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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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우스
그림/삽화
고라니우스
작품등록일 :
2024.02.02 14:35
최근연재일 :
2024.08.22 10:58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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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280

작성
2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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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4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1)

DUMMY

옥상에서의 난리법석은 저 멀리 대기권 밖의 달나라 세상의 이야기인 듯 껄껄테크 인사팀 사무실은 그야말로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마치 동영상 플레이어에서 음소거 버튼을 딸깍 누르기라도 한 듯 모두는 각자의 업무를 일사불란하게 진행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한 마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사내 메신저 채팅창은 가히 불이 붙었다는 말로는 어딘가 부족한 수준의 상황이었다.


타닥타탁!!!


사무실 내의 유일한 소리는 키보드 타자를 열심히 두들기는 소리 뿐이었다.


말그대로 모두는 춘삼 팀장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 어오! 또 울 팀장 히스테리 시작됐네 저거.


- 그러니깐 .. ㅠㅠ 왜 저렇게 월요일 아침마다 심하게 까칠한거임?


- 아무리 신입이 지각을 했어도..


- 저건 좀 너무 하는거 아니냐고 ㅎㅎ...


- (급구) 퇴사하실 분?


- 이제 누가 공지 올려주나..


불타는 채팅창을 아는지 모르는지

춘삼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자리에 앉아 창 밖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영화 대부의 비토 콜레오네에 빙의라도 한 듯 잔뜩 힘이 들어간 눈빛과 턱에는 어딘가 모르게 야수의 고독함이 묻어나는 듯 했다.


어딘가 잘못 되어버린 듯 보이는 신입, 칠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끄으응..


칠구 역시 마찬가지로 고요의 바다에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이렇다할 업무를 하나도 배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은 벌써 11시 4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오전 근무시간이 겨우 20분여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


칠구의 첫 출근과 첫 근무는 이렇게 잔뜩 꼬여버린 채로 얼렁뚱땅 흘러가고 있었다.


결국 오전 근무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버리고, 12시를 알리는 알림음이 울렸다.


삐비빅! 삐비빅!!


사무실의 모두는 하나가 된 듯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갔다.


팀장의 눈치를 보느라 그 누구도 칠구를 챙겨주려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모두는 쭈뼛쭈뼛 팀장과 칠구를 번갈아 바라보며 하나 둘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사무실에는 팀장과 칠구만 남게 되었다.


오전 내내 고개만 푹 숙이고 있던 칠구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아무도 없는 사무실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읍, 후우...


낯선 별나라에 갑자기 불시착한 우주인처럼 칠구는 미지의 공간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어이, 신입이.


그 순간, 어디선가 낮고 강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춘삼이었다.


컥! 예!?!


칠구는 반사적으로 대답하며 목소리의 방향을 따라 고개를 재빠르게 돌렸다.


칠구의 시선 끝에는 근엄한 표정의 춘삼이 걸려있었다.


크허헉!


놀란 토끼눈의 칠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었고 그러한 칠구에게 춘삼은 한 마디 덧붙였다.


일단, 밥 먹자.



(용마구 중거동 껄껄테크 사옥 인근 골목)


저만치 앞서서 걸어가는 춘삼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칠구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둘만 남겨진 사무실에서 춘삼은 먼저 손을 내밀었고, 칠구는 그 손을 어쩔도리없이 잡은 셈이다. 일단 밥은 먹어야하니까.


어이, 칠구.


정신없이 춘삼의 뒤만 졸졸 따라가던 칠구에게 춘삼이 말했다.


헉.. 예!


칠구는 만약 어리버리 세계선수권 대회가 있었더라면 최소 메달권은 너끈하게 확보할만큼 가공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부리나케 춘삼에게 달려갔다.


헉헉. 무슨일이십니까!


칠구는 마치 자신이 그 옛날 군대 이등병 시절로 돌아간 듯 본능적으로 빠릿빠릿해진 모습에 순간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빼빼마른 칠구보다 최소 20cm 이상은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흰 와이셔츠를 입어서인지 그 부피감이 배가되어 버린 듯 한 몸통이 칠구 앞에 서있었다.


음...


춘삼은 별다른 말 없이 칠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솥뚜껑같은 손바닥이 칠구의 어깨를 누르자 칠구는 그 순간의 무게감을 이기지 못하고 살짝 휘청거렸다.


이크, 에크!


마치 택견선수라도 된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칠구는 비틀거렸고, 춘삼은 그런 칠구를 양손으로 붙잡아 바로 세웠다.


