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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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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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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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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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5화. GX 엔터(1)

DUMMY

나인과 병태가 거실 탁자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아있었다.


“태식아.”

“어.”

“누구야?”

“여동생.”

“외국인이던데?”

“노르웨이 출신이야.”

“노르웨이 출신 여동생?”

“정확하게는 형의 여동생.”

“형? 어릴 때 해외로 입양된 쌍둥이 형?”


20년 지기 절친 병태는 친구 태식이가 입양된 사실과 쌍둥이 형이 해외로 입양된 것까지 알고 있었다.


“맞아. 그 입양된 집 딸이야.”

“아.”

“교통사고로 부모님과 형이 돌아가시면서 엘라 혼자 남게 됐어.”

“아...”

“그리고 병태야.””

“어?”

“그냥 믿어.”


나인의 말에 병태는 눈을 껌벅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전에 무슨 일이 생기든 무조건 태식을 믿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궁금한 게 너무도 많지만, 묻지 않고 그냥 믿기로 했다.


“그리고 엘라 아이돌 연습생이야.”

“아이돌?”


엘라가 한국 연예 기획사 GX엔터에서 주체한 유럽 오디션에 합격한 사실과 GX 엔터 소속의 아이돌 연습생으로 한 달간 경험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일할지는 모르지만, 엘라는 앞으로 한국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 살 거야.”

“여기? 2층에서?”

“아니. 1층.”

“1층? 그럼 난?”

“병태야.”

“어.”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어.”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태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너 웹소설 연재 접었다며?”

“어? 어.”


나름 많이 준비하고 시작한 웹소설.


신선한 소재와 사이다 전개 덕에 초반 성적은 좋았지만, 이후 느린 흐름과 고구마 전개로 조회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이대로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병태는 며칠 전 눈물을 머금고 소설을 내렸다.


“새로 쓸 소설은 준비했어?”

“아니. 아르바이트하면서 천천히 준비하려고.”

“잘됐네.”

“뭐가?”

“아르바이트 하나 해라.”

“?”

“엘라가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그래서 한국어 선생님이 필요하거든.”

“...”

“니가 한국어 좀 가르쳐줘.”

“내가?”

“어.”

“그냥 어학원에...”

“주 5일. 하루 2~3시간 수업. 월 2백.”

“할게.”


이런 꿀알바를 놓칠 수는 없었다.


“하는 김에 아르바이트 하나 더 해라.”

“무슨?”

“엘라가 한국 생활에 익숙해질 때까지 니가 옆에서 좀 도와줘.”

“?”

“아이돌 연습생이니깐 매니저라고 생각하면 돼.”

“매니저는 좀...”

“월 4백. 한국어 선생님까지 해서 도합 6백. 보너스 별도 지급.”

“할게.”


월 6백에 보너스별도, 게다가 미모의 외국인 아가씨의 한국어 선생님 겸 매니저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잘 생각했어.”


지금껏 지켜본 병태라면 엘라를 맡겨도 될 것 같았다.


나인의 성격상 엘라의 뒷바라지나 선생님은 무리다. 그에 비해 병태는 꼼꼼하고 또 자상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생긴 거와 달리 일 처리를 똑 부러지게 잘했다. 엘라의 선생님 겸 뒷바라지 매니저로 제격이다.


“그런데 엘라 씨가 1층에서 지내면 난 어떻게 해?”

“1층에서 함께 지내.”

“어?”

“선생님 겸 매니저잖아. 그러니 엘라하고 같이 지내.”


그때 땀을 많이 흘려 샤워를 하겠다고 욕실로 들어간 엘라가 나왔다.


“태식. 편한 옷 좀 없어?”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두른 엘라가 말했다.


“엘라!!”


엘라의 모습에 나인이 소리쳤다.


한국과 달리 유럽 그중에도 북유럽은 좀 많이 개방적인 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라 싶어 소리를 높였는데.


‘쿵!’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에 나인이 병태를 바라봤다.


“병태야.”


병태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얼굴이 불덩이처럼 화끈거렸고 코피의 흔적도 보였다. 아무래도 엘라의 노출에 충격을 받고 쓰러진 모양이다.


