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최근연재일 :
2024.09.14 19:57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029
추천수 :
240
글자수 :
316,384

작성
24.02.19 19:30
조회
159
추천
7
글자
18쪽

카르타 협곡(3)

DUMMY

몬스터의 부산물은 용병들의 짭짤한 부수입이 된다. 그렇기에 킹 슬라임을 잡고 나온 정체모를 검은 구체 역시 모두 가지려고 할 줄 알았다.


“찝찝하게스리 그게 뭔지 알고 가져가겠소?”


세이세이렌과 그마카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잘 모르는, 건 어떤, 위험이 있, 있을 지 모, 모르니까.”

“저 아가씨 말이 맞소이다.”


아코스의 설명에 의하면 대부분의 용병들은 가죽이나 살코기 혹은 피 그리고 뿔이나 뼈, 마석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한다.


‘돈 되는 거면 다 가져갈 줄 알았는데.’


슬라임은 앞서 말한 것들 중에서 아무것도 건질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일부러 잡지 않는 것이라고.


“찝찝하다는 건 뭐에 대해서 입니까?”

“말 그대로요. 기생형 몬스터가 동면한거거나 혹은 저주가 깃든 물건일 수 있지 않겠소?”

“아하.”


그런 이유라면 이해가 됐다. 스승과 함께 다닐 때도 종종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까. 죽은 몬스터에게서 부산물을 획득하기 위해 다가가는 순간 몬스터에게 기생하고 있던 다른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그런 경험.


용병들은 그런 부분에서 더 조심하는 것 같았다.


스승은 위험하고 조심하고 이런 게 없었다. 일단 궁금한 건 다 가져가보자는 주의. 자신이 만족할때까지 씹고 뜯고 즐기면서 연구하는 사람이였다.


“아, 그래. 자네가 마법사니 감정 마법이라도 써보는 건 어떻겠는가?”


아코스의 말에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그들에게 설명했다.


“전 마법사가 아니라 연금술사입니다.”

“에잉. 그러지 말고 써보게나.”

“감정은 못 씁니다. 그게 됐으면 제가 마법사 했지 연금술사를 왜 하고 있겠습니까?”


애초에 감정 마법은 생각보다 마나 소모가 심한 마법이다. 그렇기에 감정일을 하는 마법사들은 이런 마나 소모를 덜기 위해 만든 특수한 양피지를 사용하는 것이고 말이다.


“그, 근데, 테오 지, 진짜 마법사 아냐?”

“예? 그게 무슨.”

“맞네! 이거 골방에서 약만 만드는 샌님인 줄 알았더만 마법 실력이 대단하던데?”

끄덕.


이게 무슨 소리인가.

기초 마법, 그것도 마나 사탕이나 포션이 없다면 하루에 한 번 밖에 사용 못하는데 무슨 마법사?


이 간장 종지만한 마나 그릇때문에 마법사는 애저녁에 포기한 지 오래였고, 스승도 내게 마법사로서 재능은 보잘 것 없다고 했었다.


그래서 연금술사로 진로를 틀어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얼마 없는 마나량 때문에 하루 효율이 좋지 않았다.


지금 꾸역꾸역 카르타로 가는 이유도 다 롭다가 그 마나량을 늘려주는 영약을 가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일일히 이들에게 말해줄 이유는 없었으니 그냥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였다.


“뭘 보고 그런 말씀하는 지 잘 모르겠네요.”


그 낯부끄러운 주문을 외웠음에도 킹 슬라임의 1/3 정도를 간신히 얼렸을 뿐이다. 그것도 반쯤 녹아내린 어깨에 마석을 꽂아서 말이다.


어찌됐든 롭다가 주는 마나기석으로 마나량을 늘려도 마법사가 되기는 요원할 일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선 더 신경쓰지 않고 내 손에 들린 검은 구체에 대해 집중하기로 했다.


“그건 됐고, 정말 아무도 이 구체 가질 생각 없으십니까?”

“됐네,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찜찜한 물건은 사양일세.”

“나, 나도 그다지···.”

끄덕끄덕.


아무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정체모를 검은 구체.


