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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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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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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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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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연금술사(1)

DUMMY

“누구 마음대로 여기서 장사하는 거야!”

“장사하려면 자릿세를 내라고, 알만 도 하실 분이 왜 그러실까아?”


험상궂은 사내 둘이 돗자리 위에 놓인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걷어찼다.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스레 났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들의 물건이 부서지는데도 잡상인은 큰소리하나, 억울하다는 볼멘소리조차 내지 않고 바닥에 나뒹구는 제 물건만을 주워 담을 뿐이었다.


저들이 생각한 반응이 아니었던 지 행패를 부리던 두 남자가 잡상인의 행동을 강하게 제지하며 큰소리쳤다.


그리고 두 양아치는 잡상인을 밀고 그의 가방을 거칠게 빼앗았다. 잡상인의 큰 가방을 탈탈 털어내자 잡동사니들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조약돌 하나와 누더기 같은 주머니 하나가 튀어나왔고 양아치들이 그것들을 주워들었다.


“돌? 돌은 왜 가지고 다녀?”

“이런 조약돌로는 사람 머리도 못 깨겠습니다요. 그나마 요 주머니가 돈주머니 같아 보이는데요?”


얍삽한 인상의 양아치가 잡상인의 돈주머니를 가리키자 형님 양아치가 손에 들린 조약돌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까봐라.”

“예입.”


주머니 속을 확인한 두 양아치는 안에 든 돈을 보고 되려 잡상인을 측은하단 마음이 들었다.


“거지가 너보단 돈 많겠다.”

“형님, 이 병신 새끼 털어도 더 없을 것 같습니다요. 그냥 이 새끼 말고 다른 놈들을 텁시다.”


형님이라고 불린 양아치가 잡상인을 한번 훑어보더니 인상을 팍 찌푸렸다.


“거지 새꺄, 다음엔 돈 더 벌어놔라.”


다음에도 돈을 더 뜯어주겠다는 말과 함께 두 양아치가 거리를 떠났다. 잡상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양아치들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곤 방금 전의 양아치가 아무렇게 던진 조약돌 하나를 소중히 주워 들곤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안 들켜서 다행이다···.”


그리곤 다시 소중하게 가방 안에 보관하곤 바닥에 엉망으로 굴러다니는 자신의 물건들을 추슬렀다.


***


“그래도 많이 안 부서져서 다행이네.”


방금 전 양아치들에겐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순순히 주머니를 상납(?) 했지만 내 진짜 주머니는 그게 아니기 때문에 괜찮았다.


양아치들이 강짜를 부린다며 걷어차서 부서진 물건들이 좀 아깝긴 했지만, 다행히 그것도 몇 되지 않았기에 다시 장사를 이어 할 수 있었다. 운이 나빠 더 악질인 녀석들에게 걸린 경우엔 얻어맞기도 하고 장사도 접어야 하는 일도 있었으니 오늘은 운수가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만난 두 양아치는 몬과 타단이라는 놈이었는데 남들 삥 뜯어먹는 양아치인 건 맞지만 폭력은 행사하지 않는 양아치 계의 신사로 유명한 놈들이었다.


그 위의 대가리도 말만 거칠지 폭력을 쓰지 않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그래서 양아치한테 잘못 걸렸나 싶었는데 몬과 타단의 얼굴을 보고 약간 마음이 놓인 것도 사실이다. 녀석들에겐 먹이만 안 주면 적당히 물건 부수다가 삥만 뜯어가기 때문이다.


“기구하다, 내 인생···.”


다시 태어났다, 잘 살다가 어느 순간 불현듯 전생을 떠올렸다.


아, 물론 이게 끝이다. 소설이나 만화처럼 시스템창, 상태창 따위는 나타나지 않았고 읽었던 소설에 빙의 된 것도 아니다. 왜냐면 보통은 <읽었던 소설의 엑스트라가 되었다>던가, <소설의 악역이 되었다> 라던지, 고귀한 신분으로 인생 스타트를 한다던가, 후반에 고귀한 신분으로 인생 역전한다든가 할텐데 나는 평범한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난 데다가 육남이였고 부모에게 직접 버려지기까지 했다.


비가 억수처럼 오던 날로 기억한다. 부모는 가난했고 어린 자식들은 노동력은 없는 밥만 축내는 존재였을 테니 이미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나로서는 입 줄이겠다고 죽이는 게 아니라는 것에 되레 감사함을 느꼈다.


가장 어린 데다 잔병치레도 많았으니 직접 죽이지 않아도 알아서 죽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누군가에게 우연히 운 좋게 발견되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버린 건 버린 거니 현생의 부모에 대한 애착은 없었다. 상황을 이해한다는 것 뿐, 자식을 버린 행위가 옳다는 건 아니니까.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날, 돌아오지 않을 부모에게 버려진 날.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금방 올게.’


