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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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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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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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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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9-164.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3)

DUMMY

한편 수희는 지금 들려오는 두 남자의 말이 하나도 귀에 박히지 않고 있었다.


수희는 마치 무언가 홀린 사람처럼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지만 이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분명 처음 와 보는 이 낯선 집의 구조를 모두 알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성큼성큼 거칠 것 없이 어느 방문 앞에 다가간 수희는 깊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굳게 닫힌 방문을 힘껏 열어 재꼈다.


'끼익‘하고 나무가 긁히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린 방 안에는 아무 짐 하나 없이 텅 빈 그러나 넓은 방 하나가 보였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거나 모서리가 긁힌 벽이 보였다.


수희는 안으로 슬며시 들어가 천천히 방 주변을 둘러보았다.


순간 안쪽 오른편 벽에 무언가 알 수 없는 작은 구멍 하나가 뚫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벅저벅’ 걸어간 수희가 그 구멍을 천천히 오른손으로 어루만지자 갑자기 알 수 없는 슬픈 감정이 회오리처럼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가슴 한구석 깊숙한 곳에서부터 파도가 일렁이듯이 무언가 슬프고 먹먹한 감정이 솟구쳐 수희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가슴을 쥐어잡을 수밖에 없었다.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찌르르'한 것이 느껴지며 아려와 숨을 쉴 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수희 씨!”


놀란 상현이 뛰쳐와 수희를 붙잡으려는 순간 한결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한결이 수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수희를 향해 물었다.


“수희 씨! 왜요? 왜 그래요? 숨쉬기 힘들어요?”


한결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수희는 목구멍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말은 커녕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수희는 순간 하얘진 머릿 속에 무언가 이미지 같은 것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만화 장면을 엄청난 속도로 휙휙 되감아 알아볼 수 없는 속도로 뒤죽박죽 섞여있었기에 도무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결이 수희의 어깨에 손이 닿는 순간이었다.


수희는 어떤 이미지 하나가 머릿속에 박힌 못처럼 ‘핑’하고 박혀 뇌리에 떠나지 않았다.


어떤 중년의 남성 하나가 검은 빛을 띠는 커다란 목검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치는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어딘가를 노려보던 그는 한참을 바락바락 악을 쓰더니 휭하니 방을 나가버렸다.


수희가 이를 '덜덜' 떨며 추운 듯이 발발 떨고 있자 한결이 수희를 향해 자신의 겉옷을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우리 나가요! 나가서 바깥 공기 좀 쐬요!”


한결의 부축을 받고 몸을 일으킨 수희는 여전히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상현은 머뭇거리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결과 수희의 뒤를 따랐다.


일본식 가옥 밖으로 나온 수희와 한결, 그리고 상현은 그대로 멍하니 가옥 주택 마당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수희가 정신적 공황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듯 해서 한결과 상현은 가만히 서서 수희가 정신을 차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수희가 어느 새 진정이 된 것인지 숨을 고르며 깊은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


그런 수희를 향해 상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병원으로 모실까요?”


그런 상현을 향해 살짝 웃어 보이며 수희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상현은 수희의 성격 상 절대로 병원을 가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수희를 조금이라도 쉬게 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러면... 주변에서 뭣 좀 드시고 가시죠! 어느 새 점심 시간입니다. 식사하셔야죠.”


한결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수희를 향해 말하는 상현을 슬쩍 쳐다본 수희가 아무 대답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상현은 아까 안내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거닐던 까치발 시장 뒷골목에 있던 노포 식당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상현의 안내에 따라 수희와 한결이 말없이 걷고 있었다.


상현은 애초에 말수가 적었고, 한결은 재잘재잘 무언가 계속 말하고 있었지만 수희는 아까 일본식 가옥안에 들어가 방안의 구멍을 본 이후부터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수희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상현과 한결은 서로를 의식한 듯이 아무 말도 없이 셋은 그저 묵묵히 걷고 있을 뿐이었다.


철암마을은 광산이 쇠퇴하면서 마을 역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광산 일을 하던 수많은 광부들의 가족들은 다른 곳으로 뿔뿔히 흩어졌고, 빈 집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다가 이곳을 살리기 위해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건물 외벽 곳곳에 벽화와 조형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의 작품이 많아지면서 그 많던 상가건물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몇몇 곳들은 예술인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어 관광객들의 발을 이끌었다.


수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돌다리 옆에 건물에 놓인 조형물을 쳐다보고 있엇다.


그 곳에는 아빠를 배웅하는 듯한 어린 갓난 아기가 중년의 엄마 등 뒤에 묶은 포대기에 매달린 채 아버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일을 나가는 광부의 머리에는 헤드라이트 조명이 매달려 있었고, 장화를 신은 그의 어깨에는 곡괭이가 들려있었다.


황금색 조형물들을 보는 순간 수희의 눈에서 알 수 없는 눈물이 솟구쳤다. 수희는 애써 그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 왜 이러지... 왜 이리 슬퍼...


수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주변을 따라 낮은 1층 단층 건물이 늘어져있었다.


입가심 포장마차라고 써진 작은 포장마차들은 테이블도 몇 개 없었고 석탄을 작업하는 광부들이 70년대 한창 부흥기 때 먹던 포장마차들이 대 여섯 개가 줄지어 나란히 서 있었다.


그 중 선술집이었던 모양인지 유리문 앞에 커다랗고 촌스러운 스티커로 ‘순대국, 손칼국수’라고 적힌 어느 노포 식당 앞에서 한결은 닭똥같이 굵은 눈물을 시멘트 바닥에 뚝뚝 떨어뜨리면서 서 있었다.


