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고라니우스
그림/삽화
고라니우스
작품등록일 :
2024.02.02 14:35
최근연재일 :
2024.08.22 10:58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58
추천수 :
1
글자수 :
85,280

작성
24.02.09 00:00
조회
28
추천
0
글자
12쪽

3화 - 그 놈 목소리

DUMMY

어익후··· 칠구씨 괜찮은겨..?


인사팀 모두의 걱정스러운 시선은 사무실 한 켠을 향하고 있었고 그 시선의 끝에는 칠구가 있었다.


칠구의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있었다.


마치 길을 잃은 어린 사슴같은 표정을 한 칠구는 멍하니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춘삼에게 상남자식 참교육을 한 시간 가량 받고난 직후였던지라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는 것이 인사팀 직원들의 의견이었다.


아이고야··· 저거저거 아무리 지각을 했지만서도 말이여.. 쬐에까 씨게 혼난거 아녀..? 첫날부텀 말여..


인사팀 박과장이 김대리와의 담배타임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스읍 후우..


김대리는 대답 대신에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마치 증기기관차가 내뿜는 연기처럼 김대리의 수염난 입을 통해 뿜어져나온 연기는 공중으로 흩날리다 사라졌다.


그.. 그러게요.. 첫 날인데 조금 넘어가주시지.. 허허..


김대리는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여간 말이여.. 사람이 말여.. 이!? 너무 거칠다 이말이여!! 안그랴?


박과장은 둘 밖에 없는 회사 옥상이어서 그런지 한껏 흥분한 모양새였다.


아니 말이여! 사람이 안그랴? 너무 빡빡하고 말여. 솔직히 말이 좋아서 상남자니 뭐니 하는거제 어? 솔직히 성격 개차반인거 다 알잖여! 어?!


막걸리라도 한 사발 거나하게 들이킨 듯 박과장의 급발진 모먼트는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다.


허허!! 과장님! 그러다가 남들 들리겠어요오오!! 이거보세요오오!!! 예!!?


김대리가 극도로 흥분한 박과장을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거 놔봐 어차피 우리밖에 읎잖여! 이럴 때 속마음 타임 한번 가지는거제 이런것도 몬하믄 회사 우쩨 댕길그여 어!


솔직히 말여, 없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하는데 뭐 춘삼팀장님 살짝 흉보는게 뭐 그리 잘못됐느냐 이말이여!!


박과장은 마치 핸들이 고장난 에잇톤 트럭 마냥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이!! 내가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디 말이여~ 잉?!


솔직히 춘삼 팀장말여··· 백두혈통 아니여 백두혈.. 읍읍!!


박과장은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김대리의 손바닥에 입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읍..!! 읍!!!


때마침 옥상으로 올라온 누군가를 보고 화들짝 놀란 김대리가 임기응변을 발휘한 것이었다.


김대리는 마치 어느 무협영화에 나오는 자객이라도 된 듯 상대방을 질식이라도 시키려는 듯 강하게 제압하여 옥상 출입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곤 박과장의 귀에 대고 다급히, 그러나 나지막이 속삭였다.


과장님 조..조용히 좀 제에발..!!!!



읍읍!!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읍읍 밖에 없는 박과장이 거칠게 저항하였지만 젊은 혈기의 김대리를 힘으로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옥상 출입구 쪽에서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히..히익..



김대리와 박과장 쪽을 바라보며 묻는 것이 분명해보였지만


옥상 한 켠에 쌓아놓은 박스 더미 뒤편에 완전히 엄폐한 김대리와 박과장은 숨소리 마저 새어나갈까 철저히 단속하며 조용히 숨어서 대꾸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그러자 의문의 남성은 발걸음을 옮겨 김대리와 박과장 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게 아무도 없는게냐!!!


중후한 목소리는 김대리와 박과장쪽으로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익후..저 사람은 누구길래 갑자기 조선시대 사극 말투를 쓰는거여..!! 히.. 히익··· 넘나 무섭구머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에 박과장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면서도 촉새같은 입은 절대 쉬는 일이 없었다.


과장님 제발 조용히좀 해보세요··· 저도 처음 듣는 목소리라니깐요···!!! 일단 회사에서는 항상 입조심 몸조심!! 아시죠?!


김대리는 소근소근 박과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키키.. 키킥!! 크허헉!! 후헤헤 갈갈갈!!


귀가 예민한 박과장이 김대리의 속삭임에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크허헉!! 껄껄껄!!


박과장이 발작 수준으로 갑자기 몸부림을 격하게 치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그의 각다귀 같이 길고 가느다란 팔다리가 허공을 몇 차례 휘저었다.


