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고라니우스
그림/삽화
고라니우스
작품등록일 :
2024.02.02 14:35
최근연재일 :
2024.08.22 10:58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60
추천수 :
1
글자수 :
85,280

작성
24.08.20 11:29
조회
15
추천
0
글자
12쪽

18화 - 주말은 재정비

DUMMY

어..어으..


오우 괜찮니 칠구야!!


정오무렵, 가까스로 눈을 뜬 칠구를 바라본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고 칠구는 말없이 한동안 본인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대.. 대답안혀?!!


분노에 가득찬 어머니가 재차 칠구에게 말을 걸었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칠구가 눈을 반쯤 뜬 상태로 겨우 대답했다.


아오!! 두통이야.. 아이고 두야...


그려그려 너 어제 집에 들어온건 기억나냐?


예? 당신은 누구입니까?


끝날 기미도 없이 두통만을 호소하던 칠구가 갑자기 어머니를 똑바로 쳐다보고선 물었다.


아오! 뭔소리여또오오!!


오늘이 그나마 주말이니께 망정이지..


거실에서 티비를 보던 아버지가 중후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고 칠구는 빠르게 되물었다.


예? 오늘이 왜 주말입니까?


어제가..


예..


금욜이었으니께!!!!


칵!!


그렇군요.. 여하튼 뚝배기가 깨질 것 같읍니다 오마니 왜죠??


그건 니가...


예...?


술을 쳐먹었응게!!! 아오!!!


인사불성 된것도 모잘라서 아예 기억 자체를 삭제해부러?? 이눔!!!! 꾸짖을 갈!!


어머니는 순간 눈에 흰자만 가득한 광인의 상태로 칠구의 따귀를 강하게 후려쳤다.


쩍 소리와 파열음과 함께 칠구는 뒤로 고꾸라졌다.


히... 히익!!!! 죄.. 죄송요!!


아오 열받는구마


자자 다들 조용히혀!!


아버지가 갑자기 칠구의 방으로 난입하며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러 접어들었다


아.. 아부지


그려 일단 이거 먹고 진정혀


무심한듯 시크하게 국그릇 하나를 건네는 아버지였다.


히.. 히익!


황태국 아닙니까 아버지!!!


그려!! 짜식, 사내넘이 사회생활 초기에 뭐 그럴수도 있다! 어제 술먹으라고 많이 힘들었제?! 껄껄스


아.. 예..허허 술.. 그죠.. 술 먹었습니다.. 껄껄스


그려그려, 상사들이 잘해주든?


흐.. 흐읍... 예... 흐흑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칠구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눔이 갑자기 왜 눈물의 도가니탕 분위기를 조성하는겨? 허허 참


아... 아버지!!


그..그려그려 이녀석! 사회생활은 원래 힘든 것이여! 힘든일 생기믄 아버지한테 뭐든 다 털어놔야혀 알겠제?


예 아버지 흐흐흑!!!


오랜만에 안긴 아버지의 품. 칠구는 순간적으로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듯 한 기분을 느꼈다.


그랴 얼렁 한 술 떠먹어봐 속이 싸아악 내려갈거여~ 고오급 조미료를 꽤나 집어넣어서 아주 맛깔날것이라 이말이여!


예에.. 그럼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호로록!!!!


커.. 커헉.. 쿨럭쿨럭


왜그려!


너.. 너무 맛있어요 아버지!! 호우!!


칠구는 입가에 국물을 잔뜩 뭍히고선 사람좋은 미소를 보내며 대답했다.


그려? 껄껄! 열심히 아침부터 부산떤 보람이 있구나 하하하하!


아버지! 오랜만에 함께해요!!


그려!! 자 간다이!!!


하나!


둘!!


그리고오!


셋!!!!



두 부자는 서로을 바라보고 히죽히죽 웃으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살은 찌푸려졌다.


숫자세기를 끝마친 두 부자가 동시에 공중으로 점프를 하던 순간에는 그저 눈을 질끈 감을 뿐이었다.


둘은 거의 동시에 다시 바닥으로 착지를 하며 양팔을 좌우로 크게 벌리고 소리쳤다.


호우!!!


온 대지를 쩌렁쩌렁하게 메우기 시작한 둘의 고함소리에 고요했던 동네의 주말 오전이 시끄럽게 깨우기 시작했다.



자자, 어쨌든 인제 일어나라 칠구여.. 벌써 해가 중천에 떴다 이말이여.


그려그려 지금이 몇시인줄이나 아냐 아들램?!!


아버지와 어머니의 연이은 잔소리 원투 펀치를 그대로 안면 타격 허용한 칠구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컥 지금이 몇시인데요? 설마...


그려.. 벌써 열두시가 넘었다 이말이여!!


어익호!! 내 황금 같은 주말!!! 왜 이제서야 깨운거에여오오!!! 아오!!


칠구는 울컥하는 마음에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러자 순식간에 칠구의 안면을 향해 무차별적 따귀 폭격이 날아들었다.


악!


