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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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우스
그림/삽화
고라니우스
작품등록일 :
2024.02.02 14:35
최근연재일 :
2024.08.22 10: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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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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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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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 이것이 회사이자 사회다

DUMMY

삘릴리 삘릴리~ 링딩동 링딩동 링디기딩디기 딩딩딩!


칠구의 핸드폰 알람이 강하게 울려퍼지며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익··· 낑낑..!!


칠구는 졸린눈을 겨우 부비며 일어나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육신은 아직 잠과 피곤에 잠식되어 있었지만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웅장한 기운이 몸 속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하아··· 바로 이런거란 말인가··· 후후..


옛날 삼류 드라마의 악당들이 할 법한 대사를 찰지게 내뱉는 칠구였다.



이게 바로.. 직장인으로서의 첫 아침이라는 것인가···



칠구는 힘차게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바라보았다.



이른 오전이라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화사한 햇살이 방 안으로 가득 내려쬐고 있었다.


참새 몇 마리가 창가에 앉아 짹짹 소리를 내며 울다가 포로롱 날아가는 모습을 칠구는 평온하게 바라보았다.



이런이런··· 참새들.. 네 녀석들 마저도 이 몸의 첫 출근을 반겨주는게로구나.. 껄껄껄···



무언가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힘차게 고개를 돌려 시계를 응시하던 칠구는 빙그레 웃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하하···8시 48분이구나···!!

출근시간까지 이제 12분 남았···.


십··· 십.. 십이..분..?!


크..


크크으···


크으어아아아아!!!!!!



실수로 알람을 잘못 맞춘 칠구였다.



칠구는 용수철이라도 달린 듯 자신의 방에서 튀어나오며 주방을 향해 외쳤다.



느어아아아!!!


엄모니이이!!!


나···


늦었어요오오오!!!




흐미!!! 이눔이 이게

출근 첫 날 버텀 지각을 하는겨어?!!



주방에 있던 어머니가 격한 분노를 담아 칠구를 향해 소리쳤다.



아아아!!! 몰라요오오오!!!!


저 일단 얼렁 가볼게요이!!!!!!



그랴그랴!!! 아침뱁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출근버텀 잘 혀고!! 가자마자 무릎부터 빌고 싹싹 빌어라잉!!


어머니의 걱정섞인 당부를 듣는 둥 마는 둥 칠구는 정신없이 거리로 내달렸다.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던 칠구는 급격하게 방향전환을 해서 정차해있던 택시로 달려갔다.


차 문을 열고 들어앉은 칠구의 형상은 이미 인간의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 비뚤어진 넥타이. 짝짝이로 신은 양말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착장.


어디로 뫼실까요?


택시 기사는 행선지를 물었고 칠구의 입에서는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소리가 나왔다.



쿠어아으어!!! 컹컹!!



이익!! 갑자기 개소리를 하시믄 워쩌란 말이유 손니이이임!!!


택시기사는 적잖이 당황한 말투로 칠구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곤 재빨리 고개를 돌려 다시 정면을 보았다. 칠구의 광기에 휩싸인 흰자를 보고 공포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크르릉 .. 컹컹!!!! 카캉!!!


칠구는 사납게 짖었다.



히.. 히이익..!! 커컥!


택시기사는 부들부들 떨면서 일단 악셀을 풀로 밟아서 앞으로 나아갔다.


일단 아... 아.. 앞으루다가 직진 헐테니께..

행선지를.. 최.. 최대한 빠르게.. 말씀혀주셔요잉!!!?



거의 애원에 가까운 부탁을 하며 택시는 앞으로 달렸다. 첫 출근날, 월요일 오전 9시 23분의 일이었다.



(같은 시각 껄껄테크 본사 사무실)


허참나!!!


이거 어떻게 된거여!! 왜 안오는겨!!!!


김대리야, 이거 제대로 전달은 된겨? 신입사원 그 칠구라는 친구, 오늘부로 출근하는거 모른는거 아니제!?!


껄껄테크 인사팀 김춘삼 팀장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히..히익!!! 예에..!!


제가 지난주 목요일에 분.. 부.. 분명히 문자로 알림을 넣었고...


김대리는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와들와들 온 몸을 떨면서 가까스로 대답했다.


춘삼팀장은 눈을 희번득 뜨며 외쳤다.


크어아!! 왜 근디 아홉시 30분을 지나가는디 애직도 감감 무소식인감?!


아하! 설마, 무소식이 희소식!?! 껄껄껄!!!


기습 아재개그를 시도하는 춘삼이었다.


허나 너무나도 기습적인 시도였던지라, 그 누구도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일순간에 사무실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고, 춘삼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은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나마 눈치가 빨랐던 김대리가 무언의 신호를 보냈고,


모두는 김대리의 사인을 수신한 뒤 일제히 기계적인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깔깔깔쓰!

우하핳!


꺼껄쓰!!


크허허!


이러한 순간에도 역시 유우머가 중요한데, 여억시 우리 팀장님!!!


소리쳐! 갓춘삼! 갓춘삼!!!!!


외쳐봐!! 갓춘삼! 갓춘삼!!!!



함성소리는 마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하였던 그 순간과 비견될 만큼 강력한 데시벨을 자랑하였다.


모두는 미소를 지어보였으나 단 한 사람, 춘삼은 예외였다.


표정이 점차 굳어지는 춘삼.


어딘가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김대리가 광기에 휩싸인 직원들을 항해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그., 그만둬! 그만 웃어!!!


복화술로 웃음 중단을 요청한 김대리.

하지만 사회생활에 열중인 그 누구도 김대리의 복화술을 눈치채지 못하고 광란의 아첨을 떨기 시작했다.



