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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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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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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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자극적인 맛이 없잖아

DUMMY

-끼이익!


차유정은 차가 정차하자마자 옷매무새를 단정히 만졌다.

오랜만에 보는 진우진 작가님과의 재회인데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모습으로 만날 수는 없으니까.


“맞아? 목적지가 여기라고?”

“네. 분명 작가님이 여기 사신다 그랬거든요.”


JN 엔터의 평탄 실장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분명 이곳은 자신의 본가, 그것도 충주 내에서도 차를 끌고 깊숙한 곳까지 와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시골 깡촌이었으니까.


‘세를 준 사람이 작가라 그랬던가.’


서울에서 실패하고 내려온 작가야 뭐, 안 봐도 뻔하다.


‘아무나 들이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그는 자동차 룸미러를 보면서 자신의 헤어스타일과 얼굴을 정돈했다.

그것은 남을 의식한 행위는 아니었고, 오롯이 자신 자신에 대한 절제와 항상성 때문이었다.


“실장님? 그럼 이제 내릴까요?”

“어, 그래.”


차유정이 뭣 때문에 이리 안달이 난 건지 모르겠다.

사람은 노는 물이 중요하거늘···.

은퇴한 드라마 작가랑 연을 이어가 봐야 하등 소용없을 텐데 말이다.


-쾅!


차에서 내린 평탄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자신의 집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늘 하던 것처럼 혼자만의 감상에 빠져 무게를 잡았다.


고요히 눈발을 맞이하는 외로운 늑대인 마냥.


‘Sweet home···.'


한편.


차유정은 차 문을 세게 닫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진우진 작가님은 도대체 어디에···.

눈발이 휘날리는 까닭에 앞이 잘 보이지가 않았다.


시골의 거대한 저택만이 내부에서 나오는 빛을 발산하며 목적지를 알려줄 뿐이었다.


‘어···?’


뒷마당 쪽에서 다가오는 흐릿한 실루엣이 보인다.

첫눈 속 우산을 쓰고 있는 익숙한 형체.

그 형체는 마치 신기루처럼 눈을 뚫고 점점 이쪽으로 다가온다.


-저벅, 저벅.


“···작가님?!”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그였지만 우산 때문에 얼굴이 가려 보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큰 키와 걸음걸이를 보면 아무래도 그가 맞는 것 같다.

나의 배우 첫 커리어부터 함께 성장한 진우진 작가님!


처음 그와 함께 단막극을 하던 시절, 그러니까 우리 둘 다 신인일 때가 새록새록 기억난다.

좀처럼 캐릭터의 톤을 잡지 못하여 배우로서 멘탈이 흔들렸을 때에도 그는 진심 어린 응원과 인물의 전사(前史)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보탰고, 덕분에 지금의 차유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진우진 작가님. 맞죠?!!”


마침내 그가 천천히 우산을 뒤로 젖혔다.


“···차유정?”


그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근 몇 년간 전화 통화로만 듣던 중저음의 그 음성.


‘나 왜 이렇게 떨리지?’


마치 드라마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작가님의 얼굴.

지금 이 장면, 영화 속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강동원 선배님이야, 뭐야···!’


두근두근.


너무 오랜만이라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할 말을 고르는 동안 진우진의 우산은 완전히 뒤로 젖혀졌다.


마침내 얼굴이 보인다.

오래된 동료와 재회하는 달콤 쌉싸름한 기분.


그런데.


“엥···?”


작가님 얼굴이 조금 이상하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꽤 많이.


“작가···님?”


차유정은 벙찐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님의 얼굴 상태가 이상하다.

저 군데군데 새까맣게 그을려있는 진우진의 얼굴은 대체 뭐란 말인가.


“···얼굴이 왜 그래요?”


그러자 진우진은 거뭇한 얼굴 속에 새하얀 이를 방긋 드러내며 웃었다.


“아, 군고구마 좀 만들다가 그만.”


차유정은 군고구마 장수처럼 변해버린 작가님의 모습이 새삼 신기하기만 했다.


“군고···구마?”