그날은 밤새도록 부모가 떠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노인은 내가 버려진 것이라 했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보름을 더 기다리다 노인을 따라 이곳에 왔다. 그리고 노인에게 이런저런 기술들을 배웠고 그 기술들을 이용해 밥 벌어 먹고살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때 지나가던 중년 부인이 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곤 호기심 어린 눈으로 포션 하나를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여기 이거, 남자한테 좋은 포션? 이건 어디다 쓰는 건가요?”

“부인 잠시.”


나는 일부러 과장되게 행동하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가까이 다가온 부인에게 은밀한 비밀이라도 되는 양 속삭였다.


“부인의 밤을 외롭지 않게 만들 묘약으로, 말랑비실한 걸 크고 단단하게 해준답니다.”

“어머! 어머!”


부인은 상기된 얼굴로 내 어깨를 퍽퍽 쳐댔다. 조금 아팠지만 한국이나 여기나 이런 아줌마 리액션은 긍정의 의미이니 내색하지 않고 맞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인은 구매를 고민하는 듯 보였기에 부인의 결정을 도와주기로 했다.


“부인이니 하는 말씀입니다만, 부인에게만 특.별.히 한 병을 구매하시면 한 병 더 드리는 걸로 할까하는데···.”

“어머, 정말?”


이른바 1+1. 하나 가격에 두 개를 살 수 있는데 안 살 거야?


“대신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입니다?”


여기에 당신에게만 주는 혜택이라는 것까지 한다면 대부분의 부인들은 지갑을 열었다.


“아우! 당연하지!”


부인은 흔쾌히 지갑을 열어 정력 포션을 구매해 갔다.


정력 포션은 재구매율이 매우 매우 높은 효자상품이었기에 한 번도 구매 안 한 부인은 있어도 한 번만 구매한 부인은 없을 정도였다.


“저기 테오?”

“아, 닐라 누나. 무슨 일이야?”


누나라고 부르기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 여성이었지만 ‘누나’ 소리에 부끄럽다며 손사레쳤지만 여성은 싫지 않아 보였다.


“그, 그거 사러 왔는데 있니?”


이 부인의 경우 남편을 쥐잡듯 잡는 걸로 유명한데 그 이유가 밤에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니 우리 닐라 누나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마치 수상한 것을 밀매하듯 조심히 꺼내 보였다.


원래 이런 건 어딜가나 부끄러운 일이니 도떼기 장마냥 큰 소리로 판매하면 안되는 물건. 그러니 더욱 더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이것만 사긴 좀 그러니까, 다른 추천하는 물건 있어?”


역시 닐라 누나다. 아무렴 정력제만 쏙 사가기엔 창피하지.


“이건 어때? 이건 새살카솔이라는 건데, 닐라 누나 아들이 요즘 뛰어다니느라 많이 다쳐온다고 했었잖아. 이걸 상차 위로위로 바르면 흉도 안 지고 금방 낫는다구.”


그녀의 아들은 그녀가 늦게 본 늦둥이로 이제 8살? 9살쯤 되는 아이였다. 남자애라 험하게 놀아서 그런지 자주 다친 채로 돌아와 걱정이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정말?”


이후 닐라 누나는 정력 포션과 새살카솔, 그리고 잡다한 몇 가지 물건을 더 구매하면서 내게 물었다.


“테오, 언제 또 오니?”

“음···. 한 일주일 후쯤에야 올 수 있을 것 같아. 새로운 물건들도 구해야 하니까.”

“그렇구나, 그럼 그때 또 보자.”


닐라 누나 이후로도 정력 포션을 찾는 부인들, 그리고 간간히 찾아오는 다른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네.”


노점의 장점은 어디서든 장사를 할 수 있고 빠르게 철수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


난 물건들을 가방에 넣고 돗자리까지 탁탁 털어 아무렇게 둘둘 만 뒤 집으로 돌아갔다.


***


도시를 빠져나오면 보이는 숲속엔 다 스러져 가는 목조 주택이 하나 있다.


-끼이익.


낡은 경첩이 새된 비명을 질렀지만 방 두 개, 거실 겸 부엌 그리고 작업실로 쓸 수 있는 창고가 달린 이 집은 나 혼자 살기엔 충분하고도 넘치는 공간이었다.


도시 바깥은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리는 위험한 곳이지만 적어도 이곳은 그런 걱정을 덜어도 되었다.


“먹고살기 힘드네.”


물론 안전하기로는 도시, 그것도 내성이 가장 안전하겠지만 현재로선 그곳의 거주권을 딸 조건이 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도시 바깥에서 산다고 해도 사람이 살려면 돈이 필요한 법, 그러니 도시를 전전해 가며 물건을 만들어 팔아댔다. 오늘같이 힘없는 상인 삥 뜯는 양아치들만 만나지 않는다면 지금도 썩 나쁘진 않았다.


