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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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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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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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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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S요? 그럼 저 안 합니다.

DUMMY

180도 변한 것 같은 평탄의 모습에 나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옷 대신 자존심을 두르고 있던 것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심지어 평정심은 자신의 오빠를 언급하며 혀를 내두르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그 자식, 완전 가오충이에요.]


실내에서도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다는 평탄 실장.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지금 내 앞에는 그저 구세주를 만난 어린 양이 한 마리 서 있을 뿐이었다.


“아, 제 소설 말인가요?”


나는 애써 모른 척 답했다.

그러자 평탄 실장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예! 제가 어제는 미처 몰라봤네요. 좀 전에 제대로 다시 한번 읽어봤는데···. 와우. 언빌리버블!”


영어를 섞어 쓰는 걸 보면 여전히 가오는 살아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이제야 좀 내 소설에 대해 여기저기서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가 됐다.


‘경쟁은 곧 값어치를 올리게 만들겠지.’


이제는 완전한 갑의 위치가 되어버린 나였다.


“실장님. JN이랑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까?”

“예 작가님! 차유정 배우도 있고, 다른 소속된 배우도 아주 많습니다. 분명히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 자명···.”

“그런데 무슨 수로 말이죠?”


나는 평탄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했다.

그러자 벙찐 표정을 짓는 그였다.


“···예?”

“JN 엔터는 아직 자체 제작 능력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게 짧은 단편 웹드라마로 할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자 평탄은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안 그래도 제가 잘 아는 제작사가 있습니다, 작가님!”

“오, 잘 아는 제작사요? 혹시 그게 어딘가요?”


평탄은 특유의 짙은 눈썹을 들썩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가 말한 제작사의 이름은 곧 나의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주 괜찮은, 아니 훌륭한 곳이죠. 무려 JBS입니다 작가님.”

“JBS요···?”


내가 시골로 내려오게 된 결정타를 날린 그 회사.

방송국인 JBS는 드라마를 편성시켜주는 플랫폼, 즉 채널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회사 개념으로 제작사를 꾸려 JBS뿐 아니라 다른 채널에까지 드라마를 공급하는 일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JS 스튜디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역시 잘 아시네요. 맞습니다! 아무래도 JBS 자회사다 보니까, 거기랑 같이 일하게 되면 JBS에도 모쪼록 편성되기가 확률상 높을 겁니다.”


그는 내 앞에서 입이 마르도록 JBS 칭찬을 해댔다.

나 또한 단막극 입봉을 거기에서 시작한 인연이 있었지만···.

그것은 지금 악연으로 끝나 있었다.

사람도 그렇듯이 마지막 인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더 높지 않겠는가.


“JBS요? 그럼 저 안 합니다.”

“······?!”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듯 평탄은 내 말에 그저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내 사정에 대해 잘 모르기에 나의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죄송하지만, 이유를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JBS라는 카드는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손해볼 건 전혀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나는 사변을 늘어뜨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공장식으로 찍어내는 건 싫어서요.”

“공장식이요?”

“예. 요즘 드라마들, 실장님도 아시다시피 어딘가 죄다 비슷한 구석이 있지 않습니까? 어느 가게를 가도 음식 맛이 다 똑같아진 모습처럼요.”


머리 회전은 빠른 평탄이었지만 아직까지 납득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루왁커피처럼 아예 실장의 입에 떠먹여 주기로 했다.


“JBS랑 한다면 왠지 개입을 좀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개입이요?”

“예. 아 혹시, 제 소설의 오리지널리티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실장님?”

“어···. 비유하자면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과도 같다고 해야 할까요. 뭐랄까, 잔잔한 특유의 감성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음, 그래도 보는 눈은 있단 말이지.

평정심도 그랬던 걸 보면 아무래도 이 집안, 콘텐츠를 보는 눈이 꽤나 예리한 것 같다.


“맞습니다. 그런데 힘이 있는 제작사는 꼭 뭔가를 건드린단 말이죠. 그 특유의, 작품 본래의 매력을 말이죠. 사실은 그게 전부인데 말입니다.”

“아···.”

“그래서 안 됩니다. JBS는.”


우두커니 서있는 평탄이었다.

아무래도 카드는 JBS 하나뿐이었던 것 같다.


“그···. 아. 일단 알겠습니다 작가님.”

“네.”

“그리고 그 소설, 정말 잘 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축복을 내려주네.

무슨 꿍꿍이지?


“근데 혹시 출판 계약은 하셨습니까?”