“그럼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아무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지면 될 일이다.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스승이 했던 것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 뭐가 됐든 결론이 나올테니까.


“그런데 이상하네요. 이 근처에 킹 슬라임이 나올 일이 있나요?”


킹 슬라임은 서식지 내에서 개체 밀도가 높아지면 자연발생하는 몬스터다. 의문인 점은 이 숲에선 슬라임 자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내 몫이였던 건지 모두들 큰 관심을 가져주진 않았다.


“어쨌든 잡았으면 됐지 않나. 저 놈 잡느라 술이 깨버렸으니 난 다시 취하러 가보겠네.”


그마카처와 세이세이렌 역시 아코스와 비슷한 의견이였다.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하긴 뭐··· 여기가 언제는 상식이 통하던 세계였나.’


세 사람이 모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기에 나 역시 이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킹 슬라임은 잡았고, 여기서 더 생각한다고 해서 뭐가 떡고물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


다행히 카르타 협곡까지 도착하는 동안 킹 슬라임 같은 몬스터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종종 고블린이나 비명사슴 등이 나오긴 했지만 모두 그마카처와 아코스 선에서 해결됐다. 그마카처의 경우 앵무새 인간으로 변하지 않아도 마차 밖으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어느 종류인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하는 지 알고 있어서 몬스터 습격에 대비하기가 수월했다.


아코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킹 슬라임이 나타난 그 날밤 사용했던 무식하게 크고 무거운 무기만 아니라면 활을 매기는데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단 한 발로 몬스터를 골로 보냈으니 그만큼 든든한 사람이 없었다.


물론, 이렇게 잡은 몬스터의 부산물은 해당 몬스터를 잡은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난 됐네. 이 아저씨는 저 양반이 주는 돈 만으로 충분하거든.”


그 중 한명인 아코스가 대부분 양보했고 그 다음 우선건을 가진 그마카처, 그리고 나와 세이세이렌이 남은 부산물을 가지기로 했다.


아코스는 아무렇지 않게 부산물을 양보한 것은 그의 원동력이 돈이 아니라 술이기 때문이다.


술을 먹기 위한 돈만 충분하다면 그 외의 것들은 그에게서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못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내가 제시한 달빛 이슬주와 충분한 보수금은 그를 배불리기 충분했으니 몬스터 부산물 같은 것에 눈이 갈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거친 숲길 속에서 자잘한 일들을 해결하다보니 어느새 협곡의 입구까지 도착해있었다.


협곡으로 들어가기 전 팀원들에게 협곡에 서식하는 몬스터 정보, 그리고 내가 생각해둔 계획에 대해서 알려주고 넘어가기로 했다.


협곡의 지리가 그려진 지도를 펼처 한 곳을 가르켰다.


“우선 이곳으로 이동할 겁니다.”


협곡이란 한 쌍의 절벽, 급경사를 이뤄 깊게 파인 지형이다. 그리고 우리는 미로같이 얽히고 설킨 절벽 아래의 길로 이동해야했다.


그 중 와이번의 화장실로 생각되는 곳은 미로같은 협곡 내의 길 중 그 끝이 가로막혀있는 곳. 미로의 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건조한 기후로 척박하기 그지없는 카르타 협곡이지만 종종 호수나 강과 같이 물이 인접한 곳이 존재했는데 그곳이 바로 와이번의 화장실이 되는 조건 중 하나였다.


물이 있는 곳엔 식물이 있는 법. 근처에 페르타 나무까지 있다면 이곳은 반드시 와이번의 화장실이 된다.


다만 너무 깊고 복잡하기에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더불어 협곡에 절벽엔 굴을 파고 생활하거나 좁은 틈 사이를 비집고 사는 몬스터들, 그리고 와이번까지 있었으니 머리 위를 항상 주의해야함은 필수였다.


그런 의미로 마차는 이제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으니 마차만 그곳이 두었다.


“돌아올 때 까지 제발 멀쩡했으면 좋겠군요.”

“바랄 걸 바라게나.”