이째식이! 지가 늦게 쳐일어나놓고 누가 누굴 탓하나!! 아오! 젊었을적 성격 울컥울컥 튀어나오게 하네 또!!!


히.. 히익.. 죄송해유... 얼렁 밥이나 먹을게요..


그려... 무쟈게 뜨끈하게 끓인 황태국이여 얼렁 먹어..


어머니는 칠구의 정수리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힘없이 대답을 마친 칠구는 부들부들 떨며 황태국을 한 숟갈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히... 히익..!!!


소스라치게 놀란 칠구를 바라보며 어머니와 아버지는 동시에 물었다.


뭐... 뭐여!!! 무슨 문제라도 있냐?!


그러자 칠구는 히죽히죽 웃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후루룹 짭짭 후루룹 짭짭 맛좋은 국물~


솟구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콧노래를 부르는 칠구를 바라본 부모님은 괜시리 코끝이 시큰해졌다.


어이고 인석이 맛있지..? 사회생활은 좀 할만하냐..!


예 허허허. 정말 꿀맛이외다 껄껄껄


짜식 그려 얼렁 먹고 외출이나 하자


예? 갑자기 뭔 외출이죠?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만?


또 한 번 크게 놀란 칠구는 토끼눈을 한 상태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산소나 한 번 댕겨오자.


아버지의 근엄하고도 묵직한 한 마디에 칠구는 뒷통수를 거나하게 두들겨맞은 사람처럼 정신을 차렸다.


앗.. 할아버지..


그래, 손자 취업도 했겠다. 한 번 인사 드리고 와야것제!


아버지는 칠구의 등판을 거세게 때리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마... 맞슴다!!


아침 겸 점심을 신속하게 해결한 칠구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자동차 앞까지 당도한 세 사람. 가장 선봉에 서있던 아버지가 한껏 근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칠구를 응시했다.


히.. 히익... 갑자기 왜 절 그런 표정으로 봐요오?!


잠깐 주춤하던 아버지는 씨익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인자 칠구가 운전혀!


예상치 못한 아버지의 말에 적잖이 당황한 칠구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예? 그.. 그치만 저는 아직...


껄껄... 장롱면허다.. 이말이제?!


예에.. 너무나도 두렵읍니다.. 아버지


어이고. 그래도 칠구여


예?


할아버지에게 당당한 손자이고 싶지?


예..!!!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니가 직접 운전하는 차에 모시고 어디든 떠나보고 싶제?!


예!!!


동기부여 1타강사 수준에 범접하는 아버지의 열정 스피치에 칠구는 눈시울이 붉어질만큼 감격하였다.


자... 그러면..


아버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칠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말했다.


운전석에 탑승하라 칠구.


아버지는 어느 애니메이션에선가 들어봤음직한 대사를 나지막히 속삭이며 오른손 검지 끝으로 자동차를 가리켰다.


히.. 히익 알겠어요오오!


칠구는 후다닥 뛰어가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마자 곧바로 풀악셀을 밟았다.


아아악!!!!


그러자 뒤편에서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고개를 돌려 아버지가 있는 쪽을 바라보는 칠구는 이미 세계적 카레이서의 위닝 멘탈리티를 장착한 거침없는 폭주기관차 그 자체의 상태였다.


아오오!!!

아직 아무도 안탔다고오오!!


아버지는 혈압이 솟구치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칠구를 향해 소리쳤다.


히.. 히익!! 알겠숨다!!


칠구는 기어를 신속히 R에 가져다 놓고 다시 한 번 풀악셀을 가열차게 밟기 시작했다.


우오아아아앙!!!!


자동차는 굉음을 내며 후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뒤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크.. 크어아아아!!!


악셀을 밟을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에게 울컥대는 분노의 마음이 생겨난 칠구는 자신도 모르게 고함으로 되받아쳤다.


아오!!! 이번에는 또 뭐예요오오!!!! 아오!


내.. 내... 나의...!!!


예...?!!


내 바아아알!!!! 내 발!!!



켁!!! 아부지!!


칠구는 헐레벌떡 운전석에서 내려 아버지가 있는 차 뒷편으로 달려갔고 오른쪽 발목을 부여잡고 나뒹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크...크어아!!!!!!


아.. 아버지 괜찮니..? 아.. 괜찮으십니까!


어오!! 이 화상아아악!!


너무나도 아프다 아우치 아우치!! (ouch ouch!!)


크허아아 일단 병원으로다가!!


괜찮여 된장 한 스쿱(scoop) 시워언하게 발라주오 여보!!


그려그려!


이럴땐 된장이제~!!! 히히힛!!!


어머니는 왠지 모르게 묘하게 들뜬 표정으로 눈을 회까닥 뒤집은 상태로 된장을 찾으러 집으로 뛰어들어갔고 칠구도 마찬가지로 덩다라 부리나케 집으로 달렸다.


자 칠구야 얼렁 이걸 가지고 뛰어!!


먼저 냉장고 앞에 당도한 어머니가 뒤따라 부엌으로 들어오는 칠구에게 불그죽죽한 플라스틱 박스 하나를 온 힘을 다해 던지며 외쳤다.


