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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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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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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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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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살악귀(2)

DUMMY

나인이 오평리에서 이 실장을 만나고 있을 무렵.


병태가 사는 원룸 옥상에서는.


병태와 빵셔틀 명우가 소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속초에 사는 병태 부모님이 싱싱한 소고기를 보내주셨데, 양이 제법 많았다.


그래서 태식, 명우와 함께 오늘 소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는데, 태식 그러니깐 나인이 갑자기 약속이 있다고 빠지면서 둘이 야무지게 소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그런데 병태야.”

“왜? 술 더 필요해?”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아 술이 금세 비워졌다.


“그게 아니라. 태식이 말이야.”

“태식이가 왜?”

“언제부터 저렇게 변한 거야?”

“?”

“내 기억으로는 고등학교 때 완전 찐따 그러니까 순둥이였잖아.”


처음에는 명우가 사람을 착각한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고등학교 때 자신의 빵셔틀을 했던 빵셔틀 2호 강태식이 맞았다.


그때의 강태식은 일진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소심하고 또 겁도 많았었다.


“맞아 순둥이였지.”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 수가 있어?”


이전부터 궁금했는데 나인이 너무나도 무서워서 묻지 못했다.


“좀 많이 변하기는 했지.”

“변한 정도가 아니지. 그리고 태식이 원래 웹툰 그리지 않았어? 고등학교 때 공모전에서 대상도 받았잖아.”

“맞아. 지금도 잘 그리는데, 그림을 포기했어.”

“왜?”

“말하면 태식이가 안 좋아할 것 같은데.”

“나도 좀 알자. 이제 우리 삼총사 아니냐.”


명우의 말에 병태는 소주잔을 비웠다.


“대신 태식이 앞에서는 절대로 티 내지 마.”

“응. 비밀로 할게.”


병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8년 전에 태식이 부모님이 화재사고로 돌아가셨어.”

“아...”

“그런데 태식이는 그 화재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살인으로 믿는 것 같아.”

“살인?”

“응.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그래서 형사가 된 거야? 부모님을 죽인 범인을 찾으려고?”

“직접적으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내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아. 그러지 않고서야 좋아하는 그림까지 포기하면서 형사가 됐을 리가 없잖아.”


명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형사가 됐어도 어떻게 성격까지 저렇게 변할 수 있어? 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

“그게 나도 좀 이상해.”

“?”

“경찰이 되고 나서도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거든. 천성이 착해서 성격은 변하지 않더라고.”

“그러면 지금 태식이는 뭐야? 완전 무서운데.”

“그게 태식이가 머리를 다쳤다고 했었잖아.”

“어. 기억 상실증세가 있다며.”

“그때부터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어. 순둥이 강태식에서 상남자 강태식으로.”


그 외도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어디서 그렇게 큰돈이 생긴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로 홍콩에 사는 친척으로부터 유산을 받은 건지, 의문투성이였다.


하지만 이 부분은 명우에게 말하지 않았다.


“상남자라. 내가 보기에는 상남자 이미지가 아니야.”

“그럼?”

“내가 지금까지 무서운 형님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그중에서도 작년에 필리핀에서 만나 형님들이 찐으로 무서웠거든.”

“누군데?”

“킬러.”

“킬러?”

“어. 돈만 주면 누구든지 죽여주는 형님들인데, 말이 킬러지 그냥 살인마야.”

“헐...”

“그런데 태식이가 왠지 그때 그 형님들 같은 분위기야.”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형사에게 킬러는 좀 아니지.”

“그런가?”

“그래. 태식이가 알면 많이 섭섭해하겠다.”


병태의 말에 명우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병태야.”

“어?”

“방금 한 말 절대로 태식이한테 하지 마. 무덤까지 가져가는 비밀이다.”


명우는 말에 병태는 빙그레 웃고는 술잔을 비웠다.


“그래.”


약점을 잡은 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병태였다.




*

다시 오평리 화전민 마을에서는.


나인은 이 실장이 사라진 집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마당이 있는 오래된 옛집이었는데, 주변의 무너진 집들과 달리 상태가 멀쩡했다.

그리고 마당에 이 실장이 서 있었다.


“왜 이 집만 멀쩡한 거지?”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집이라 틈틈이 보수를 좀 했지.”

“죽기 딱 좋은 자리군.”

“글쎄. 누가 살아서 나갈지 보자고.”


이 실장이 공격 자세를 취했고 나인은 딱히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곧바로 이 실장이 거리를 좁히며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쿠크리의 칼끝이 나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움직임 자체는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칼끝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지막 임펙트 순간 칼끝의 흐름이 빠르게 변했는데, 아무리 나인이라도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그런 공격이었다.