“나쁘지 않긴 개뿔, 내 언젠간 저 도시 안으로 들어가고 만다.”


고개를 세차게 흔드며 새롭게 살게 된 인생의 최대 목표를 떠올리며 다잡았다.


“다시 태어나도 내 집 마련이 일생일대의 목표가 될지는 나도 몰랐지···.”


나는 방바닥에 대충 드러누우며 아까 사람 머리도 못 깰 돌은 왜 가지고 다니냐는 깡패를 회상했다.


‘어휴, 걔들이 무식해서 다행이다.’


가방에서 돌을 꺼내 바라봤다. 손에 쥔 돌멩이는 누가 봐도 흔해 보이는 돌멩이였다.


양아치들이 가져간 꼬질꼬질한 주머니가 생각났다. 그 주머니는 위장용 주머니로 오늘처럼 삥뜯길 가능성을 염두하고 만든 ‘거지 코스프레’ 였다.


진짜 돈이 들어있는 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평범한 돌멩이였다. 마법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는 창작물에서 볼 법한 ‘아이템’들이 존재했는데 여기서는 마법 물품, 아티팩트 등 다양하게 불렸다.


그리고 이 돌멩이도 마법 물품이다. 지금은 내 지갑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건 이른바 ‘인벤토리’로 돈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도 담을 수 있었다.


무식한 양아치들은 내가 마법 물품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사람 대가리도 못 깰 돌멩이’ 라고 판단한 거고 말이다.


물론 그걸 노리고 일부러 이런 외형으로 바꾼 것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거지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이유는 이곳이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낭만과 야만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언제 한 번은 돈 좀 벌었다고 자랑하던 노점 상인이 몇 시간 후 싸늘한 시체가 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본 이후로는 괜한 일 만들기보다는 애초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위장을 하기로 했다. 그게 바로 거지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고 그게 제법 잘 먹혔다.


얼마나 잘 먹혔냐면 도시 사람들은 아무도 내가 마법사이자 연금술사인 것을 모를 정도로.


“그래도 조금만 더 벌면 협회에 가입할 수 있겠네. 조금만 힘내자.”


내가 말하는 협회란 연금술사 협회를 말하는 것이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는 연금술사도 많긴 하지만 도시 안에 들어가려면 협회에 가입한 신원 확실한 연금술사여야만 했다.


이번 생의 제 1목표 도시 라르바티에 들어가는 것, 더 정확하게는 라르바티의 외성이 아닌 내성에서 내 이름을 건 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라르바티에 들어가려면 돈과 확실한 신원 증명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라르바티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우가 아니라면, 나처럼 외지에서 찾아온 경우라면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선 위험 분자가 아님을 증명할 신원이 필요했다.


내가 가진 마법, 연금술 지식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은 연금술 협회에 가입하는 것이다. 연금술 협회 소속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비교적 치안이 불안한 외성이 아닌 내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며 가게를 차려 안정적인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물론 협회 가입이 쉽지 않은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협회 가입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에 마법 제작 학부로 들어가서 졸업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3000만 크론이라는 거금의 자격 시험비를 내고 시험을 보는 것이다.


일단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선택지는 내게 없는 선택지나 마찬가지였는데 돈만 있으면 개나 소나 볼 수 있는 두 번째 방법과는 다르게 아카데미는 귀족, 혹은 귀족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사람의 추천장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고아를 추천해 줄 사람도 없겠거니와 그런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방도도 없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이 악물고 자격 시험비를 모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아카데미란 선택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어린애들이랑 어떻게 학교생활을 같이해···. 생각만 해도 귀찮네.’


물론, 현생의 나이론 24살이지만 한국에서는 과로로 죽은 36살의 낡은 아저씨였으니 젊은이들의 혈기를 같이 감당하기가 싫다는 이유도 있긴 했었다.


이러나저러나 돈을 모아야만 하는 팔자이므로 거지 코스프레로 뺏길 돈을 최소화하면서 할 수 있는 최대로 돈을 벌고는 있다.


그 방법이 바로 낮에는 도시에서 되는대로 물건을 파는 잡상인으로, 밤에는 연금술사로 포션을 판매하는 것이다.


-똑똑.


마침 오늘 밤 연금술사를 필요로 하는 손님이 찾아왔다.


“테오 있나? 나다, 막스.”

“들어오세요.”


온몸이 근육질인 데다 멋진 턱수염을 지닌 이 중년인의 이름은 막스, 1년 전부터 내게 포션을 구매하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었다.


