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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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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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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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9-158.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1)

DUMMY

슬픈 것인지 억울한 것인지 두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식탁을 내리친 그의 손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게 변해있었다.


“너무 후회하지도 죄스러워하지도 마세요... 스스로 화귀가 된 영혼은 결국 주변을 태우고 종래에는 악귀가 될 확률이 큽니다. 그러니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마세요. 어차피... 소멸시켰거나 봉인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겁니다... ”


“니 말이 맞을 거다. 그래서 할머니께서 화귀는.... 무조건 봉인해야한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할머니께서 무당이셨던 거죠?”


“함평에서 제일 큰 무당이셨다. 일부러 먼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와 점사를 볼 정도셨어. 신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 사람의 과거를 맞추실 정도로 용한 무당이셨다. 다행이 어릴 적 내가 들은 불막이제에 관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어서... 아버지를 봉인할 수 있었던 것 같구나... 어릴 적 전래동화처럼 들은 기억이 났거든...”


“봉인에 조건이 있군요. 혹시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한테 정말 중요한 정보라서 그래요...”


윤재는 하늘의 보살핌인지 아니면 이 또한 운명인 것인지 자신이 필요한 불막이제에 대해 이렇게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되고 말고! 일단... 불가의 보호가 필요하다더구나. 그래서 절이어야만 했어. 그리고 두 번째는 바다와 연결되어있어야 해.”


“바다라... 흠... 역시 소금이랑 관련이 있나?”


“글쎄다.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근데.... 사실 세 번째 조건이 제일 중요해...”


“뭔데요? 말씀해주세요.”


윤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망설이던 덕배가 조용히 말했다.


“화귀가 깃든 신체를... 잘라서 넣어야한다...”


순간 경악에 찬 윤재가 두 눈을 잔뜩 찡그리며 덕배를 쳐다보자 덕배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쉽게 가둘 수 있는 게 아니라더군... 바닷물과 우물물을 반씩 섞어 채운 항아리 단지에 넣어야 하고...”


“그럼... 아저씨 다리도....”


“다리야... 정육하던 내 아버지 옆에서 소싯적에 눈대중으로 익힌 것만으로도 웬만한 정육업자 저리가라 할 정도다! 잘라 낼 수 있는 도구야 많지...”


슬픈 표정으로 막걸리를 순식간에 들이마신 덕배는 멍하니 저 멀리 산을 쳐다보고 깊은 숨을 한번 내쉬었다.


“내 마누라가... 도와주다가 죽었어. 왜 마을 사람들 소문 들었지? 같이 용천사에서... 날 도와 다리를 자르다가.... 내 아내가 죽었다.... ”


윤재는 슬픈 표정으로 말없이 막걸리잔을 들어올려 입안 가득 채워넣었다.


“근데 제일 힘들고 불가능한.... 마지막 조건이 있다.”


“와... 끝이 아니에요? 이리 복잡해서야 원... 근데 왜... 불가능하다고 하세요?”


“그 지독한 불귀신을 가두는 건데 쉬울 리가 있나... 할머니께서도 가둬보신 건 평생동안 한번 밖에 없으시댄다.”


윤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겠죠. 그리 쉬웠으면 구전되기도 쉬웠을 것이고, 자료도 많이 남아 있었을텐데 없는 걸 보면 말이에요...”


윤재의 중얼거림을 들은 덕배가 천천히 육회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 안에 넣고 질겅이며 말했다.


“구전이 될 수도, 기록으로 남길 수도 없었을 거야.”


“왜요?”


윤재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덕배가 천천히 말했다.


“마지막 조건이 가능한 경우가 없었을 거야. 불가능하니까 구전도 기록도 없을테지...”


“네? 뭐 때문에 그러는 건데요...? 불가능하다뇨?”


한껏 진지한 표정의 윤재가 묻자 덕배가 말했다.


“화귀와 관련된 전생의 일을... 기억해내야 해.... 전생이 될지. 그 전생의 또 이전 전생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 할머니 말씀으로는 화귀가 된 자와 관련된 전생의 일을 떠올려 기억해내야만... 화귀를 가둘 수 있다고 하셨다. 기억이 중요한 거였어.”


