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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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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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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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행운의 백설기

DUMMY

“어머, 얘 되게 맘에 드나 봐요!”


백설기란 이름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백구를 보며 차유정은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리더니 다시 뭔가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였다.


“맞다, 스케줄! 저 실장님한테 좀 갖다 올게요!”

“그래그래. 너 아마 스케줄 거의 꽉 차 있을 걸?”


차유정은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그녀는 앞으로 내려가면서 고개는 나를 향했다.


“나도 작가님처럼 당분간 여기서 좀 쉬고 싶다···. 암튼, 설기랑 놀고 계세요!”


계단에서 내려간 그녀는 길을 못 찾는 듯 우왕좌왕 두리번대다가 겨우 제 갈 길을 찾아갔다.


‘맞다. 쟤 길치였지···.’


그리고 잠시 후, 차유정이 사라지자 때마침 눈발 사이로 평정심이 나타났다.

그녀는 아까 본 흰색 강아지가 자신의 집 앞에 있는 걸 발견하곤 살짝 미소를 지었다.


“따라왔나 보네.”

“아, 정심 씨. 그, 드릴 말씀이 있는데···.”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처음으로 그녀를 정심 씨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안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


“당분간 맡아주실래요?”

“아, 정말요? 그래도 될까요?”

“네 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건데요. 주인 나타나면 그때 가서 생각하죠.”

“근데 어디서 온 걸까요? 이 동네 사람이 키우던 강아진가···.”

평정심은 백설기를 유심히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울 동네에서 이런 강아지는 본 적 없어요.”


어쩌면 백설기가 유기견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서울 사람들이 차를 타고 시골까지 내려와서는, 키우던 개를 버리고 간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리긴 했으니까.


“아무튼 감사합니다! 제가 싹, 깨끗이 씻겨가지고 집 안에 들여보낼게요.”

“네. 그러세요.”


평정심은 들뜬 내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고는 뒤돌았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한번 키워보고 싶었다보니, 나도 모르게 들뜬 나머지 감정이 잘 감춰지지 않았나보다.


“아 그리고, 얘 이름은 백설기에요.”

“백설기요?”


내 말에 다시 뒤돌아 선 그녀는 백설기를 대롱대롱 안은 채 서있는 나를 쳐다봤다.

이어서 흰 털의 백설기를 유심히 살피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잘 어울리네. 백설기.”


그녀는 코가 촉촉한 백설기가 귀여운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리고는 내가 안고 있는 백설기의 어느 부위를 보더니 한마디 툭 던지고 사라졌다.


“딱 여자 이름 같네요. 백설기.”

“아···. 얘 여자였나요? 전 그것까지는 몰랐는데···.”


그렇구나, 여자 백구였다니.

아무쪼록 남은 걱정은 딱 하나였다.


‘똥싸개 녀석과 잘 지내야 할 텐데···.’


* * *


탐색전인지 서로의 몸 냄새를 맡는 녀석들.

동물들은 인간보다 후각이 훨씬 뛰어나, 냄새로 정보를 교환한다고 들었다.


‘인간으로 치면 연락처 교환인건가.’


그러다 사향고양이 녀석은 갑자기 사람처럼 비명을 질렀다.

뭔가 엄청난 기억이 떠오른 것처럼.


-어!!!!! 너, 너?!!!!!


“아이 깜짝이야. 좀 고양이처럼 놀라면 안 되냐?”


갑자기 똥싸개와 백설기가 우호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냄새로 둘이 뭔가를 깨달은 건가···?


“왜, 뭔데 그래?”


-얘, 내가 아는 강아지다냥.


“뭐···?”


무슨 아는 형님도 아니고 둘이 어떻게 아는 거지?

둘 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만난 얘들인데 말이다.

그런 둘이 무슨 접점이···. 아, 설마?!


-전에 트럭에서, 나랑 같이 있던 강아지로소이다.


역시, 그 개장수가 몰던 트럭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똥싸개뿐 아니라 그 트럭에는 다른 강아지들도 같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야, 뭐야. 그럼 니네 둘 다 같은 곳에서 탈출한 거네?”


내가 묻자 백설기와 똥싸개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리는 짖고, 한 마리는 말했다.


-왈!

-그렇다냥!


어느새 친해져버린 두 녀석.

같은 고난을 겪어서인지 그 친밀감이 사뭇 달라보였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자 나 또한 마음이 평온해졌다.


갑자기 두 마리라···.


-아무튼,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한다냥, 신입!


니네집 아니거든.

