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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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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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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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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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6-103.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8)

DUMMY

그랬다.


아까 무명이 미친 듯이 산에 뛰어올라가 악취를 맡았던 흙 색깔이 이상했던 산 중턱의 너른 흙 밭에 그들이 묻혀있었던 것이다.


“당신 똑바로 살아! 벼락 맞아 급살(急煞) 맞아 뒤지기 싫으면!”


윤재는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빼액 지른 뒤, 통화 종료 버튼을 마구마구 눌러댔다.


윤재는 휴대폰을 민혁에게 건넨 뒤 민혁을 향해 말했다.


“형! 여기 있어요. 나 아까 이 새끼가 말한 산에 좀 올라갔다 올게요!”


이제는 진환의 아버지를 향해 ‘이 새끼’라고 말하는 거친 윤재의 말에 민혁은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냐! 같이 가자. 나 혼자 여기 있기 무서워!”


그의 말에 윤재는 살짝 웃어 보이며 민혁에게 같이 가자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그들이 빠른 속도로 돌산을 오르는 동안에도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무당귀에 빙의된 무명은 계속해서 난동을 피우며 바락바락 악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민혁과 윤재가 거친 숨을 내쉬며 돌산의 중턱에 올랐을 때, 윤재의 눈에 비친 것은 수십명의 사람들이 떼 지어 줄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성별과 나이, 행색이 모두 달랐는데 눈에 띈 것은 그들 앞에 서 있는 대표 같아 보이는 여자 둘의 모습이었다.


하얀색 소복 같기도 한 무복(巫服)을 입은 두 여자는 윤재를 향해 소리쳤다.


- 네 이놈! 다 알고도 이렇게 우리를 또 죽이러 온 것이냐!


엄청난 소리에 윤재의 귓가에 한두방울 씩 피가 흘러나왔다.


민혁의 눈에는 앞에 서있는 수많은 귀신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 것인지 갑작스럽게 귀에서 피가 흐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윤재를 보고 민혁이 말했다.


“야! 너 갑자기 귀에서 피나! 또 뭔데! 이제 진짜 무서워서 나 오줌 쌀 것 같다!”


민혁의 말에 윤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수인(手印)을 맺고 손바닥을 비벼 민혁의 두 눈을 비벼주었다.


곧 민혁의 두 눈이 밝아오면서 눈앞에 있는 수많은 귀신들의 형상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수십명의 귀신 앞에 서서 그들을 대표하는 듯한 젊은 여자 둘은 얼마 전 자신에게 귀신체험을 하고 싶다며 ‘EMF' 장비를 들고 자신에게 부탁했던 여자들이었다.


- 그럼 그 때 내가 저 여자귀신들한테 홀린 게 맞구나!


놀란 민혁이 주춤 거리자 민혁의 앞으로 나선 윤재가 말했다.


“저기요! 억울한 건 알겠구요! 우리 무명선생님이 싫어하시는 말이지만 내가 그냥 무명선생님한테 한번 더 혼나고, 한 대 더 쥐어 맞는다 생각하고 말할게요!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신 건데 산사람은 살아야죠! 죽은 자들이 산사람 좀 그만 괴롭혀요!”


윤재의 말에 앞에 서있던 덩치가 좋아보이던 여자 무당귀신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 네가 말한 대로라면 죽은 자는 무조건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야하고, 산사람이 죽은 자들보다 우선이다 이거냐?


윤재는 그런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뇨, 사람들 간에 우선 순위란 건 없어요! 어차피 산사람들도 죽기 마련이거든요!”


- 그런데 왜 산사람은 살아야한다고 하는 것이냐! 우리가 모조리 이 아파트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씨를 말려버릴 것이다!


“잘 들어보세요. 산사람은 살아야한다는 말은.... 산사람을 무조건 용서해주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 그럼 뭣 이더냐! 지금 나와 말장난을 하자는 게야?


