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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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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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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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정직

DUMMY

“이 보고서 내용 사실이야?”


감찰 1팀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보며 오 반장이 물었다.


서류는 강태식 형사가 파출소에서 근무할 당시 지역 유흥 업소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받았다는 내용에 관한 보고서였다.


“정말로 단속 정보를 제공하고 뇌물 받았어?”

“받지 않았습니다.”


나인이 대답했다.


“그렇지? 서 팀장 그 새끼가 꾸민 짓이지?”

“네.”

“좋아. 여기 이 증거, 증인 모두 조작됐을 거야. 내가 우리 팀에서 모두 밝혀낼 테니 막내 넌 아무 걱정 말고 있어.”


2년 전에도 서유복 감찰 팀장이 이런 식으로 김대평 형사에게 누명을 씌웠었다.


그때도 오 반장을 필두로 강력 3팀이 똘똘 뭉쳐 증거와 증인이 조작된 사실을 밝혀냈었다.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었다.

감히 3팀의 에이스이자 하나님 부처님 막내를 건드려?


이번 기회에 오 반장은 역으로 서유복을 물고 늘어질 생각이다. 2년 전에는 범호 그룹이 엮이고 윗선의 압박이 있어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은 다르다.


“반장님.”

“?”

“협의 인정했습니다.”

“뭐? 인정해? 왜?”


나인은 오 반장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도 설명할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오 반장이 누명을 벗겨주겠다고 3팀 형사들 동원하게 되면 일만 커지고 또 쓸 대 없이 시간만 허비하게 될 거다.

무엇보다 나인이 범호와 엮인 걸 알게 되면 여러 가지로 피곤해질 수 있었다.


“한 달 정직을 받는 조건으로 타협했습니다.”

“잘 못 한 것도 없는데 왜 정직을 받아. 넌 억울하지도 않냐?”

“억울하지 않습니다. 예상한 일이기도 했고요.”


너무나도 무덤덤한 나인의 표정에 오 반장은 의문이 들었다.


“막내야.”

“네.”

“너 혹시 본청 위선하고 안 좋게 엮인 거 있냐?”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서유복 같은 놈이 고작 경기도 경찰서 막내 형사 하나 엮으려고 이런 짓을 꾸몄을 리는 없었다.

서유복이 직접 움직인 것을 보면 최소 본청 윗선에서의 지시가 있었을 거라는 게 오 반장의 추측이었다.


오 반장의 이런 생각을 눈치챈 나인이 바로 입을 열었다.


“반장님.”

“?”

“이번 일은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개인적인 문제?”

“네. 반장님에게도 말씀드릴 수 없는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나보고 신경 쓰지 말라고? 내 새끼가 억울하게 정직 처분을 받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다른 건 몰라도 3팀 가족을 끔찍하게 챙기는 오 반장이다.


무엇보다 막내 강태식 형사는 3팀의 에이스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형사다.


그런 막내가 억울하게 정직 처분을 받게 생겼는데, 오 반장 성격상 절대로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반장님.”

“?”

“이번 딱 한 번만 눈감고 모른 척해주십시오.”

“...”

“부탁드립니다.”

“진심이냐?”

“억울할 것도 분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모른 척해주십시오.”


나인의 진지한 표정에 오 반장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오 반장도 눈치라는 게 있다.

막내 강태식 형사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3팀 형사들에게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일인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번 정직 처분. 차리라 잘 된 것 같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얼마 전부터 머리가 조금 좋지 않습니다.”


머리 얘기가 나오자 오 반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왜? 머리 아파? 막 어지럽고 그래?”

“심하지는 않은데, 그동안 무리를 해서 후유증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럴 길레 왜 혼자서 깡패 새끼들을 조지고 다녀.”

“죄송합니다.”

“머리 한번 다치면 후유증 생긴다고 의사가 말했잖아.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아무래도 잔소리가 길어질 것 같아 나인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반장님.”

“어?”

“이번 기회에 푹 쉬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그냥 모른 척해주십시오.”


오 반장은 다시 한번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알았다.”


막내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아무리 오 반장이라도 고집을 피울 수는 없었다.


“대신.”

“?”

“서유복 그 새끼가 너 또 건들면, 그땐 내가 그 새끼 죽여 버린다.”

“네.”


오 반장 손까지 갈 일은 없었다.


서유복 팀장이 범호의 하수인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나인은 살생부에 서유복의 이름을 올렸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서유복 팀장은 나인의 손에 제거될 거다.


그렇게 간신히 오 반장을 설득했는데, 이번에는 3팀 형사들이 난리를 쳐댔다.


특히 혈기 왕성한 김혁수 형사가 본청 감찰팀으로 쳐들어가자며 선동을 해댔는데. 형사들도 덩달아 흥분했다.


오 반장이 이를 가볍게 강경 진압했고, 형사들도 막내 강태식 형사의 일을 모른 척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그냥 얌전히 있을 오 반장이 아니었다.


