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베는 천재기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뇌비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13 17:13
최근연재일 :
2023.12.08 11:3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7,284
추천수 :
499
글자수 :
190,785

작성
23.12.04 10:40
조회
247
추천
10
글자
10쪽

마법의 식물

DUMMY

영주의 성에서 보낸 하룻밤.

앨런과 완이 영주와 아침 식사를 하는 데 뜻밖의 급보가 전해졌다.


"도시민들 몇 명이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전령의 말은 이러했다.

밤 사이 몇 명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춰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모두가 놀란 가운데 영주가 물었다.


"실종자가 정확히 몇 명인가?"

"일곱입니다. 바자 거리에 사는 40대 남성 방직공 루게..."


전령은 실종자 일곱의 신상을 전부 읊었다.

영주가 말했다.


"영지 이탈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남쪽의 정문과 서문과 동문. 모두 통금령 이후 단 한 번도 드나든 흔적이 없다고 합니다."


영주는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은 채, 황망한 한숨을 내쉬었다.

뒤켠에 부복하고 있던 사령관 에고시가 말했다.


"수색하겠습니다."


영주가 조용히 끄덕이자 에고시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훌쩍 커다란 덩치에 망토를 휘날리는 빠른 걸음.

이른 아침임에도 사령관의 활력은 한낮의 볕 같았고, 곧 그 뒤를 기사단이 따라 움직였다.

완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앨런에게 눈 한번 찡긋한 뒤, 영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 저희도 좀 움직여볼까 하는데요?"

"오, 그래주겠는가?"

"네. 마침 제 동료도 도시민 실종에 대한 소문 하날 들은 바 있다던데, 그렇지?"

"아, 예."


완의 물음에 앨런이 대답했다.


"루트린의 숲. 노인 한 분께서 같이 술 한잔 하던 형님을 찾고싶다하셨어요. 며칠 전부터 보이질 않아 보게되면 꼭 찾아달란 당부도 하셨고요."

"더해서 오늘 일까지. 어쩌면 영주께서 애타게 찾으시는 쇠꽃 재배자의 실종과 연관이 있는 사건일지도 몰라요."


완이 이렇게 말을 덧붙이자, 영주의 시선과 얼굴은 금세 긴장으로 뻣뻣해졌다.


"정말 그런 거라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도시에 있는 온 병력을 풀어서라도 반드시 진상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

이윽고 앨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영주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영주가 무언가 하고 물으니 돌아오는 앨런의 물음이 상당 외로 뜻밖이었다.


"이 도시의 식물들. 원래 다른 곳보다 빨리 자라는 편인가요?"



*



영주성을 나온 앨런과 완은 도시의 거리를 걸었다.

점점 올라오는 햇살의 온기에 젖어 따스해진 거리의 포석.

그 위를 오가는 도시민의 활기가 인상적이었지만, 분위기는 여느 때와 사뭇 다른 듯했다.


- 간밤에 몇 명이 사라졌대. 소리소문 없이!

- 아무도 이유를 모른다던데?


삼삼오오 모인 채,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귀엣말을 나누는 분위기.

그와 더불어 거리 곳곳 분주한 발소리를 내는 쇠꽃 기사단의 움직임.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차라리 잘 됐어."


완이 말했다.


"이렇게 다들 바쁘고 우왕좌왕할 때 빠르게 거사를 치러야 해. 되도록 빠르게. 그 마법사... 이름이 뭐라고 했지?"

"엘쉬나.."

"그래. 엘쉬나. 걜 후딱 해치워야지. 어머, 근데 얘 표정 좀 봐라? 참고로 그런 신파극 주인공 겸 평화주의자 같은 표정 안 먹힌다? 난 있잖아, 마법사라면 무조건 그냥 척결 모드야. 오케이?"

"..."


앨런은 대답대신 착잡함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간접적으로나마 엘쉬나의 사정을 알고 있으니 지금의 완과 같이 '무조건 때려부수자!' 라는 생각따윈 차마 들지 않았다.


"근데 말야."

"예?"

"대체 그 질문은 뭐였어? 왜 그, 영주 나리한테 물어봤던 거. '도시의 식물이 빨리 자라네' 뭐네 하던."

"아."


완의 질문에 앨런은 고개를 짧게 한 번 끄덕이곤 이렇게 대답했다.


"쭉 지켜본 바. 도시의 미관에 큰 차이점을 발견했습니다."

"차이점?"