김대리가 어떻게 손을 써볼 틈도 없이 간지럼에 이성을 상실한 박과장은 폭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상자더미는 박과장의 몸부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우당타당탕!!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정말 깔끔하게 다 무너져버린 상자더미를 가운데 두고 정체불명의 사내와 김대리, 그리고 박과장은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다.


히..히익..!! 으이···


박과장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끌어안은 김대리는 그들의 눈 앞에 서 있는 사내의 정체를 확인하고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회.. 회장님..??


그들 앞에 서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껄껄테크 초대회장 김덕판이었다.


그려그려··· 나 김덕판이오


김덕판은 인자한 미소와 온화한 말투로 대답하였지만 어쩐일인지 그럴 수록 김대리와 박과장의 표정은 굳어가고 있었다.



하..하.지만.. 회장님.. 회장님은 ···이미 오래 전에···..!!



김대리는 이미 놀라 기절해버린 박과장을 부축한 상태로 가까스로 말을 이어나갔다.


허허.. 맞아요..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요··· 껄껄.. 껄껄껄···!!



덕판 회장은 멋쩍은 듯 웃으며 자신의 머리 바로 위를 손가락으로 슬며시 가르켰다.


히..히익···!! 저, 저것은 양파..리. 아 아니 엔젤링!!



덕판회장의 머리 바로 위에는 노랗고 동그란 엔젤링이 둥둥 떠있었다.



맞습니다..허허··· 요즘 계속 별일없이 살다보니 너무 심심하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회사 돌아가는 꼴 보니 답답하기도 해서 직접 한 번 내려와봤죠..!


덕판은 미소를 잃지 않은채 대답했다.


아. .아아 예··· 아···


도저히 눈앞의 상황이 믿겨지지 않은 김대리는 몇 번이나 눈을 부비고 깜빡이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덕판 회장의 자태에 김대리는 어안이 벙벙하여 더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덕판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띄며 천천히 김대리쪽을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예..예? 잘못 들었슴다···?


김대리는 갑자기 어리버리한 이등병에 빙의라도 된 듯 어리둥절하여 되물었다.


덕판은 미묘한 미소를 띄며 계속해서 김대리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히..히익··· 회장님.. 왜.. 갑자기 이쪽으로 오세요오!!


김대리는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다 짜내어 격렬히 저항했지만 초대 회장의 패기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몸부림일 뿐이었다.


김대리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오던 덕판은 갑자기 기습적으로 몸놀림을 빠르게 가져갔다.


힉!! 하악!!! 하악!!


김대리는 너무나도 놀라 하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회장의 재빠른 발걸음에 순식간에 두 사람의 거리는 상당히 가까워졌다.



크어헉헉!!


김대리는 기겁을 하며 뒤로 나자빠졌고 덕판 회장은 폴짝 점프를 하여 김대리 위로 올라탔다.


회..회장님..!!!


완벽하게 제압당한 김대리는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 덕판 회장을 불렀다. 그야말로 비참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박과장은 김대리 밑에 깔려서 나지막이 신음소리만 내고 있을 뿐이었다.



허허.. 김대리님 그리고 박과장님?!


덕판은 두 사람을 깔고 앉은 상태에서 신명나게 말을하게 시작했다.


예에··· 회장님..


김대리가 가까스로 대답을 했다.



호호호.. 제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나서도 한참을 뒤에야 여러분들이 입사를 했기 때문에 ···


덕판은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실제로 저와 같이 일을 한 적은 없겠지만.. 여하튼 반가웠구요..


제가 여기에 온 이유만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최근 제 아들놈들이 너무 경영을 방만하게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요즘 엠제트 세대 친구들 사이에서는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쓰더군요···.



덕판은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눈빛을 반짝거렸다.



차.. 참교육 말씀이십니까···?


김대리와 이제 막 정신을 차린 박과장은 동기화라도 된 듯 동시에 대답했다.



예에.. 맞아요 일단 제 첫째 아들놈인 춘삼이부터 좀 털어볼까 해요.. 근데 뭐 아시다시피 이 몸은 이제 저승에 가 있는 몸이라 ··· 허허.. 육신이 없는 상황이죠..!


덕판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래.서..!!!



덕판은 갑자기 급격히 상기된 얼굴로 부들부들 떨면서 잠시 말을 멈추고 김대리와 박과장을 바라보았다.



커..커헉.. 회장님 뭘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박과장은 마찬가지로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덕판 회장을 바라보고 말했고


덕판은 결연한 표정으로 박과장과 김대리를 향해 대답했다.


젊고, 빠릿빠릿한 친구의 몸을 잠시 빌려야지요··· 그래야 일이 진행이 되지 않겠습니까아!..!!



흐..흐읍... 젊고 빠릿빠릿한 친구...

말 그대로... 영건을 찾고 계신거군요..


박과장이 갑자기 시니컬해진 말투로 안경을 슥 올리면서 말했다.



