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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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우스
그림/삽화
고라니우스
작품등록일 :
2024.02.02 14:35
최근연재일 :
2024.08.22 10:58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57
추천수 :
1
글자수 :
85,280

작성
24.03.11 12:00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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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0화 - 그래서 뭘 나보고 어쩌라고

DUMMY

그러그려요 후후허 좋습니다. 아주 패기가 넘치네요


덕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칠구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저 엉겁결에 대답을 했을 뿐인데 뭐가 그리 패기가 넘친다는 건지 칠구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리을 긁적였다.


제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칠구는 온 몸을 부들거리며 덕판을 향해 물었다.


덕판은 히죽히죽 웃으며 칠구의 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칠구씨도 알다시피... 저는.. 혼령입니다. 아시죠?


예에.. 회장님을 이렇게 현실에서 뵙게 될 줄은..



물론!!


덕판은 급발진을 하기 시작했다. 칠구의 말을 중간에 끊어내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덕판이었다.


물론,, 몰랐겠죠오오!!


덕판의 기습적인 고함소리에 기겁을 한 칠구는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으이이이이이!!!!


그리고는 찰나의 순간에 덕판의 왼쪽 따귀를 정타로 후려쳤다.


뻑!!!!


칠구의 가냘픈 주먹으로 가볍게 날린 잽이었지만 불시에 공격을 당한 덕판은 충격이 상당한 듯 보였다.


으이이이익!!!


덕판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고 뒤로 나자빠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리곤 눈을 감은 채 일어나지 못하였다.



히... 히이익!!! 회장니이임!!!


정신이 번쩍 든 칠구는 그제서야 회장의 안위가 눈에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부리나케 달려가 확인한 회장의 왼쪽 뺨은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칠구는 일단 회장을 살려내야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이미 혼령이 된 사람을 살린다는 표현이 맞는것인지, 그리고 동시에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일인지에 대한 복잡한 생각들이 칠구의 머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크..으어어...


복잡한 생각에 빠질 겨를도 없이, 덕판이 낮은 신음을 내며 깨어나기 시작했다.


회장님...!!


쏟아져내리는 안도감에 칠구는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리고는 덕판을 와락 껴안고 덩실덩실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허.. 허으이!!!


당황한 쪽은 덕판이었다. 오늘 처음만난 사내녀석이 갑자기 자신에게 안기다니. 덕판은 마치 소녀같은 비명을 지르며 칠구의 따귀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꺄아아!!!!!!


철썩!!!!!!


커..커헉!


따귀를 맞은 칠구는 다소 휘청거리기는 하였으나 금세 정신을 차리고 덕판을 노려보았다.


호오..!!! 내가 사람하나는 기가막히게 봤군요오오??!


덕판은 칠구의 기세가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시 한 번 칠구에게 따귀를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하고만 있을 칠구가 아니었다.

칠구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근거없는 패기에 휩싸여있었다.


따귀를 여러차례 얻어맞았지만 그때마다 칠구는 고개만 조금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왔을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금강불괴라도 된 듯 칠구는 눈을 부릅뜬 상태에서 덕판을 말없이 노려보며 그저 자신의 두 뺨에 사정없이 쏟아지는 따귀세례를 묵묵히 받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허..허억..허어억... 쿨럭쿨럭


수백번의 따귀 세례 끝에 먼저 지쳐쓰러진 것은 덕판이었다. 덕판은 비오듯 땀을 쏟아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곤 흡연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합격.. 합격이오..




예..? 잘못들었슴다?


엉겁결에 지난 군시절 이등병의 어리버리한 말투가 나와버린 칠구였다.


자네.. 하.. 합격이라고... 알간?


덕판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 상태에서 헐떡이는 숨을 겨우겨우 고르며 말했다.


칠구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다 대답했다.


아니.. 제가 합격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는..


덕판이 자연스럽게 칠구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칠구여, 자네는 나에게 선택받은 사람이여.. 홀홀..


예? 선택이요? 무슨 선택 말씀이신가요..


자네를 봐.. 지금의 자네...


더이상 움직일 힘도 없는 듯 시선만 겨우 칠구를 향해 돌린 덕판이 칠구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선택이라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란 칠구는 그제서야 자신의 온몸에 묻어있는 땀방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본인의 두 뺨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덕판의 무차별적인 싸대기 어택을 오롯이 받아낸 칠구의 뺨은 이미 붉게 물들어있었다. 쓰린 뺨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며 칠구는 물었다.


크.. 크으으.. 제가 왜 이런건죠..? 순간적이었지만 제 몸이 아닌 느낌이었습니다.. 흐흑..


칠구는 당황한 듯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덕판은 그런 칠구를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숨막힐듯한 정적이 이어졌고 얼마 그 적막을 깬 것은 덕판이었다.


쉽게 이야기하지..


쉽게 말씀하실 수 있는 부분이셨습니까?