말을 탈 순 없었지만 마차와 함께 내버려둔다면 고블린이든 뭐든 몬스터에게 한끼 식사로 전락할게 뻔했다. 더불어 말이 없는 마차만큼 쓸모없는게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테, 테오. 나, 나랑 같, 같이 타.”

“······. 실례하겠습니다.”


다행히 짐 말이여서 그런지 덩치가 크고 힘이 강해서 두 사람이 올라타도 무리가 없는 듯 보였다.


“푸후흐흐흐.”

“웃지 마십쇼.”


비웃는 아코스에게 발끈해서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내 꼴이 웃기긴 했다. 말을 처음 타 보기도 했고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에 세이세이렌의 허리를 꽉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세, 세이세이렌 미안합니다···”

“아니야, 나, 난 괜찮아. 히···히히···”


세이세이렌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된 거 아닐까?


***


“메에에에에!”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카르타 염소. 카르타 협곡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몬스터.


카르타 염소는 협곡 내에서도 포식자보단 피식자에 가까운 몬스터였지만 일반적인 염소를 생각하고 다가가서는 안된다.


“메에에. 메에에에!”


우리는 삐죽 솟아오른 바위 아래에 몸을 숨긴 채 카르타 염소를 관찰했다.


카르타 염소가 절벽을 갉작갉작 갉아먹기도 하고 대가리로 툭툭 치기도 하면서 절벽에 충격을 가했다.


곧이어 숨겨져있던 커다란 구멍이 드러나고 그 속에서 거대한 쥐들이 바깥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순간 카르타 염소가 순식간에 낚아채 잡아먹었다.


잠시 후 카르타 염소 무리가 우르르 찾아와 작은 구멍을 넓히고 자신들이 들어갈만틈 공간을 넓히자 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이동합시다.”


염소떼가 전부 절벽 쥐 구멍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우리는 서둘러 이동했다.


배가 고픈 카르타 염소는 몹시 사납다. 게다가 보통 저렇게 무리지어 다니기에 한 번 잘못 걸리면 배고픈 염소떼와 전쟁을 벌여야했으니 체력도 심력도 소모가 컸다.


게다가 저 단단한 암석절벽엔 구멍을 순식간에 넓힌 능력은 강력한 치악력도 한 몫했지만 암석을 녹이는 특수한 용액을 저 염소들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바위도 녹이는 침을 뱉고, 단단한 두개골로 박치기를 해오는 염소들과의 전쟁은 생각만 해도 지난하고 피로한 일이다.


그러니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는 것이 상책.


녀석들이 절벽 쥐의 굴을 찾아 들어갔으니 배가 부른 녀석들은 저 굴 속에서 한참동안 나오지 않을 것이다.


카르타 협곡에 온 목적은 어디까지나 와이번의 대변. 몬스터의 토벌 따위가 아니니 최대한 몬스터는 피하면서 가는 것이 체력도 아끼고 효율적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동의한 내용이다.


어차피 내가 내건 보수 자체가 든든한데다, 이미 협곡 전에 지나온 숲에서 돈이 될만한 몬스터 부산물도 챙긴 상황이다.


굳이 무라해서 협곡 몬스터듸 부산물까진 챙길 이유가 없는 것.


우리는 그렇게 최대한 몬스터들을 피하며 이동했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몬스터의 눈까진 피하지 못했다.


“까아악!까악!”

“염병할 까마귀가 등장하셨군.”


아코스가 말한 까마귀의 정식 명칭은 앞잡이 새.


앞잡이 새는 우리 머리 위에서 뱅글뱅글 돌며 우리를 관찰 했다.


“모두 준비하세요.”


저 건방진 새는 우리가 만만하다고 판단하는 즉시 우리에게 달려들 것이다. 우리 머리 위를 돌던 앞잡이 새가 정지 비행으로 급강하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빠르게 외쳤다.


“흩어져!”


외침과 동시에 앞잡이 새가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푯!


빠른 속도로 달려든 앞잡이 새는 우리에게 닿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앞잡이 새의 급강하 속도는 빠르지만, 중간에 방향을 튼다거나 목표를 쫓는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녀석의 행동패턴을 알고 그보다 좀 더 빠르게 움직인다면 녀석의 부리에 몸이 뚫릴 확률이 줄어든다.