그리고 신입이라니, 벌써부터 텃세 부리냐 너.


-그럼 신입한테 이름을 지어줘야겠다냥?


“안 그래도 이미 지어줬어. 눈 오는 날 만났으니까, 눈 설자를 넣어서···.”


그러자 사향고양이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하하하! 나 알았다냥! 이 녀석, 아무데나 똥을 싸지르니까 그거 맞소로이까?


“뭐.”


-설사! 쟤 이름 설사 맞다냥? 눈 설자를 넣어서! 냥하하하!


미안하지만 틀렸다.

나는 짠한 눈빛으로 백구의 이름을 알려줬다.


“아니? 얘 이름···. 백설기인데?”


-뭐? 백설기?


“응.”


-아니···. 나는 왜 똥싸개고! 쟤는 귀여운 이름이냥?!! 이거 불공평하소로이다!!!


“아아! 야. 니 주먹 아프다니까!”


갑자기 냥냥펀치를 갈기는 사향고양이 녀석이었다.


하긴, 둘의 이름이 너무 느낌이 다른가?


-월! 월, 월!


-주인이라니! 이 인간은 주인이 아니라 그저 캔따개 일뿐이소로이다! 그리고 나는 너의 선임이로소이다!


‘어우, 아프고 시끄러워.’


며칠 사이 동물이 한 마리 더 늘어나버렸다.

문득 가장이 된 느낌이라 어깨가 살짝 무거워지는데···.


한편으로는 오히려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백설기···. 넌 또 나에게 어떤 행운을 가져다줄거니?’


* * *


차유정의 호출에 나는 1층 마당으로 내려갔다.

동물들 사이에서 정신없게 있다가 마침내 같은 인간으로 환기시키는 기분.

다행히 눈도 그쳐서 하늘 또한 맑게 개어있었다.


“어 유정아, 이따 저녁에 서울 올라간다고?”

“네···. 오늘 인터뷰 하나가 잡혀있었네요.”


그럼 그렇지.

차유정은 가끔 자신이 연예인이란 걸 까먹는 듯했다.


그때였다.


“저기요.”


나지막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평정심이 서있었다.

웬 검정 볼펜과 노트 하나를 들고선 말이다.


“저, 사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이럴 수가.

연예인에게 관심이라곤 없어 보였던 평정심이 차유정에게 사인을 요구했다.


“아아 물론이죠! 평정심님이시죠?”

“네. 그냥 to. 정심. 이라고만 해주세요.”


슥슥 멋진 사인을 휘갈긴 차유정은 평정심에게 다시 노트와 펜을 돌려줬다.

그러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평정심은 목례를 꾸벅했다.


‘참 재밌는 캐릭터야···.’


평정심은 이번엔 나를 보며 말했다.


“어제, 소설 잘 읽었어요.”

“정말요? 혹시 어느 부분이 제일 재밌으셨나요?”


갑작스런 내 질문에 평정심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곧 눈이 살짝 커지며 뭔가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전 정유미라는 캐릭터요.”


‘오, 제법인데.’


보는 눈이 있었다.

정유미라는 캐릭터는 <신묘한 고양이 다방>에서 주인공 다음으로 귀촌한 서울 여자였다.

겉으론 차갑지만 속은 따뜻하고 여린 캐릭터.

고양이 다방의 단골손님으로, 노모가 죽고 난 뒤 가게를 이어받으며 사람 사이에서 받았던 상처를 치유한다.


즉, 내 소설에서 마침표를 장식하는 인물이었다.


“역시. 중요한 캐릭터를 딱 말씀하시네요.”

“근데 그거, 차유정 님 생각하시면서 만든 거죠? 이름도 비슷한데. 유정을 거꾸로하면 정유. 정유미.”


‘엥?!’


나는 두 번째로 놀랐다.

왜냐하면 이번에 그녀가 한 말 또한 사실이었으니까.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느낌이.”


그러자 묵묵히 듣던 차유정이 다급히 대화에 끼어들었다.


“진짜에요 작가님? 정유미가 저였어요?!!”

“아 뭐, 성격을 좀 빌렸지.”

“대박!!”


새삼 감동한 표정의 그녀였다.

마치 아이처럼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건 덤.


“역시 이거 저한테 딱이라니까요! 드라마로 제작되면 저 할래요!”

“···나야 좋지. 근데 실장님은 뭐래?”


사실 나도 어느 정도의 성공은 예견하고 있었다.

출판사가 제시한 인세 15%라는 것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좀 전에 찾아봤었지. 15%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치라는 걸.’


