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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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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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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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왜 자꾸 졸졸 따라다니는 건데

DUMMY

-뽀드득, 뽀드득.


저녁 식사를 마친 나는 순례 아주머니의 만류를 이겨내고 설거지를 하게 되었다.

염치가 있으면 이 정도 보은은 해줘야지.


그나저나···.


‘출판사들은 원래 이 시간까지 퇴근을 안 하나?’


은향 출판사에서 갑작스레 보내온 문자.

읽씹을 당한 줄로만 알았건만 다행히도 빠른 기일 내에 답장이 왔다.


뭐, 인세 관련 논의 때문이라 그랬나.


‘보통 출판 쪽에선 인세를 얼마나 주지?’


출판은 처음이니 나는 그야말로 신인.

자칫 잘못하면 노예 계약을 하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 급한 거 없으니 출판 계약은 천천히 하자고.


‘느리게 좀 살려고 여기 내려온 거니깐’


설거지를 다 마친 나는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과일 좀 맛보셔요들!”


언제 준비된 건지 식탁 위에는 큰 쟁반에 귤, 사과 등을 포함한 갖가지 과일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손이 참 크시단 말이지.’


그런데 순례 아주머니의 말은 아무래도 나 혼자 들은 것 같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지금 다른 것을 보느라 온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까.


“아이구, 총각. 글을 아주 잘 썼나보네!”


순례 아주머니는 내 노트북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든 나머지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포크로 사과 한 조각을 푹 찔러놓고선 나의 입으로 건네주셨다.


“아, 감사합니다.”


이거 내심 기분이 참 좋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말도 못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글에 몰입감이 있다는 뜻 아닌가.


‘잠깐.’


근데 이 사과, 아주 꿀맛이다.

역시 충주는 사과가 유명하다더니 씹을수록 단 과즙이 입 안을 맴돌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사과 한 조각을 또다시 입에 넣었다.

꿀처럼 생긴 심이 사과 안에 진하게 박혀 있었다.


그때.


“어떠세요, 실장님?”


같이 노트북 삼매경에 빠져있던 차유정이 평탄 실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미각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이번엔 귀를 쫑긋했다.


읽기 전에는 내 힐링 소설이 심심한 상추 겉절이 같다고 비유를 한 그였다.

그런 그가 막상 내 소설을 읽고는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했다.


그는 손으로 턱을 매만지더니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뭔가 맛은 심심한데···.”


차유정의 시선은 그의 입에 쏠렸고, 평정심은 오빠의 의견따위 개의치 않다는 듯 혼자 계속 노트북으로 내 소설을 읽고 있었다.


잠시 후, 그에게 들려오는 내심 뿌듯한 한마디.


“재밌긴 하네.”


지금 그의 표현은 나름대로 최상의 표현 같았다.

평정심처럼 자신의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사람 같았으니까.


‘상추도 지 혼자 다 먹더니.’


이렇게 되면 평정심의 오빠라는 사람도 내 작품이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저 옆에 노트북에 빨려 들어갈 듯 거북목을 하고 있는 평정심 또한 마찬가지고.


‘이거 예감이 좋은데?’


사람들의 눈은 거의 다 비슷하다.

나 혼자 내가 쓴 작품을 애써 객관적으로 보려는 것과, 나와 관계가 없던 사람들의 눈을 빌려 냉정한 평가를 듣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차유정은 싱글벙글 기쁘다는 얼굴로 실장에게 말했다.


“그쵸? 제가 그랬죠? 이거 드라마로도 손색없다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슬로우라이프. 힐링 그런 느낌···.”


그러자 평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아니. 소설로선 재밌는 게 분명한데. 드라마는 또 다른 얘기야.”

“네? 왜요?”

“아무리 원작이 재미있어도 각색은 다른 영역이거든. 너 원작으로 인기 끈 작품 중에 드라마화 해서 쫄딱 망한 작품이 몇 개인 줄은 알아?”


평탄이 냉정한 어조로 말하자 차유정은 다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상 여자가 강아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모양새.


“그러니까 차유정. 니가 원하는 대로 이게 제작이 되려면···.”

“되려면?”

“가장 중요한 하나가 필요해.”

“그게 뭔데요?”

“각색 잘하는 작가. 그러면 이 소설, 드라마도 된다.”