“전생을요? 그게 가능해요? 전생을 어떻게 기억해내지...?”


“불가능하지. 전생의 기억을 인간이 어떻게 기억하냐...”


윤재가 이상하다는 듯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덕배 아저씨를 향해 물었다.


“근데 아저씨는 하셨잖아요? 어떻게 하신 거에요?”


덕배는 막거리를 한잔 더 부어 순식간에 들이마시고는 벌개진 얼굴로 말했다.


“그... 가면.... 그 가면을 쓰니 보여주더구나. 그러니까 갑자기... 기억이 났어. 내 전생의 일이...”


“그러면.... 그 가면귀가...”


“내가 전생에 저 마을 처녀를 죽인... 가면 만드는 장인의 남동생이었다. 저 각시탈 역시... 나중에 형의 장례가 끝나고, 저 마을 처녀를 죽인 내가 각시탈을 마저 조각한 거였어. 내 손으로 깎아 완성한 각시탈에 내 딸이 죽을 뻔 한거지.”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는 듯한 윤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진짜.... 얽히고 설킨 실타래같은 운명이네요. 말이야 쉽지, 전생을 기억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텐데요... 지금 현생 이 삶 하나만으로 버겁고 힘든 게 사람일인데 하물며 전생의 기억까지... 업보까지 짊어져야하다뇨... 가혹해서 정말 기가 차네...”


윤재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자 덕배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끌어안고 살아야지... 내 업보니 내가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하는 죄라고 생각하련다...”


덕배는 말없이 물끄러미 벽에 걸려있는 나무가면 한 쌍을 쳐다보았다.


남자탈은 반쯤 쪼개져 거의 부숴지기 일보직전이었고, 각시탈은 불에 탄 듯이 시꺼멓게 색이 변해 흉측한 모습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두 가면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윤재를 바라본 덕배가 말했다.


“나야 운이 좋아서 저 가면 덕분에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만... 너는 어쩔 셈이냐?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는 방법이 있는 거냐?”


“이제부터 찾아봐야죠. 짐작이 가는 게 있긴 한데... 사실 봉인하려 하는 것도 제가 아니라 제가 일전에 신세진 어떤 누나 때문에 알아보는 거에요. 그 누나를 괴롭히는 화마가 있거든요. 봉인해야 해요. 그 화마를...”


윤재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자 덕배는 말없이 윤재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니 그의 앞접시에 커다란 육사시미 한 점을 올려주었다.


덕배는 찬찬히 윤재가 말하기를 기다려주었다.


윤재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의 스승 무명이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한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의 스승님은 수희가 태백 철암의 탄광마을에 가서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전생의 기억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스승님께서는 분명 불막이제의 필요조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계신 것이 분명했다.


스승님이 마지막 순간에 윤재의 품 안에 넣어준 수첩을 뒤져보아도 몇가지 주술에 대한 추가 설명이나 기록만 적혀있을 뿐, 화마나 불막이제에 대한 정도는 적혀있지 않았다.


이미 수희의 몸을 떠난 화마가 전국 어디론가 숨어들어 호시탐탐 수희와 수희를 아는 사람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윤재 자신에게 화마가 들이닥쳐 공격을 해온다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었다.


잠시 얼마간의 침묵이 있을 뒤, 덕배가 윤재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불귀신은 그 누나 어디에 깃들었더냐?”


“왼팔이요...”


윤재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막걸리잔을 쥐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윤재를 흘끗 쳐다본 덕배가 천천히 윤재의 빈 잔에 막걸리를 가득 부어 채워주며 말했다.


“잘라내기 쉽지 않을게다. 내 칼이라도 빌려주랴? 힘만 적당히 주면 힘줄은 물론이고 뼈까지 썰어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어둠속에서도 예리한 빛을 반짝이며 날카로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여러개의 칼이 매달려있는 벽이었다.


시선을 돌린 윤재가 막걸리로 인해 약간 벌개진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아마... 제가 가진 걸로 충분할 거에요...”


윤재는 슬픈 눈빛으로 자신의 등에 매달린 화구통을 한번 어루만졌다.


