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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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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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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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연금술사(3)

DUMMY

가볍게 표준형 포션 병 30개를 꺼냈다.


“읏차.”


유리병들이 깨지지 않게 차곡차곡 상자에 담은 다음 작업실로 향했다.


“일단 오늘은 병부터 끓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리병 소독이었다. 벼벼르다가 알아서 클린 마법으로 세척해서 배송해 줬겠지만 사용용 전 끓는 물 소독은 전생의 기억에서 비롯된 습관 중 하나였다.


‘깨끗한 걸 알면서도 이 짓을 안 하면 묘하게 찝찝하단 말이지.’


누군가가 기분 탓이라고 말한다면 기분 탓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게 하다못해 매실청을 담그거나 딸기잼을 담는 유리병도 끓는 물로 소독하지 않는가.


클린마법이 정말 삶는 것만큼 깨끗할 수 있겠지만 이건 기분의 문제이므로 일단 삶고 보는 것이다.


가지고 온 포션 병을 하나씩 꺼내 물이 펄펄 끓고 있는 솥에 넣어 삶기 시작했다. 소독이 완료된 포션 병은 따로 만들어둔 나무 거치대에 거꾸로 매달아 물기를 빼고 습기가 차지 않게 말려두는 게 오늘까지 해야 할 일이다.


“많긴 많네···.”


평상시엔 많이 만들면 10개 정도가 최대치였는데 그의 3배나 달하는 30개는 삶아지길 기다리는 포션 병들만 봐도 저걸 언제 다하나 싶을 정도로 턱없어 보였다.


“이거 물 색이 왜 이러지?”


그렇게 15개쯤 진행하고 있을 때 삶는 물이 묘하게 탁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으로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파악하기도 어려웠고 시간도 많지 않았다.


“일단 이건 두고, 새 물 떠다 다시 끓여야 하겠네..”


그렇게 다시 물을 받아 남은 14개의 포션 병을 삶았고 마지막 포션 병을 삶으려고 집었을 때 폴리모리 포션의 지속시간이 끝나면서 격통과 함께 부작용이 찾아왔다.


-쨍그랑!


열탕소독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폴리모리 포션의 지속시간을 생각하지 못했고, 예상하지 못한 격통에 놀라 아까운 유리병 하나를 깨트려 먹었다.


“으으으윽”


피부가 꾸물거리며 쭈글거리던 노인의 피부가 원래의 탱탱한 피부로 돌아가고 있었다. 폴리모리포션의 단점은 이렇게 변할 때마다 찾아오는 격통. 그리고 지속시간이 끝나며 찾아오는 부작용이었다.


참고로 부작용은···.


“화, 화장실!!”


모든 것을 내보내겠다는 장의 의지. 설사병이였다.


***


“으으.”


마지막 병을 깨트려 먹고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다는 게 해가 떠 있었다.


“분명 들어갈 땐 밤이었는데··· 왜 나오니까 낮이지···.”


잠도 못 자고 화장실에서 날밤을 지새웠다.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었다. 이러한 단점과 만들기 엄청나게 어렵다는 점 때문에 폴리모프와 폴리모리 포션은 사용하기가 꺼려졌다.


꾸르르륵!


아직도 배에 뭔가가 더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화장실이 집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오늘은 화장실 냄새가 집에 베기진 않을 테니까 말이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화장실을 다녀온 후 어기적거리며 다시 작업실로 들어갔다. 작업실 구석에 거꾸로 뒤집힌 포션 병을 확인하니 물기가 뽀송하게 잘 말라 있었다.


나는 처절한 사투를 벌이긴 했지만 29개의 포션 병은 성공했다. 깨진 포션 병은 싸리 빗자루로 잘 쓸어 담아 마대자루에게 버렸다. 깨진 것도 나중에 다시 쓸 수 있었으니까 잘 모아둬야 했다.


아무튼 29개의 병들도 열탕소독을 완료했고 깨진 병도 처리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포션을 만들어야 했다.