그는 이어서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평탄 실장은 현실을 알라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런데 차유정은 뭐가 그리 좋은지 갑자기 활짝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통통 튀는 말투로 말했다.


“각색 작가를 왜 따로 구해요?”


평탄은 차유정의 시선을 따라 나를 쳐다봤다.

차유정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히죽대고는 입을 열었다.


“작가님 본업이 드라만데. 우진 작가님, 진짜 엄청 글 잘 쓰세요!”


뭔가 부담스러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래.


‘소설도 쓰고 드라마도 써보자.’


한 번뿐인 인생, 한번 해보는 거지 뭐.

혹시 누가 알겠는가?

소설과 드라마, 둘 다 대박이 나서 지난번 겪은 굴욕을 씻어낼 수 있을지도.


‘드라마 제작사는···, JBS만 아니면 돼.’


* * *


다음 날, 은향 출판사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분위기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이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오아라. 연락 온 거 없어?”

“아직이요···. 하, 혹시 확인을 못 하신건가? 제가 문자로 보내가지고 읽으신 건지 아닌지를 볼 수가 없어요.”


황금산 편집장은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발을 동동 굴렸다.


“야야. 그, 문자도 확인했는지 볼 수 있게 보내는 방법이 따로 있다니까?”

“아 맞다. 깜빡 했어요···.”


어제 저녁 시간에 진작가에게 문자를 보낸 은향 출판사.

그들은 가능하면 당일 통화를 원했지만 아직까지 작가에게서 연락 한 통 오지 않았다.


“너무 답장을 늦게 보냈나 봐 우리가.”


괜스레 자책하던 그 순간.


-지이잉!


“어, 어어! 편집장님! 전화, 전화요!”


오아라는 자신의 핸드폰이 마치 뜨거운 감자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녀가 내민 핸드폰 액정에는 ‘진작가님’이라고 발신인이 찍혀 있었다.


“야야야야. 침착, 침착하게!”

“네! 후···.”

“떨리면 내가 할까?”


그러자 오아라는 할 수 있다는 당찬 표정을 짓고는 눈을 부릅떴다.


“아니요. 할 수 있습니다 편집장님!”

“오케이!”


은향 출판사는 최근 자신들이 부진했던 기획출판의 흐름을 바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진작가가 보낸 <신묘한 고양이 다방>은 딱 자신들이 원하던 소설이었다.

힐링, 웃음, 휴머니즘, 스릴러까지···.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갖가지 맛을 담으면서도, 동시에 소설의 중심은 끝까지 지켜냈다.


‘이거 아무래도 신인작가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진작가>.


이 사람은 투고를 보낼 때 위와 같은 이름으로 보냈었다.

정체를 감추고 싶은 모양인가?

그가 보낸 이메일로 구글링을 해봐도 도무지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여보세요? 아, 진작가님! 은향 출판사 오아라입니다.”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전화가 시작됐고, 황금산은 벌겋게 달아오른 두 귀에 총력을 기울였다.


-아, 안녕하세요.


“어제 많이 바쁘셨나 봐요! 맞다 저희, 작가님이 투고 해주신 원고, 다 읽어봤어요!”


-감사합니다. 혹시 어떠셨나요? 제가 소설은 처음 써봐 가지고···.


“예, 처음이요?!”


‘······!!!’


오아라의 놀란 반응에 이어 황금산은 이마를 닦던 흰색 꽃무늬 손수건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 원고가 정녕 신인 작가의 필력이 맞단 말인가!


편집장은 뒤로 주춤거리다가 의자를 잡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는 어서 전화를 이어 하라는 듯 오아라를 향해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시구나···. 저희 너무 재밌게 읽었거든요. 글만 봐도 시골의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데다, 또 이장 선거 에피소드도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오아라는 마치 팬이 된 듯 그녀가 애정을 갖고 이 소설을 읽었다는 걸 어필했다.

황금산은 어서 본론을 말하라는 듯 또다시 손을 동그랗게 말아 신호를 보냈다.


“아! 진작가님! 저희 인세 비율 관련해서 먼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아, 인세요. 네. 말씀해주시죠.


꿀꺽.

오아라는 침을 삼킨 뒤 황금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은향 출판사와 계약하시게 되면···.


-네.


이 진작가란 사람.

한 번 말해보라는 듯한 전혀 긴장하지 않은 목소리였다.

