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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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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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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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DUMMY

타키치가 순간 웃음을 돌연 멈추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내 만약 니가 소우타를 살린다고 말했으면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일 생각이었다. 계집인 네가 웬만한 사내보다 낫구나!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 아서 그룹 며느리로 들이던지 할 것 아니더냐!”


만족스럽다는 듯이 한참을 웃어대던 다키치 회장은 이윽고 순식간에 굳은 얼굴로 소우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 멍청한 줄 알았더니, 니가 여자 보는 눈은 있구나! 좋다. 내 일단은 저 년은 살려두마. 하지만 그건 저년 애비가 어찌 나오는지에 따라 달렸다. 내 지켜보마!”


이내 헛기침을 한번 내뱉은 다키치 회장은 주변에 서있던 일본 순사들을 향해 손짓했고, 그들은 그대로 소우타와 계순을 꽁꽁 묶어 제3광산으로 끌고 온 것이었다.


계순은 꽁꽁 묶인 자신의 손목이 저려와 매만지고 싶었지만 그럴 기력조차 없었다.


저 일본인들이 어찌나도 꽉 묶어놨는지, 손 살갗이 벗겨진 것만 같았다.


계순은 슬픈 눈빛으로 그의 아버지 강식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재갈이 물려있어 강식 역시 긴 말을 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눈빛 하나만으로 두 부녀(父女)는 마음 속 깊숙이 담아둔 심정을 전부다 말하는 듯 했다.


어느새 다가온 다키치 회장이 목검을 쥔 채 계순과 강식 앞에 나타났다.


그의 옆에는 소우타가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어기적어기적 걸으며 힘겹게 따라오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아버지 다키치 회장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한 것인지 얼굴이며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피범벅이었다.


계순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소우타가 계순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뛰어가 달려가려 했다. 그러자 다키치 회장은 순식간에 스누케 목검을 들어 소우타의 어깨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억’소리를 내며 광산 갱도바닥에 나뒹군 소우타가 엉금엉금 힘겹게 팔꿈치를 짚어 계순에게 기어가자 계순 역시 울면서 바닥을 기어 소우타에게 기어갔다.


“허참! 이거 홀려도 단단히 홀렸네!”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키치 회장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며 소우타에게 버럭 소리질렀다.


“네가 사랑한다는 여자의 아비가 우리를 죽이려는 독립단 단장이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다키치 회장은 소우타와 계순에게서 시선을 떼고 강식을 바라보았다.


“네가 이 년 애비라지? 그래 나를 죽이면 독립이 된다고 믿고 있는가?”


다키치 회장이 말하며 눈짓하자 일본 순사 하나가 강식의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주었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냉소적으로 말하는 다키치 회장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강식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후회도, 두려움도 없었다.


“맥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니냐! 각자가 믿는 신념대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겠지. 언젠가 독립이 되지 않겠느냐. 십년이 걸릴지, 이십년이 걸릴지 내 모르겠다만 언젠가 독립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수많은 무고한 조선인들의 피가 흘러야겠지...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무참히 피 흘리며 죽어갔는지 아느냐! 결국은 너 같은 일본 놈들의 악행이 조선의 자주독립에 씨앗이 될 것이다!”


강식의 목소리를 굳고 단호했다.


그의 신념에 가득 찬 눈동자를 말없이 쳐다보던 다키치는 강식을 향해 화가 난 듯이 소리쳤다.


“네 말처럼 독립이 쉽게 되었다면 벌써 열 두 번도 넘게 독립이 되었을 것이다! 하기사... 일본은 곧 패전할 것이다... 일본은 너무 무리수를 두었어. 전투 비행기를 비롯한 군사기기에는 너무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지. 감당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게야.”


아서 다키치 회장의 말에 주변에 서있던 일본 순사 몇몇과 다키치 회장의 등 뒤에 숨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이규언과 채만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회장님 그게 무슨!”