정말 자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없었다.


창고에서 체력 포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필수 재료들을 가지고 왔다. 그 후 재료들을 하나씩 손질하기 시작했는데 스승에게 가르침 받은 포션 제조법은 나처럼 별도의 손질을 하진 않긴 했다.


그렇다는 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포션을 만들 때 이 손질 부분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게 역겨운 맛 핵심인데.’


체력 포션이든 마나포션이든 활력 포션이든 모든 포션의 베이스이자, 역겨운 맛의 근원지가 바로바로 지금 내가 손질하고 있는 ‘포셔 고사리‘ 라는 풀이다. 그리고 고사리는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그 고사리가 맞았다.


그리고 여기사 고사리에 대한 기본지식이 이 ‘역겨운 맛’을 잡는 해답을 줬었다.


원래 고사리란 식물은 막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느냐?


가장 말랑말랑한 새순을 따서 소금 넣은 끓는 물에 데치고 말린 다음 다시 물에 불려 먹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아는 방법은 그랬다.


이 세계 사람들은 그냥 생짜로 압착시켜서 즙을 내서 쓰는데, 그래서 역한 맛의 대명사가 포션이 된 것이다.


이런 방법은 몹시 손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품질을 올리는 데는 효율적이었다. 수 차례 시도해 본 결과 역겨운 맛을 내는 성분은 상처를 재생시키는 효과와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물고문당해 힘을 잃은 포션 고사리를 사용하면 그것만으로도 맛 자체가 상당히 개선된다.


그리고 난 이런 베이스 재료를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해두고 있었기에 오크통에 저장해둔 말린 고사리들을 분량에 맞춰 가져왔다.


지금 사용한 만큼 다른 날 다시 만들어 채워 넣어야 하겠지만 그건 미래의 내가 할 것이다. 오늘은 최대한 빨리 포션을 제작하고 자는 게 목표니 생략할 건 생략하기로 했다.


보통은 압착하겠지만, 나는 이미 한번 말린 것들이니 압착의 의미가 없었으므로 갈아줘야 했다.


“좀 크게 만들 걸 그랬나?”


말린 고사리를 갈아주기 위해 꺼낸 물건은 바로 믹서기. 다른 마법사나 연금술사들처럼 나는 마법으로 휙휙 하고 만들 수 없었다. 정확히는 하루 1회 한정인 데다 효율도 안 났기에 마법을 직접 사용하기보다 마법 물품을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기로 한 것.


마나통이 거지긴 하지만 쓸 수는 있는 능력, 그리고 현대인이었던 전생 기억을 잘 합성시켜 만든 것이 바로 이 믹서기 1호다.


내 마나량이 쥐똥 같다면 미리미리 채워놓으면 그만인 것 아니겠는가. 마력을 담을 마석을 준비했고 여러 날에 걸쳐 마나을 저장했다.


그리고 전기 대신 마나를 동력을 삼는 아주아주 단순한 마법 물품.


시행착오야 겪었지만 겪을만할 정도로 몹시 유용했다. 이제 이 소중한 마나 믹서기에 말린 고사리와 꿀을 넣고 갈아주면 포셔 고사리 진액이 완성된다.


여기에 실질적인 체력 회복 효능을 가진 혈생초와 힐도롱이 라는 몬스터의 피를 포셔 고사리 진액에 섞은 후 약불로 천천히 뭉근하게 끓여주다 보면 어느 순간 뜨거운 김이 위로 솟구쳐 오른다.


그럼 갈색에 가까웠던 액체들이 선명하고 영롱한 빨간색 액체로 바뀌면서 약간은 씁쓸한 맛을 지닌 중하급 체력 포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두 재료는 베이스 재료인 고사리의 품질에 따라 달라졌는데 내 방식대로 만든다면 맛도 개선하고 하급 체력 포션을 만들 재료로 중급 이상의 효과를 지닌 체력 포션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싼 재료로 높은 등급의 포션을 만들 수 있으면 완전 이득이지.’