그 화구통은 윤재의 스승 무명이 남긴 것으로 그의 선대 스승이 좋아했다는 문구인 ‘각정불파화왜(脚正不怕靴歪)’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발이 바르면 신발이 비틀어지지 않는다는 저 문장은 본바탕이 바르면 행동도 그릇되거나 잘못되는 일이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슬픈 표정으로 변해버린 윤재를 향해 덕배는 자신의 빈잔에 막걸리를 따라 부으며 말했다.


“어디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간디... 너도 얼굴에 깔린 그늘을 보아하니 쉽게 산 인생은 아닌 것 같고... 그래, 내가 알려준 것들이 도움이 좀 된 게냐?”


윤재는 옅은 미소를 띈 채, 덕배 아저씨를 향해 말했다.


“그럼요! 불막이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막막했는데... 인연이 닿아 이렇게 정보도 얻게 되었으니... 다행이죠!”


“널 만나지 않았으면 내 딸 희경이도 그대로 죽었을 거 아니냐! 고맙다!”


막걸리를 들어올리며 윤재를 향해 고갯짓을 하는 덕배아저씨를 보고 윤재는 다시한번 자신의 막걸리잔을 들어올려 ‘챙’하고 잔그릇을 부딪히고는 막걸리를 들이마셨다.


시큼털털하지만 달작지근한 막걸리가 목구멍을 타고 속으로 흐르자 무언가 뜨끈한 감정이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서서히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어느새 밤은 깊어져 가고 있었고, 윤재는 덕배 아저씨와 희경이가 곤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집밖으로 나왔다.


휴대폰을 켜서 보니 어느 새 시간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천천히 통화목록에 들어가 수희누나의 목록을 누르니 ‘뚜- 뚜-’하는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수희가 전화를 받는 것이 느껴졌다.


“수희 누나! 안 잤어요?”


윤재의 조용한 말에 수희는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뭣 좀 알아냈어?”


수희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며 말을 꺼내지 못하는 윤재를 향해 수희가 말했다.


“목소리를 듣자하니 술 먹었냐? 내가 보고 싶어서 전화한 건 아닐테고. 너 뭔가 알아냈구나? 얼른 말해!”


수희의 목소리가 살짝 커지며 윤재를 향해 날카롭게 덤벼들자 윤재가 옅은 숨을 한번 내쉬고는 천천히 말했다.


“네... 화마의 봉인 방법... 찾은 거 같아요... 아뇨! 찾았어요!”


순간 ‘헛’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수희가 비명같은 감탄사를 내뱉고는 한껏 커진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좀 말해 줄래?”


수희의 다급한 재촉에 윤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알아보니 ‘불막이제’라는 건 불씨가 될 위험요소를 항아리 단지에 가두는 거에요. 조건이나 주의사항이 몇 가지 있어요. 자세한 건 만나서 따로 설명해드릴게요. 근데 제일 중요한 건 장소에요.”


“장소?”


“네!”


“아무 곳에서나 가능한게 아니란 소리야?”


수희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만큼 다급해보였다.


“네. 봉인 장소도 조건이 필요하더라구요!”


“어떤 조건?”


“일단... 불가의 보호가 필요하고...”


“부처님의 가호?”


“네! 불교 쪽 도움이 필요하고... 두 번째는... 바다가 근접해야 해요. 아니면 바다에 연결되어 있거나요.”


'바다'라는 말에 수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곧이어 휴대폰 너머로 수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바다? 근데 그건 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소금 때문인 거 같아요! 그리고... 어... 그리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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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챕터9-163.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2) 24.01.02 16 1 12쪽
162 챕터9-162.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1) 24.01.02 16 2 12쪽
161 챕터9-161.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2) 24.01.01 19 2 12쪽
160 챕터9-160.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1) 24.01.01 20 2 11쪽
159 챕터9-159.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2) 23.12.31 20 2 11쪽
» 챕터9-158.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1) 23.12.31 18 2 12쪽
157 챕터9-157.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3) 23.12.30 17 2 12쪽
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2 2 11쪽
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9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151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20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7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6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5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6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6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5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9 1 11쪽
140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23.12.22 22 1 11쪽
139 챕터8-139.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3) 23.12.21 19 1 11쪽
138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7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134 챕터8-134. 전생- 전생의 기억 (3) 23.12.19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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