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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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우스
그림/삽화
고라니우스
작품등록일 :
2024.02.02 14:35
최근연재일 :
2024.08.22 10:58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48
추천수 :
1
글자수 :
85,280

작성
24.02.11 00:00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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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5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2)

DUMMY

히..히익! 예! 맞슴다! 여그가 제 첫 직장임다!!


칠구는 본인도 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00% 사실을 말하는 와중에도 극도로 긴장한 탓에 심하게 말을 더듬거렸다.


그 떨림이 얼마나 심했는지 옆 테이블에 앉아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있던 동네 토박이 할아버지들이 칠구를 힐끗 처다봤을 정도였다.


흐음.. 그렇구마잉..


춘삼은 더욱 흡족한 표정으로 대답하고선 젓가락으로 파전을 우걱우걱 집어먹기 시작했다.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 허자고~ 얼렁 들어!


입안에 파전을 잔뜩 집어넣고선 게걸스럽게 씹으며 칠구를 향해 춘삼이 말했다.


아앗 예! 잘먹겠습니다. 식사 맛있게하십시오!!


칠구에게만큼은 지금 이 순간은 수 년전 자대배치를 처음 받았던 그날, 그 상황과 전혀 다를바가 없었다.


신속하게 젓가락을 들어 파전을 입에 넣자마자 또 다시 춘삼이 말을 걸어왔다.


모쪼록 말이여. 오늘 출근 같은 경우에 지각을 한 것에 대해서는 말이여...


잔소리인지 조언인지 구분하기가 명확치 않은 춘삼의 말이 중언부언 계속해서 이어졌고 끊이지 않고 귓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춘삼의 말에 칠구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쯔아압 쯔아압!


칠구는 춘삼의 말끝마다




또는


맞습니다.


내지는


우와!


등의 감탄사만 기계적으로 내뱉었고 다행히 이러한 반응들이 춘삼의 기분을 한껏 좋게 만들어주었다.


허허허! 그려그려~ 아무튼 말여, 칠구 너하고 나는 말이 좀 통한다 그자이?


춘삼의 난데없는 공감 요구에 적잖이 당황한 칠구였지만 춘삼과의 한 시간 가량의 일대일 식사로 급속 강화된 사회생활 능력치를 십분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하하, 맞습니다. 저도 팀장님이랑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껄껄껄!! 그랴그랴!!


춘삼이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향하며 말했다.


이모님, 여기 계산요~


춘삼은 계산대 앞에서서 지갑을 찾는 듯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칠구는 부리나케 춘삼의 뒤를 바짝 따라가며 말했다.


팀장님, 잘먹었습니다!


그러나 춘삼은 별다른 대꾸없이 주머니에서 손을 뺄 생각이 없는 듯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는 시늉을 보였다.


두 사람 사이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을 깨뜨린 것은 식당 이모였다.


삼만 이천원~! 얼렁 계산혀요~ 밖에 사람들 기달려~


그제서야 춘삼은 고개를 돌려 칠구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의중을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리고선 지금까지 칠구에게 보여왔던 그 어떤 모습보다도 다정하고 상냥한 말투로 부드럽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칠구.


미안한데, 나 지갑을 안들고 왔네..?



춘삼이 네 이노오오오오옴!!!


분노를 참지 못한 칠구는 온힘을 다해 사자후를 외쳤다.



히..히익!!


처읍 느껴보는 칠구의 엄청난 기세에 춘삼은 화들짝 놀라 그자리에서 주저앉아 살짝 지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크..크윽... 내 나이 50..

으이....


이렇게 속절없이 바지적삼..


다 적셔버릴텐가...


..흐흑..



흥건하게 젖어버린 바지를 양손으로 애써 감추며 춘삼이 마치 어린아이마냥 꺼이꺼이 눈물을 쏟았다.


가게안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놀라서 춘삼과 칠구를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하아.... 일단..


칠구는 무게를 잔뜩 잡았고



예?!! 잘못들었슴다?


춘삼은 날아갈듯 깃털과도 같이 가벼운 촉새같은 말투로 대닺하였지만



일단... 좀.. 맞자..


돌아온 것은 칠구의 공포스러운 구타 예고 메세지일 뿐이었다.


크어아!! 싫어요!!


춘삼은 공포에질려 존댓말을 하며 벌벌떨었다.