“아뇨,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아직 도장은 안 찍었습니다.”

“그렇군요.”


설마 출판업계라도 진출해볼 생각인가.

실장은 슬슬 조금 추운 건지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물었다.


“그 연락하고 있는 출판사는 어딘지 여쭤 봐도 될까요?”

“아, 은향 출판사라는 데입니다만. 왜 그러시죠?”


아무래도 뭔가 수상한데.

이거 소문이라도 나서 여기저기서 냄새 맡고 은향 출판사에 접근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계약 조건에 걸어야겠어. 2차 저작권 관련해서 말이야.’


뭐, 특약만 걸면 문제없다.

원작자인 내가 원하는 제작사만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는 조건만 걸면 말이다.


잠시 후 실장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뇨 다름이 아니라. 책으로 나오면 바로 사보려고요. 그, 은향 출판사라고 했죠? OK, got it.”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또 영어를 쓰는 평탄이었다.


“어? 실장님! 여기서 뭐하세요?”


때마침 차유정이 나타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나와 실장의 독대 그림.


“어어. 잠깐 드릴 얘기가 있어서.”

“이제 출발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어, 그래. 이제 가야지.”


머쓱한 표정을 짓던 평탄은 목례를 하고는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작가니임.”


차유정은 빨간 머플러를 목에 돌돌 말고선 느닷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화면을 보며 이리저리 표정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나의 어리벙벙한 표정과 그녀의 밝은 미소가 함께 담겼다.


‘갑자기 셀카?’


-차차차차차차차찰칵!


잠시 후 자신의 표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연사모드로 셀카를 찍었다.

무슨 사진 공장도 아니고 상당히 부담스러운 광경이었다.


“젤 잘 나온 걸로 이따가 보내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인사를 마친 그녀는 평탄의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래도 소속 연예인이라 그런지 상석 대우는 해주는구만.


“또 연락해 아들! 이쁜 아가씨두 담에 놀러 오구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담에 진짜 또 올게요!”


차유정의 저 말은 분명 빈말이 아닐 것이다.


한편, 평탄은 나에게 까인 것 때문인지 원래 성격인 것인지 순례 아주머니의 인사에도 까딱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머리 위로 선글라스를 굳이 장착한 걸 보면 정말 폼생폼사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제작사는 어디로 하지?’


나 또한 JBS는 거절했지만 다른 곳을 찾기는 해야 하는 상황.

사실 근데, 제작사를 구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중요한 건 컨텐츠 그 자체니까.

본질인 재미만 뛰어나다면 누구나 안달 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 * *


은향 출판사의 사무실은 오늘도 퇴근 시간 넘어서까지 조명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황금산 편집장은 자포자기라도 한 듯 의자 뒤로 거의 드러누워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출판사로 간 거야. 그런 거야. 그치?”

“아니라니깐요. 참 부정적이다 편집장님.”


오아라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애초에 은향 출판사에 먼저 투고를 했을 리가 없지 않는가?


그저 간이라도 보려고?

진우진 작가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짧은 통화였지만 그것을 통해서 이 사람에 대한 어떤 느낌을 받았었으니까.


‘뭔가 생각할 게 많으신 거야···.’


그렇지만 인세는 더 이상 올릴 수가 없었다.

15%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도 황금산 편집장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으니까.


“내가 정말! 어? 대표님한테 얼마나 한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그런 인세는 진짜 내 목숨 내놓고 한 건데 말야. 안 그래 오아라?”

“아니 벌써 포기하지 마시라니깐요? 그 있잖아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평생 무소식이면 어떡하지?”

“아이 편집장님!”


최근 들어 황금산 편집장은 다 큰 중년이 사춘기 소년처럼 감정기복이 심해졌다.

마치 주가에 따라 웃었다가 시무룩해지는 것처럼 진우진 작가의 연락에 따라 감정의 고점과 저점이 극명히 나뉘었다.


이게 다 진우진 작가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이잉!


오아라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그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황금산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뭐야, 오아라!! 전화 온거야?!!”


오아라는 핸드폰을 집어들면서 말했다.


“아뇨. 전화는 아니고, 문자긴 한데···.

“에이. 그럼 보나마나 스팸 문자겠지.”


다시 자포자기하듯 의자에 파묻히는 황금산이었다.

그런데 문자 내용을 확인한 오아라는 토끼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어? 편집장님. 진우진 작가님인데요?!”

“뭐어어?!!”


마치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는 황금산.