나인이 봤을 때 병태도 분명 모쏠이었다. 그렇다고 이 정도 노출에 기절까지 하다니. 설마 여자 손도 못 잡아본 찐 모쏠은 아니겠지?


“안경 왜 그래?”


엘라가 다가오며 물었다.


그때 병태가 정신을 차렷다.


“안경 괜찮아?”


엘라가 몸을 낮추며 물었다.

그 순간 엘라의 가슴골이 살짝 드러났다.


이를 본 병태의 동공이 커지더니 코에서 마치 만화처럼 코피가 터지면서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


“꺄! 귀엽다!”


병태의 반응에 엘라가 재밌다며 손뼉을 쳐댔다.


나인은 고개를 저었다.

전에 얀이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엘라 또라이야. 상상 그 이상의 또라이.”


아무래도 병태를 엘라와 함께 지내게 하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

병태가 근처에 방을 구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엘라는 가까운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다. 병태에게 조금 미안했는데, 병태도 그편이 좋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병태가 한국어 선생님 겸 매니저로 일하기로 했는데, 엘라가 순순히 이를 받아들였다. 엘라의 표정으로 보아 병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재밌는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악동 같은 표정이라고 할까? 모쏠에 순진남 병태가 엘라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됐다.


‘미안하다. 병태야. 대신 보너스 많이 챙겨줄게.’


어쨌거나 갑작스러운 엘라의 등장에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원래 계획은 한 달간의 정직 기간 동안 유창호 회장을 털고 또 동생 양부모를 죽인 범인을 밝혀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엘라의 등장으로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엘라가 한국에서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게 돕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야 앞으로의 일들을 쉽게 그리고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엘라를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근사한 곳에서 밥을 사주려고 했는데...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순댓국에 소주 먹고 싶어.”


그래서 병태와 함께 단골 순댓국밥집으로 향했다.


일부러 엘라와 병태를 나란히 앉히고 나인은 반대편에 앉았다.


‘둘이 친해져야. 내가 편하다.’


집사에 한국어 선생님 그리고 매니저까지 너무 부려 먹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국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병태뿐이니.


“병태. 이건 뭐야?”

“새우젓. 이걸 여기다 찍어 먹는 거야.”


병태가 새우젓에 순대를 찍어 먹는 것을 보여주자, 엘라도 그대로 따라 했다.


나인은 흐뭇하게 이를 바라봤다.


병태가 자상한 성격이라 엘라를 동생처럼 잘 챙길 것 같았다. 동생 태식이가 친구 하나는 정말로 잘 둔 것 같았다.


조금 늦게 나인의 빵셔틀 명우가 합류했다.


“엘라? 얼굴만큼이나 이름도 이쁘네.”


전직 양아치답게 엘라에게 작업을 걸어댔다.


엘라는 그런 명우가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명우는 엘라에게 계속 추파를 던졌다. 나인이 눈치를 줬는데도, 엘라의 미모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 잠깐 나가다 올게.”


차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병태가 자리를 비웠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인이 입을 열었다.


“명우야.”

“어?”

“요즘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살기 가득한 표정과 목소리로 나인이 말했다.


“어? 어?”


당황한 명우가 말을 더듬었다.


“엘라 내가 아끼는 여동생이라고 했지.”

“어.”

“그걸 알고도 엘라에게 찝쩍거린 거야?”

“아니. 난...”

“사는 데 미련이 없으면 오늘 생을 마감하자.”


그때 엘라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명우의 목울대에 순간적으로 가져갔다.


“내가 죽여도 돼?”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영어로 엘라가 물었다.


목울대 바로 앞에서 멈춰 선 젓가락.

조금만 더 들어갔으면 구멍을 내고도 남았을 거다.


표정과 목소리에 제법 살기가 담겨 있었는데, 귀여운 얼굴에서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참고로 엘라가 비록 최하위 코드 C코드 낙제 킬러지만, 그래도 성인 남자 한두 명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다.


“엘라. 여긴 한국이야. 식당에서 사람 죽이며 안돼.”


나인도 영어로 대답했다.