이어지는 앨런의 설명은 다소 황당하면서도 놀라웠다.


"영주님의 성에 온 이후, 전 이 도시의 모든 구조를 다 외웠습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완은 그 말을 가만 듣다가, 잠깐 말문이 막혔는지 입을 벙긋거린 뒤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뭘 했다고?"

"도시의 모든 구조를 다 외웠다고요."


황당하다는 듯 눈만 끔뻑거리는 완을 향해 앨런은 침착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구역의 구조, 골목골목의 생김새, 야경꾼과 수비대의 동선, 불빛, 등불의 위치.. 하나의 틀림도 없이 전부 다 머릿속에 입력했습니다. 그렇게 관측했습니다. 성에 들어온 어제부터 쭉. 그리고..."


앨런의 두 시선이 잠시 거리의 전경을 훑었다.


"오늘 아침까지. 각각 다른 시기 도시의 전경을 살펴 본 결과. 다소 위화감을 느낄 만한 큰 차이점을 알게 되었죠. 바로,"


식물의 '생장 속도'였다.


"트림데일은 골짜기를 개척한 도시. 하여 도시의 미관 또한 자연 친화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건물과 거리 곳곳에 관목과 덩굴, 제철식물이 피어있죠."

"그렇지. 어딜가나 초록에 꽃 천지인 곳이야."

"예. 그런데 의아하게도 볼 때마다 미관에 큰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식물이 피고 지는 생장 속도.

그러한 변화가 놀라울 정도로 급격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도시 조경의 변화는 영주성 먼 거리에서도 확연히 눈에 띌 정도였다.


"지반의 변화라던지, 건물의 변화 따윈 없었습니다. 오직 식물. 그것들만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어쩌면."


엘쉬나의 마법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앨런은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가설이 있습니다."

"가설? 그게 뭔데?"

"잠시 따라와주시겠어요?"


앨런은 곧장 앞장 서더니 완을 어딘가로 이끌었다.

완이 그 걸음을 따르다보니 점점 거리의 외진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골목 골목 꺾어, 인적 드물고 소리 없는 곳으로.

그 행로엔 추호의 주저함도 없었다.

완의 입장에선 앨런이 이미 여러 번 와 본 길을 걷고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완은 속으로 조용히 혀를 내둘렀다.


'블루치즈! 너 정말 도시의 구조를 다 외운 거야?'


마침내 도착한 곳은 후미진 공터.

열 평 남짓한 공간엔 사람 한 명 없고, 다만 이름 모를 잡다한 식물만 가득했다.


"여기면 적당하겠군요."


솻!


칼집을 벗어난 앨런의 검이 빠른 속도로 몇 차례 검광을 흩뿌렸다.

그러자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던 식물들 위로 흰 빗금이 그려지며, 동시에 '촤좌작' 수십 갈래로 절단이 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완은 앨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응? 장기자랑이야? 갑자기 이건 뭐..."


변화를 느낀 건 즉시에 가까웠다.

앨런의 검에 베어진 식물들이 바닥에 떨어지더니, 이윽고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화르륵 타올라 공중 위로 기화하는 것 아닌가!


- 흐으으으으....


이어서 출처를 알 수 없이 들려오는 서늘한 귀곡성.

지켜보던 완은 조용히 헛숨을 들이켰다.


"이, 이건...?"

"제 검은 마법을 벨 수 있죠."


앨런이 말했다.


"그리고 방금 제가 세운 가설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이 도시의 모든 식물은.."


-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죠.


"!!"

"뭐야!"


급속도로 스산해진 공기.

이어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

앨런과 완 두 사람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긴장 상태로 돌변했다.

굳은 듯 멈춰 있던 앨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엘쉬나?"


앨런의 물음에 목소리는 긍정도 부정도 없었다.

다만 잠시간의 틈을 두고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 두 사람. 나를 죽이러 왔다죠?


부드럽고 청아한 소녀의 목소리.

허나 높낮이가 크지 않아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앨런과 완을 향한 명백한 적의가 담긴 목소리.


- 아빠... 아빠가 사라졌어.


곧 목소리는 음울한 말투로 읊조렸다.


- 당신들은 알고 있지? 우리 아빠가 어디있는지...


"도시 사람들도 사라졌지. 저번이랑 오늘 해서 무려 여덟 명이나."


완이 말했다. 그녀는 어느새 칼을 꺼내들어 천천히 자세를 잡고 있었다.