“너도 한 입 먹어볼래? 따끈따끈해서 맛이 아주 죽여줘.”


드라마로 한때 시상식을 휩쓸던 불세출의 작가는 지금 아무도 모르는 시골에서 혼자 군고구마를 만들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젠 무슨 자연인 같다.


‘근데, 엄청 행복해보이시네.’


* * *


“잠깐만. 방 좀 간단히 치우고 올게.”

“네? 진짜 괜찮은데···.”


불쑥 찾아온 그녀는 내가 사는 곳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방을 치운다는 말은 물론 변명일 뿐이었다.


‘똥싸개 녀석을 혹시나 볼 수도 있으니까···.’


일단 시간 벌기용.


나는 두리번대며 사향고양이 녀석을 구석구석 찾았다.

이 자식, 또 어디 간 거야?


“야. 똥!”


잠시 후 녀석은 순례 아주머니가 주신 고구마 박스 안에서 몸을 돌돌 만 채 대답했다.


-하아암! 특식 먹고 꿀잠 잔 고양이로소이다.


“어 알았으니까 됐고. 일단 너 잠시 숨어있어야겠다.”


내 말에 똥싸개는 동공을 가늘게 떴다.


-뭔 소리냥. 숨긴 왜 숨소이까?


“아 그게 사정이 있는데, 잠깐 손님이 찾아왔거든?”


-오오, 설마 여자친구로소이까?


또 헛소리를 하는 사향고양이 녀석.

나는 손을 훠이훠이 휘저으며 고구마 박스에서 녀석을 일어나게 했다.


“여자친구 같은 건 없고. 서울에서 온 직장 동료야.”


-오호, 한양에서 여기까지 왔소로이까?


“···한양은 또 어떻게 아는데.”


-맞다. 근데 여자친구는 따로 있었지 인간?


“뭔 또 헛소리냐. 내가 여자친구가 어딨다고.”


-그 있지 않냥. 쪼그만 미니 인간!


미니 인간이라니.

키가 작은 평정심을 지칭하는 사향고양이의 언어인가보다.


“야야야. 시간 없으니까 빨리! 캐리어 안에 잠깐만 들어가 있어.”


그러자 놈은 등 털을 바짝 세웠다.


-거길 또 왜 들어가냥!!! 내가 왜 그런 수고스러운 일을 해야 하는지 어디 한번 본좌를 설득해···.


“이따 추르 줄게.”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똥싸개는 쏙 하고 캐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저렇게나 먹을 걸 좋아하는데 신기하게도 살은 안 찐단 말이지.


아, 그만큼 잘 싸서 그런가.


“어, 유정아! 이제 들어와!”


-또각또각.


이 한 겨울에 하이힐을 신고 시골까지 찾아온 그녀는 낑낑대며 하이힐을 겨우 벗더니 이내 신기한 듯 집안 곳곳을 쳐다봤다.

마치 팬션에 처음 체크인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그런 느낌.


“와. 어떻게 구하셨어요 이런 집은? 뭔가 되게 포근하다.”

“내 친구가 소개시켜줬어. 여기 다 한 동네라 서로 엄청 친하거든.”


물론 친해서 엄청 자주 다투기는 하지만.

나는 아까 본 차에서 내린 남자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유정아.”

“우와아···. 아, 네?”


그녀는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눈 내리는 절경을 감상하다가 대답했다.

모든 게 간격 없이 빼곡한 서울 공화국에 있다가 이런 뻥 뚫린 뷰를 보면 마음이 정화될 테지.


‘뭐, 나도 그랬으니까.’


내일 날이 개면 밖에서 한번 걸어보라고 하고 싶다.

도시에서 좀처럼 보지 못하는 지평선을 여기에선 볼 수 있다고 말이다.


“그 남자가 JN 실장인가 그거야?”

“아, 네네. 와. 근데 세상이 어떻게 이래요?"


그녀는 기가 막힌 우연이라는 듯 토끼 눈을 뜨며 말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차유정의 양쪽 속눈썹이 갈퀴처럼 움직였다.


