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최근연재일 :
2024.09.14 19:57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037
추천수 :
240
글자수 :
316,384

작성
24.02.09 19:30
조회
207
추천
9
글자
18쪽

파티 모집(1)

DUMMY

롭다에게 발모제의 주요 재료 중 하나를 알려주었다. 자세히는 아니고 대충 뭉뚱그려서.


고객에게 물건의 원재료가 무엇인지, 진실을 알려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사자 역시 진실을 모르는 편이 더 나을 것이고 말이다.


“카르타 협곡에서 발견되는 ㄷ...독특한 진흙이 있습니다.”

“종종 와이번이 출몰한다는 그곳 말이냐?”

“예.”

“이런 염병...”


카르타 협곡은 몹시 위험한 장소다. 그곳의 간간히 출몰하는 우두머리 몬스터 와이번을 필두로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필요하다면 용병들을 고용해서 파티를 꾸려 갈 수도 있겠지만 카르타 협곡으로 갈 만큼 실력을 갖춘 자라면 고용비도 상당할 게 분명했다.”


“그 진흙은 카르타에만 있는 게냐? 다른 곳엔 없고?”

“없어요. 제가 알아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누?”


어떻게 확신하냐니, 그 진흙이 생성(?)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물론 말해줄 순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압니다. 제가 인챈터가 아니라 연금술사인 건 아시죠?”

“흥!”


연금술사들은 그들이 제작하는 포션과 마법 물품을 제작하고 만들어 파는 것이 업인 사람들. 그러다 보니 자기 돈줄이나 다름없는 레시피나 제작법, 더 나아가 재료에 출처까지도 꽁꽁 숨기고 보는 것이 연금술사란 종자들이었다.


그리고 이는 자신만의 제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대장장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니 롭다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롭다는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자네는 그 진흙이 어떻게 그런 효과가 있는지 알았나? 무작정 머리에 발라보진 않았을 거 아닌가?”

“그건 왜요.”

“궁금할 수도 있지! 갑자기 박하게 구는 이유는 또 뭔가? 아··· 설마 자네도?”


그러더니 롭다는 다 이해한다는 말과 함께 측은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롭다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기에 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아닙니다. 제가 롭다 아저씨 같은 줄 아세요?”

“뭐 인마?”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였지만 롭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살려면 뭘 못하겠습니까? 카르타에서 죽을뻔해서 살려고 바른 겁니다.”

“엥? 카르타에 자네가 갔었다고? 혼자서?”

“그럴 리 있겠습니까. 스승님이랑 함께 갔었죠. 종종 그렇게 어딘지도 모르고 끌려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 알지. 알지. 그 노인이 제법 실력 있는 마법사였나 보구먼?”


스승과 몇 번 만나본 적 있는 롭다가 그를 회상하며 말했다. 롭다는 스승이 그저 그런 어중이떠중이 마법사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도시 내부에서 큰 마법을 쓸 일 자체가 없기도 했었고 말이다.


“그렇죠. 성격은 괴팍해도 마법으론 따라올 자가 없었을 겁니다.”

“에잉~, 과장이 심하구먼. 그런 대단한 마법사가 자네랑 함께 몬스터가 무서워 진흙에 굴렀겠나?”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롭다에게 말했다.


“스승님이랑 끌려갔댔지, 보호받았단 말은 하지 않았는데요.”

“에엥?”


롭다가 그건 또 무슨 개소리냐는 듯 쳐다봤다.


‘아마 그때가 12살? 13살? 때였었나···.’


정확한 나이는 기억 안 나지만 그때가 스승에게 거두어지고 1년쯤 지났을 때였다. 힘없는 어린이는 어딘지도 모른 채 노인이 이끄는 데로 끌려갔어야 했고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었어야 했다.


‘나중에야 스승님 나름대로 보호 마법 깔아뒀다는 걸 알았지만 당시에는 줄 잘못 잡았다 싶었지···.’


그날도 스승을 따라 카르타 협곡에 도착했다.