송곳 모양의 오러웨폰이 햇살 아래 번뜩 날을 세웠다.


"꼬맹아. 이 언니의 니들needle이 오늘 마법쟁이 심장에서 뚝뚝 흘러 나오는 피를 좀 보고 싶단다. 긴 말따위 집어치우자고. 얼른 나와서 한판 붙-!"


대답 없이 들려오는 '푸스스스' 하는 소리.

곧이어 주위를 둘러보니 자연이 요동치고 있었다.


스륵,

뿌드드득...


도처에 있던 덩굴, 뿌리, 가지따위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는 모습.

그것들은 앨런과 완을 둘러싼 채 각각 여섯 군데에서 덩어리졌고, 곧 둥실 떠오르듯 몸을 일으켰다.


스스스스-


물결치듯 꿈틀거리는 줄기들. 이내 사람 모양의 형태를 갖춘 식물의 유기체들이 보인다.


"...뭐야 이건?"


그것은 식물 인간이었다.

온통 초록빛으로 성긴 여섯 구의 식물 인간.

놈들이 앨런과 완을 천천히 에워싸기 시작했다.


- 내

- 아빠를

- 돌려줘

- 당장


엘쉬나의 목소리로, 식물 인간들은 각자 번갈아 가며 말했다.

미끄러지듯 슬금 다가오는 발걸음. 줄기들이 혈관처럼 요동쳤다.

나뭇결, 가지와 꽃잎으로 얽어진 얼굴에 구멍 뚫린 눈동자마다 공허한 살기가 감돌았다.


- 말해

- 아빠

- 어디 있는지

- 말 안하면 심장

- 먹어버려


"꼬마 주제에 엄청 과격하네."


완이 피식 미소지었다. 입가에 약간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두 눈은 곧 다가올 전투로 호기충천했다.


"블루치즈. 지금부턴 돌멩이 모드로 가는 거다? 오케이?"

"예."


긴장과 결의가 섞인 표정으로,

앨런은 자신의 오러웨폰을 앞으로 내밀며 천천히 기수식을 취했다.


스스스스-


마법적으로 만들어진 자연의 울부짖음.

앨런과 완을 향해 스산한 그림자가 드리우며 식물인간들의 발걸음이 급격히 가까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을 베는 천재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1 23.12.08 194 0 -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12월 3일자 업데이트) +2 23.12.02 223 0 -
28 사령관 에고시 (3) +1 23.12.08 123 5 11쪽
27 사령관 에고시 (2) +1 23.12.07 150 4 16쪽
26 사령관 에고시 (1) 23.12.06 155 5 11쪽
25 천재의 묘수 23.12.06 146 6 16쪽
24 그가 제일 잘 하는 것 23.12.05 212 8 13쪽
» 마법의 식물 23.12.04 248 10 10쪽
22 영주의 야망 +1 23.12.03 333 10 16쪽
21 새로운 동료 23.12.02 353 11 17쪽
20 쇠꽃의 비밀 +1 23.12.01 399 10 10쪽
19 첫 번째 임무 (2) 23.11.30 396 10 16쪽
18 첫 번째 임무(1) 23.11.29 430 13 15쪽
17 마법을 베는 검 (2) 23.11.27 521 15 21쪽
16 마법을 베는 검 (1) +1 23.11.26 498 12 14쪽
15 검의 성소 (5) 23.11.25 498 24 20쪽
14 검의 성소(4) +1 23.11.24 506 17 15쪽
13 검의 성소(3) 23.11.23 534 15 19쪽
12 검의 성소(2) 23.11.22 557 14 18쪽
11 검의 성소(1) 23.11.21 595 17 14쪽
10 의회 소집 +2 23.11.20 627 19 10쪽
9 검의 신탁(3) 23.11.19 647 21 20쪽
8 검의 신탁(2) 23.11.18 654 23 12쪽
7 검의 신탁(1) +2 23.11.17 722 27 14쪽
6 훈련 +1 23.11.16 823 29 17쪽
5 당기는 손, 밀어내는 발 +1 23.11.15 921 27 13쪽
4 네 능력이 참 유용하구나 +1 23.11.14 1,076 25 14쪽
3 심장을 먹는 마법사(2) +4 23.11.13 1,285 34 16쪽
2 심장을 먹는 마법사(1) +4 23.11.13 1,517 38 19쪽
1 모두에게 천재로 불리웠다. +3 23.11.13 2,344 5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