160마일 투심 빠스트보올(fast ball)!!


소싯적 5개 국어를 능수능란하기 구사하였던 언어천재 최말숙,


그리고 그러한 언어능력과 동시에 체육, 특히 야구에 상당히 능했던 그녀가 가진 또 하나의 별명인 "빠볼".


이름하여 파이어볼러의 줄임말그 자체가 별명인 그녀의 상당한 신체능력에 대한 어마어마한 위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크... 크어학!!!


어머니가 던진 160마일 투심 페스트볼을 그대로 가슴으로 받아낸 칠구의 육신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 근데 늘상 말씀하셨던 빠.. 빠볼이 뭔가요?


거실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도 칠구의 호기심은 죽지 않은 모양이었다.


빠볼은... 빠이어볼러(fireballer)의 준말이제... 나의 예전 별명이었제.... 껄껄...


히.. 히익.. 그렇군요..


그려.. 어서 돌아가보라.. 칠구.. 아버지 다리 치료해야제... 껄껄...


어머니는 음침하게 웃으며 칠구를 향해 손짓하였고 어딘가 모르게 소름이 돋아난 칠구는 빠르게 뒤돌아 아버지게에 달려가며 중얼거렸다.


이놈의 집구석... 하루빨리 나가던지 해야지..


집을 나서 순식간에 지하주차장에 당도한 칠구는 아직까지도 쓰러진채로 일어서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주신 플라스틱 통을 헐레벌떡 내밀었다.


그리고 곧바로 영문도 모른 채로 따귀를 얻어맞았다.


멍해진 칠구의 시선에 아버지의 벙긋거리는 입모양만이 보였다.


그리고 그 입모양은 명확히 한 단어를 내뱉고 있었다.


그 단어를 인지하자마자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진 칠구는 아버지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예? 잘못들었슴다?! 된장이예?!


된장!! 고추장 말고오오!! 아오!


컥!


빨랑 가지고와야지 아버지 가는거 보고싶냐아 아그야


어머니는 어느샌가 칠구옆에 도착해서 자연스럽게 칠구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발언을 시작하였다.


어이고 아따 또 당신은 뭔 말을 그뤃게 심하게 살발하게 한댜? 아 아직 이 김춘삼이 팔팔햐아아!!!


켁!! 왜 때려! 엉엉!


등판을 거칠게 얻어맞은 춘삼은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어이고 그렇게 근강하다는 냥반이 자가용 뒷밤바(bumper)에 아주 사알짝 긁힌거 갖다가 고라고 엄살을 떨어싸?


크흡..


어오 아버님 뵈러가는 초장부터 부끄럽지도 않은가?? 앙?


말숙의 거침없는 사자후에 춘삼은 그만 기가죽고 말았다.


히잉..!


거칠게 토라져버린 춘삼은 괜히 칠구가 밉다.


이째식아 얼른 된장 발러! 된장 온 마(on my) 정강이! 온 마(on my) 정강이!!! 카몬(come on)!!


예.. 갑니다..


어찌어찌 상황이 마무리되고, 칠구 일행은 자동차에 탑승하였다.


조수석에 앉은 아버지는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정면을 응시하며 근엄하게 말했다.


자 칠구여 된장냄새를 풀풀 풍기며..


예에..


풀악셀 커몬!!


위이잉~


그렇게 칠구 일가족은 할아버지 산소를 향해 거침없는 주행을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19화 - 일상이란 이런 것?! 24.08.22 7 0 7쪽
» 18화 - 주말은 재정비 24.08.20 16 0 12쪽
17 17화 - 꿀같은 귀가의 맛 24.05.28 24 0 9쪽
16 16화 - 오후 여섯 시, 너는.. 24.05.22 19 0 7쪽
15 15화 - 이것이 하이브리드다 24.05.17 18 0 11쪽
14 14화 - 어서 나가자 24.05.15 21 0 8쪽
13 13화 - 본격, 복수의 서막? 24.03.31 23 0 17쪽
12 12화 - 왕좌에 오르려는 자, 우선 숙취를 견뎌라 24.03.26 21 0 14쪽
11 11화 - 춘하추동, 그리고 삼 24.03.14 25 0 10쪽
10 10화 - 그래서 뭘 나보고 어쩌라고 24.03.11 31 0 10쪽
9 9화 - 오 나의 아버지, 마이 히어로 24.02.21 24 0 10쪽
8 8화 - 학연? 지연? 흡연! 24.02.20 26 0 9쪽
7 7화 -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24.02.14 23 0 8쪽
6 6화 - 한없이 낮은 자세로 24.02.12 26 0 9쪽
5 5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2) 24.02.11 22 0 8쪽
4 4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1) 24.02.10 27 0 8쪽
3 3화 - 그 놈 목소리 24.02.09 29 0 12쪽
2 2화 - 이것이 회사이자 사회다 24.02.08 34 0 11쪽
1 1화 - 엄마 나 취직했어 24.02.02 57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