카르타 협곡은 위험한 몬스터들이 즐비했지만 그만큼 희귀한 재료들도 넘쳐났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협곡이란 지형을 다니기란 쉽지 않았고 스승은 그런 아이를 두고 답답하다며 혼자 파밍 하러 다녔다.


‘너어는 왜 이렇게 느려!’

‘느린 게 아니라 당연한 거죠! 저 이제 열둘이라고요!’’

‘이잉 쯧쯧쯧! 느려터진 네놈은 이 근처에서 이렇게 생긴 약초나 캐고 있어라! 금방 다녀오마!’

‘어디 가시는, 어디, 야!! 이 노친네야!!어디가!!’


떠오르는 기억에 잠시 머리가 지끈거리고 마구 구겨지는 미간 꾹꾹 눌러 폈다.


“혼자 남은 제가 뭘 하겠습니까..”

“거 제자 한번 강하게 키우는구만! 하하하!”


파안대소를 터트린 롭다의 정수리에 딱밤을 날리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그렇게 땅도 구르고 진흙도 발라서 살아남았죠. 그렇게 알게 된 겁니다.”

“오호라! 그다음엔 자네 몸에 잔뜩 묻은 진흙 덕에 털이 났다 이런 내용이겠구먼?”

“정확합니다.”


롭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염병할···. 그러고 한참 동안 똥 쟁이라고 놀림당한 걸 생각하면···.’


그렇다. 카르타 협곡에서 구할 수 있는 진흙, 그리고 살기 위해 내 몸에 바른 그것은 와이번의 대변이였다.


당시에 어렸던 난 똥 밭을 구를 정도로 절박했다.


물론 스승 나름대로 나를 생각해 주긴 한 것이다. 와이번 정도 되는 강력한 몬스터의 영역 표시(대변)가 있는 곳이라면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얼씬도 하지 않을 테고 와이번이란 몬스터도 자주 볼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니 그렇게 덩그러니 두고 자긴 파밍 하러 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어렸던 나는 그 사실을 알 리 없었고 그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들이 와이번의 똥 무더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작은 언덕만 한 흙더미를 누가 똥이라고 생각하겠냐고···. 그냥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가 썩은 것인 줄 알았지···.’


여기에 마주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와이번이 볼일을 보러 나타난 것이다.


나를 향해 맹렬히 날아오는 와이번을 보고 패닉에 빠진 나는 빠르게 썩은내가 나는 흙더미에 몸을 내던진 것이다.


그리고 와이번이 도착하고 나는 숨을 최대한 참은 채 눈을 감고 와이번이 그냥 지나치길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도 묘하게 사부작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별다른 위협이 느껴지지 않아서 슬며시 눈을 떠 상황을 살폈다.


내가 마주한 것은 와이번의 흉흉한 눈동자도 아니었고, 줄줄 흐르는 침, 날카로운 이빨들이 아니었다.


아주, 아주 깨끗한 와이번의 항문이었다.


바짝 들어 올린 꼬리, 움찔움찔하는 그곳.


‘으아아아아악! 멈춰어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동들은 끔찍한 상상을 불러일으켰고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쏟아져나오는 갈색의 것들.


모든 것을 비워낸 와이번은 기분 좋다는 듯 크르릉 거리고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이후 나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정신을 잃은 채 한참을 와이번의 대변 속에 파묻혀 있었다.


시간이 흘러 파밍 다녀온 스승이 돌아왔을 때쯤이 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하하! 내 평생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몸에 똥칠을 하고 다음 날.

다시 한번 스승의 놀림거리가 되어야만 했다.


‘하하하하하! 네놈은 인간이냐? 예티냐?’

‘······.’


오랜 시간 파묻혀져 있어서일까? 약발이 말도 안 되게 끝내줬는지 다음 날 바로 털북숭이가 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머리카락을 제외한 다른 털들을 모두 밀어버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털이 난 자리에서는 계속해서 자라났기에 어쩔 수 없이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고통을 수반한 방법으로 다시 예티가 아닌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끝났다면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 날 수도 있었겠지만 스승은 이 현상이 몹시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그는 이 현상이 와이번 똥독에 의한 것이 확실한지를 실험하기 위해 몇 번이나 나를 대변 언덕에 빠트리고 건져 올렸다.


