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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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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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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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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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GX 엔터(3)

DUMMY

마침 나인의 옆집 옥탑방이 월세로 나왔다고 한다.


보증금 이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 옥탑방치고는 조금 비싼 편이지만, 큰방과 거실 그리고 화장실도 제법 큰 편이라 혼자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병태가 그 옥탑방을 보고는 바로 계약했다.




*

“옥탑방?”


나인의 물음에 병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살기에 딱 좋더라고.”

“옥탑방이라...”


나인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난 괜찮아. 그리고 엘라를 계속 호텔에 둘 수는 없잖아.”

“그렇기는 하지.”


왠지 병태를 쫓아내는 것 같아 미안했다.


“바로 옆집이잖아. 1층이나 옥탑이나 그게 그거지. 아, 그리고 집 관리는 내가 계속할게.”

“알았어. 대신 월세는 내가 내줄게.”

“아니야. 월세 정도는 내가 낼 수 있어.”


아무리 절친이라도 월세까지 지원받고 싶지 않았다.


“일단 옥탑방 상태 좀 보고 오자.”

“어? 그래.”


이대로는 병태를 쫓아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뭐든 해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병태와 함께 나인은 옆집 옥탑방을 찾았다.


옥탑방치고는 꽤 넓은 거실에 큰방도 따로 하나 있었다. 화장실도 넓고 거실에 딸린 부엌 상태도 나름 괜찮아 보였다.


평범한 자취생 눈에는 더없이 좋아 보였겠지만, 나인의 눈에는 조금도 좋지 않은 너무나도 부족해 보였다.

집 자체가 오래되었고 바닥 장판이나 벽지도 싸구려 티가 너무 났다.


“어때요?”


주인아주머니가 다가와 말했다.


“좋아요.”


병태는 옥탑방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사 오기 전에 장판하고 도배 다시 할거니깐...”

“리모델링 하죠.”


아주머니의 말을 자르며 나인이 말했다.


“리? 리모데링요?”

“네. 일단 바닥은 노르웨이산 원목으로 새로 까는 거로 하고 벽지는 프랑스산 실크 벽지가 좋을 것 같네요. 거실 창문을 조금 더 크게 트고, 부엌 싱크대도 다 갈아엎죠. 그리고 여기에 아일랜드식 식탁으로...”


나인이 뭐라 계속 떠들었는데, 주인아주머니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뭐지? 이 미친놈은.’


딱 이런 표정으로 나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병태도 말문이 막혀 입을 열지 못했다.


‘내 친구지만, 진짜 미친놈 같다.’


라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인은 계속 말을 이었다.


“옥상 마당도 전부...”

“저기요.”


주인아주머니가 나인의 말을 잘랐다.


“네?”

“여기 보증금 이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월세 50만 원 받자고 리모델링을 해요?”

“비용은 제가 다 내겠습니다.”

“태식아. 잠깐만.”


보다 못한 병태가 태식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왜?”

“여기 월세야. 뭐 하러 돈까지 쓰면서 리모델링을 해.”

“하루를 살더라도 잘해놓고 살아야지.”


마음 같아서는 집을 사서 전체 리모델링 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참았다.


“돈이 남아도냐?”

“어. 남아돌아.”


아직 세탁하지 못한 돈이 수백억 넘게 남아 있었다.


더 말해봤자 자신의 입만 아플 것 같아 병태는 설득을 포기했다.


“알았어. 리모델링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깐 내가 적당한 선에 바꿀게.”

“그래. 아, 벽지는 꼭 프랑스 산...”

“알았어. 넌 일단 돌아가 있어.”

“왜?”

“니가 있으면 될 것도 안 될 것 같아.”


나인은 병태에 떠밀려 쫓겨나듯 옆집을 나왔다.


이후 병태가 주인아주머니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고급 실크 벽지와 장판 그리고 싱크대만 바꾸는 것으로 이야기됐다.


주인아주머니야 나쁠 게 없었다.

자기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세입자가 직접 내겠다고 하니.




*

한편 엘라는 최호석 사장 작업 계획을 짜느라 호텔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필요한 전산망을 해킹해서 최호석 사장의 동선과 회사 그리고 주거지의 CCTV까지 모두 확보했는데, 문제는 죄다 한국말이라는 게 문제였다.


아직 한국말과 한글이 서툴다 보니 번역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시간이 두 배 이상 더 걸렸다. 덕분에 밥 먹는 것까지 잊어가며 고군분투 중이었다.


저녁에 나인이 밥 먹자고 불러내지 않았다면, 엘라는 저녁도 걸렀을 거다.


“그럼, 병태는?”


스파게티 두 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엘라가 물었다.


“옆집 옥탑방에서 지내기로 했어.”

“그냥 1층에서 나랑 같이 살면 안 돼?”

“응. 안돼.”

“왜?”

“병태를 위해서.”


나인의 말에 엘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보다 작업 계획은 어떻게 됐어?”

“다 끝나가.”

“D-day는?”

“일요일.”

“동선하고 작업 지점은 확보는?”

“조금 부족한데, 토요일까지 끝낼게.”

“시간이 부족하면 다음 주로 미뤄도 돼.”

“시간은 안 부족해. 한국말이 어려워서 그러지.”


엘라의 실력이면 이번 일은 눈감고도 할 수 있을 거다.


세븐데드 7인회 장로 중 한 명인 데카르의 암살 계획을 완벽한 게 짠 엘라다. 그런 엘라에게 최 사장 작업은 연습 거리도 되지 않을 거다.

다만, 한국어가 서툴고 한국 지리에도 서툴다 보니 고생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일들을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경험을 쌓아가는 게 좋았다.




**

일요일.

경기도 모처의 호텔 사우나.


