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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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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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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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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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와이번의 부탁(1)

DUMMY

사건은 순식간이였다.


마부석에서 마차를 몰고 있는 테오도르. 마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아코스, 그마카처, 세이세이렌.


짧다면 짧은 카르타 협곡행이였지만 모두 큰 부상 없이 고용주인 테오도르의 목적을 달성했고 라르바티로 돌아갈 일만 남았을 뿐이였다.


“왜 이렇게 어두워?”


마차를 몰던 테오도르는 자신의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워졌기에 자연스레 하늘을 바라봤다.


“크르르륵!”

“으아아악!”


마부석에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테오도르. 그리고 잔뜩 흥분한 말들, 별안간 덜컹거리는 마차에 놀란 셋이 급하게 나와 마부석을 살폈지만 테오도르는 존재하지 않았다.


“크르르르.”


셋은 멀리서 들리는 짐승의 소리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돌겠군.”


그리고 그곳엔 와이번의 뒷발에 꽉 잡힌 채 버둥거리고 있는 테오도르의 모습이였다.


***


하늘을 날고 있다.


와이번에게 막 붙잡혔을 때는 어떻게든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그 의미없는 행동은 금방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떨어지면 죽겠네···.’


만약 운이 좋아 와이번에게 벗어난다고 해도 지금 와이번이 날고 있는 높이를 생각하면 틀림없이 추락사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떨어지면 죽겠다 싶을 때쯤,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와이번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여기는 어디고가 중요한 게 아니였다.


지금 중요한 건 내가 기절할만큼 무서워 죽겠다는 것이다.


내 몸을 받치고 있는 것이라곤 거칠고 단단한 와이번의 발가락뿐이고, 온 몸이 허공에 붕 뜬 기분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용기를 내 눈을 떠 위치를 확인하려해도 식은땀이 주륵 나고 시야가 빙긍빙글 돌았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와이번이 날 물에 담그고 흔들었다.


“으어어아아.”


이 와이번이 내게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냄새가 나서 씻어서 먹으려고 그러는 걸까?


“으윽!”


아무런 대비 없이 갑자기 차디 찬 강물에 몸이 빠졌기 때문인가 심장깨가 저릿하게 아려왔다. 그리고 의식을 잃고 기절했다.


***


“으으···.”


내 뺨을 간질이는 따뜻한 바람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눈은 아직 못뜨고 있었지만 차갑고 우둘투둘한 감촉이 느껴졌다. 하늘이 아니라 단단한 지반 위인듯했다.


급하게 눈을 뜨고 상황을 살펴보려는데 바로 코 앞에 와이번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


사람이 너무 놀라면 소리도 안나온다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였다.


내 뺨에 닿은 따뜻한 바람은 기절한 나를 지켜보는 와이번의 콧바람이였던 것이다.


식은땀이 저절로 났으나 본능적으로 곁눈질로 상황을 살폈다.


색이 바란듯한 검회색의 거친 비늘, 거대한 몸집, 축축하면서 서늘한 돌바닥. 벽면과 천장 역시 바닥면과 이어져있는 걸 보면 동굴이거나 인위적으로 만든 바위 굴 같아 보였다.


이러는 와중에도 와이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나를 관찰하기만 했다.


-깨어났는가 인간.

“?”


나는 별안간 들린 인간의 언어에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이곳엔 나와 나를 납치한 와이번 단 둘 뿐이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머리를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는 나 뿐이다.


목소리는 귀를 통해 청력으로 인지하는 소리가 아니였다. 머릿속으로 바로 전달되는 의미 그 자체.


흔들리는 동공으로 와이번을 바라보니 와이번은 화답하듯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걱정할 것 없다. 잡아먹으려 데려온 것이 아니니.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려했지만 아까부터 계속 시큰거리는 심장, 지끈거리는 두통 때문에 깊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


더불어 지금 보이는 시각 정보로는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너무 제한적이였다. 게다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무슨 수로 몬스터가 말을?’


마석을 심장 대신 사용하는 호전적인 짐승, 그게 몬스터였다. 야생동물에게 대화가 통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듯이 몬스터도 마찬가지란 얘기였다.


그러나 눈 앞에 와이번은 어떤 목적으로 나를 데리고 왔고, 어떤 방법인진 모르나 그 의사표현을 언어로 전했으며, 자신의 목적을 알릴만큼 지능이 높다는 것이였다.


-생각이 길군.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샛노란 눈동자에게 느껴지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나는 조심히 입을 떼었다. 뭐가 되었든 지금은 내가 최약체. 한낱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 대화가 가능할 거라곤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잠시 경황이 없었습니다.”


비록 청각이 아니라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노기가 섞여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흐음···. 그래, 확실히 인간들은 우리를 하등한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긴 하지. 그래서 그것이 궁금한가?


