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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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우스
그림/삽화
고라니우스
작품등록일 :
2024.02.02 14:35
최근연재일 :
2024.08.22 10:58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61
추천수 :
1
글자수 :
85,280

작성
24.02.14 12:57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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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7화 -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DUMMY

칠구씨 일단 우리 자리를 좀 옮길까요?


박과장과의 사인 주고받기가 완료된 뒤, 멘탈을 다잡은 김대리가 칠구에게 말했다.


예.. 으흐흑..


칠구는 아직도 감정이 주체가되지 않은 듯 연신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박과장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난 칠구는 흐느적거리며 박과장에게 완전히 의지한채로 복도를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헀다.


칠구의 육중한 덩치와 무게탓에 연약하디 연약한 사시나무 박과장이 크게 힘겨워하였으나 김대리는 그 어떤 도움의 모션도 취하지 않은채 꿋꿋하게 앞장서서 흡연실로 향했다.


자.. 이리로...



(껄껄테크, 흡연실안)


스읍... 후...


하아...


세 남자의 담배연기 뿜는 소리만 낮게 울려퍼지는 흡연장은 고요속에 무겁게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호기롭게 그러자고는 하였으나 막상 초면에 같이 마주앉아 담배를 태우려니 뭔가 찜찜하기도 하고 어색했던 탓이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담배만 태우던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칠구였다.


저.. 사실.. 여기와서 아까전에.. 처음으로.. 따뜻한 말을 들었습니다...


응? 무슨 말..?


아하.. 담배.. 피우러 가자는 말..?


김대리와 박과장이 거의 동시에 칠구를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


예에...


칠구는 멋쩍은 듯 연신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사실 오늘 지각한 이후로 계속해서 뭔가 사무실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습니다. 팀장님이랑 점심도 같이 먹고 하면서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막상 다시 복귀하니..


칠구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다시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박과장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칠구의 말을 이어 받았다.


막상 다시 사무실 복귀하니 분위기 엄청 싸하고 막 그랬지? 알려주는 사람도 하나 없고 말여..


예! 맞습니다! 정말 단! 한 명도!

저한테 와서 뭔가를 알려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시더라구요 흐흑...


가만히 듣고만 있던 김대리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그게 다 그 춘삼이 때문이야 춘삼이..


맞아.. 춘삼이 그새끼 무서워서 전부 다 눈치만 보고 있는거라니까?


박과장도 동의한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씁쓸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히.. 히익!! 그렇게 이름을 부르시..면...!!


칠구는 처음보는 광경에 화들짝 놀라서 펄적뛰며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묘하게 밀려드는 상쾌한 느낌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뒷..담화...?


그렇다. 칠구는 태어나 처음으로 그 말로만 듣던 직장상사 뒷담화 현장에 서있는 것이었다. 칠구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아하하...! 회.. 회장님..


아 아니지.. 하하 ... 칠구씨.. 아니 이게 뭐 뒷담화.. 뭐 그런게 아니라!! 하하..


그냥 뭐 회사생활 하다보면은 뭐... 가끔.. 이렇게.. 없는 사람 욕도 좀 하고.. 읍읍!


횡설수설하는 박과장의 입을 틀어막으며 김대리가 대신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흡연실 바닥에 넙죽 업드렸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아드님 흉을 보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구요..!!


저희는 그저.. 평소 저희 사무실의... 그 뭐랄까... 경직..? 예 맞습니다!! 경직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때마침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김대리의 장황하면서도 정작 두서는 없는 말들을 듣고 있던 칠구는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자신을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이 두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시간이 계속해서 이어지다 이제는 약간의 공포심마저 들기 시작하던 그 순간, 박과장이 김대리를 툭툭쳤다.


그리고는 자신을 바라본 김대리를 향해 무언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마침내 손사레를 치는 등 무언가 계속해서 부정적인 사인을 김대리에게 보내는 박과장을 바라보며 칠구는 가만히 생각했다.


하.. 내가 도대체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런 회사에 들어오게 된거지.. 그냥 퇴사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결국 퇴사라는 단어에까지 다다랗을 무렵,


저.. 칠구씨.


마음속으로 신세한탄을 하던 칠구는 박과장이 그를 부르는 굵직한 목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히..히익!! 예!!! 과장님!! 부르셨슴까!


