환장할 그 목소리.


-여보세요? 작가님?!


다름 아닌 차유정이었다.

역시 단번에 알아들은 유시진은 지난번 그녀를 만나지 못한 한을 푸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차배우님!!! 저 진우진 작가 친구 유시진입니다!!! 너무 팬이에요!!!”


-아, 하하! 안녕하세요! 저희 작가님 잘 부탁드려요.


“그럼요! 안 그래도 지금 이 녀석 부탁을 들어주느라 진땀 빼고 있는 걸요? 음하하!”


단순하지만 이걸로 유자나무 건의 은혜는 단번에 갚은 것 같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차에 히터를 세게 튼 것도 아닌데 유시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었으니까.


-아 맞다, 작가님! 베스트셀러 되셨다면서요! 진짜진짜 축하드려요!!!


“고맙다 유정아. 너 내 책 벌써 인스타에 올렸더라?”


-당연하죠! 제가 작가님 에이전시도 아닌데 두 발 벗고 아주 열심히 홍보 뛰고 있다구요!


“너 덕분에 베스트셀러 들어갔나보다 야.”


-아무래도 그 영향도 있겠쬬?


차유정은 기분 좋은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슬슬 그녀에게 전화한 본래 목적을 꺼내기로 했다.


“맞다 유정아. 그 B팀 감독? 그분은 드라마 끝났지?”


-아, 도강훈 오빠요? 네네. 지금 촬영 끝나고 쉬고 있다던데? 연락처 드릴까요?


“어 그럼 고맙지.”


이름이 도강훈인가보다.

앞으로 내 소설이 드라마화가 되면 메인감독을 맡을 사람이니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차유정은 뭔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오빠가 좀 걱정이 많던데요?


“왜?”


-작가님 말씀은 너무 감사한데, 자긴 계약직 조연출이라 소속도 없고. 작가님이 추천해주셔도 막상 제작사에서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요.


···참 미리부터 걱정도 많네.

아무래도 아직 경력이 많지 않아 자신감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메인선배에게 얼마나 많은 꾸중을 들어왔겠는가.

이 바닥은 쌍욕 먹으며 혼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연출 쪽은 더 심하겠지.’


나는 그녀에게 호기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말라 그래. 그 사람, 내가 CX 미디어에 꽂을 거거든.”


그러자 차유정은 깜짝 놀랐다.

나는 좀처럼 허세같은 건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 작가님이요?! 근데 어떻게요?


“다 방법이 있어. 이 바닥, 저작권 가진 원작자가 갑이야.”


-헐, 대박. 오빠가 알면 진짜 좋아하시겠다. 그럼 오빠한테도 작가님 번호 드릴께요?!


“응, 그래.”


도강훈의 번호를 받은 나는 차유정과 전화를 마쳤다.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운전석의 유시진이었다.

에어하우스 도착하고도 차유정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차에서 내리지 않고 한마디 한마디 귀담아듣고 있었으니까.


“유시진, 안 가?”

“야. 차유정 담에 또 언제 온대?”


유시진은 운전석에서 괜히 똥폼을 잡고선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야 모르지 임마.”

“아니 왜! 유정 씨는 충주까지 왔으면서 그렇게 바로 떠나 버린거야? 한 몇 달 여기 있으면 안 되나?”


자신의 최애 배우를 보지도 못한 채 떠나보낸 유시진은 매우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나는 한 가지 희망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몇 달? 그것도 가능은 하겠다.”

“에이 안 되지. 연예인이 스케줄이 있는데···.”


그의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야. 스케줄을 여기서 하면 되지.”

“응? 그게 뭔 소리야?”

“아니 뭐, 유정이가 여기서 드라마 찍을 수도 있다. 뭐 이거지.”

“뭐?! 차유정이 여기서 드라마를 찍는다고?!”


갑자기 유시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찬물을 끼얹기로 했다.


“아니. 혹시나 나중에 찍을 수도 있다고. 아직 확정은 아니야.”

“뭔데. 드라마 뭐 찍는데! 치사하게 너만 알고 있냐? 야, 진우진!”


차에서 내린 우리는 에어하우스에 들어가며 티격태격했다.

사실 내 마음속으로 혼자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였다.


‘드라마화 되면 여기서 찍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공기도 좋고, 하늘도 좋고, 풍경도 좋겠다.


나중에 도강훈 감독과 만나면 이야기해봐야겠다.


*


“우와.”

“어때. 쥑이지?! 웰컴투 에어하우스다!”


에어하우스는 비닐하우스와는 정말이지 차원이 달랐다.

애초에 공기로 주입된 곳이라, 비닐하우스처럼 파이프로 만들어진 골격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천장이 뻥 뚫려있네···.’


마치 미래도시에 들어온 것 같은 광경.

아직 작물은 심어져 있지 않았지만 이곳의 넓이 또한 상당히 넓었다.


“야. 너 이런 곳을 어떻게 지은 거야?”

“내가 말했잖아. 에어하우스가 미래다! 이게 말이지, 공기를 주입해서 일정한 온도랑 압력을 유지한다 이거야! 한 마디로 최첨단 시스템인거지!”


유시진은 차유정을 대할 때처럼 흥분해서는 이어서 말했다.


“완전 대박인 건, 이 엄청 큰 크기에 심은 작물들이 전부 동일한 속도로 자란다는 거지. 물론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말이야!”


스마트팜이란 말이 맞았다.