호호.. 그렇죠.. 영건입니다. 말그대로..

허나 요즘 불경기다 뭐다해서 신입사원 안뽑은지가 꽤 오래된 거 같더라구요..?

제가 얼추 알고 있기로는 거의 3~4년을..



아입니다!!



김대리가 갑자기 나서며 덕판의 말을 가로막았다.


켁! 갑자기 사람 놀라게 뭐죠?휴먼?!


덕판은 반사적으로 두 주먹을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김대리를 두들겨 팰 것 같은 모션을 취했다. 그러자 덕판의 두 주먹에 무언가 푸르스름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신입사원.. 오늘... 출근했습니다..!!

저희 인사팀으로 왔습니다..


김대리가 부들부들 떨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아오!!!!!


덕판은 놀란 마음을 결국 추스르지 못 한 채 김대리에게 회심의 펀치를 갈겼다.


좀 작게 말해요오오!

그렇게 크게 꼭 말했어야만 했는지요?!


첫 펀치를 맞고 뒤로 나자빠진 김대리의 위에 덕판이 부리나케 올라탔다.


크어어엉!!! 받아라 지우개 빤치(PUNCH)!!


덕판은 기상천외한 소리를 내며 몇 차례 더 펀치를 갈겼다. 왕년의 이종격투기 매니아다운 면모였다.



크어어... 이게 다 뭐여... 허허..


박과장은 현장에서 한 발치 떨어져 앉은 채로 돌아가신 초대 회장 덕판이 회사 옥상에서 대리를 기습적으로 두들겨패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었다.


그 순간 덕판의 입에서 요상한 주문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아브라카다브라 다 지워져라아아!!!

삐리빠빠 깨랑까랑!!!!!



덕판은 김대리를 온 힘을 다해 두들겨패며 주문을 외고 있었다.


컥!! 회.. 회장님..!!! 으..으흑!!!


덕판의 펀치를 수십차례 맞은 김대리는 결국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기절해버린 김대리를 뒤로하고 덕판회장은 벌떡 일어서서 박과장을 바라보았다.



어이구야... 인자 내 차례인가..


박과장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덕판 회장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치 운명을 받아들인 사형수마냥 멍하니 눈만 끔뻑거리며.


덕판은 낮게 깔린 중저음 목소리로 말했다.


박과장님.. 일단 과장님도 지금의 이 만남.. 잊어주셔야겠어요..!! 저는 아까 그 영건 찾으러 가봐야겠거든요?!



박과장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항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예... 대신에.. 한 방에.. 끝내라!!!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긴 사나이라는 상황에 지나치게 심취한 박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회장에게 반말을 사용했고, 이는 덕판을 발작하게 만들었다.



이익! 갑니다!!!


덕판은 레미 본야스키가 플라잉 니킥이라도 시전하듯 높이 뛰어올라 오른쪽 무릎을 바짝 끌어올렸다.


꾸오오옹!!!

지워저라 기억기억!!!

깨랑까랑!!


덕판은 요상한 기합소리를 내며 박과장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먹이를 향해 공중에서 낙하하는 송골매의 날카로운 발톱과도 같았다.


크...크어아!!


덕판의 니킥을 얻어맞은 박과장은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19화 - 일상이란 이런 것?! 24.08.22 7 0 7쪽
18 18화 - 주말은 재정비 24.08.20 15 0 12쪽
17 17화 - 꿀같은 귀가의 맛 24.05.28 24 0 9쪽
16 16화 - 오후 여섯 시, 너는.. 24.05.22 19 0 7쪽
15 15화 - 이것이 하이브리드다 24.05.17 18 0 11쪽
14 14화 - 어서 나가자 24.05.15 21 0 8쪽
13 13화 - 본격, 복수의 서막? 24.03.31 23 0 17쪽
12 12화 - 왕좌에 오르려는 자, 우선 숙취를 견뎌라 24.03.26 21 0 14쪽
11 11화 - 춘하추동, 그리고 삼 24.03.14 25 0 10쪽
10 10화 - 그래서 뭘 나보고 어쩌라고 24.03.11 31 0 10쪽
9 9화 - 오 나의 아버지, 마이 히어로 24.02.21 24 0 10쪽
8 8화 - 학연? 지연? 흡연! 24.02.20 26 0 9쪽
7 7화 -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24.02.14 23 0 8쪽
6 6화 - 한없이 낮은 자세로 24.02.12 26 0 9쪽
5 5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2) 24.02.11 22 0 8쪽
4 4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1) 24.02.10 26 0 8쪽
» 3화 - 그 놈 목소리 24.02.09 29 0 12쪽
2 2화 - 이것이 회사이자 사회다 24.02.08 34 0 11쪽
1 1화 - 엄마 나 취직했어 24.02.02 57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