앞잡이 새가 땅에 박힌 자신의 부리를 뽑아내고는 우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거 다시 상공으로 날아오르려 할 때, 근처에 있던 아코스가 자신의 활로 강하게 후려갈겼다.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앞잡이 새.


아코스가 재빨리 말에서 내려 앞잡이 새의 모가지를 발로 짓밟는다.


“까···아···.”


고통에 퍼덕거리지만 아무소용이 없다.


앞잡이 새 자체는 빠른 속도와 단단한 부리를 제외하곤 비교적 약한 몬스터에 속했지만, 이 까마귀를 닮은 새가 위험한 건 그 습성에 있었다.


만약 이 새를 죽이지 못하고 놓치게 된다면 녀석은 자신보다 더 큰 친구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덩치 큰 친구가 카르타 협곡의 주인인 와이번이라는 것.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앞잡이 새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 느끼면 거리낌없이 도주하고 와이번에게 날아간다.


이러한 특성이 와이번의 앞잡이 같다 하여 앞잡이 새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죽었습니까?”

“완전히.”


아코스에 발에 짓밟힌 앞잡이 새를 바라보고, 다시 한번 하늘을 바라보았다.


앞잡이 새들이 우르르 나타나기 전에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와이번을 만날 것 까지 상정하고 이들을 고용했으나 그래도 이왕이면 안 만나고 조용히 왔다 조용히 가는 것이 가장 좋았으니까 말이다.


“출발합시다.”


어쩐지 하늘이 흐리게만 보였다.


***


다행히 첫 번째 포인트, 와이번 화장실에 도착했다.


암석 절벽들만이 존재하는 건조한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촉촉한 흙들이 가로막힌 절벽을 타고 어설프게 언덕을 만들고 있었다.


“냄, 냄새···”

“심하구만. 자네가 찾는게 이건가?”


셋 모두 후각을 파고드는 냄새에 저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은 조금 냄새나는 진흙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저게 와이번의 대변이라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잠시 상상해봤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진실을 함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이 한 번을 위해 많은 돈을 지출했다. 와이번 대변 언덕에 다가가 대변의 상태를 확인했다.


‘소화가 덜 된 페르타 나뭇잎, 그리고 묘하게 검붉은색. 완벽하군.’


스승에게 굴려지며 와이번 대변에 처박힌 게 수십, 수백번.


이 실험으로 대변도 다 같은 대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걸 판단할 정보도 충분히 쌓을 수 있었었다.


당연히 가장 좋은 건 오래되어 딱딱하게 건조된 것이 아닌 최근의 것. 눈 앞에 언덕은 촉촉하다 못해 축축하기까지 했으니 확실히 최근에 다녀간 모양이긴 했다.


최소 하루에서 사흘 정도. 적어도 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와이번은 일주일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니 시간 걱정 없이 채집해도 괜찮았다.


그 다음으로 이 검붉은색을 띄는 흙과 소화되다 만 페르타 나무.


반쯤 대변 전문가가 되어버렸기에 예측할 수 있는 건, 육식인 와이번이 무슨 이유던 간 저 페르타 나무를 통째로 씹어먹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육식인 만큼 나무 자체를 소화할 수는 없었고 그렇게 딱딱한 나무가 여러 기관을 거치면서 약간의 출혈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와이번의 대변에 페르타 나무가 많을 수록 색이 검붉었다.


그 다음으로는 이 페르타 나무와 와이번의 피, 그리고 소화 효소 등이 어떤 작용을 일으켜 생물에게 사용하면 털이 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르타 나무가 적거나, 붉지 않다거나 한 대변에 빠졌을 때는 발모량이 지극히 적었으니 말이다.


“더 안둘러봐도 되겠습니다. 이것만 가져가면 바로 돌아가도 되겠습니다.”


상공을 신경써여하는 카르타 협곡은 이를 방문한 사람의 신경을 많이 갉아먹는다. 내 빠른 귀환 발언에 모두 별 말 하진 않았지만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빨리빨리 처리하쇼.”

“예!”