그런데 차유정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정말이지,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감정에 솔직한 아이였다.


“실장님. 분명히 재밌게 읽고 있었거든요?”

“응, 근데?”

“근데 중간에 갑자기! 다른 드라마 대본 좀 읽겠다면서 글쎄! 작가님 소설 절반도 안 읽고 노트북 덮으신 거 있죠?”


차유정은 분하다는 듯 신발을 바닥에 몇 번이나 내리찍으며 말했다.


···이러니까 차유정이 예능에 잘 안 나가는구나.

순수하고 열정은 넘쳐나는데 간혹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욕심이 많다고 악플을 다는 사람이 몇 있었다.


‘실제로는 선도 잘 지키고, 예의도 바른데 말이지.’


-왈!


언제 또 집에서 탈출한 건지 백설기는 우리 곁을 신나서 맴돌고 있었다.

꼬리가 무슨 헬리콥터 프로펠러 같았다.


“안타깝네. 내 소설 누가 가로채 가면 어떡하냐.”


나는 괜히 진심이 절반쯤 담긴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니까요! 정작 모델은 난데! 다른 제작사에서 작가님 원작 IP 홀랑 가져가버리면! 전 두 눈 뜨고 도둑맞는 기분이라니까요?!”


차유정은 그런 미래는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던 중 나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유정아. 너 나랑 또 드라마 하고 싶어?”

“그걸 말이라고 해요? 저흰 한 세트잖아요 작가님!”


나는 마치 도인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방법이 있어.”

“네?! 뭔데요?”

“혹시 그분, 커피 좋아하시니?”

“실장님이요? 어휴. 대본 읽을 때마다 몇 잔씩이나 내려 먹을걸요?”


됐다.

척 보기에도 업무에 짓눌려 사는 사람 같았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말이다.


평상시 상태로는 내 소설의 가치를 못 알아보는 평탄 실장.

그렇다면 내가 아량을 베풀어 내 소설의 진가를 맛보게 해줄 수밖에.


“그럼 10분 뒤에 잠깐 2층 올라와볼래?”

“에? 왜요?”


어린아이 같은 차유정의 얼굴에 나는 산타 할아버지 같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줄 선물이 있거든. 너희 실장님한테.”


차유정 덕 좀 보겠네 평탄 실장.


내가 줄 선물은, 바로 루왁커피였다.


*


“우와. 작가님 되게 스윗하시다.”

“에이 뭘. 유정이 니 소속사 실장인데 잘 해드려야지.”


나는 특제 루왁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차유정에게 건넸다.

그녀는 이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른 채 향을 음미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와. 이 커피 향 되게 좋네요. 원두 어디꺼에요?”

“아아. 에티오피아. 아니, 브라질인가?”


나는 대강 얼버무리고는 차유정과 함께 순례 아주머니네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가만.


발에 자꾸 뭐가···.


-왈! 왈!


“야. 너 여긴 또 왜 따라왔어!”


이 백설기 녀석은 정말이지 전문 탈옥범 같았다.

남의 집에서 백설기가 짖어대자 빨개지는 건 내 얼굴이었다.


“쉿!”

“호호, 괜찮아요. 니가 그 백설기구나? 아유, 귀여워라!”


순례 아주머니는 이미 평정심에게 들은 듯 백설기를 귀엽게 어루만져줬다.


“감사합니다. 너 얌전히 있어.”


가만 보자···.

나와 차유정은 평탄 실장을 찾아 집 안을 두리번거렸다.


“우리 탄이? 저쪽에. 뭐 읽고 있던데.”


순례 아주머니는 감사하게도 그가 있는 방을 가리켜주었다.

나와 차유정은 첩보 영화를 찍는 듯 조심스레 그곳으로 걸어들어갔다.


“저, 실장님.”


루왁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든 차유정이 고개를 내밀고 평탄 실장을 불렀다.


그런데···.


“어. 차유정! 연기 연습은 잘···. 아, 안녕하십니까 작가님.”

“안녕하세요 실장님.”

“어제 대본, 잘 읽었습니다. 재밌더군요.”


거짓말.

절반도 안 읽었으면서.


“아, 드라마 대본 읽고 계셨나 봐요?”

“예. 요샌 읽는 게 일이죠. 제가 또 선구안은 좋다보니까. 하.”

“아, 하하. 멋지십니다.”


나는 영혼 없이 그의 우쭐대는 말에 호응을 해줬다.


그런데.


‘······!!!’


이거 큰일 났다.