불가마에 GX엔터 최호석 사장이 혼자 사우나를 즐기고 있었다.


최 사장의 등 전체에 호랑이 문신이 새겨져 있었는데, 디테일이 범상치 않았다. 이 문신은 최 사장의 자부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부산 출신인 최호석 사장은 18살 때부터 부산 일대에서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21살 때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 일대 유명한 싸움꾼을 모조리 꺾어버렸는데, 이를 기념에서 새긴 문신이 바로 등의 호랑이 문신이다.


이후 부산 최대 폭력조직에 들어가 행동대장으로 활동했지만, 그는 좀 더 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유럽으로 떠났다.


최호석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킬러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조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강한 존재.


그중에서도 최상위 코드로 불리는 킬러의 강함은 인간의 수준을 넘어 선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강함에 목이 말랐던 최호석은 킬러가 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고 미리 섭외해둔 브로커의 소개로 중상위 코드 킬러를 훈련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위 코드 훈련소와 달리 중상위 코드 킬러 훈련소는 악명이 높기로 유명했다. 실제로 훈련 중 불구가 되거나 죽는 사람이 다수 발생했다.


최석호 역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이를 버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부산 조직에 다시 몸을 담았다가 서울로 이동 연예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부도 직전이었던 GX 엔터 헐값으로 인수해 지금의 GX 엔터를 키워냈다.


“휴~ 골치가 아프군.”


고개를 저으며 최 사장이 말했다.


엘라에게 꽂힌 김재범 부사장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어제 통화에서 최 사장은 김재범을 설득하려 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스폰이 안되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엘라와 연결해달라고 김 부사장이 떼를 썼는데, 아무래도 엘라에게 완전히 꽂힌 모양이었다.


“사장님. 약속 시간이 다 됐습니다.”


수행 비서가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그래.”


오늘 김재범 부사장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엘라 문제로 만나자고 하는 것 같은데,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상대라 일단 만나기로 했다.




*

호텔 정문.


“이 새끼가 전화도 안 받고 뭐 하는 거야?”


최 사장의 비서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말했다.


수행 기사에게 차를 대기 시키라고 문자를 했는데, 대기는커녕 전화도 받지 않고 있었다.


“차 어디다 세웠냐?”

“지하 2층에...”

“가자.”


기다리는 게 귀찮아진 최 사장이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미치겠네.”


비서는 최 사장을 따라가며 다시 한번 수행 기사에게 전화했는데, 신호만 갈 뿐 여전히 받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로 지하 2층에 내려온 최 사장과 비서.


비서가 빠르게 앞으로 나가 승용차 위치를 확인했다. 주차장 안쪽 구석 꺾이는 지점에 차가 보였다.


비서는 한달음에 승용차로 달려갔다.


“새끼야 문 열어!”


운전석에 앉아 있는 수행 기사를 보며 비서가 소리쳤다.


그런데 수행 기사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비서가 창문을 거칠게 두드렸는데, 그래도 수행 기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


어느새 다가온 최 사장이 물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비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하 2층 주차장 전등이 모두 꺼졌다.


불은 곧바로 들어왔는데, 둘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를 했는데, 나인이었다.


“뭐야?”


최 사장이 나인을 보며 물었다.


“그쪽에 볼일이 있어서.”


나인의 물음에 최 사장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나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인이 최 사장에게 다가가자 비서가 빠르게 그 앞을 막아섰다.


“여기까지. 더 가까이 오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비서가 풀썩 쓰러졌다.


나인의 주특기. 어떠한 준비 동작도 낌새도 없이 발사되는 발차기에 비서의 목이 꺾였다.


“누가 보냈냐?”


나인을 보며 최 사장이 물었다.


최 사장의 비서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최 사장이 몸담았던 조직에서 데려온 조직원으로 웬만한 조폭 서너 명은 혼자서도 상대가 가능한 실력자다.


그런 비서가 손 한번 쓰지 못하고 맥없이 쓰러졌다. 비서가 약한 게 아니라 상대가 그만큼 강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누군가 사주를 받고 온 실력자가 분명했다.


“알면 놀랄걸.”


나인이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겠지?”


겉옷을 벗어 던지며 최 사장이 말했다.


비록 40대의 나이지만, 현역 못지않게 몸을 관리해온 최 사장이다. 상대가 칼을 들었다면 모를까. 맨손으로 싸운다면 절대 지지 않을 거라 자신했다.


“GX 엔터 최호석 사장.”

“알면 와라.”


최 사장이 손가락을 까닥였다.


최 사장의 귀여운 도발에 나인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새끼 나를 무시해?’


무방비 상대로 다가오는 나인을 보자 자존심이 상한 최 사장은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나인은 가볍게 피하고 최 사장에게 접근했다.


최 사장은 당황하지 않고 백스텝을 밟으며 연신 주먹을 날렸는데, 이 역시 나인은 가볍게 피했다.


공격을 피하며 거리를 좁혀오는 나인의 모습은 여유롭기까지 했다. 그에 반해 최 사장은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걸 깨달았을 땐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벽이었다. 최 사장의 등이 벽에 닿는 순간 나인은 마치 목을 베듯 손날을 횡으로 휘둘렀다.


순간 최 사장의 목젖 아래로 마치 칼에 베인 것처럼 상처가 나더니 약간의 피가 흘러내렸다. 깊은 상처가 아닌 살갗만 찢어진 것 같았다.


곧바로 나인의 오른손 손날이 이 사장의 목으로 향했다. 목젖 바로 앞에 멈춰 선 손끝은 그 어떤 칼보다도 날카롭고 예리하게 느껴졌다.


“놀랐나 보네?”


나인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눈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최 사장은 떠올리기 싫은 그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던 킬러가 떠올랐다.


작가의말

주말 잘 보네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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