분노한 듯 거칠게 말하는 그녀들의 기세에 동조한 듯, 무당귀신 둘의 등 뒤에 서있는 수많은 귀신들 역시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들의 목소리는 거센 바람으로 민혁과 윤재의 머리카락을 요란스럽게 헝클어졌다.


윤재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은 힘이 강한 자들이 그리고 살아 남은 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아니에요. 언젠가 산사람들 역시 죽어서 닥칠 수 있는 슬픔을 공감하고, 또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그 과정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잊지 않도록 해야 하기에 산사람은 살아야한다고 하는 거에요!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래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산 사람은 살아야죠! 그래서 산사람들은 절대로 죽은 이들을 잊어서는 안 돼요!”


윤재의 긴 말을 천천히 듣던 귀신들과 무당귀신 둘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며 산비탈 중턱의 너른 흙바닥에 주저앉아 엎드렸다.


너무나도 원통한지 주먹으로 땅바닥을 내리치는 귀신도 있었고, 또 어떤 귀신은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팡팡 쳐대며 울기도 했다.


어린 아이와 그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 귀신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


윤재 역시 눈가에 눈물이 맺혀 양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윤재는 서둘러 자신의 옷소매로 눈가를 훔치곤 그들을 향해 합장을 했다.


그리고 재빨리 붓을 꺼내 커다란 원 모양의 결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윤재는 아까처럼 자신의 검지를 세게 깨물었다.


피가 잘 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붓을 그대로 뒤집어 붓통 끝의 나뭇대로 자신의 왼쪽 손바닥을 세게 그었다. 이윽고 순식간에 피가 뿜어져 나오자 붓에 그 피를 묻혀 땅바닥에 어떤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민혁이 놀라 윤재를 막아서려했지만, 이윽고 윤재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경건한 마음까지 들어 섣불리 막아설 수 없었다.


윤재의 손바닥에서 쉴새없이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느새 윤재의 웃옷 곳곳이 피로 물들 정도였다.


그러나 윤재는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묵묵히 이마에 땀이 비오듯 흘려가며 무언가를 바닥에 그리느라 온통 신경을 쏟아 붓고 있었다.


윤재가 이윽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무언가 중얼거리자 서서히 땅바닥에서부터 은은한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민혁의 눈에 비친 것은 커다란 원 안에 들어있는 국자모양의 북두칠성이었다.


“선생님들... 이곳으로 오십시오. 편히 가시도록... 제가 힘써 보았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미천문을... 열었습니다. 천황대...제...이신 옥......황..상제께서 도와...주...실 겁...니다.”


윤재는 힘이 부친 듯 거의 땅바닥에 쓰러질 지경이었기에 그것을 눈치 챈 민혁이 서둘러 그의 뒤에서 그를 받쳐주며 그를 부축했다.


윤재는 힘겹게 한마디 한마디 내뱉고 있었는데, 갑자기 울컥하더니 피를 토해냈다.


사실 윤재는 모든 기운을 다 쏟아부어 거의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엄청난 정신력으로 버티며 겨우겨우 귀신들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재의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말없이 지켜보던 수십 명의 귀신들은 하나둘씩 일어나 천천히 줄을 지어 윤재가 그린 결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귀신들이 결계 안으로 들어서자 결계에서는 더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윤재가 지금 그린 결계는 옥처럼 초록색 빛이 빛나는 천(天)의 별인 북극성이었다.


북극성은 모든 별을 주관하고 모든 신(神)을 관장하는 옥황상제를 나타냈다.


사실 무명 밑에서 수련을 시작한 윤재가 자미천문을 열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수명까지 깎아가며 옥황상제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불러내는 결계를 그렸던 것이다.


사실 저 수십 명에 달하는 귀신들을 천도시켜 성불하게 한다는 것은 윤재나 무명의 힘으로도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윤재는 결계를 그리면서도 자신이 성공할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 결계를 그린 것이었다.


수십 명의 귀신들은 울면서 일제히 그 결계 안으로 들어갔고, 맨 마지막으로 두 명의 무당귀신이 윤재에게 다가왔다.