젠장, 또 팀장님이야, 숭배해야만해!!!


외쳐! 갓춘삼!!! 끼얏호!



이후 극대노한 춘삼의 사자후가 10여분간 이어졌고 춘삼의 거대한 등판에 매달린 김대리가 겨우겨우 분노를 누그러뜨리며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이 대목에서 가장 충격적이고도 놀라운 사실은, 그 와중에도 우리의 칠구는 아직 택시를 타고 회사로 향하는 중이었다는 사실이다.



허참나..! 아직꺼정 도착은 커녕 연락 한 통이 읎다.. 이말이제?


분에 겨운 춘삼이 혼잣말을 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각은 오전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사무실은 각자의 일에 열중한 척, 허나 사실은 모두 칠구의 등장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직원들의 숨죽인 아우성으로 메아리치고 있었다.


김대리, 도대체 왜 안와! 연락 한 번 더 해봐이!!


가만히 있던 최과장이 김대리에게 메신저로 말했다.


메세지를 확인한 김대리는 화장실을 가는척하며 슬그머니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와서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을 끄집어냈다.


화면을 확인한 김대리는 아연실색하였다.



커어억!!! 뭐여!!


칠구로부터의 부재중 전화가 10통이나 와있었던 것이다. 아까 춘삼팀장의 어깨에 매달리는 난리통 속에서 그만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무음모드로 전환된 듯 했다.


마지막 부재중 전화는 대략 5분전에 온 것이었다. 문자메시지도 여러통 와있었다.


흐미···이.. 칠구씨.. 전화 엄청나게 했구마이··· 아이구야..



김대리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몸통의 진동이 어느정도 잦아들자마자 김대리는 부리나케 칠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뽈렐렐레레레레..



전화 연결음이 몇차례 이어졌지만 칠구는 응답이 없었다.



흐미.. 칠구··· 칠구씨··· 뭔 일이여···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것제이..?



은근한 유리멘탈 김대리는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혔다. 소녀감성 그 자체인 김대리였다.



그 순간, 복도 저 멀리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헀다.



히.. 히익..!!! 뭐 뭐여..!!! 귀신이여?!!


유리멘탈 김대리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따.


허..허헉.. 뭐여···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김대리는 아무도 없는 어두온 복도 저편을 응시했다.



갑자기 공포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것 처럼 김대리는 미묘한 분위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벨소리는 오래전 그야말로 당시 아재들의 18번 벨소리, ’군밤장수‘였다.


띠리리리리리~~


구수한 멜로디가 껄껄테크 본사 복도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김대리는 공포에 질려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다.


허..허허헝··· 도대체 갑자기 무슨 일이여 이게···!!!!



군밤장수는 점점 더 가까이,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히크큭..


김대리의 정신이 아득해질 무렵,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려퍼졌다.



대리님··· 저···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는 칠구의 목소리였다.



흐..흐미···


칠구의 핸드폰에서는 구수한 군밤장수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칠구는 온 몸이 땀범벅이 되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보나마나 헐레벌떡 부리나케 달려온 것이 분명해보였다.


대리님 죄송합니다··· 그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흐흑···


닭똥같이 쏟아지는 칠구의 눈물앞에 김대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그려요... 일단 왔으면 된거여요.. 우.. 우선 몸을 좀 추스르고..


우허허허겋거헉!!!!


칠구는 경련에 가까운 수준으로 몸을 떨면서 괴성을 질렀다.


호..호우... 이게 무슨 소리여..!!

시.. 신입이여!?!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춘삼이 사무살에서 나오며 물었다.


예에... 팀장님, 신입사원 왔슴다..


김대리는 멋쩍은 미소를 지은 상태에서 칠구를 부축하며 말했다.


그.. 그려.. 일단... 안으로 뫼셔!


아이같이 울고있는 칠구의 모습에 다소 움찔한 춘삼이 우선 한 발 후퇴하는 모션을 취하며 사무실 안을 가르켰다.


칠구는 김대리의 부축을 받으며 사무실 안으로 거의 호송되다시피 들어갔고 춘삼이 내어준 따스한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소 진정이 되었다.



자... 그랴.. 우선 신입아..


칠구와 독대를 시작한 춘삼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시작했다.


히..히익.. 예..


칠구는 춘삼의 기세에 완전히 짓눌린듯 겨우겨우 대답을 하고선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 회사.. 아니.. 어지간한 회사들은 말여...



예에...


칠구는 기어들어가다 못해 거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대답했다.


출근시간.. 이라는 것이.. 있걸랑..?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활화산 같은 분노를 겨우겨우 억누르는 듯 춘삼은 힘겨운 모습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그랴.. 뭐 그런것을 모를리는 없을 것이고.. 으음.. 오늘 모닝에 말여...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감..?



늦잠을 자서 그렇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칠구는 고개를 극단적으로 숙이며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다.


무응답은 칠구 나름대로 최선의 대답을 한 것이라고 볼 수있었지만



세상에서 상대방의 대답이 느린 것을 가장 싫어하는 춘삼이었다.


대답...


안 허냐...?!!



앙?!!!!!


니가 !! 뭘! 잘했다고!!! 어어!!?!!?



가암히 대답을 안햐?!!!!?!



어?!



결국 춘삼의 발작버튼을 강하게 눌러버린 칠구였다.


히.. .히익!! 엉엉!!


겨우 진정되었던 칠구는 다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거침없이 다가오는 춘삼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안되겠다... 칠구씨...

잠시 교육을 받아야것제?!! 어?!!


춘삼의 눈에는 이미 이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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