두볼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칠구는 마치 독이 잔뜩오른 복어처럼 빵빵해진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반항아적인 기질을 보였다.


켁.. 근데 말로 하기전에 자네를 마지막으로 테스트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따귀 세례는 그 테스트의 최종관문 같은 것이었제..


그.. 그게 무슨...?


칠구는 또다시 어안이 벙벙해져서 덕판을 바라보았다.


칠구의 표정을 본 덕판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크.. 크하하학!!! 낄낄


아니.. 왜 갑자기 웃으십니까..


아니아니.. 이보게 칠구여, 잘 생각해봐.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 하나 먼저 말해주지..


예에..


난 혼령이잖아.


그렇죠.


칠구는 덕판의 말에 무심결에 답하다 순간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듯 소리를 질렀다.


끄어어아아!!!!!


그 모습을 본 덕판은 크게 만족한 듯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그려..


그렇군요!!! 허허헉.. 이미 혼령이 되신 회장님의...


그려..


따귀 세례를 .. 물리적으로 받아낸다는 것... 그 자체가..


맞아.. 나는 우선 이미 혼령이 된 내 육신과 실질적으로 교감이 가능한 몸을 찾고 있었네.. 게다가 자네는 나의 그 따귀 세례를 꼼짝않고 다 받아냈지 않은가..


그렇죠.. 심지어 그 순간만큼은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습니다..


칠구가 답했다.


그려.. 그말은 나와의 교감이 온전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지!!


덕판은 신이난 듯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실은 오늘 이미 옥상에서 김대리인지 박과장인지 하는 친구들에게 살짝 테스트아닌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말이야.. 여간 허약한 친구들이 아니더구만... 그래서 실망을 했는데... 칠구 자네를 만나니 너무 반갑구먼!! 껄껄



흐음...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칠구는 사람좋은 허당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다 뭔가 울컥한 듯 보이는 덕판의 얼굴을 바라보고선 크게 놀랐다


컥! 왜.. 왜그러십니까아아!!


칠구는 부들부들 떨며 말했고 덕판은 감격에 겨운 듯 울먹이며 대답했다.


호호우! 드디어 찾은거여!!! 합격자!! 반가우이!


덕판은 칠구를 거세게 끌어안았다. 노인의 완력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그 힘에 칠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덕판에게 마치 종이인형처럼 펄럭거리며 끌려갔다.


커헉!!!


덕판의 가슴팍에 안긴 칠구는 큰 충격을 받은 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피콜록!!!


어휴.. 괜찮은겨?


덕판은 우쭐한듯한 표정으로 은은한 미소를 띈채로 칠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칠구는 기침을 겨우 멈추고 고개를 들어 덕판을 올려다보았다.


80대를 훌쩍넘긴, 거의 아흔에 가까운 노인이 칠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은은하게 뿜어나오는 묘한 아우라와 카리스마, 그리고 무엇보다 거대한 가슴근육과 넓은 어깨가 어딘가 모르게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켰다.


으음... 어딘가에서 본 것만 같습니다...


칠구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눈을 반쯤 감은 채로 혼자 중얼거렸다.


홀홀홀...


덕판은 칠구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는 칠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춘삼이 애비여..!! 춘삼이가 내 덩치를 물려받았제.. 껄껄..


그 말을 들은 칠구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움찔거렸다.


아...아악!! 맞다.. 부자관계..!!! 전해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려그려 ... 껄껄스..


덕판은 솥뚜껑같이 크고 두꺼운 손으로 실신상태의 춘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때마다 춘삼의 어깨는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덕판은 그런 춘삼을 빤히 바라보며 뭔가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놈이 내 뒤를 이어서 회장 자리에 올랐어야 했는디.. 크흠....


덕판은 마치 넋두리라도 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순간, 칠구는 머리를 한대 거하게 맞은 듯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크.. 쿠어어!! 맞어.. 배..백두혈통..


응? 뭐라구??


덕판이 칠구에게 되물었고 칠구는 화들짝 놀라 답했다.


아!! 아.. 아닙니다. 춘삼 팀장님이 회장님 자제분이라는 말을 저도 들은적 있는 거 같아서...


맞어.. 이넘이 여튼 날 이어서 회장에 올랐어야하는눔인디 말여... 허허...


그런데... 왜....


칠구는 한껏 말과 행동을 조심하려는 듯 극도로 몸을 사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익후.. 우리 큰아들놈이 왜 회장 자리에 못가고 이렇게 만년 팀장으로 있느냐... 뭐 그런 질문이여??


불현듯 덕판의 눈을 바라본 칠구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덕판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칠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 히익!!!


꺼이꺼이꺼이!!! 흐흐흑!!!


놀랄겨를도 없이 칠구는 눈물을 쏟는 덕판의 모습에 극도로 당황하고 말았다.


회.. 회장님.... 왜그러십니까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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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1) 24.02.10 2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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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이것이 회사이자 사회다 24.02.08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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