몇 번 스승에게 대들어도 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네놈은 똥독도 안 오르는 몸이잖느냐,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거라! 하하!’


스승의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 수많은 인체(나)실험이 있었고 나름대로 유의미한 제품이 나왔다. 그게 바로 롭다에게 건넨 최초이자 마지막인 발모제.


이후 흥미가 떨어진 스승은 더 이상 카르타 협곡을 찾아가지 않았고 나 역시 똥독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발모제가 더 만들어질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창고 선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발모제를 보고 있노라면 수많은 그날의 기억들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얼른 없애버리고 잊어버리기 위해 탈모 진행 중인 롭다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물론 자신의 머리와 턱에 바른 게 와이번의 대변이란 걸 알면 그의 벼락 같은 노호성이 내 귓구멍에 내려칠 게 뻔했으니 이 얘기는 앞으로도 비밀이겠지만.


롭다는 아쉽다는 듯 자신의 풍성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쉽구만, 아쉬워. 카르타로 보내는 용병값도 꽤 될 테고 말이야.”

“그렇죠?”


하지만 롭다는 포기를 모르는 드워프였다.


“어떻게 다른 방법은 없겠나?”

“안된다니까요? 아직 멀쩡해 보이는데 그건 왜 그렇게 필요해요?”


롭다의 머리와 수염의 숱은 많다 못해 풍성했기에 그가 왜 이렇게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롭다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게 말했다.


“동생 놈이 있는데, 그 놈도 슬슬 머리털이 빠지더라고.”


아, 유전자라는 슬픔을 공유하는 형제애였구나.


하지만 그래도 만들어줄 순 없다.


표면상으론 카르타 협곡의 위험함과 너무 비싼 용병 값을 들었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자면 와이번은 화장실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변경했는데 그 화장실 위치를 찾는 것도 지난한 일인 것이다.


물론 와이번이 화장실로 선정하는 특정 조건과 환경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긴했지만 그수많은 몬스터들을 뚫고 가는 것이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고 싶지도 않다는 말이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서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지.”


포기를 한 줄 알았던 롭다는 드워프식 중얼거림을 하며 보란 듯이 물건 하나를 꺼내 보였다.


“내가 들어주면 자네를 위해서 이걸 주려고 했는데···. 그냥 팔아버려야겠구먼···.”


드워프식 중얼거림은, 드워프끼리 하면 작게 구시렁거리는 소리였지만 드워프가 아닌 타종족 앞에서 하는 거라면 그건 중얼거리는 게 아니라 상대가 들으라고 하는 소리.


그것도 상대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만큼 귀한 패를 가지고 있을 때 나오는 소리였다.


“잠, 잠깐만!”

“으응? 뭔가?”


‘저, 저, 저 다 알면서 짓는 음흉한 미소.’


드워프는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지만 음흉하다.


나 역시 롭다가 날린 드워프식 중얼거림에 낚일 수밖에 없었다.


“그, 그거 뭡니까?”

“별 건 아니고, 그냥 자네 주려고 내가 구해온 마나기석이라네.”


롭다의 손에 든 주먹만 한 돌. 짙푸른 색을 베이스로 푸르고 하얀 줄무늬가 일렁거리고 있는 돌은 마나기석이라고 불리는 굉장히 희귀한 광물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으음? 아냐아냐, 그렇게 위험한 곳에 자네 같은 샌님을 보내면 안 되지. 다 큰 어른이 억지를 부리면 안 되는 법이지, 암.”

“아뇨,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마나기석은 팔지 마시고 저 주십시오!”

“그으래?”


마나기석은 광물이긴 했지만, 가공만 잘 한다면 섭취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마나기석을 섭취하면 전체적인 마나그릇, 마나통을 늘려주는 몹시 희귀한 영약이었고 말이다.


작은 마나 그릇 때문에 하급마법, 그것도 1회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나였다. 그런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마나통이 커진다면 중급마법도 사용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뭐가 됐든 운신의 폭도 늘고 만들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는 의미였다.