나는 인벤토리 돌에 챙겨온 거대한 나무 상자들과 삽을 꺼냈다.


그렇게 온 몸에 똥을 묻혔지만 가지고 온 나무 상자를 꽉꽉 채울 수 있음에 웃음이 절로 났다. 이 정도 양이면 제법 많은 양의 발모제를 만들 수 있는 양이였으니까.


이후 롭다를 제외하고 다른 누군가가 발모제를 구하고 있고, 그리고 그 대금으로 귀한 것을 건다면 롭다와 롭다의 동생을 세워 효과를 증명하고 손쉽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챙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챙겨가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그리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 한 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 지 상자에 와이번 대변 담는 것을 도와주려 했지만 내가 그것을 막아섰다.


“맨, 맨손으론 위험합니다!”

“도와주면 빨리 끝나잖은가. 이 냄새나는 곳을 빨리 떠나고 싶다고.”

“마, 맞아. 도, 도와줄게.”

끄으덕.


다시 말하지망 이건 그냥 진흙이 아니다. 그것도 와이번이 최근에 배설한 대변.


나는 독이 오른다고 전문가가 아니면 위험하다고 전했다. 그들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긴 했지만 이내 신경을 끄고 주변에 나타나는 몬스터가 없는지 경계를 섰다.


“금방 끝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웬만하면 좀 빨리 끝내주게나. 몸에 이 빌어먹을 냄새가 벨 것 같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최대한 빨리 퍼 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가지고 온 상자에 대변을 가득 채울 수 있었고 그걸 다시 인벤토리 돌에 수납했다.


나는 작업을 끝냈다는 신호흘 보내듯 손을 탁탁 털었다.


“이제 돌아갑시다.”


이후 빠르게 마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어떠한 몬스터도 나타나지 않았다.


“희한하군.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돌아올 때는 그 흔한 염소새끼 하나를 못봤으니.”

“그, 그러고, 보니 그, 그러네.”

“하, 하하. 잘 도착 했음 된 거 아니겠습니까? 마차도 무사하니 다행이네요!”


당연했다. 협곡의 주인인 와이번 변 냄새를 풀풀 풍기며 가는데 어느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겠는가.


와이번은 한 곳을 지정해 변을 누지만, 그건 일종의 영역표시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냄새나는 곳이 내 땅이니 다른 와이번들은 오지말라는 일종의 경고. 그리고 이 경고는 동족뿐 아니라 다른 피식자에게도 통했다. 잘못 접근했다간 와이번의 한입 식사가 될테니까.


그리고 와이번 앞에서 이 협곡의 모든 몬스터는 피식자에 불과했으니 생존을 위해서라도 포식자의 흔적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라르바티로 돌아갑시다!”


나는 멀쩡한 말과 마차, 든든히 챙긴 와이번의 변. 그리고 뭔지는 모르지만 킹 슬라임에게서 나온 검은 구체까지. 풍족한 수확물에 기분이 몹시 좋은 상태였다.


***


“염병··· 시X···.”


나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


정확하게는 와이번에게 납치되어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는 거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내 팔자가 그럼 그렇지 +1 24.03.01 157 10 16쪽
14 발모제 완성 +1 24.02.28 157 8 17쪽
13 와이번의 부탁(3) +1 24.02.26 162 10 14쪽
12 와이번의 부탁(2) +1 24.02.23 160 9 16쪽
11 와이번의 부탁(1) 24.02.21 167 8 13쪽
» 카르타 협곡(3) +1 24.02.19 160 7 18쪽
9 카르타 협곡(2) +1 24.02.16 161 8 15쪽
8 카르타 협곡(1) +1 24.02.14 181 8 16쪽
7 파티모집(2) +1 24.02.12 192 8 16쪽
6 파티 모집(1) +2 24.02.09 207 9 18쪽
5 마법 부여 +1 24.02.07 215 9 17쪽
4 포션의 재료 +1 24.02.05 222 10 16쪽
3 길거리 연금술사(3) +3 24.02.02 239 10 17쪽
2 길거리 연금술사(2) +3 24.01.31 267 11 18쪽
1 길거리 연금술사(1) +2 24.01.29 362 1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