내공이 아주 보통이 아니다.


“발행부수만큼, 정가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작가님께 책정해드리려고 하거든요.”


-아, 그러니까 인세가 15%란 말씀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작가님.”


오아라와 황금산은 마치 스파이처럼 서로 눈빛 교환을 했다.

신인 작가에게 인세 15%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유명한 기성작가조차 10%의 인세 비율로 계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일거다···.’


큰 리턴을 얻으려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했다.

황금산은 사정이 어려운 회사의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이 작품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진작가를 돈으로라도 사려고 사달이 난 상태였다.


-······음. 괜찮은 것 같기도 하네요.


“그죠, 작가님?!”


‘······!!!’


오아라는 대놓고 기뻐했고, 황금산은 이제 됐다는 듯 혼자 조용히 어퍼컷을 날렸다.


“아, 작가님 그러면. 저희가 미팅을 한번 하면 좋을 것 같거든요? 혹시 언제쯤 시간···.”


-아, 시간은 괜찮은데···. 제가 좀 멀리 살아서요.


“괜찮습니다! 저희가 찾아뵙겠습니다!”


황금산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유 감사하네요. 근데 제가 지금 충주에 내려와 있는데···.


살짝 굳어진 두 사람의 얼굴이었다.

차를 타고 가면 대략 왕복 4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

오아라의 눈치에 황금산은 다시 한 번 손을 동그랗게 말았다.


“상관없습니다! 그럼 저희가 날짜 몇 개 말씀드릴 테니까, 편하신 날짜 주세요 작가님!”


-네, 그러시죠.


“아 맞다. 그리고 작가님 성함 좀 알 수 있을까요?”


-······?


“다름이 아니라, 계약서에 쓰려면 성함이나, 아! 아니면 필명도 되고요. 그걸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계약서에 기입해서, 충주까지 찾아간 뒤에, 맛있는 밥도 사드리고, 커피도 마시면서, 발행부수 기준의 인세 15%짜리인 대박 계약서에 사인도 하시면···.


그런데, 갑자기 그가 태세를 전환했다.


-잠시만요.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 드려도 될까요?


“예? 혹시 무슨 일로···.”


-아, 제가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


벙찐 표정의 두 사람은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맞다, 그리고···. 제 이름은 진우진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겼다.


오아라는 좌절할 틈도 없이 재빨리 검색창에 진우진이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편집장님.”

“···왜.”

“검색하니까 나왔는데요. 이분 원래, 드라마 작가셨던 거 같아요.”

“뭐?”


황금산은 각종 화려한 수식어로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한 진우진 작가의 과거를 보았다.


하! 어쩐지···. 기성이었어?


“이제야 알았네.”

“뭘요?”

“전화 끊은 거. 이거 작가님이 밀당하는 거다.”

“예? 그럼 설마, 인세 비율이···.”


황금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인세가 맘에 안 드시는 거야. 15%로는 어림도 없다 이거지.”


* * *


나는 은향 출판사와의 전화를 끊고 산책을 이어갔다.

눈도 그쳤겠다, 역시 시골길을 걸으며 선비처럼 유유자적 걸으니 아무 근심이 없었다.

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공간적,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인세 15%면 대박인데?’


나는 은향 출판사가 제시한 인세 비율에 대해 속으로 감탄했다.

내가 뭐라고, 은퇴한 드라마 작가에게 그런 놀랄만한 숫자를 제시한 걸까?


다만, 내가 전화를 끊은 것은···.


‘아직 필명을 못 정했거든.’


기왕이면 새로 시작하는 느낌으로 본명 대신 뭔가 기깔난 필명을 짓고 싶었다.


이름 짓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거라던데, 일단 머리 좀 굴려보고 다시 은향 출판사에 전화해 봐야겠다.


-터벅, 터벅···.


‘근데, 아까부터 왜 자꾸 졸졸 따라다니는 건데···.’


나는 지금 벌어지는 이 기묘한 산책 행렬에 의문을 띄웠다.


맨 앞에는 평정심이, 그 뒤엔 내가, 또 내 뒤엔 차유정이 차례대로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행군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 후 발걸음이 빨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차유정이 내 쪽으로 바짝 붙었다.

하이힐 신고 걸으면 발이 아프지 않으려나 생각했더니 용케도 아주머니 운동화를 빌려 신은 모양이었다.


“작가님!”