물론 마나기석의 품질에 따라 마나 그릇이 늘어나는 정도가 다르긴 했지만 나는 원래도 작았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마법사들이 무시하는 마법사, 인챈터를 예를 들어도 그들의 평균 마나 그릇보다 한참이나 작은 마나 그릇을 가진 게 나였다.


게다가 롭다의 마나기석은 그 색이나 일렁거림으로 봤을 때 상등품으로 보였다. 옅은 푸른색의 마나기석도 굉장히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상등품의 마나기석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인 귀물인 셈이다.


내 시선이 롭다의 손에들린 마나기석에 고정된 것을 본 롭다는 자신은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 부탁을 들어주겠나?”


한눈에 봐도 상등품으로추정되는 마나기석을 봐버린 지금 내게 선택권이 없었지만 덜덜 떨리는 속마음을 감추고 롭다에게 물었다.


“그정도 마나기석이면 거래소, 아니 경매에 올려도 부르는 게 값일 텐데 굳이 그걸 저한테 보수로 내미는 이유가 뭡니까?”

“이 사람아, 나도 셈이란 걸 할 줄 아네. 자네가 만든 머리털 나는 약도 이만한 가치를 하지 않겠나?”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럴 것 같았다.


와이번 변을 통한 발모제는 정말 우연의 산물, 그리고 기적에 가까운 성능이었다.


마법이 실존하는 이 세상에서 왜 기적과도 같은 성능이라고 말하냐면 이 세계에서도 탈모는 불치였기 때문이다. 제국의 황제들도, 그 유명한 마탑의 마도사들도 벗겨진 자신들의 머리를 고치지 못한 것이다.


‘그런 거 생각하면 발모제도 제대로 내기만 하면 부르는 게 값이긴 하겠지.’


그리고 결정타를 날리는 롭다의 마지막 한 마디.


“아, 그 말 안했었나? 우리 고향 광산에 좀 나온다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반사적으로 바로 허리를 숙이고 말았다.


***


롭다의 대장간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라르바티 일대를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누굴 데려가야하지. 용병들은 고용하기가 껄끄러운데···.‘


모험가 길드, 혹은 용병 길드에서 호위할 인원을 고용해도 됐었지만 난 그게 몹시 꺼려졌다. 모험가 길드고 용병 길드고 신뢰를 바탕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정말 그 신뢰가 바깥으로 나가서도 이어질까 싶었던 것이다.


‘막말로 카르타 협곡에서 슥삭한다음 내가 자기들 말 안 듣고 설치다가 죽었다고 하면 어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 까닭은 바로 옆에 있는 바흐머 숲에서도 사람의 공격으로 죽은 시체들이 심심하면 나왔기 때문이다.


도적의 행동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글쎄?


약초를 채집하기에 숲을 뻔질나게 오가게 되면 종종 목격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섯이 와서 한 명은 방금 말한 그런 시체가 되어있고 넷은 두둑해진 주머니를 보고 웃으며 돌아가는 것들


그러다 보니 불특정 인물을 내 호위로 고용하고 싶지 않아진 것이다.


‘막스씨는 지금 아울베어 토벌가서 한참 있다 올 거고.’


이런 이유로 최대한 얼굴을 아는 사람과 동행하고 싶었다.


그렇게 팔짱을 낀 채 한참을 고민하다 잊고 지냈던 몇몇 얼굴들이 떠올랐다.


“으음···. 방법이 없나?”


머릿속으로 방금 떠올린 인물들의 이름들을 계획에 집어넣으며 해당 인물들이 있을 만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툰툰의 술집’ 이라는 다소 투박한 이름의 주점이었다.


주점은 낮인데도 불과하고 술에 취해 불콰하진 주정뱅이들이 목청 높여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전생, 현생 모두 합쳐 시끌벅적하고 사람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았던데다 술 역시 하지 않았으니 나 스스로 주점에 올 일은 별로 없었기에 이곳은 올 때마다 자신이 있으면 안 되는 곳처럼 느껴졌었다.


‘빨리 찾고 나가자.’