눈 앞이 아찔해졌다.

뭔가 지뢰를 밟은 것 같은 그런 느낌.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렸지만 나온 것은 합리화였다.


그래, 와이번쯤 되면 사람말도 할 수도 있지.


“아뇨! 아뇨아뇨. 원래 인간들끼리도 언어가 달라서 말이 안 통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런 경우였겠지요!”


사람 머리통만한 샛노란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흥. 됐다. 그냥 놀린 것이니 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확실히 우리 중에서 지성을 가진 개체가 드문 것은 사실이니까. 설명하는 것도 어려운게 아니니 간단히 설명해주마. 금수나 다름없는 우리여도 생존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성이라는 게 깨어나게 되지.


확실히 어떤 생물이든 장수한 개체라면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 앞에 와이번처럼 종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였다.


내가 어떤 의문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 와이번은 답변해주듯 이어 말했다.


-모든 생물에는 수명이 있지. 하지만 말이야, 우리는 심장이 없어. 뜨겁고 붉게 고동하는 심장대신 마석이 자리잡고 있지. 그렇기에 우리한텐 자연사라는게 존재하는걸까 싶을정도로 수명이 아주 길다네. 마석이 파괴되거나 회복이 불가한 큰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라면 아주, 아주 오랫동안 살아있을 수 있어.


와이번의 말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 말은 환경만 갖춰진다면 몬스터들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사고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강한 몬스터일수록 생존확률이 올라가니, 그 얘기는 눈 앞에 와이번 같은 존재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이였으니 말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눈에 보이는군. 쓸데없는 걱정이야. 그런 놈들이 이제껏 왜 나타나지 않은 줄 알고있나?

“예···?”

-인간을 건든 놈은 살아남지 못해서다. 아니면 나처럼 인간도 건드리지않고 조용히 있는 놈들이거나.

“아···.”


이해했다. 아무리 강력한 몬스터라도 인간들이 우르르 달려가면 결국 토벌당하고 사지가 찢겨 부산물이란 이름으로 팔려나가니까.


“저, 그럼 전 여기에 왜 온 거죠?”


눈 앞에 와이번은 생각보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인 건 알겠다. 그리고 그만큼 인간과 엮이면 피곤해진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개체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와이번이 나 하나 납치하려고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와이번이 소름끼치게 미소를 지었다. 살짝 들어올려진 주둥이 피부 아래에 섬뜩한 이빨들이 드러났다.


-그건 언제 물어보나 기다리던 참이였다. 인간. 나는 네게 부탁할 것이 있어 데려온 것이다.


***


자신들의 고용주인 테오도르가 와이번에게 잡혀가버린 상황을 맞닥드린 삼인방은 와이번이 날아간 하늘만을 응시했다.


“허, 무슨 이런 일이 있나···.”

“테, 테오가···!.”

“······.”


테오도르라는 소통창구가 사라진 이들은 의사소통에 애로사항이 꽃피고 있었다. 항상 취해있어 발음이 뭉개지는 아코스, 말을 더듬는 세이세이렌, 말보단 몸짓으로 소통하는 그마카처.


이들은 한동안 서로를 답답해하면서도 고용주를 잃어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지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 아가씨 말은 샌님을 구하러 가자는 거요?”

“으, 응. 다, 당연하, 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오?”

끄덕끄덕.


아코스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봐도 자신의 고용주는 포기해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들었다면 포기하지말아달라며 외쳤을지도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디로 끌려갔는지도 모르는데다, 만약 와이번의 둥지가 어딘지 알고있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와이번 뱃속 구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고용주를 구하기 위해 죽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코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가고 싶으면 댁들이나 가시오. 난 여기서 빠지도록 하지.”

“이, 이!”


세이세이렌이 분개했지만, 아코스의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였다.


“자네들도 고집부리지말고 현실을 직시하시오. 어디로 잡혀갔는 지도 확실하지도 않은데다, 그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기나 하오?”

“······.”


그마카처는 아코스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품 안에서 체력 포션을 들이키고는 행동언어가 아닌 음성언어로 의견을 전했다.


“무사할 겁니다. 더불어 해당 와이번은 인간을 적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코스와 세이세이렌은 그마카처가 이렇게 멀쩡한 인간의 언어를 길게 한 모습을 처음 봤다. 놀란 것도 잠시 아코스는 그마카처의 말을 따지고 들었다.


“근거는 있소? 그냥 막연히 우리는 괜찮았으니 그럴 것이다 하는 말도 안되는 억측은 듣지 않겠소.”

“와이번이 날아가면서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그게 무, 무슨 말이야?”