그녀들은 슬픈 눈빛으로 윤재를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땅바닥에 무릎을 굽힌 채 앉아 윤재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 우리 대주(大主)님... 착하고 여린 우리 대주(大主)님... 미안해서 어쩌누...


- 우리 김씨 집안 기자(祈子)님은... 후에 큰 인물이 되실 겁니다. 저 산 아래 계시는 분노에 찬 저희 스승님을 부탁드립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두 명의 젊은 무당귀신은 윤재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들은 윤재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넨 뒤, 공손히 윤재와 민혁에게 절을 올렸다.


- 이 영혼들은 저희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대주님! 저 색이 바랜 땅을 한 치 정도 파내시면 방울 세 개가 보이실 겁니다. 모두 산산조각 내주십시오. 부수시면... 다 끝날 겁니다.


이윽고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훔치던 두 무당귀신은 열심히 손에 쥔 방울과 부채를 흔들며 방방 뛰기 시작했다.


이윽고 윤재가 그린 결계에서 더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윽고 모든 귀신들이 안개처럼 흐려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지금 윤재는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윤재는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손가락 들 힘조차 없다는 말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은 윤재였다.


윤재는 스르륵 감겨가는 눈으로 힘겹게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윽고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윤재야! 야! 일어나봐!”


놀란 민혁이 다급하게 윤재의 뺨을 살짝 때리며 윤재의 이름을 불렀지만, 윤재는 정신을 잃은 채 일어날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민혁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윤재를 조심스럽게 산기슭 너른 바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아까 두 명의 무당귀신들이 일러주었던 색이 누렇게 변한 흙바닥을 두 손으로 미친 듯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민혁의 두 손톱에는 넝쿨과 같은 이상한 나무뿌리와 거무죽죽한 흙이 가득 끼기 시작했고, 손톱이 들렸는지 피가 나기 시작했지만 민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힘껏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여분 가량 흘렀을까, 3~4센티 정도 땅을 파내리자 무언가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만져졌다.


민혁이 재빨리 그것을 꺼내자 갈색으로 물든 명주실에 얽힌 방울들이 보였다.


군데군데 불에 타서 눌러 붙은 것 같은 자국도 보였고, 찌그러진 곳도 있었지만 방울은 총 3덩어리가 얽혀 있었다.


민혁은 재빨리 그것을 꺼내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저 먼발치에서 커다란 돌멩이 하나가 보였다.


- 부수라고 했지? 저걸로 내리쳐야겠다!


민혁이 재빨리 일어나 돌멩이가 박혀있는 곳으로 달려가려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엄청난 속도로 민혁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헉!”


민혁이 순식간에 뒤로 날아가듯이 공중에 붕 떴고, 엄청난 힘에 산비탈에 비스듬히 자라있는 나무에 몸통을 그대로 처박았다.


“으악!”


엄청난 고통에 민혁은 바닥에 쓰러지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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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챕터8-132. 전생- 전생의 기억 (1) 23.12.18 24 1 11쪽
131 챕터7-131(완).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4) 23.12.17 22 1 11쪽
130 챕터7-130.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3) 23.12.17 20 1 11쪽
129 챕터7-129.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2) 23.12.16 20 1 11쪽
128 챕터7-128.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1) 23.12.16 20 1 12쪽
127 챕터7-127.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3) 23.12.15 20 1 11쪽
126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1 1 11쪽
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3 1 11쪽
124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5 1 11쪽
123 챕터7-123.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2) 23.12.13 24 1 11쪽
122 챕터7-122.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1) 23.12.13 27 1 11쪽
121 챕터7-121.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3) 23.12.12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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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챕터7-117. 무명도사- 폭풍전야 (2) 23.12.10 24 1 11쪽
116 챕터7-116. 무명도사- 폭풍전야 (1) 23.12.10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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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챕터7-110.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4) 23.12.07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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