빠르게 주점 안을 훑던 중 어울리지도 않게 구석에서 혼자 홀짝이던 주정뱅이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곤 혼자 청승이나 떨고 있는 그 주정뱅이 앞으로가 털썩 앉았다.


“누구시오? 딸끅!”


이 주정뱅이 놈이 술에 취해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곤 그가 마실 술을 시켰다.


“어이쿠~ 이렇게 감사할 때가! 딸꾹!”

“이래도 기억 안 나십니까?”

“기다려보쇼! 내 이것만 마시면 기억 날 것이오!”


벌컥벌컥 숨도 쉬지 않은 채 맥주를 마신 주정뱅이는 그제서야 기억났다면서 반색했다.


“흐하하! 아이고오! 이거, 이거 내 지금 기억났소!”


주정뱅이는 더욱더 과장되게 행동하며 말했다.


“저어쪽 숲 언저리에 사는 약쟁이 양반 아니오?”

“네,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이네요. 아코스 에이든씨.”


이 주정뱅이가 내가 카르타 협곡으로 데려가려는 한 명.

파괴궁사 아코스 에이든.


온몸이 근육질이고 늘 알콜에 절어 붉은 피부를 가진 거구의 사나이.


그를 처음 보거나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전위에 서는 전사 계열일 것이라고오해한다. 나 역시 아코스가 전사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그의 이명처럼 궁수다.


이른바 올 힘 궁수!


그가 쏘아내는 한 발 한 발의 화살은 아름드리나무를 관통하고 바위를 부순다. 뭐 이딴 인간이 있나 싶겠지만 그가 활과 화살로 잡아 온 몬스터의 잔해가 그 말이 진실임을 증명했다.


이런 미친 원거리 캐릭터 하나를 두고 있다면 멀리서 날아오는 와이번이 있더라도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코스씨. 바로 본론을 말하도록 하죠. 제가 빈말 하지 않는 거 잘 알고 있으시죠?”

“푸흐흐···. 우리 약쟁이 양반은 내 잘 알지. 암~ 내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지?”


지금은 술에 절어 저렇게 주정뱅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척하면 척. 그 역시 베테랑이었다.


나는 긴말하지 않았다.


“달빛 이슬주 드리겠습니다. 저와 일 하나 함께 하시죠.”

“호오~ 자네가 그 달빛 이슬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코스는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 약쟁이 양반, 거 농담하는 재주가 늘었소? 그 성깔 더러운 놈들이 왜 인간에게 자기네 술을 주겠소?”


그의 반응은 당연했다. 달빛 이슬주는 자기네들이 가장 고귀하다고 여기며 타종족을 깔보는 혐성으로 유명한 엘프들의 술이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있는 건 있는 거였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제안했다.


“긴말하지지 않겠습니다. 세 병 드리죠. 그중 한 병은 오늘 저녁 식사와 함께 대접해 드리고요.”


아코스는 어느새 취기가 사라진,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하! 농이 아니었나 보군. 그래 내가 무슨 일을 하길 바라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내 팔자가 그럼 그렇지 +1 24.03.01 157 10 16쪽
14 발모제 완성 +1 24.02.28 157 8 17쪽
13 와이번의 부탁(3) +1 24.02.26 162 10 14쪽
12 와이번의 부탁(2) +1 24.02.23 160 9 16쪽
11 와이번의 부탁(1) 24.02.21 167 8 13쪽
10 카르타 협곡(3) +1 24.02.19 160 7 18쪽
9 카르타 협곡(2) +1 24.02.16 161 8 15쪽
8 카르타 협곡(1) +1 24.02.14 181 8 16쪽
7 파티모집(2) +1 24.02.12 192 8 16쪽
» 파티 모집(1) +2 24.02.09 208 9 18쪽
5 마법 부여 +1 24.02.07 215 9 17쪽
4 포션의 재료 +1 24.02.05 222 10 16쪽
3 길거리 연금술사(3) +3 24.02.02 239 10 17쪽
2 길거리 연금술사(2) +3 24.01.31 267 11 18쪽
1 길거리 연금술사(1) +2 24.01.29 364 1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