“닥쳐라! 내 이자와 이야기 중 아니더냐!”


무서운 기세로 이규언과 채만기를 쏘아본 다키치 회장은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독립단들은 만주를 발판으로 군대를 조직하고, 훈련 중이라지?”


“후세에 기록될 것이다!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서 있는 것이니 다키치 너의 이름 역시 후세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신(神)만 아는 것이겠지!”


강식이 그를 노려보며 말하자 다키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년이 어떻게 저리 강직하고 총명한가 싶었다만... 역시 그 애비에 그 딸년이로군! 니가 일본 쪽에 붙었다면 내 크게 써먹을 터인데... 아까운 인재(人才) 하나를 잃게 생겼군.”


아쉽다는 듯이 입을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시는 다키치가 일본 순사를 향해 손짓했고, 일본 순사가 거대한 일본도를 허리춤에서 꺼내 강식을 향해 다가섰다.


소우타와 계순의 눈이 커지며 강식을 향해 움직이려 했지만 둘 다 성치 않은 몸이었기에 몸을 돌리는 것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끙끙거리며 계순이 짐승처럼 울부짖자 다키치 회장이 껄껄대며 웃어댔다.


“네 년은 살기를 바랬더냐! 내가 너는 살려준다 해도, 네 애비는 저 눈빛을 보니 살려둘 수가 없구나!”


다키치 회장은 계순을 향해 말했고, 소우타 다시 아버지를 향해 기어가 그의 바짓단을 붙잡고 애원했다.


“아버지! 제발요. 아버님이 시키는 것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계순이 말고 저번에 말씀한 일본 황실의 막내딸과 혼인을 치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 두 사람을 살려주십시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발요!”


소우타는 울부짖다시피 애원했고, 다치키 회장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이미 막대한 부(富)를 이룬 그였다. 죽을 때까지 써도 다 쓰고 죽지 못할 부(富)를 거머쥔 그에게 있어 남은 소원은 일본 황실의 일원이 되는 것이었다.


막대한 자금줄로 뇌물과 로비를 해온 그는 황실의 막내딸을 소우타와 혼인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가 그토록 계순을 잡아 죽이려 했던 것도 한낱 조선인 여자 때문에 자신이 황실의 일원이 될 기회를 소우타가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소우타의 말을 유심히 듣던 강식이 다키치 회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애비라는 작자가 일본 황실의 일원이 되는 것 때문에 자식의 인생을 내던지는 것인가! 그 잘난 명맥 뿐인 황실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잘난 너의 마지막 소원이고 인생의 목적인 것이냐?”


강식의 비웃음에 다키치 회장은 자신의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잘도 씨부리는 구나! 너는 지금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니다. 내 미리 언질을 해놓아 너의 집에 불을 질러 저 계순이 년 할미라는 늙은이와 어린 애 하나를 죽였다. 아마 못질로 꽉 닫힌 방에 갇혀 산채로 불타 죽었을게다! 소우타! 잘 듣거라, 이미 이렇듯 철천지 원수가 된 사이인데 이제 와서 무얼 하겠다고? 미련을 버려라!”


“으악!”


순간 다키치 회장의 말을 들은 계순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비명을 지르며 갱도 바닥을 미친 듯이 데굴데굴 굴렀다. 강식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다카치 회장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이윽고 고개를 절래절래 휘젓던 다키치 회장이 손을 들어 휘젓자 일본 순사가 짧은 기합소리를 내며 일본도를 휘두르려 하는 순간이었다.


‘탕’ 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갱도 내에 크게 울려 퍼졌다.


신음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일본인 순사가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우다다’소리와 함께 여러 사람이 고함을 치며 달려드는 것 같았다.


엎치락 뒷치락 사람들이 한데 엉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피와 땀에 흥건히 젖어 엉망진창의 옷차림이 된 상순이 달려와 그의 아버지 강식의 팔다리에 묶인 끈을 풀고 입에 물린 재갈마저 풀어주었다.