“저희 실장님이 작가님 주인집 아들이었다니.”


그건 나도 놀랐다.

다르게 말하면 평탄이라는 사람은 평정심의 오빠이기도 했다.


어쩐지 풍기는 기운이 묘하게 다른 듯 비슷했다.

둘 다 뭔가, 차분하며 냉정한 느낌.


“그래서, 대본은 결정했고?”

“아, 그건···.”

“설마 아직도?”


차유정은 예전부터 작품 고르는 눈이 깐깐했다.

콧대가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려는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배우의 입장에서 취한 전략이었다.


‘그 전략은 충분히 통하기도 했고···.’


그러자 차유정은 갑자기 과자를 사달라고 생떼를 어린아이처럼 가까이 다가와 보채기 시작했다.


“작가니임! 빨리 드라마로 돌아와요!”


···이거 뭔가 부담스러운데?

사실 희망적으로 보자면 사향고양이의 영약 덕분에 일시적으로 드라마 또한 집필이 가능한 상태긴 하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뛰어난 집중력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에 집중할 때였다.


“말했잖아. 나 지금 소설 쓰고 있다고.”


차유정은 오히려 기세를 더 밀어붙였다.


“소설 좋죠! 제가 말했잖아요! 그거 원작으로 드라마 제가 할게요! 네?”


참 긍정적인 아이다.

직업은 여배우지만 영락없이 성격은 수수하고 착한 그런 아이.


“아직 탈고도 안 났거든?”

“에이. 작가님 실력이면 보나마나죠! 저, 혹시 볼 수 있어요?”

“원고를”

“네!”


은향 출판사에 투고한 것 빼고는 누구한테 보여주는 건 처음이다.

저 캐리어 안에 있는 똥싸개 녀석은 읽다 말고 긴 글은 못 읽는다며 포기했으니까.


‘흠. 한 번 의견을 들어볼까.’


은향 출판사에서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마냥 상황을 좋게 볼 수만은 없었다.

다른 사람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한 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음, 그럼 한 번 봐줄래?”

“진짜요? 우와아, 완전 영광!”


내가 의자에 앉아 노트북으로 원고 파일을 열자 그녀는 두리번거렸다.

옆에 앉을 의자를 찾는 것 같은데···.


“아! 이거 좀 써도 되죠?”


그녀는 캐리어를 책상 앞까지 끌어당기고는 그 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잠깐만, 지금 저 안에 똥싸개가 있는데···?


“아, 유정아! 손님인데 너가 여기 앉아!”

“정말요? 역시 완전 스윗하시다니깐.”


그녀는 자리를 바꿔앉아 노트북에 파묻힐 듯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캐리어를 구석으로 옮겨서 녀석의 상태를 확인했다.


“야. 괜찮냐?”


그러자 사향고양이 녀석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왜! 안에 있기 힘들어?”


-그게 아니라, 똥 마렵소로이다.


이런 미친.

넌 대체 하루에 얼마나 싸는 거냐.


* * *


“자자, 거의 다 준비 됐어요!”


1층에 내려오자 순례 아주머니가 준비한 만찬이 있었고,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작은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순례 아주머니의 가족들, 그리고 그 사이 뻘쭘하게 껴있는 나.


“자. 메인반찬!”


때마침 순례 아주머니는 주방에서 커다란 원형 쟁반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꿀꺽.


여기저기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는 뭐가 또 남아 있는지 다시 쌩하고 주방에 가버렸다.


‘수육 미쳤다.’


나 또한 순례 아주머니가 차린 메인 메뉴를 보고 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주머니가 집에서 직접 삶은 수육이 먹음직스럽게 그릇 위에 배열돼 있었으니까.


‘진짜 요리 잘하셔.’


정갈하게 썰어낸 수육은 두툼한 두께로 접시 위에 꽃처럼 펼쳐져 있었다.

윤기 흐르는 적당량의 비계와 살코기.


‘아···.’


한시라도 빨리 저 푹 삶은 수육을 입에 넣고 싶은데, 한 명이 아직 안 왔다.