이 실장의 공격이 연속으로 이어졌고 나인은 방어 집중하면서 간간이 반격을 가했다.

나인의 반격을 이 실장은 짧은 움직임으로 피하며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칼을 많이 다룬 그것도 이런 식의 싸움에 익숙한 듯, 이 실장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또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나인에게 상처를 주지는 못했다.


폭풍 같은 공방이 오간 싸움은 이 실장이 거리를 벌리면서 잠시 멈췄다.


그제야 나인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더 날카롭고 또 치명적인 공격에 나인도 조금은 놀란 표정이었다.


얼핏 보면 이 실장이 승기를 잡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지만은 않았다.


공수가 완벽해 보이던 이 실장의 공격에도 빈틈은 있었다.

나인은 그 빈틈을 보고도 일부러 공격하지 않고 흘려보냈다.


무엇보다 나인은 뒤로 단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나인은 100% 힘을 다하지 않았다.


40대 초반의 이 실장이 아닌, 전성기 20대 때의 살악귀 이 실장이었다면 조금 달랐겠지만, 지금의 이 실장은 나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왠지 봐주는 느낌인데?”


이 실장도 이를 눈치챈 것 같았다.


“한국식 표현으로 경로 우대?”


나인의 말에 이 실장은 미소를 지었다.


이 실장은 호흡을 끊고 다시 나인에게 달려들었다.

쿠크리의 칼끝이 정확하게 나인의 심장을 향했다.


나인이 몸을 살짝 틀어 이를 피하려는 순간.

쿠크리의 칼끝 궤적이 순간적으로 변하면서 나인의 목으로 향했다.


생각지 못한 변칙 공격에 나인은 고개를 젖히면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옆머리 일부가 칼날에 잘려나갔다.


몇 세티만 안쪽으로 들어갔어도 나인은 치명상을 입었을 거다.

그리고 방금 공격에 나인이 뒤로 물러났다.


한국에 와서 아니, 근 몇 년간의 싸움에서 이렇게 뒤로 물러난 건 처음이었다.


이 실장은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나인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번에도 심장을 향해 칼날이 들어왔다.


그 순간 나인의 눈빛이 돌변했다.


나인은 이 실장의 공격에 물러서지 않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쿠크리를 회전하듯 돌리면서 이 실장의 목을 공격했다.


이 실장의 공격보다 나인의 공격이 조금 더 빨랐다.

이를 의식한 이 실장이 공격하던 오른손의 쿠크리를 빼 칼을 막았다.


‘챙!’


이 실장의 쿠크리가 나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 순간 이 실장의 볼에서 칼에 베인 상처가 나면서 피가 흘렀다.


분명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에 상처가 났다.

나인의 공격이 한 번이 아닌 두 번이었는데, 이를 눈이 따라잡지 못한 거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인의 공격에 이 실장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칼날의 궤적이 마치 뱀처럼 휘어져 들어오는데, 이를 막을 때마다 다른 곳에 상처가 나면서 피가 터져 나갔다.


눈으로는 따라가기 힘든 빠른 공격과 예측할 수 없는 칼날의 궤적.


이를 막아도 막는 게 아니었다.

막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다른 곳을 공격당했다.


막으면 막을수록 상처만 늘어날 뿐이었다.

다만 나인은 부러 치명상을 입히지는 않았다.


“윽!”


오른손 손목이 베이면서 이 실장이 쿠크리를 놓치고 말았다.


나인은 곧바로 쿠크리를 이 실장에게 날렸다.


날아간 쿠크리가 이 실장의 오른쪽 허벅지에 꽂혔다.


“윽!!”


짧은 심음과 함께 이 실장이 주저앉았다.


싸움이 아니라 아이를 상대로 장난치는 듯한 그런 일방적인 압살이었다.


그런데 나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생각지 못한 이 실장의 변칙 공격에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진심으로 칼을 쓰기는 했는데, 덕분에 끔찍했던 럭키랜드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짜 정체가 뭐냐?”


상처로 가득한 이 실장은 포기한 듯 일어나지 않고 물었다.


“킬러.”

“역시. 킬러가 맞았군”

“그쪽도 나름 괜찮은 솜씨였어.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는 그저 개구리일 뿐이야.”


그래도 나인을 뒷걸음질 치게 한 실력만큼은 인정했다.


만약 유럽에서 제대로 된 킬러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면, 상위 코드인 A코드 정도의 킬러가 됐을지도.


“이해가 안 되는군.”

“뭐가?”

“너 같은 실력자가 왜 경찰 흉내를 내고 있는지.”