어이고, 사내 놈이 이렇게 비실비실해서야 쓰겄어? 잉?


벌건 대낮에 기습적으로 꾸중아닌 꾸중을 들은 칠구였다.


예에.. 운동 좀 하겠습니다...


칠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크하하하!! 껄껄! 이눔아, 일단 운동보다도 말이여, 자신감을 쬐까 가져야 쓰겄어!


춘삼은 칠구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칠구는 춘삼의 기세에 압도되어 한 층 더 구부정한 자세로 춘삼이 걷는 방향으로 이끌리듯 걸었다.


예.. 자신감...


칠구의 대답을 중간에 자르고 춘삼이 말을 이었다.


자자, 뭐 먹을려? 여기 맛집 골목이걸랑. 뭐 좋아혀? 칠구?


아.. 저는 아무거나...


칠구는 자신감이 0에 수렴하는 말투와 자세로 겨우겨우 대답했고 대답을 마치자마자 춘삼의 거대한 손바닥이 자신의 등짝을 후려치는 통에 순간 정신을 잃을뻔 하였다.


오오옥!!! 오옥!!!!! 오우야!!


춘삼의 기습적인 손바닥 어택에 잠시나마 저승을 보고 온 것 같은 칠구였다.


크하하하! 아무거나가 어디있는감 아무거나가!! 크허허!! 오늘은 내가 아는 맛집으로 일단 가자고~ 가보자고!!



히..히익..


칠구는 압도적인 춘삼의 완력에 이끌려 맛집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이 칠구.


정신없이 잡혀서 끌려들어온 어느 골목 식당의 구석진 테이블.


자리에 앉자마자 또다시 기습적으로 무게를 잡기 시작하는 춘삼이었다.


히익. 예..!


칠구는 물을 마시다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그 바람에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이 입 밖으로 새어나와 앞섶을 흥건히 적셨다.


어이고. 세븐나인!?!


춘삼은 신입사원의 옷이 젖든 말든 내 알바아니라는 식의 거침없는 태도로 일관하며 마치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버린 듯 계속해서 칠구를 부르고 또 불렀다.


예? 세.. 세븐나인...?


어리둥절해진 칠구가 놀란 토끼눈이 되어 춘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려!!!


칠, 구 잖여!!!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 춘삼의 사자후는 계속되었다. 마치 한 마리 맹수와도 같이.


칠은 세븐, 구는 나인 아니여?!


춘삼의 당당함에 칠구는 어안이 벙벙하여 대답했다.


아 예!! 맞습니다!! 세븐,나인!!! 허허!


사회생활을 위해서 웃기지도 않은 농담비스무리한 무언가에 멋쩍게 웃어보이는 칠구였다.


그려그려~ 뭐 먹을려! 여기 파전 잘혀 파전.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은근하게 강요하는 고도의 화법을 기습적으로 사용하는 춘삼이었다.


아 예, 저도 파전.. 정말 좋아합니다!


칠구는 군기잡힌 말투로 대답하면서도

지금과 같이 코너에 잔뜩 몰린 상황에서 어떤 음식이든 내 마음편히 고를 수 있겠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작게나마 마음속으로 반기를 들어보는 칠구였다.


그런 칠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춘삼은 흡족한 표정을 만면에 띄우며 고개를 사정없이 위아래로 끄덕거렸다.


하하! 그려그려~

그라믄 말여, 우리 파전이나 한 판 거나하게 먹자 이말이여~!!!


우리 좀 통하는 구석이 있구마이~!!!


강요에 의한 강제적 입맛코드 일치 상황에 춘삼은 크나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회사 근처 점심식사 맛집이어서인지 여타 식당들보다 음식 준비와 서빙이 훨씬 더 빠른 시간에 진행되었다.


주문과 거의 동시에 파전이 도착했다고 느껴졌을 정도로 심하게 빠른속도에 칠구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모락모락 김이나는 파전을 바라보며 춘삼이 나즈막이 물었다.


칠구.. 이번 회사가.. 자네 첫 직장이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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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 한없이 낮은 자세로 24.02.12 26 0 9쪽
5 5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2) 24.02.11 22 0 8쪽
» 4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1) 24.02.10 27 0 8쪽
3 3화 - 그 놈 목소리 24.02.09 29 0 12쪽
2 2화 - 이것이 회사이자 사회다 24.02.08 34 0 11쪽
1 1화 - 엄마 나 취직했어 24.02.02 5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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