그마카처는 다시 한번 체력 포션을 마시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가 설명한 내용은 그가 스킨워커 일족으로서 가진 능력, 언어를 따라하는 능력으로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따라하는 만큼, 익히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크릉크르릉하는 소리를 알아들었다는거요?”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그마카처는 말을 이었다.


“찾았다. 그리고 안 잡아먹으니 가만 있어라. 였습니다.”

“허···. 그렇다곤 해도 말이오.”


아코스는 그마카처의 말을 전부 신뢰하기엔 그와 함께한 날이 너무 적었다. 그가 이런 거짓말로 얻을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럼에도 와이번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행동을 강제하기엔 너무나 모자란 설득력이란 것이다.


부스럭. 부스럭.


“뭐하시오?”

“위, 치. 찾을 수, 있어.”


세이세이렌은 부스럭 거리며 테오도르와 비슷한 형태의 지푸라기 인형을 꺼내들었다.

“호, 혹시 해서 테, 테오의 머리, 카락을 수, 수집했, 거든. 테, 테오 좀 아, 아프겠지만 참아줘···.”


이후 세이세이렌은 보기만해도 아찔한 대못을 지푸라기 인형 가운데, 정확히 심장이 있을 것 같은 위치에 꽂아버렸다.


가슴에 대못이 박힌 지푸라기 인형에게 불길한 보랏빛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삐이걱.


지푸라기 인형의 뻣뻣한 양 팔이 움직이며 어느 한 곳을 가르켰다. 마치 수맥을 찾아주는 다우징처럼.


“이, 이제 이 인형이 가르키는 곳으로 가, 가기만 하면 돼. 위, 위치는 이제 무, 문제가 안 돼지?”

“그래도 말이오. 나는 좀 내키지 않는구려.”


테오도르를 구하러 가자는 그마카처와 세이렌과 반해 아코스는 아직도 회의적이였다.


그는 보수를 위해 움직이는 용병. 테오도르가 건네는 포션은 다른 포션과 달리 맛이 역하지 않아 좋았지만 그뿐만이다.


안타깝지만 그는 포션을 마실 일이 별로 없었고, 테오도르에게 자신의 목숨을 걸만한 의리도 없었다.


물론 테오도르가 약속한 달빛 이슬주의 두 병이 아쉽긴 했지만 그것도 이미 떠나오기 전 대면식때 마시지않았는가. 구하기가 극도로 어렵긴 했지만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 구할 수 있는 술일것이라 생각했다.


그때 세이세이렌이 자그마하게 아코스에게 속삭였다.


“같, 같이 따, 따라와주면 아, 아버지께 말해서, 엘, 엘프들의 다른 술, 줄게.”

“뭐, 뭣?”


당황한 아코스가 음흉한 표정의 하프 엘프를 바라봤다.


테오도르의 구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그는 하프엘프가 속삭이는 제안에 자신의 의견을 아주 손쉽게 뒤집어버렸다.


“우리 샌님이 어떤 인물인데, 와이번이 아니라 드래곤한테 납치당해도 살아남을 위인 아니오? 갑시다!”

“······.”

“······.”


그렇게 주정뱅이, 사회부적응자, 묵언수행자 셋이 고용주 테오도르를 구출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샌님을 구하면 달빛 이슬주는 물론 다른 술들도 얻을 수 있다니! 목숨 걸어볼 만 하지 암!’

‘히히···. 테오 구하는데 앞장섰다고 하면 나를 칭찬해주지 않을까? 히히···.’

‘무사는 하실테지만, 그럼에도 일족의 은인을 구하러 가는 것이 은혜를 갚는 일.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같은 목표, 다른 목적을 가진 테오도르의 고용 용병들이였다.


***


묘하게 심장이 계속 욱신거렸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그러니까, 인간이 되고 싶으시다고요?”

-그렇다.


자기가 무슨 인간이 되고 싶은 구미호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심장보다 머리가 더 지끈 거리는 것 같았다.


-인간 연금술사는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들었다.


몰라요. 그걸 어떻게 하는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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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발모제 완성 +1 24.02.28 158 8 17쪽
13 와이번의 부탁(3) +1 24.02.26 162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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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번의 부탁(1) 24.02.21 168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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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카르타 협곡(2) +1 24.02.16 161 8 15쪽
8 카르타 협곡(1) +1 24.02.14 181 8 16쪽
7 파티모집(2) +1 24.02.12 192 8 16쪽
6 파티 모집(1) +2 24.02.09 208 9 18쪽
5 마법 부여 +1 24.02.07 215 9 17쪽
4 포션의 재료 +1 24.02.05 222 10 16쪽
3 길거리 연금술사(3) +3 24.02.02 239 10 17쪽
2 길거리 연금술사(2) +3 24.01.31 267 11 18쪽
1 길거리 연금술사(1) +2 24.01.29 364 1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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