“넌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냐. 잠은?”

“저 에어비앤비요! 시골집 감성 쩔던데요?”


그건 또 언제 구했대.

차유정은 생얼인지, 옅은 화장을 한 건지 모를 수수한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작가님. 저 근데 질문 있어요!”

“뭔데?”

“여기서 심심해서 어떻게 살아요? 서울로 오고 싶진 않으세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지금까진 아주 좋아. 그 복잡한 곳에서 부대끼고 사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 야.”

“아 그렇구나. 근데 저 또 질문 있어요!”

“참 궁금한 것도 많다. 뭔데.”

“저 앞에 쪼고만 분이랑은 친해요? 어제 밤에는 같이 우산도 쓰고 계시던데.”


그녀는 내 눈치를 살폈다.


“그냥 주인집 딸이지 뭐. 아직 덜 친해진 듯? 너랑 달리 되게 무뚝뚝하거든 쟤.”

“아아. 그렇구나.”


차유정은 뭔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아. 그럼 나도 질문 하나만 할게.”

“얼마든지요!”


나는 그녀의 뒤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 강아지는 대체 누구냐? 아까부터 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데.”

“네? 강아지요···? 어머!”


차유정은 뒤를 쳐다보더니 자기도 몰랐던 듯 깜짝 놀랐다.


전형적인 시골 잡종 느낌의 하얗고 조그만 강아지가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 걷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구네 백구. 누가 보면 니가 키우는 줄 알겠다 야.”

“어머. 언제부터 왔니 너? 너무 귀엽다아.”


그녀는 쪼그려 앉은 채 백구를 쓰다듬어 줬다.


“흠. 주인이 있는 강아진가?”


그때였다.


강아지는 갑자기 하늘을 보더니 왕왕 짖기 시작했다.


-월! 월!


“어···? 작가님! 눈이 또 와요!”


예고 없이 펑펑 쏟아지는 흰 눈.

하얀 백구는 눈이 와 신난 건지 길 옆의 논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혼자 빙글빙글 놀기 시작했다.


한편, 앞에 걸어가던 평정심은 유턴을 하더니 다시 우리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눈이 쏟아지기 전에 집으로 복귀할 예정인 듯 보였다.


“작가님! 저희도 돌아가요!

“그러자. 근데 강아지는 어떡하지?”


그러자 평정심은 내 말을 들은 듯 백구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가만 냅둬요. 괜히 주인 있는 개 건드렸다가 시비 걸리니까.”


그녀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듯 진저리를 치고는 다시 집 쪽으로 걸어갔다.


“···그래 가자. 쟤도 산책 중이었을지도 모르지.”

“괜찮겠죠? 집으로 알아서 찾아가겠죠?”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 동네 전문가인 평정심의 말을 듣는 수밖에.


그렇게 하늘거리며 살짝 내리던 눈은, 곧 폭설이 되기 직전처럼 내렸고 우리는 잰걸음으로 얼른 집에 복귀했다.


“와. 무슨 눈사람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너 집에 안 가니?”


자연스레 계단을 따라 우리 집으로 들어오려는 차유정이었다.


···얘는 연예인이 스케줄도 없나.


“아 맞다. 저 실장님한테 스케줄 좀 물어보고 올게요!”

“그래. 이제야 좀 연예인 같네.”


뒤를 돌아본 그녀는 느닷없이 또 까무러치듯 놀랐다.


대체 뭘 봤기에···.


-왈! 왈!


“어?”


계단 밑으로 아까 전 따라오던 그 백구가 서있었다.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참으로 순수한 표정.


“야. 백구야! 너 여기까지 따라오면 어떡해!”

“얘, 주인이 없나?”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백구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뭐, 눈도 이만큼 오는데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만 맡아 줄까나.


하늘에서 내리는 백구의 털 색깔과도 같은 눈을 보며 나는 한 가지 작명에 성공했다.


“얘 이름 정했다.”

“뭔데요?”

“눈처럼 하야니까, 흰 백(白)자에 눈 설(雪)자를 합해서···.”


나는 백구를 라이온킹의 한 장면처럼 들어올리며 말했다.


“백설기. 그게 니 이름이다.”


-왈! 왈!


녀석은 이름이 맘에 들었는지 혀로 내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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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느리게 좀 살아보려고 +26 23.11.22 15,018 2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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