그는 그를 포함한 5인으로 구성된 막스 용병단을 이끌고 있는 대장장이였는데, 말이 용병단이지 사실 용병단도 푸른 검 길드 소속이었다. 푸른 검 길드는 가고일드 길드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거대 길드지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무엇을 하든 자유롭게 방임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런 이유로 막스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추려 길드 이름 아래 용병단으로 활동 중이고 말이다.


용병이긴 하지만 그가 주로 하는 일은 몬스터 토벌이다.


이곳에서는 일반적인 동물과 몬스터의 구분을 심장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했다. 심장이 있으면 동물, 심장 없이 마력만으로 움직이는 것들 혹은 심장 대신 마석이 있는 것들을 몬스터로 명명했다.


그리고 몬스터의 심장인 마석은 등급에 따라 그 쓰임새가 나뉘긴 하지만 그럼에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돈이 제법 된다. 하지만 몬스터가 왜 몬스터일지는 깊은 생각하지 않아도 나올 것이다.


그런 몹시 위험한 일로 업으로 하는 막스가 연금술사를 찾아온 이유야 뻔했다.


“이번에도 체력 포션 드리면 될까요?”

“몇 개 있나?”

“일단 만들어놓은 건 10개 정도 있는데, 더 필요하세요?”

“어, 일단 다 주게나.”


막스의 말에 구석에 박힌 나무상자를 꺼내 만들어놓은 10개의 체력 포션을 담았다. 그런 내 모습을 빼꼼 보면서 막스가 멋쩍게 말했다.


“그, 이번엔 무슨 맛인가?”

“이번엔 전부 딸기 맛이에요.”

“그거 좋군. 이왕에 하는 말이네만 다른 건 별로야, 체력 포션엔 딸기 맛이 제일 잘 어울린다네.”

“저도 그런 것 같긴 하더라고요. 그냥 앞으로든 계속 딸기 맛으로만 만들까 봐요.”


내 말에 막스가 환하게 웃었다.


“그럼 나야 좋지. 아 저번에 말한 그냥 ‘일반’포션도 만들어놨는가?”

“어··· 예 만들어놓긴 했는데, 잊고 있었네요. 근데 이거 진짜 사가시게요?”

“이번에 새로 신입을 받았거든! 신고식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상급으로 제대로 준비해놨겠지?”

“하하···그럼요..”


이 세계에서 힐러는 몹시 귀한 존재로 어지간해선 보기 힘들었다. 몸값도 비쌌고.


그러니 포션이란 용병들에게 여분의 생명이었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에서 용병을 시작한 새 단원에게 상급의 포션을 한 번에 들이키게 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여분 목숨과도 같은 포션을 마심으로써 죽을뻔한 위기에서 살아나 목숨 줄 잘 부여잡고 살아 돌아오라는, 그런 의미가 있는 신고식이었다.


물론 그건 그냥 그런 의미가 있다는 거지, 지금은 신입 놀려주기에 더 진심인 문화가 된 것도 맞다.


“나도 그 더럽게 맛없는 걸 삼켰는데, 신입이 자네껄 먹으면 내가 배가 아프지 않겠나.”


대부분 이런 이유였다.


그도 그럴 게 보통의 평범한 포션은 엄청나게 맛이 없었다. 얼마나 맛이 없냐면 죽어가는 사람에게 체력 포션을 마시게 하면 너무 맛없어서 심장도 깜짝 놀라서 살게 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포션은 하급보다 상급이 더욱 맛이 없었다. 쓰고 비리고 역하고, 하여튼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맛이 나긴 했다.


나는 그런 쓰레기맛 포션을 먹게 될 신입이 안타까워져 샘플로 따로 빼놓은 작은 포션 병을 막스에게 줬다.


“맛없다고 진짜 필요할 때 안 마시면 안 되니까, 신고식 다 치르시고 그거나 마시게 하세요.”

“이야, 내 그래서 멀쩡한 새 병 따야 하나 고민했는데 잘 됐구만 그래.”


막스가 호쾌하게 웃었다.


포션이란 체력 포션이든, 마나포션이든, 어떤 포션이든 마셔야 의미가 있다. 그리고 효과에 치중하느라 맛은 등한시되어 나온 게 이곳의 포션.


나는 이왕이면 필요할 때 맛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그래서 효과는 그대로 가져가되 역한 맛을 최대한 제거하고 씁쓸한 맛을 중화할 달달한 맛을 첨가했다.


‘그래서 돈도 좀 더 받을 수 있기도 하고.’


나는 유리병 안에 담긴 붉은 액체를 바라봤다.


아직은 딸기 맛이라고 하기보단 어린이 감기 시럽(딸기)과 같은 맛이었지만 그럼에도 막스와 다른 용병들은 기존 포션보다 비싼 내 포션을 고민 없이 구매해 갔다.


왜냐면 과일 맛 포션을 만들어내는 건 지금까지 내가 유일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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