‘왜 안 내려오는 거야 차유정···.’


차유정은 대체 뭘 하는지 아직까지도 저녁식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금방 내려온다고 했는데.’


아마 2층에서 내가 쓴 소설을 한창 읽는 중일 것이다.

설마···.


‘읽다가 잠든 건가? 재미없어서?’


잠시 후, 차유정은 내 노트북을 통째로 들고 뛰어 내려왔다.


-우당탕탕!


잠깐만, 내 유일한 집필 도구인데 떨어뜨릴까봐 조마조마하다.

무슨 운동장도 아니고 남의 집에서 뭐가 그리 급한 걸까.


‘여배우 체면 좀 차려라···.’


“실장니임!!!”

“······?”


헐레벌떡 나타난 차유정은 곧장 평탄 실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 드라마 정했어요!!”

“잘 생각했다. 내가 추천한 그거 맞···.”

“아뇨, 그거 말고!”

“······?!”


평탄은 호들갑 떠는 그녀가 약간 부담스럽다는 듯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15인치 노트북을 직접 실장의 얼굴 바로 앞에 들이댔다.


‘아니, 내 원고를 왜 보여주는데.’


“작가님이 쓰신 힐링 소설이요!! 이거 대박이에요.”

“뭐? 드라마 셀렉하랬더니 대뜸, 소설?”

“일단 들어보세요. 요즘 원작 있는 드라마가 대세잖아요! 이걸로 만약 드라마 메이드가 된다? 그때 제가 주연을···.”


그러자 실장은 원고가 띄어진 노트북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차유정. 너 잘 들어···.”


그녀와 실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최대한 작게 쑥덕거렸다.


‘수육 앞두고서 뭐 저리 심각한 얘기를···.’


대충 그가 차유정에게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갔다.

JN엔터에 밀려들어오는 대본도 많은데 굳이 출판도 안 된 내 소설을?

검증 안 된 소설 원작을 조급하게 선택할 이유가 실장 입장에서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또···.


될 작품이었으면 진작에 은향 출판사에서 답장이 왔겠지.

현재까지 메일을 읽고도 묵묵부답이지 않은가.


‘안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차유정의 눈을 보자 내 작품에 대한 확신과 진심이 느껴졌다.

그나마 그녀로 인해 힘이 되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가 하루 만에 쓴 소설이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평탄은 차가운 얼굴로 차유정에게 속삭였다.


“이따 끝나고 얘기해.”

“···네. 알았어요 실장님. 근데 이거 진짜 재밌는데.”


왜 몰라주냐는 듯 차유정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에 앉았다.

정작 소설을 쓴 건 난데 왜 니가 더 시무룩한지는 모르겠지만.


“자자. 많이 기다렸죠? 오랜만에 복작복작하니 아주 좋네!”


순례 아주머니는 마지막으로 상추 겉절이를 가져와 평탄 앞에 놓았다.


‘맛있겠다, 상추 겉절이.’


잠깐, 이 상추 내가 드린 것 같은데?

맛이 상당히 만족스러우셨는지 이번엔 내 상추로 겉절이까지 담그신 모양이다.


빨간 양념이 과하지 않고 오히려 상추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상추 겉절이.


“총각. 총각이 준 상추, 어쩜 그리 맛있어? 내가 딱 확신이 왔다니까. 이걸로 상추 겉절이 만들면 진짜 밥도둑일 거라고.”

“에이 아니에요. 상추 또 있으니까 다음 번에 갖다드릴게요.”


그 말에 감복한 표정을 짓는 순례 아주머니였다.


한편 평탄 실장은 시무룩한 얼굴의 차유정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상추 겉절이를 젓가락으로 집더니 잔뜩 폼을 잡고 말했다.


마치 지금부터 중요한 명언을 남길 거니까 집중하라는 느낌.


“차유정. 힐링 소설은 마치 이 상추 겉절이 같은 거야.”

“네? 그게 무슨···.”


실장은 한껏 시크한 얼굴로 적당한 양의 상추 겉절이를 입에 넣더니 우쭐대며 씹었다.