왜냐하면 한껏 폼을 잡고선 대본을 읽고 있는 그의 책상 위에는, 이미 커피잔 하나가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씁. 안 되는데, 이 커피 마셔야 하는데.’


우매한 중생.

흥행을 보증하는 이 원석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지금 평탄은 쏟아지는 드라마 대본에 파묻혀 뭐 하나 제대로 읽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내가 해봐서 알지···.’


나도 작가 지망생 시절 닥치는 대로 허겁지겁 대본을 읽었는데, 얕은 수준으로 읽었을 때는 그 효과가 크지 않더라.

오히려 진득하게, 음미하며 읽어야 그 대본의 진가를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 실장에겐 이 커피가 필요한데 말이지···.

그래야 잠시라도 집중력이 생겨나 내 소설을 읽을 수가 있을 것이다.

몰입되지 않은 상태로 소설의 글자만 읽어봐야 어떻게 그 재미를 안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그와 중에 차유정은 루왁커피를 권했다.


“어? 실장님. 혹시 커피 한잔 안 드실래요?”

“커피? 나 이미 먹고 있는데. 근데 갑자기?”

“아, 이거. 작가님이 특별히 실장님 타드린 건데. 그래도 한번 맛보세요.”


그녀는 나의 진짜 계획을 알지는 못했지만, 진심으로 내 커피를 마시게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내 정성이 헛되지 않게 하려는 순수한 마음.


“놉. 나 하루에 세 잔 이상 안 마시셔. 이번이 딱 세잔 째.”


하, 이거 예상치 못했다.

나야 뭐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해도 꼭 JN이랑 합작을 해야하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쓰이는 건 차유정이었다.

하고 싶지 않은 대본을 억지로 계속하다가 자칫 배우란 직업에 흥미를 잃거나 슬럼프에 빠질 까봐 걱정이었다.


‘어쩐다···.’


차유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왈! 왈왈!


그 순간.


백설기가 나타났다.


“야. 야 너 뭐야! 아이 진짜!”


그리고 백설기는, 행운 그 자체였다.


백설기는 평탄을 향해 반갑다며 이리저리 점프를 뛰어댔고, 그 덕에 책상 위의 머그잔이 쏟아져 버린 것이다.


‘나이스 백설기.’


너도 이따 특식 해주마.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희 강아지가···.”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는 차유정에게 눈으로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휴지로 쏟아진 커피를 후딱 닦아내고는 내가 타 준 루왁커피를 그의 앞에 내려놨다.


“커피. 이제 필요하시겠다.”

“뭐···?”


이거 손발이 척척 맞는데?


‘나이스 차유정.’


한바탕 작은 소동이 끝나고, 평탄이 내가 만든 루왁커피를 마시는 것까지 확인했다.

정확히는 똥싸개와 백설기의 합작이었다.


‘와. 누가 보면 나 좋은 짓 하려는 줄 알겠네.’


요즘 원작 IP 수급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데.

그런데 나는 지금 원작자로서 아예 한입 떠먹여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못 알아보면 그건 너의 운명이다. 평탄아.’


나는 할만큼 했다는 마음으로 아늑한 2층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잠시 누웠다.

1층에서 한 건 하고 온 백설기와 의문의 1승을 한 똥싸개는 포근한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내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서 몸을 돌돌 말고 휴식을 취했다.


‘얼마나 걸리려나? 1시간? 2시간?’


그렇게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 * *


-쾅! 쾅! 쾅!


누구지?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는데 밖에서 누군가 요란하게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이 말에 진심은 없었다.

투시력을 갖고 있지 않아도 문 건너편에 서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았으니까.


-작가님! 저 평탄입니다···!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오, 말투가 한껏 공손해졌는데.


문을 연 나는 아인슈타인 같은 헤어스타일이 된 평탄 실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읽으면서 머리라도 쥐어뜯었나?’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입가에 커피 자국이 살짝 보이는 평탄 실장은 그답지 않게 손을 벌벌 떨며 나에게 말했다.


“작가님!!”

“예···?”


그러자 그는 영약이라도 발견한 심마니처럼 나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이 작품, 저희 JN이랑 같이 하시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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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추 한 바구니에 싱글벙글 +1 23.11.28 8,802 159 15쪽
8 맛있는 경우의 수 +2 23.11.27 9,121 18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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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루왁커피 +11 23.11.24 10,373 21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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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군고구마+김치=? +5 23.11.22 11,643 203 14쪽
2 나는 사향고양이로소이다 +9 23.11.22 12,576 226 14쪽
1 느리게 좀 살아보려고 +26 23.11.22 15,018 2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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