“그럼 밖에서 죽이면 돼?”

“죽이는 건 내 담당이야.”

“내가 할게. 한국에 온 기념으로.”


살기를 제대로 뿜어내며 엘라가 말했다.


“그런 거로 기념하지 마.”


둘의 대화를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명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나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엘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온몸이 떨리다 못해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나갔었습니다. 살려주세요.”


머리를 식탁에 박으며 명우가 말했다.


자존심이 뭐고 없었다.

이대로면 진짜 죽는다. 본능적으로 명우는 이를 느꼈고 살기 위해 대가리를 박았다.


살기 위해서라면 자존심 정도는 쉽게 내버릴 수 있는 게 명우의 최대 장점이었다.


“이러면 재미없는데.”


명우의 행동에 엘라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엘라.”

“응?”

“이번 한 번만 봐주자.”

“알았어.”


그제야 엘라의 눈빛과 표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명우야.”

“어.”


겁먹은 명우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앞으로 긴장 좀 하자.”

“어. 긴장할게.”

“고개 들어.”

“어.”


그사이 병태가 돌아왔다.


“무슨 일 있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병태가 명우를 보며 물었다.


“아니.”


엘라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보다 병태야.”


나인이 병태를 불렀다.


“어?”

“밥도 다 먹은 것 같은데. 엘라 데리고 예약한 호텔 체크인 좀 해줘. 그리고 마트에 들려서 필요한 것들도 좀 사고.”


엘라는 한국에 오면서 노트북과 작은 여행 가방 하나만 가져왔다고 한다. 아무래도 필요한 게 많을 것 같았다.


“같이 가자.”


엘라와 단둘이 움직이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병태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난 명우와 할 얘기가 좀 있어.”

“알았어. 우리 둘이 갈게.”


엘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 간다~”

병태는 엘라의 손에 이끌려 가게를 나갔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나인과 명우만 남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렇다고 너무 기죽지 말고.”


명우가 겁을 많이 먹은 것 같아 나인이 조금 달랬다.


“어. 그런데 엘라. 진짜 무섭더라.”


소주잔을 비우며 명우가 말했다.

솔직히 나인도 엘라가 조금 무섭 아니, 걱정됐다.


또라인 건 괜찮은데, 그 속에 숨겨진 사이코패스 기질이 무척 위험해 보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엘라에게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었다. 그것도 꽤 위험한 기질.


“엘라 앞에서 말조심해.”

“그럴게.”


그렇게 다시 술잔이 오가다가.


“아이돌 연습생이라고?”

“어. GX 엔터가? 혹시 그 회사 알아?”

“GX 엔터면...”


명우의 표정이 조금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왜?”

“나 아는 형님 중에 연예 기획사 쪽에 빠삭한 형님이 있거든.”

“뜸 들이지 말고 자세하게 말해봐.”

“응. 우리나라 3대 대형 기획사를 빼고 그 아래 중소 기획사 중에서 탑이 GX 엔터야.”


나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회사 소속 가수하고 작곡가 실력은 좋은데, 사장 최호석이 좀 문제가 있대.”

“어떻게?”

“자세한 건 잘 모르는데, 조폭 출신에다가 아이돌 연습생을 상대로 스폰서 장사를 한다는 소문이 있어.”

“스폰서 장사?”

“생활이 어렵거나 아이돌 데뷔가 절실한 연습생을 상대로 돈 많은 재벌 2, 3세와 스폰서로 연결해주는...”

“명우야.”


나인이 명우의 말을 잘랐다.


“어?”

“GX하고 최호석 사장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수 있어?”

“그럼. 나 아는 형님에게 부탁하면 금방이지.”

“최대한 빨리.”

“OK!”


엘라에 말에 따르면 한 달간 GX 엔터 소속 연습생으로 경험을 한 후에 정식으로 계약하게 된다고 했다.


엘라가 아이돌 연습생으로 일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GX와 사장 최호석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여차하면 적당히 작업해야 할지도.


작가의말

앞으로 등장하는 조직과 인물이 많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볼 수 있는 조직과 인물 사전을 공지로 올렸습니다.

필요하실 때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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