그리고는 교양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듯 입으로 손을 가린 채 나지막이 말했다.


“요즘 OTT다 뭐다, 넷플릭스에서 쏟아지는 드라마들 좀 봐. 이런 상추 겉절이 같이 순한 음식은 그런 자극적인 콘텐츠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어.”


그는 상추를 씹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상추 겉절이를 꿀꺽 삼킨 평탄은 잠시 후 다시 젓가락을 들더니 또한번 상추를 한웅큼 집어 먹었다.


어째 생각보다 맛있는 모양이다.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그는 이번엔 나를 보며 말했다.


“상추 겉절이처럼 심심한 저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곰곰이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가끔은 겉절이가 메인 반찬이 될 수도 있죠. 수육만큼, 아니 어쩌면 수육보다 더 맛있는 이 상추를 보면요.”


마음 한켠, 내 소설을 향한 믿음을 빗댄 말이었다.


“아니요! 겉절이는 겉절이일 뿐입니다. 누가 고기반찬 냅두고 겉절이를 먹습니까?”


···지금 당신이요.

아까부터 혼자 상추 다 먹고 있잖습니까.


어느덧 입 안 가득 넣은 상추겉절이를 또 한 번 꿀꺽 삼킨 평탄은 마치 먹방을 하듯 이번엔 입을 쩍 벌려 남은 상추 절반을 입에 넣었다.


“자극적인 맛이 없잖아, 자극적인 맛이!”

“······?”

“상추도 그렇고, 힐링 소설도 그렇고!”


이 사람, 뭔가 말과 행동이 다른데.

역시 사향고양이 녀석의 비료로 키운 내 상추는 한번 맛보면 도중에 멈추질 못한다.


그는 남은 상추겉절이를 입에 우걱우걱 넣더니 그릇을 아예 비워버렸다.

모두가 기이한 얼굴로 평탄을 지켜보자 그는 순례를 보며 뭐에 홀린 듯 입을 열었다.


“엄마. 상추 겉절이 더 없어?”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이겼다.

그게 바로 심심한 감칠맛의 힘이란 말이지.


-지이잉!


마침 누군가에게서 날아온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은향 출판사] : 안녕하세요 작가님! 은향 출판사입니다.


뭔가 예감이 좋았다.


자극적인 세상 속에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니까.


[은향 출판사] : 인세 관련 논의 때문에 연락이 늦었습니다. 혹시 지금 당장 통화 가능하실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98 몽환이월영
    작성일
    23.12.08 13:38
    No. 1

    설마 되지도 않게 저 실장이 인간성을 갖춰서 좋은 사람 되고...그런 토할 거 같은 전개는 아니겠지...게다가 실장이고 뭐고간에 가능성 이상을 보여준 여배우를 실장이 권력으로 찍어 누른다라...뭐 깡패라도 고용해서 운영하는 기획사인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4 k8******..
    작성일
    23.12.09 09:02
    No. 2

    재밌게 잘 읽고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꼬물아씨
    작성일
    23.12.12 23:58
    No. 3

    유정아 부담좀 그만 줘 아프다는 사람에게 자꾸 그래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99 장만월.
    작성일
    23.12.14 21:46
    No. 4

    배우 매니지먼트 실장이란 사람 실격이네. 그래도 나름 작품 몇개 잘된 작가인데 이름도 모르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4 왔쑝
    작성일
    24.01.04 01:57
    No. 5

    설정오류인가? 자기 배우 출연한 작품 작가도 모르는건 명백한 오류입니다 실장이란 직책을 호구로 생각하시면 절대안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작성일
    24.01.05 18:14
    No. 6

    ㅋㅋ 상추 혼자 다먹으면

    동생이 드롭킥날려야지 왜 가만히 있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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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군고구마+김치=? +5 23.11.22 11,643 203 14쪽
2 나는 사향고양이로소이다 +9 23.11.22 12,576 226 14쪽
1 느리게 좀 살아보려고 +26 23.11.22 15,018 2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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