하지만 각성상태의 칠구는 눈에서 마치 날카로운 광선과도 같은 안광을 뿜어내며 주저앉아있는 춘삼에게로 저벅저벅 걸어올 뿐이었다.



흐..흐흑!! 미안혀 칠구..


춘삼읔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읍소하였다.


하.. 하지만 정말 실수였당게.. 내가 아무리 그려도 신입헌티 밥이나 읃어먹구 댕기는 ...


그런 파렴...치..


하하하아악!!!



춘삼의 마지막 변명이 끝나기도 전에 칠구의 인내심은 바닥이나버렸다.


철썩!!!!!


칠구의 오른손바닥은 정확히 춘삼의 왼쪽 따귀를 강타하고 만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까지 꾸러기 수영단에서 맹훈련을 통해 연마한 손목 스냅을 물 속이 아닌 이러한 뭍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칠구였지만


그 옛날 물 속에서 써먹었던 손목스냅보다 어째서인지 한결 즐겁고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꾸..꾸애에으..꾸꾸까까!...



일격을 당한 춘삼은 그 육중한 몸뚱이를 가눌 수 없을만큼 그로기상태에 접어들었고


잠깐 비틀대다 이내 식당 카운터 앞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그의 몸집이 얼마나 컸는지 바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그의 왼팔 일부는 열려있던 식당 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있는 수준이었다.



히..히익... 이게 뭐여..!! 남의 영업장에서!! 오줌싼겨..? 그리고 사람을 팬겨...?! 그것도 대낮에?!!


아주머니는 놀란 토끼눈으로 칠구에게 물었다.



신입사원의 상사 폭행 사태를 눈 앞에서 목도한 주인 아주머니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당당하게 계산을 요구했다.


이봐요 정신 차리고 계신 손님!!

손님이 일단 돈 내쇼! 얼렁!!!


예?! 잘못들었슴다?!!


그저 춘삼의 따귀만 한 대 치고 말려고했던 칠구의 생각과는 달리 춘삼은 아예 기절해버리고 말았고


결과적으로는 일단 칠구가 계산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이미 기절해버린 춘삼을 어찌할 도리는 없으니 말이다.


칠구가 어리버리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아주머니와의 대치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동안 춘삼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크..크어억!!!!!


춘삼은 외마디 기합을 내지르며 도가니에 힘을 잔뜩 집어넣고선 벌떡 일어났다.


하..하아악!!.. 내가.. 무슨 짓을...!!?!



제정신으로 돌아와 잔뜩 긴장한 칠구는 조금전의 춘삼과 마찬가지로 흥건하게 지려버리고 말았다.


때마침 아주머니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아오!!!! 이 망할 것들이 나이쳐먹고 남의 식당 카운터 앞에서 오줌이나 쌍으로 쳐 지려싸고 뭐하는거여어어!!!!!!


아주머니의 사자후는 앞서 보였던 칠구와 춘삼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창문에 금이 가지는 않았는지 창가 테이블에서 파전먹던 아재들이 흘긋 확인을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칠구와 춘삼은 바지적삼을 다 적신 상태에서 그만 동시에 선채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아득해지는 정신.. 아주머니의 욕지거리.. 저 멀리 울려퍼지다 이윽고 희미하게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칠구는 감았던 눈을 다시 슬며시 떠보았다.


여전히 카운터 앞에 서 있는 자기 자신.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예전에 봤던 기억이 있는 풍경. 상냥하게 웃으며 카드를 받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는 아주머니. 기시감 그 자체의 풍경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멀끔한 차림의 춘삼이 싱긋 웃으며 칠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잉.. 이게 뭐지..


칠구는 눈을 비비며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 춘삼의 육중한 팔이 칠구의 뒷목을 감쌌다.


춘삼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며 나지막이 칠구에게 말했다.


아까전에 말했잖여... 나 오늘 지갑 안들고 왔당게...?!!


히..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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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24.02.14 23 0 8쪽
6 6화 - 한없이 낮은 자세로 24.02.12 26 0 9쪽
» 5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2) 24.02.11 22 0 8쪽
4 4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1) 24.02.10 26 0 8쪽
3 3화 - 그 놈 목소리 24.02.09 28 0 12쪽
2 2화 - 이것이 회사이자 사회다 24.02.08 33 0 11쪽
1 1화 - 엄마 나 취직했어 24.02.02 5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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