조용히 김대평 형사를 불렀다.


“대평아.”

“네.”

“본청 감찰팀에 동기 있다고 했지?”

“네.”

“서유복 그 새끼가 뭘 꾸미는 알아봐.”

“그러잖아도 저녁에 만나기로 했어요.”


김대평 형사 역시 순순히 막내의 정직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본청 감찰팀에 친한 동기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서유복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를 알아낼 생각이었다.


“서유복이 직접 움직인 걸 보면 분명 뒤에 거물급이 엮였을 거야. 무슨 뜻인지 알지?”

“네. 최대한 조용히 알아볼게요.”




**

다음날.

한 달간의 정칙처분이 내려졌고 나인은 경찰신분증과 총을 반납했다.


“유 회장. 당신은 최악의 수를 둔 거야.”


경찰서를 나오며 혼잣말하듯 나인이 말했다.


유럽에서 나인은 자타 공인 최강의 킬러이자 최악의 킬러로 통했다. 그리고 나인의 진짜 무서움은 최강의 킬러가 아닌 최악의 킬러라는 점에 있었다.


공식적인 나인의 시그니처 타이틀은 최강의 킬러다. 하지만 유럽의 마피아들 사이에서 나인은 최악의 킬러로 더 알려져 있다.


압도적인 무력과 압도적인 잔인함, 악마라 불리는 최악의 킬러. 바로 이점이 유럽 마피아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런 나인이 한국에 와서는 정말로 순하게? 시간을 보냈다. 몇 달 동안 나인의 손에 죽은 사람이 유민태와 이기명 실장뿐이라는 점만 해도 그렇다.


유럽에서의 나인이었다면 유민태를 제거하기 전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모두 죽였을 거다. 그리고 이전 나인에게 까불었던 양아치들과 조폭들도 가차 없이 모두 죽였을 거다.


동생의 영향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면도 있었고 또 경찰이라는 신분이 일정 부분 나인의 행동에 제약을 걸었다.


마치 봉인처럼.

그런데 그 봉인이 풀리고 말았다.


비록 한 달이지만, 나인은 경찰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게 됐다. 봉인이 풀린 나인이 최악의 킬러 모습으로 되돌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유 회장이 미친개의 봉인을 풀었다는 점이다.




같은 시각, 시내의 고급 한식당에서 유 회장의 비서실장 김석진과 본청 감찰팀 서유복 팀장이 점심을 같이하고 있었다.


“순순히 협의를 인정했다고?”


김 비서실장이 물었다.


“네. 뒤에 범호가 있다는 걸 알고는 바로 혐의를 인정하던데요.”


김 실장과 서 팀장은 고등학교 동문으로 선후배 사이다.


남들보다 일찍 경찰에 몸을 담았던 서유복은 야망이 컸다. 그 때문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고 또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은 일 잘하는 사람보다 빽과 라인이 더 중요했다. 고졸 출신에 변변한 라인도 없던 서유복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동문인 김석진 비서실장을 만났다. 그를 만나고 나서 서유복의 인생이 달라졌다.


김 실장을 통해 범호 그룹과 인연을 맺었고 범호 그룹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 어떤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완벽하게 해결했다.


그 맹목적인 충성심 덕분에 유창호 회장의 눈에 들었고 이후 범호 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의 힘으로 파격적인 승진과 함께 본청 감찰팀 팀장에 오를 수 있었다.


“의외네.”


김 실장이 말했다.


“뭐가요?”

“강태식 형사. 순순히 물러날 인물이 같지 않았거든.”


증거와 증인이 조작이라는 걸 알고도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다는 게 어쩐지 개운치 않은 김 실장이었다.


“형님.”

“?”

“그 새끼 그냥 또라이예요.”

“또라이?”

“네. 가끔 그런 놈들이 있거든요.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날뛰는 또라이 새끼들이요.”

“단순한 또라이라면 상관없는데, 그 친구 눈빛이 영 찜찜하단 말이야.”

“그럼, 아예 옷 벗게 할까요?”

“아니야. 회장님께서 좀 더 지켜보겠다고 하시니. 준비만 해놔. 언제든 처리할 수 있게. 뒷말 나오지 않게 철저하게 준비해놔.”

“네.”


서 팀장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선배님.”

“?”

“범호 후계자는 누가 되는 거예요?”


유 회장의 장남인 유민태가 죽으면서 차기 후계자가 누가 될지를 두고 말이 많았다.


유민태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룹 후계자 문제를 미룰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유 회장의 건강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후계를 지목할 필요가 있었다.


서 팀장은 유민태에게도 충성을 다 했었다. 그가 범호 그룹 후계자가 될 거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민태가 죽어버렸으니,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유복아.”

“네.”

“누가 후계자가 되든 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누가 후계자가 되든 넌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카드야. 지금처럼 충성을 다하면 나중에 범호에서 한자리 꿰차게 될 거야.”