곧장 오아라에게 다가와 핸드폰의 문자를 확인하는데,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야?”

“주소···. 같은데요?”


그곳에는 달랑 주소 하나가 발송돼 있었다.


[충청북도 충주시 노은면 화룡리 82-3번지 2층.]


이 주소의 의미를 머릿속으로 추측하던 그때.

이어서 온 진우진 작가의 문자가 도착했다.


내용을 확인한 오아라와 황금산은 그제야 비로소 마음 편히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진우진 작가입니다. 주소 보내드렸으니 편하신 날짜에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계약 진행하시죠.]


“······!”

“됐다!!!”


흥겨움에 자기도 모르게 춤사위가 나오는 둘이었다.

오아라는 최신 유행하는 춤을, 황금산은 왕년에 나이트에서 췄던 춤을 끄집어냈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정말!”

“이젠 진짜 계약하는 거다. 그치?!”


-지이잉! 지이잉!


조촐하지만 흥겨운 미니 파티를 벌이고 있을 무렵, 이번에는 황금산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설마, 진우진 작가님께서 친히 전화를?


“작가님이세요?”

“엥? 아니, 모르는 번혼데···?”


010으로 시작하는 처음 보는 번호.

잘못 걸려온 전화인가 싶었지만 일단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혹시 은향 출판사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느낌이 남자 목소리.

번호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황금산의 빅데이터 안에는 없는 낯선 사람이었다.


“이 시간 전화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JN엔터 평탄 실장이라고 합니다.”

“JN 엔터요?”


황금산의 대답에 오아라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여나 진우진 작가님께서 문자를 더 보낼까 자신의 핸드폰을 보면서도, 황금산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누구인지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JN 엔터? 거기서 왜 저희한테 연락이 와요?”

“그러게?”


오아라를 향해 아주 작게 속닥거리는 황금산은 다시 핸드폰에 귀를 갖다 댔다.

그러자 뜬금없는 말이 평탄 실장이란 사람에게 들려왔다.


“혹시 내일쯤 찾아봬도 되겠습니까? 비즈니스 관련해서 미팅을 잡고 싶습니다.”

“예···?”


이 사람, 갑자기 뭔 미팅이래?

게다가 뭔가 급해 보이는 다급한 말투는 뭔가 신뢰감이 가지 않았다.


“어떤 미팅 말씀이시죠?”

“그건 내일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 수상한 사람이거나 그런 쪽 아니니까요. 오해하지 마시고, 명함 문자로 넣어드리겠습니다.”

“아, 네. 근데 어쩌죠? 저희가 내일 오후에 지방에 내려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당혹스런 미팅 제안에 황금산이 주저했지만 상대방은 상관없어 보였다.


그저 자신의 하고 싶은 말만 이어나갈 뿐이었으니까.


“오전에 짧게라도 괜찮습니다. 분명한 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 JN엔터 평탄 실장입니다.”

“아···. 네, 그럼 일단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 주시죠.”


정말 막무가내인데, 이 사람?

JN 엔터는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연락 방식이 조금 무례하다.

그리고 자신의 직위에 대해 엄청나게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아보였다.


그런데 통화를 끊기 전 그가 남긴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아, 혹시 사과 좋아하십니까?”

“사과요?”

“제가 내일 사과 한 박스 들고 가겠습니다. 맛있는 충주 사과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사과 한 박스를 들고 온단다.

게다가 보통 사과가 아니라 충주 사과라는 자부심은 핸드폰 너머로까지 느껴졌다.


‘아니 대체···.’


이 사람, 우리한테 원하는 게 뭘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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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계약 체결 +2 23.12.04 8,378 160 15쪽
» JBS요? 그럼 저 안 합니다. +4 23.12.03 8,636 155 13쪽
13 행운의 백설기 +4 23.12.02 8,507 165 16쪽
12 왜 자꾸 졸졸 따라다니는 건데 +3 23.12.01 8,525 15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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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추 한 바구니에 싱글벙글 +1 23.11.28 8,802 15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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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퇴비가 미쳤다 +3 23.11.25 9,846 188 14쪽
5 루왁커피 +11 23.11.24 10,373 216 15쪽
4 커피나무가 왜 여기에 +3 23.11.23 10,962 187 14쪽
3 군고구마+김치=? +5 23.11.22 11,643 203 14쪽
2 나는 사향고양이로소이다 +9 23.11.22 12,576 226 14쪽
1 느리게 좀 살아보려고 +26 23.11.22 15,018 2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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