맛을 내는 재료를 넣는 것을 마무리로 어린이 감기약 맛 포션 완성됐다. 완성된 포션 뒤로 열탕소독이 완료된 채 기다리고 있는 29개의 병들이 보였다.


“하···.”


그냥 갑자기 한숨이 났다. 평소처럼 너 닷 병 만드는 정도야 귀찮아도 할만했는데 29개나 되는 걸 언제 하나 싶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누가 대신 넣어줬으면······.


말은 그렇게 해도 몸은 착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입구가 좁은 포션 병에 깔때기를 꽂아놓고 하나하나 담으려니 너무 힘들고 귀찮고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모든 과정을 완료했고 더는 잠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작업실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기절하고 말았다.


***


쾅쾅쾅!


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테오! 안에 있는가? 테오!”


막스가 찾아온 모양이다. 급하게 깨긴 했지만 아직은 잠에 취해있었기에 느적거리며 현관으로 향했다.


“흐아암···. 오셨어어허어요···.”

“대답이 없길래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더니만 자고 있었던 모양이군?”

“어쩌다 보니 밤을 새워서···.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실례하지.”


집 안으로 들어오는 막스의 뒤로 두 사람의 얼굴이 더 보였다.


“이놈들은 우리용병단의 릭과 미켈일세. 인사하지.”

“반갑습니다. 릭입니다.”

“미켈입니다. 덕분에 포션을 물처럼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미켈과 릭이 내게 반가움을 표했다.


근데 포션을 물처럼 마시면 재정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아무렴 어떠랴, 나는 셋을 체력 포션이 있는 작업실로 안내했다.


“최대한 맞춰본다곤 했는데 29개가 최대였어요.”


상자 안에 가득 담긴 선명한 빨간색 포션을 가리켰다. 그를 보자 막스는 만족한다는 듯 말했다.


“충분하네! 내 안 그래도 너무 무리하게 말한 것 같았는데 말이야!”

“막스 아저씨도 급하게 참여하게 된 거니까요···. 그래도 조금 빡빡하긴 했어요.”

“개당 5만 크론, 29개 해서 145만 크론이에요. 가져가시는 건 두 분이 가지고 가시는 거죠?”

“아, 맞아. 나 혼자 들고 가다간 다 부서질지도 모르니 말이네.”


막스가 릭과 미켈, 두 사람을 데려왔다는 건 단순히 나를 인사시키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내가 편의상 부르는 인벤토리는 이 세계에선 이 공간 아티팩트로 불리고 있고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 그러다 보니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진 않다.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면 막스 혼자 와서 담아갔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둘을 데리고 온 것일 터.


“흠, 잠시만요.”


나눠서 들고 간다고 해도 들고 움직이다 보면 어딘가 부딪혀 깨질 가능성도 있었다. 비싼 돈 주고 구매했는데 운송 도중 깨지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나는 뒷문으로 나가 예전에 대충 심어놨던 여우꼬리풀을 한 아름 뜯어왔다. 그리고 이 푹신푹신한 풀을 병 하나하나 감싸듯이 포장했다.


여우꼬리풀은 강아지풀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여우 꼬리라는 이름값처럼 진짜 여우의 꼬리처럼 크고 북슬북슬한 갈색의 식물이다. 여우꼬리풀은 유리나 도기처럼 파손을 주의해야 하는 물건을 배송할 때 유용했다.


게다가 태생이 잡초라 대충 아무렇게 심어놔도 잘 자라기 때문에 이렇게 사용하기도 편했다. 숲에서 캐와서 심어놓으면 따로 돈이 들지도 않으니 최상의 완충재였다.


“그냥 들고 가다가 깨지면 돈 주고 산 거 쓰지도 못하고 억울하잖아요.”

“섬세하구먼! 하긴,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하는 것 아니겠나!”