“네. 전 선배님만 믿습니다.”

“그래.”




**

나인은 파주 해외 특송 화물을 취급하는 다국적 택배회사를 찾아갔다.


얀이 보내주기로 한 무기가 도착했을 때가 됐기 때문이었는데, 예상대로 물건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큰 상자 세 개였는데, 무사히 인수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얀이 보내준 상자 안에는 나인이 유럽에서 사용하던 저격용 소총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와 장비들이 교묘하게 분해되어 포장되어 있었다.


당장 필요한 거 몇 가지만 챙기고 나머지는 2층 비밀 창고에 보관했다. 비밀 창고는 이번 인테리어 공사 때 나인이 직접 설계한 공간으로 인부들에게 웃돈을 주고 비밀리에 만들었다.


한 달간의 시간과 무기까지. 범호 그룹 총수 유창호 회장을 탈탈 털 준비는 끝났다. 일단 유 회장의 오른팔이자 최측근인 김석진 비서실장을 먼저 털 생각인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나인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건 바로 도심 구석구석까지 설치된 CCTV였다.


유럽에서도 도심 곳곳에 CCTV가 설치되었지만, 한국만큼은 많지 않았다. 문제는 서퍼 없이 그 많은 CCTV를 피해 작업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제로가 있었기 때문에 CCTV를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때 병태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병태야?”

“태식아. 너 혹시 밥이라는 사람 알아?”

“밥?”

“응. 누가 찾아왔는데, 밥이라 사람을 만나러 왔대.”


밥. 나인이 유럽에서 사용하던 가명 중 하나였다.


“어디야?”

“대문.”

“기다려 내려갈게.”


밥이라는 가명을 아는 사람이 한국에 있을 리 없었다.


그 가명을 아는 사람은 세븐데드 내에서도 몇 명 되지 않았다.


“누구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인은 권총을 챙겨 내려갔다.


마당 대문 앞에 병태가 서 있었다.


“누가 왔는데?”


대문으로 다가가며 나인이 물었다.


그때 병태 때문에 보이지 않던 여자가 얼굴을 내밀더니 그대로 나인에게 달려왔다.


“밥!!”

“엘... 엘라?”


천재 해커이자 또라이 서퍼 엘라였다.


‘퍽!’


환하게 웃으며 나인에게 달려간 엘라.

나인의 얼굴에 작은 주먹을 시원하게 꽂아 넣었다.


작가의말

때마침 엘라가 등장하는데 우연일까요?

 

차차 알겠지만, 나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그 어떤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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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범호그룹 장녀 유지선 +3 24.04.04 1,091 30 10쪽
51 51화. 김석진 비서실장(2) +8 24.04.03 1,188 33 11쪽
50 50화. 김석진 비서실장(1) +6 24.04.02 1,269 33 11쪽
49 49화. GX 엔터(5) +3 24.04.01 1,363 38 11쪽
48 48화. GX 엔터(4) +6 24.03.31 1,423 35 12쪽
47 47화. GX 엔터(3) +2 24.03.30 1,478 35 11쪽
46 46화. GX 엔터(2) +3 24.03.29 1,535 34 11쪽
45 45화. GX 엔터(1) +4 24.03.28 1,658 36 12쪽
44 44화. 엘라 vs 강태식 +3 24.03.27 1,669 33 13쪽
» 43화. 정직 +5 24.03.26 1,683 35 12쪽
42 42화. 서유복 감찰팀장 +6 24.03.25 1,689 35 12쪽
41 41화. 족구 +4 24.03.24 1,719 38 12쪽
40 40화. 부산 +5 24.03.23 1,801 37 12쪽
39 39화. 유창호 회장 +5 24.03.22 1,850 45 11쪽
38 38화. 사기꾼 조상범 +8 24.03.21 1,908 49 12쪽
37 37화. 엘라(3) +3 24.03.20 1,953 45 12쪽
36 36화. 엘라(2) +6 24.03.19 2,014 48 11쪽
35 35화. 엘라(1) +6 24.03.18 2,085 45 12쪽
34 34화. 서퍼 +9 24.03.17 2,147 45 12쪽
33 33화. 판결은 사형(2) +6 24.03.16 2,142 59 12쪽
32 32화. 판결은 사형(1) +8 24.03.15 2,160 51 12쪽
31 31화. 살악귀(2) +6 24.03.14 2,151 52 13쪽
30 30화. 살악귀(1) +7 24.03.13 2,154 40 12쪽
29 29화. 사이코패스 +5 24.03.12 2,149 44 11쪽
28 28화. 범호의 후계자 +5 24.03.11 2,179 42 12쪽
27 27화. 한선화 +5 24.03.10 2,207 45 12쪽
26 26화. 이기명 실장 +4 24.03.09 2,178 40 13쪽
25 25화. 김광수 비서 +7 24.03.08 2,193 41 12쪽
24 24화. 모쏠 강태식? +6 24.03.07 2,193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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