“나름 사연이 좀 있어.”


그 사연까지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나인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마무리는 총으로 할게. 내가 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죽기 전에 날 죽인 킬러의 진짜 이름 정도는 알고 싶은데.”

“나인.”

“장난치지 말고.”

“뭐가?”

“그 이름이 어떤 이름인지 알고 나 하는 소리야?”

“그쪽은 아나?”

“당연하지. 내가 아는 한 세계 최강이자 최악의 킬러. 악마로 불리는 킬러야.”


이 실장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다소 의외였다.


세븐데드가 세계적인 범죄조직인 건 맞지만, 아직 아시아 쪽에서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연히 나인에 대해서도 모를 줄 알았는데, 이 실장은 알고 있었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나인이다.


“내 소원이 나인과 1:1로 칼을 겨뤄 보는 거였거든.”


이 실장이 말했다.


“소원 풀었네.”

“?”

“그 나인이 바로 나야.”

“웃기는 소리 하는군. 유럽에서 활동하는 킬러가 한국에서 경찰을 하고 있다고? 그게 말이 돼?”


나인이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세계 최강의 킬러가 강력계 순둥이 막내 형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믿기가 힘들어.”

“?”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할 거야. 그러니 지옥에 가서 신에게 물어봐. 그러면 진실을 말해줄 거야.”


이 실장은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왼쪽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유 사장이 이민영을 살해한 영상 말고도 다른 게 하나 더 들어 있어.”

“다른 거?”

“이번에 죽은 악플러 오명선. 유 사장이 그년을 죽이라고 사주한 내용을 녹음했거든.”

“너무 순순히 넘겨주는 거 아니야?”

“경찰이었으면 안 넘겨주는데, 킬러라서 넘겨준다.”

“유민태가 섭섭해하겠는걸.”

“섭섭하기는. 나도 그 새끼 마음에 안 들었어. 돈 많은 호구라 해결사 노릇을 한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진즉에 내 손에 죽었을 놈이야.”

“걱정 마. 유민태는 내 손에 죽을 거니깐.”

“진짜로 죽일 생각이야?”

“당연하지.”

“범호 그룹 회장의 장남이야. 그리고 곧 부회장 자리에 오를 거물인데, 뒷감당할 수 있겠어?”

“킬러는 타겟을 가리지 않아. 그저 제거할 뿐이지.”


나인이 말에 이 실장은 말없이 나인을 바라봤다.


방금 칼을 쓴 솜씨.

직접 겪어보고도 믿기지 않는 솜씨였다.


살면서 누구에게도 칼로 밀린 적이 없었다. 총을 든 상대도 이 실장의 칼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그런데 같은 칼로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강태식 형사의 칼 솜씨는 이 실장의 상상을 뛰어넘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런 실력을 갖춘 킬러라면...


‘강태식 형사가 진짜 나인이라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이 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실력을 떠나서 나인이 한국에서 경찰을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지나가는 똥개도 웃을 일이었다.


“내가 누군지는 지옥에 가서 신에게 물어봐.”


나인이 총을 겨누며 말했다.


“그러지.”

“유민태도 곧 따라갈 거니깐 외롭지는 않을 거야.”


나인의 말에 이 실장은 미소를 지었다.


“그 새끼 빨리 보내.”

“그래.”


나인은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살악귀로 불렸던 이기명 실장이 죽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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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GX 엔터(1) +4 24.03.28 1,658 36 12쪽
44 44화. 엘라 vs 강태식 +3 24.03.27 1,669 33 13쪽
43 43화. 정직 +5 24.03.26 1,683 35 12쪽
42 42화. 서유복 감찰팀장 +6 24.03.25 1,689 35 12쪽
41 41화. 족구 +4 24.03.24 1,719 38 12쪽
40 40화. 부산 +5 24.03.23 1,801 37 12쪽
39 39화. 유창호 회장 +5 24.03.22 1,850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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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엘라(3) +3 24.03.20 1,953 45 12쪽
36 36화. 엘라(2) +6 24.03.19 2,014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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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서퍼 +9 24.03.17 2,147 45 12쪽
33 33화. 판결은 사형(2) +6 24.03.16 2,142 59 12쪽
32 32화. 판결은 사형(1) +8 24.03.15 2,160 51 12쪽
» 31화. 살악귀(2) +6 24.03.14 2,152 52 13쪽
30 30화. 살악귀(1) +7 24.03.13 2,154 40 12쪽
29 29화. 사이코패스 +5 24.03.12 2,149 44 11쪽
28 28화. 범호의 후계자 +5 24.03.11 2,179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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