막스는 호탕하게 웃으며 돈이 든 주머니를 건넸다. 안에 든 동전을 세어보니 백금화로 15개가 들어있었다.


“금화 5개 드릴게요.”

“아니, 괜찮네.”

“예?”


막스는 내가 잔돈을 거슬러주는 것을 단호히 거절했다.


“애초에 좀 무리한 부탁이지 않았나. 몇 개를 완성하든 150만 크론을 줄 생각이었다네. 정말로 내가 요구한 개수 가까이 맞출진 몰랐지만 말이야. 내 마음 같아선 수고비로 더 얹어주고 싶은데 나도 예산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야.”

“음, 어··· 네.”


나는 그대로 주머니를 작업실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포션 한 개 값 더 준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그래도 굳이 안 그래도 되는 부분을 신경 써준 게 고마웠다. 작업실 선반에서 새살카솔 3통을 꺼내 포션이 담긴 상자에 얹었다.


“이건 뭔가?”

“덤이에요. 원래 대량 구매하셔서 주려고 했던 거니까, 그냥 가지세요.”

“새살카솔이군. 마침 이게 떨어져 가긴 했는데 이거 참 돈 쓰는 건 우린데 받기만 하는 것 같구만.”

“저도 돈 주니까 드리는 거예요. 마음 쓰지 마세요.”


새살카솔은 사흘 전에 아이가 다쳐온다며 걱정하던 부인에게 팔았던 상처약이다. 음용해야 하는 체력 포션의 제조법을 바꿔 외상약처럼 만든 것이다.


이름처럼 새살이 솔솔 나서 새살카솔이다.


다치는 일이 많은 막스와 같은 직업의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판단해 만든 것이다. 포션을 마시긴 좀 애매하지만 치료는 해야 하는 그런 상처들 말이다. 게다가 한 병을 다 마셔야 하는 포션과 달리 여러 번 바를 수 있었으니 지갑 사정으로 봤을 때도 나쁘지 않은 물건이었다.


막스는 흐뭇하게 웃었지만 릭과 미켈은 반대로 똥 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고맙네, 그럼 사양은 하지 않도록 하겠네.”

“예. 조심히 다녀오시고요.”

“알겠네. 그럼 다음에 보지”


막스와 미켈, 릭이 포션이 든 상자를 들고 도시로 내려갔다.


“매번 이렇게만 팔려도 도시에서 노점 안 깔아도 될 텐데···.”


는 무슨, 매번 이렇게 만들면 골병이 들 것이다. 그러니 골병들기 전에 오늘은 쉬는 것에 전념하기로 하자.


원래 체력이란 하루 밤새면 이틀은 죽은 듯이 지내야 회복되는 거니까 말이다.


“······.”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그 잠깐도 너무 지루했다.


“에잇씨.”


현대인의 기억이 있다는 건 저주와 같았다. 즐길 거리가 넘치는 현대인은 할 거라곤 천장 무늬 바라보기가 고작인 중세 판타지 세상이 너무 지루했다.


분명 이 세상에 태어난 이례 도파민에 중독될 일이 없었을 터인데, 전생을 떠올리고 나서부턴 살아가는 게 너무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뭐 할 거 없나···.”


자연스럽게 다시 작업실로 향했다. 한국에서 살 적에도 모형 만들기가 취미일 정도로 손으로 뭔가 뚝딱뚝딱 만드는 걸 좋아했었던 지라 현생에서도 그 비슷한 일로 시간을 떼우기도 했다.


작업실 구석엔 사람 한 명이 들어가면 딱 맞을듯한 나무로 짜여진 장이 있었다. 누군가 봤다면 문이 달린 옷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옷장이 아니다, 장식장도 아니다.


“으따, 시원한 거.”


장을 열자 시원한 기운이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다시 태어나도 아아는 포기 못 하지.”