다름이 아니라 하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아니 어쩌면 확인을 하고 싶은.. 읍읍!!!


김대리에게 2차 저지를 당한 박과장이 김대리의 완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뒤로 나자빠졌다.


바닥을 뒹구는 박과장을 바라보던 김대리가 정중하게 미소를 띄우며 칠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칠구에게 물었다.


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회장님...?! 맞으십니까...?


난데없는 회장 추대에 당황한 칠구는 연신 눈만 깜빡거리며 말을 잇지못하였다.


아니지시죠...?


김대리는 조금더 미소를 띈 상태로 다시 한 번 칠구에게 물음을 던졌고 칠구는 완전히 울상이 된 채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것은 신종 괴롭힘인가..?

신입사원보고 회장이냐고 물어보는 뭐 그런... 아! 아니다. 이건 어쩌면 신입사원 몰래카메라..? 그래 그 편이 더 설득력있어보이긴 한다...


근데.. 일단은 죄송하다고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칠구의 머릿속을 벌떼같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숨막히는 정적이 이어졌다.



히..히익... 김대리님 죄송합니다.. 전 그저 단지....


칠구는 흠칫 놀라 김대리를 차마 쳐다도 못채 눈을 질끈 감고 중얼거리듯 변명을 늘어놓았다.


후우... 다행이다..


김대리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예..? 다행... 말씀이십니까...?


그래서 오히려 당황한 쪽은 칠구였다.


그래그래.. 임마.. 내가 얼마나 긴장을 했었다고..하핫!!


김대리는 그제서야 안도가 된다는 듯 빡빡하게 조여놓았던 넥타이를 왼손으로 살짝 풀며 싱긋 웃어보였다.


갑작스럽게 말을 놓는 김대리 앞에서 칠구는 당황한 기색을 여과없이 발산하기 시작했다.


야 난 니가 정말 그 영건인 줄 알고 얼마나 긴장을 했다구.. 하아 정말 촤하하!!


김대리는 호탕하게 웃으며 박과장을 바라보았고 눈이 마주친 박과장 역시 마찬가지로 파안대소를 하였다.


아아.. 반말한건 미안해요 칠구씨 제가 순간 너무 마음이 놓여서 그만..하하..


한참을 숨도 안쉬고 웃던 김대리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표정이 굳어지더니 칠구를 향해 낮게 말했다.


아.. 아닙니다.


칠구는 기계적으로 김대리에게 답했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는 의문점은 지울 수가 없었다.


아.. 저 근데 조금전에 말씀하신 그건 어떤 건가요..?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칠구가 김대리에게 질문을 던졌고 김대리는 박과장과 잠깐 눈을 맞추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선 다시 칠구를 바라보았다.


아, 이게 어떻게 된거냐면요...

그냥 편하게 다 말씀드릴게요. 하하..


회사 옥상에서의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은 칠구는 어안이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김대리만 바라볼 뿐이었다.


크하하하 내 그럴 줄 알았어.


박과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칠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꿈같은 이야기가 있었다니깐?! 정말 어이가 없지 않냐? 크하하하


박과장과 김대리는 일련의 사건을 거쳐오며 이미 끈끈한 전우가 다 된 듯했고, 이제는 칠구에게 내적 친밀감 같은 것 마저 느껴지는 듯 그를 굉장히 편안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 그러게요.. 돌아가신 회장님이 이 회사를 구하기 위해서 젊은 사원을 찾는다 뭐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 그냥 공상과학소설 같은 말이죠 뭐 하하


칠구는 분위기를 맞추면서도 왜인지 모를 찜찜한 기분을 머리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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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 학연? 지연? 흡연! 24.02.20 26 0 9쪽
» 7화 -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24.02.14 24 0 8쪽
6 6화 - 한없이 낮은 자세로 24.02.12 26 0 9쪽
5 5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2) 24.02.11 22 0 8쪽
4 4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1) 24.02.10 27 0 8쪽
3 3화 - 그 놈 목소리 24.02.09 29 0 12쪽
2 2화 - 이것이 회사이자 사회다 24.02.08 34 0 11쪽
1 1화 - 엄마 나 취직했어 24.02.02 5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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