자체적으로 내부 온도 등을 조절하면서 작물들이 자라는 데 적정한 환경을 맞춰줄 수 있었다.


‘그러면 성장 속도는 당연히 빠르겠지.’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았다.

가져온 유자묘목을 심기만 하면 기존의 속도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 자명했다.


“근데 진짜 여기 심어도 돼?”

“당연하지. 너 친구 좋은 게 뭐냐? 나도 좀 테스트랄까, 그런 걸 해보고 싶었거든.”


마침 완공된 지 얼마 안 된 시점.

유시진 또한 본격적인 재배 전에 맛보기로 작물 몇 개를 심어볼 참이었다고 했다.


“그래? 다행이다. 그럼 여기 유자묘목 가져온 거 몇 개만 심을게.”

“오케이. 대신 열매 나오면 나 유자차나 좀 대령해줘라? Okay?"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 특제 유자를 맛보면 또 뒤로 넘어지는 거 아닌가 몰라.


그렇게 유시진과 나는 가져온 유자묘목을 에어하우스에 옮겨 심었다.

몰래 가져온 사향고양이의 퇴비를 그 위에 얹은 건 보너스였다.


‘자. 과연 얼마만에 열매가 맺힐까?’


두근두근.

똥싸개와 똥과 최첨단 에어하우스의 콜라보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 * *


“야···. 진우진. 이게 말이 되냐?”

“그러게 말이다.”


다음 날, 에어하우스를 다시 찾은 유시진과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유시진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아닌지 직접 노란 열매를 이리저리 만져댔다.


나는 속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샛노랗게 익은 유자 하나를 손으로 똑 땄다.


“왜. 벌써 먹어보게?”

“아니. 선물로 줄 사람이 있어.”


아직 이 유자의 효능을 모르는 유시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요즘 시대에 누가 이런 과일 하나를 선물 받고 좋아할 사람이 있단 말인가.


‘얼른 가서 유자청 좀 만들어봐야지.’


나는 하루 만에 열린 소중한 유자를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비록 너무도 빠르게 자랐지만 내 정성어린 마음이 녹아 있는 유자.


이 열매의 능력을 확인해 볼 시간이었다.


*


문을 두드리자 편한 옷차림의 평정심이 나왔다.


“정심 씨. 이거 아주머니 드리려고 만들어봤어요.”


그녀는 유자를 동동 띄운 유자차를 들고 서있는 나를 미묘한 얼굴로 쳐다봤다.

어떤 감정의 표정인지 알 것 같았다.


고맙긴 하지만, 지금 이런 걸로 몸 상태가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얼굴.


“아···. 유자차네요. 감사합니다. 직접 하신 거에요?”

“네. 마시면 한결 나아지실 거예요. 제가 장담할게요.”

“···감사합니다.”


내 담담하지만 확신에 찬 어조에도 그녀는 감정의 변화가 없는 것 같았다.

내 유자차를 받아들고 집에 들어간 그녀.

방금까지도 순례 아주머니를 간호하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것 같았다.


‘효과가 있으려나···.’


밖은 쌀쌀했지만 나는 마당에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유자차를 마신 순례 아주머니의 몸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지···.


‘너무 빨리 자라서 오히려 불안하다.’


천천히 자란 것이 뭔가 몸에 더 좋을 것 같은 그런 심리.

단 하루 만에 자란 유자가 제 기능을 발휘할지 나 또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엄마!


집 안에서 평정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엥? 무슨 일이지?’


나는 궁금한 나머지 현관문에 귀를 바짝 댔다.

뭔가 어수선한 집 안 분위기.

안에서 뭐라 시끄러운 대화가 오고 가는데 제대로 들리지는 않는다.


‘아이씨, 궁금한데.’


그때였다.


-끼익!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마침 체조라도 하고 있었던 듯 능청을 떨었는데···.


“어···? 아주머니?”

“어머, 총각!! 이게 얼마만이야···?!”


며칠째 앓아누웠던 사람이고는 절대 보이지 않는 순례 아주머니의 얼굴.

오히려 기운이 펄펄 나는 사람 같았다.


“독감은 나으셨어요?”

“어!! 너무 신기한 거 있지?! 갑자기 말끔하게 사라졌어 아주!! 자, 봐!”


아주머니는 신나셨는지 대뜸 내 앞에서 절도 있는 체조를 보여줬다.


‘뭐야. 이렇게 직빵이라고?’


···잠시나마 의심해서 미안하다.


역시 똥싸개의 똥을 먹고 자란 유자는 그냥 유자가 아니었어.


‘독감도 단 5분 만에 낫는···, 슈퍼 유자.’


이렇게 또 하나의 슈퍼 작물이 탄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혼돈군주
    작성일
    23.12.23 23:30
    No. 1

    커피도 그렇고 유자도 그렇고 충주에서 기르기엔 무리가 많이 따르는 나무들 ....
    특히 커피는 겨울이 있는 나라에선 노지에서 기르기가 거의 불가능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re******..
    작성일
    24.01.01 13:26
    No. 2

    작물은 그렇다치고...판타지니까....대충
    근데 피디를 작품 보지도 않고 뽑아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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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루왁커피 +11 23.11.24 10,374 216 15쪽
4 커피나무가 왜 여기에 +3 23.11.23 10,962 187 14쪽
3 군고구마+김치=? +5 23.11.22 11,643 203 14쪽
2 나는 사향고양이로소이다 +9 23.11.22 12,577 226 14쪽
1 느리게 좀 살아보려고 +26 23.11.22 15,019 2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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