장의 정체는 마나 냉장고. 이 세계엔 의외로 커피가 비싼 식재료가 아니었다. 커피는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문제는 아무도 차게 마시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커피는 흔하나 얼음이 귀한 세계. 그리고 몸값 비싼 마법사를 고작 물 따위를 차갑게 하는 용도로 사용할 사람도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물은 뜨겁게 마시는 게 이곳의 상식이라 커피와 차 같은 것들이 발달했다.


한겨울에도 얼죽아를 고수하던 나였기에 어떻게든 아아를 마시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처음엔 마법사인 스승에게 부탁하기도 했었는데.


‘물을 왜 차게 마시는 게야, 이상한 놈이다하긴 했는데 드디어 맛이 간 게야?’

‘아이스의 참맛을 모르는 스승님은 인생 전부 손해봤어.’

‘뭬야?’


거절당했다. 오히려 이상한 놈 취급당했기에 나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다. 내 마나통으로는 목이 시원할 정도로 차갑게 만드는 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과 시행차공 끝에 만들어진 게 바로 마나 냉장고. 물론 외관은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나무때기들이라 옷장 같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답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정답은 바로 속성 마나 결정이었다. 게임으로 치면 냉기구슬, 전기구슬, 불꽃구슬 같은 걸 만들어서 장비에 인챈트 하는 것.


티끌만한 마나를 냉기로 변환한 뒤 마석에 모았다. 이렇게 마나에 속성을 넣는 경우는 전투 마법에 많이 쓰이곤 했다. 아이스 애로우나, 파이어 볼 같은 것들.


이런 내 기행을 보던 스승은 ‘그것 참 쓰잘데기 없는 짓’ 그리고 ‘가장 비효율적인 마법사’ 라고 말하곤 했다.


하긴 손가락 한번 튕기면 사람을 동태와 북어로 만들 수 있는 마법사들이 굳이 마나를 축적하고 저장할 필요성을 느낄 것 같진 않았다. 마나량을 잘 계산하여 마법을 쓰는 게 마법사들의 역량이고 설사 모자란다 한들 마나 포션으로 보충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어찌 됐든 나만의 냉기 마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최하급 마석으로는 충분한 냉기를 뿜어내진 못했다.


그럼에도 아아에 대한 열망이 이를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 고작 만든 게 하찮은 최하급 냉기 마석임에도 내 뻘짓이 계속되는 걸 보자 스승이 어디선가 최상급 마석을 구해와 단 1분 만에 최상급 냉기 마석을 만들어 냈다.


‘세상은 불공평해···.’

‘제자야, 너의 재주가 너무 하찮은 거란다.’


이러저러한 일로 만들어진 냉장고였고 나는 소원을 쟁취했다.


지금도 이렇게 남들은 꿈도 못 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으니까.


‘스승님도 마셔보쇼! 이게 끝내주는 거라고!“

‘당최 이걸 왜 차게 마신다는 게야···.’

‘어때? 막 시~원하고 차가운 게 막 맛있죠?’

‘······.’


스승은 그 뒤로 아이스아메리카노만 마시게 되었다.


“참 나, 자기도 좋아할 거면서 말이야.”


오랜만에 떠올린 스승에 대한 기억에 웃음이 났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그와 함께 지내던 기억은 너무 소중했기에 이 낡은 집 군데군데 서려 있는 추억들이 마음을 말랑하게 했다.


그렇기에 더욱더 도시로 들어가고 싶었다.


진작 그랬다면 그날 잃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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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카르타 협곡(1) +1 24.02.14 181 8 16쪽
7 파티모집(2) +1 24.02.12 192 8 16쪽
6 파티 모집(1) +2 24.02.09 207 9 18쪽
5 마법 부여 +1 24.02.07 215 9 17쪽
4 포션의 재료 +1 24.02.05 222 10 16쪽
» 길거리 연금술사(3) +3 24.02.02 239 10 17쪽
2 길거리 연금술사(2) +3 24.01.31 267 11 18쪽
1 길거리 연금술사(1) +2 24.01.29 362 1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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