그랬다. 슬픈 감정은 수희뿐만이 아니었다.


그 앞에는 예술가가 설치해놓았는지 석탄을 캐는 광부가 지친표정으로 앉아있는 조각상 하나가 보였는데 한결은 슬픈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오른손을 들어올려 그 광부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머! 진짜 미쳤나봐! 왜 이래요?”


수희가 주변을 둘러보며 한결의 손을 뿌리치자 한결이 정신을 차리곤 수희를 바라보고 말했다.


“왜요? 내가 방금 뭐 했어요?


분명 방금 전까지 슬프게 울면서 광부 조각상의 얼굴을 쓰다듬으려던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 한결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젖히며 수희를 향해 소리쳤다.


“헐! 나 지금 뭐 한 거에요?”


“그건, 내가 한결 씨한테 묻고 싶네요! 대체 왜 그래요? 사람들이 보면 미쳤다고 수군거리겠네! 정신 좀 차려요!”


“와! 아까 수희씨는 일본 가옥에서 그렇게 정신줄 놓고는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에요?”


순간 한결이 수희를 향해 쏘아붙이자 수희가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 지금 자신이 실수를 한 것 같다는 느낌에 ‘아차’ 싶었던 한결이 수희를 향해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노포 식당 문이 ‘드르륵’하고 열리더니 등이 다 구부정한 나이든 할머니 하나가 나와 셋을 향해 소리쳤다.


“식사하시게? 지금은 국밥 밖에 안 되는디!”


그런 노인을 향해 수희가 ‘괜찮아요’라는 말과 함께 재빨리 가게 안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그런 수희를 바라보던 상현이 뒤따라 들어가려는 한결을 향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 좀 가려서 하시죠? 수희 씨.. 많이 힘들어 합니다!”


상현의 말은 부탁이라기보다 협박에 가깝게 느껴졌지만 한결은 상현을 잠시 쳐다보다가 상현을 향해 마찬가지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현 씨라고 했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수희 씨 좋아하죠?”


수희를 좋아하냐는 한결의 질문에 상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상현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서 한결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결 역시 지지 않고 똑바로 서서 상현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됐어요! 말 안 해도 눈빛만 봐도 알겠네. 에휴...”


이내 한결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재빨리 노포식당 안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상현 역시 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수희가 어느새 작은 식탁에 앉아 턱을 괴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앞에는 한결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는데 순간 상현은 수희의 옆에 가서 앉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한결의 옆자리에 앉았다.


함바집으로 보이는 듯한 낡은 노포 식당은 몇 개 되지 않는 테이블이 놓여져있었다.


노포 식당은 상현과 한결의 머리통이 천장에 닿을 만큼 건물 높이가 낮은 단층 건물이었다.


딱 봐도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낡은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낡은 형광불빛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버텨 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큼큼거리며 냄새를 맡아보니 얼큰한 국밥을 끓이고 있는지 매콤한 냄새가 가득 풍겨져 오고 있었다.


한결은 어느 새 자리에서 일어나 하얀 멜라민 접시에 대 여섯 개 되는 반찬을 가득 퍼오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벽을 바라보니 검정 싸이펜으로 대충 휘갈겨 쓴 ‘물이랑 반찬은 셀프’라는 글씨를 보고 상현 역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낡은 정수기에 물을 뜨러 가고 있었다.


뚝배기에 국밥이 나오는 동안 셋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테이블에 앉아 각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 셋을 바라보던 주인 할머니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아이고! 젊은이들이 구경 온 겨? 아까 광산 갱도는 들어 가 봤재? 여기 국밥 먹고 뒷 쪽에 상가들 좀 가 봐요! 예술한다는 젊은 양반들이 전시회 한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환장하고 가서 구경한다니까? 가서 보고 여기저기 소문 좀 내 줘! 요즘 사람들 없어서 나도 장사해서 먹고 살기 힘들어!”


그러자 한결이 밝게 웃으며 물었다.


“오! 전시회요? 여기 뭐 구경할 게 많나 봐요?”


한껏 신이난 밝은 표정의 한결을 향해 수희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결 씨! 우리 지금 여기 여행하러 온 거 아니거든요?”


한껏 예민한 얼굴의 수희가 국밥을 숟가락 가득 퍼서 입안에 우겨 넣으며 말했다.


그런 수희 앞에 놓인 물컵이 빈 것을 확인한 상현은 말 없이 수희의 빈 컵을 들고 정수기 쪽으로 향했다.


“아니. 내가 뭐 놀고 싶어서 그러나? 혹시 알아요? 거기 가서 뭐라도 얻어 건질지! 도깨비 말이 내가 가서 수희씨 도와주라고 했거든요? 저도 여기 놀러 온 거 아니에요!”


“진짜 웃겨, 정말!”


티격태격대면서 서로 옥신각신 말싸움을 하고 있는 수희와 한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상현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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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챕터9-163.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2) 24.01.02 16 1 12쪽
162 챕터9-162.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1) 24.01.02 16 2 12쪽
161 챕터9-161.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2) 24.01.01 19 2 12쪽
160 챕터9-160.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1) 24.01.01 20 2 11쪽
159 챕터9-159.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2) 23.12.31 21 2 11쪽
158 챕터9-158.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1) 23.12.31 18 2 12쪽
157 챕터9-157.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3) 23.12.30 17 2 12쪽
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2 2 11쪽
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20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151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20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8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6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5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6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6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5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9 1 11쪽
140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23.12.22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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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7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134 챕터8-134. 전생- 전생의 기억 (3) 23.12.19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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