“단장님! 가셔야 합니다!”


눈 앞의 강식을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단장이라 부르는 상순의 말에 강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식은 그대로 계순에게 달려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상순은 아무런 말 없이 아버지를 뒤쫓아 계순에게 묶인 끈을 풀어주며 동생 계순의 얼굴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계순아! 아버지 모시고 얼른 가!”


그녀의 말에 계순은 눈물범벅인 채로 고개를 가로젓고 소우타에게로 달려갔다.


상순이 그런 계순의 팔을 붙잡으려는 순간 총소리가 울려 퍼지며 계순이 서서히 옆으로 쓰러졌다.


상순과 강식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다치키 회장이 비열하게 웃으며 계순을 향해 권총 총구를 겨눈 것이 보였다.


“안 돼!”


엄청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계순을 향해 소우타가 미친 듯이 달려갔다.


“안돼!! 계순아! 계순아, 안 돼! 일어나봐!”


소우타는 미친 듯이 계순의 볼을 두드리며 그녀의 몸을 붙들고 흔들어댔다.


계순은 울컥울컥하며 피를 토해냈는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이 입을 열었다가 이내 입을 타고 흐르는 피 때문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강식이 엄청난 소리를 지르며 다카치 회장에게 달려가려 하자 상순이 재빨리 아버지 강식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돌려 세웠다.


“아버지! 불효를 용서하세요!”


그녀는 재빨리 품안에 권총을 들어 그의 목덜미를 엄청난 힘으로 가격해 그를 기절시켰다.


상순은 다치키 회장을 향해 권총을 겨눈 다른 독립대원을 향해 말했다.


“단장님과 계순이를 인차에 실어서 밖에 내보내세요! 이곳은 제가 맡겠습니다!”


상순의 단호한 명령에 독립단원 둘이 서둘러 강식과 쓰러진 계순을 들쳐 엎고 인차에 그들을 태웠다.


상순이 소리쳤다.


“소우타! 계순이 데리고 가서 꼭 살려! 꼭 살려서 계순이 데리고 행복하게 살아!”


그녀의 말에 상순을 따르는 독립단원 하나가 소우타의 목덜미를 끌고 그를 질질 끌고 인차에 실었다.


인차에는 피를 흘리고 있는 계순과 의식을 잃은 강식이 타 있었다.


상순과 함께 들이닥친 다른 독립단원들이 다키치 회장에게 총구를 겨눈 채 위협을 가하고 있어 다키치 회장과 이규언을 비롯한 채만기 역시 발만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여기서 곱게 나랑 같이 죽읍시다? 나랑 가면 저승길 외롭진 않을 거요!”


상순이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비웃자 다키치 역시 그녀를 향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이야! 조선년들 하나같이 참 대단하구만! 사내들보다 나아. 그래서 너도 여기서 죽을 테냐?”


“진작에 죽었어야 할 몸이었어. 하나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아!”


상순의 당당한 말투에 다키치는 인차에 실려 입구로 향하는 자신의 아들 소우타를 바라보았다.


상순은 갑자기 엄청난 목소리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야옹! 야옹! 야옹!”


반복해서 미친 듯이 목에 핏줄을 세워가며 갱도 내부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상순이었다.


상순 언니의 ‘야옹’거리는 소리를 달려가는 인차 안에서 듣고 있는 계순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넘쳤다.


야옹 소리는 어미산 동굴에 숨어있던 상순과 계순이 이미 사전에 정해둔 암호였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안심하고 들어와도 된다는 신호는 “뻐꾹”이었고, 주변에 일본인을 비롯한 위험한 상황이니 절대로 들어오면 안 된다는 신호는 “야옹”이었다.


지금 상순 언니는 계순을 향해 미친 듯이 야옹 소리를 내며 위험하니 절대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언니 상순은 자신을 향해 미친듯이 '야옹' 소리를 내지르며 마지막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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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151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20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8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7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5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6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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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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