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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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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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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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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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GX 엔터(4)

DUMMY

21살 때 경상도 일대 최고의 싸움꾼.

23살 때 부산 최대 폭력조직의 행동대장.


최호석은 젊은 나이에 돈과 명예를 손에 넣었지만, 그보다는 더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앞섰다.


그래서 킬러가 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고 그곳의 킬러 훈련소에서 킬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다.


불구가 되거나 심지어는 죽기까지 하는 악명 높은 훈련의 연속이었지만, 최호석은 한국인의 특유한 근성으로 이를 이겨냈다.


그러다 훈련소를 찾은 최상위 코드, S코드 킬러와 마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최호석은 젊은 혈기에 그에게 도전을 신청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S코드 킬러는 최호석을 마치 벌레를 다루듯 상처를 주며 죽일 듯 죽이지 않고 괴롭혔다. 당시 최호석은 죽음을 직감했는데, 킬러의 변덕에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압도적인 실력 차이와 공포 그리고 모욕감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고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호텔 사우나 지하 2층에서 자신과 싸운 남자의 실력이 예전 자신을 벌레 다루듯 괴롭혔던 S코드 킬러와 비슷해 보였다.

아니, 움직임과 살기만 놓고 보면 그때 킬러보다 더 강한 느낌이었다.


“키. 킬러냐?”

“그래. 유럽에서 왔지.”

“유. 유럽?”


유럽? 그것도 S코드로 의심되는 킬러가 왜?


자신에게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산 킬러를 고용할 정도로 원한을 산 적은 없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 죽일 거였으면 진즉에 죽였을 거야.”

“?”

“우리 이야기 좀 할까?”


최 사장의 목을 겨누고 있던 손날을 빼며 나인이 말했다.




엘라가 머무는 호텔에서는.


엘라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노트북에는 나인과 최 사장의 영상이 음성과 함께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현재 호텔 사우나의 모든 CCTV와 보안통제 시스템은 해킹으로 엘라의 손에 있었다.


“우리 사장님 죽지 않으려면 말 잘 들어야 하는데.”


나인이 최 사장과 함께 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다시 지하 주차장.


“원하는 게 뭐지?”


뒷좌석에 나인과 나란히 앉으며 최 사장이 물었다.


최 사장은 나인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앞에 두고 있었다.


“엘라 알지?”

“엘라? 엘라라면 이번 유럽 오디션에 합격한 그 아이?”

“맞아. 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그다지. 아,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건 알고 있어.”

“반은 맞고 반은 틀려.”

“?”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는 살아 계신다.”

“?”

“엘라. 유럽의 악명 높은 암살 조직 보스의 숨겨둔 딸이다.”




엘라가 머무는 호텔.

나인의 말에 엘라는 마시던 콜라를 뿜었다.


“엑!! 내가 암살 조직 보스의 숨겨둔 딸이라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엘라가 말했다.


더 어이없는 건 계속되는 나인의 이야기였다.


나인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엘라는 유럽의 악명높은 암살 조직 보스의 숨겨둔 딸이다. 보스는 딸 엘라가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지만, 끼가 넘치는 엘라는 아이돌이 되겠다며 한국으로 떠났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보스는 딸의 꿈을 응원하기로 했다. 다만 지구 반대편에 딸을 혼자 두는 게 불안해서 조직 최강의 킬러를 비밀리에 보디가드로 붙였다. 그 보디가드가 바로 나인이다.


“구려! 완전 구려! 너무 유치해!”


나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엘라는 유치해서 온몸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시나리오를 짜려면 좀 그럴싸하게 짜든가. 삼류 막장 드라마도 이보다 낫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시나리오 짜는 건데.”


엘라가 혀를 차며 말했다.




다시 지하 2층 주차장.


뭔가 많이 이상했지만, 최 사장은 나인의 말을 믿었다. 아니, 살려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인에게서 느껴지는 살기 때문이었다.


‘내 이야기에 어떤 의문이라도 품으면 죽는다.’


그런 살기처럼 느껴졌다.


“그, 그래서 내게 원하는 게 뭐지?”


최 사장이 물었다.


“협조.”

“협조?”

“엘라에게 특별 대우해달라는 건 아니야. 다른 연습생처럼 대하는데, 가끔 개인적인 일 때문에 며칠 또는 꽤 오래 연습에 빠질 수도 있을 거야. 그때 이유 묻지 말고 그냥 넘어가 주면 돼.”

“아, 알았어. 최대한 엘라의 편의를 봐줄게. 그리고 가능하면 빨리 데뷔할 수 있게...”

“아이돌 데뷔 시키면 넌 죽어.”


최 사장의 말을 자르며 나인이 말했다.


“어?”

“보스는 엘라가 아이돌로 데뷔하는 걸 원치 않으신다. 눈에 띄면 정체가 들통날 수 있기 때문이지.”

“아...”

“그냥 연습생으로 두면 된다.”

“알았어.”

“그리고 이건 경고인데.”


나인은 품에서 권총을 꺼내 그대로 최 사장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댔다.


“만약 엘라에게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했다가는 죽는다. 너뿐만 아니라 관련된 자들은 모조리 내 손에 죽는다.”


권총이 가짜가 아니라는 직감한 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스폰이니 뭐니 그런 쓰레기 같은 것들이 엘라 근처에 얼씬거리면 가장 먼저 너부터 죽는다.”

“...”


순간 최 사장은 김재범 부사장이 떠올랐다.


김재범 그 인간이 지금 엘라에게 완전히 꽂혀있는데, 자칫 그 인간 때문에 자신이 죽을 수도 있게 생겼다.


“이해하지 못했나?”

“아니, 이해했어. 그런데 문제가 좀 있어.”

“문제?”

“그게...”


최 사장은 김재범 부사장에 대해 말했다.


김재범 때문에 죽을 수는 없었다.

차라리 킬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살 방법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최 사장으로부터 김재범 부사장의 이야기를 들은 나인은 총구를 거두었다.


“그 쓰레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벌써 엘라에게 찝쩍거리는 놈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아무래도 본보기로 그 쓰레기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

“문제 있나?”

“아, 아니.”


최 사장이 김 부사장에게 지킬 의리 같은 건 없었다.


“그럼 이해한 거로 알고. 아, 그리고 나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그렇게 할게.”


나인은 그대로 차 문을 열고 나갔다.


나인이 차에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하 2층 전등이 모두 꺼지면서 암흑으로 변했다. 몇 초 후 다시 불이 들어왔는데, 나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

엘라가 CCTV를 조작한 안전한 루트를 따라 나인은 여유롭게 호텔을 빠져나왔다.


“엘라.”


호텔을 빠져나오자마자 엘라에게 전화했다.


- 어.

“들었지?”

- 내가 암살 조직 보스의 숨겨둔 딸이라고?

“그거 말고. 너 찍었다는 쓰레기.”

- 응. 들었어.

“바로 처리할 거니깐 준비해둬.”

- 죽일 거야?

“아마도”


일단 어떤 인간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데, 최 사장의 말을 빌리자면 쓰레기 중에도 쓰레기라 죽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김재범을 처리해야 최 사장에게 확실한 경고가 될 거다,


- 내가 죽이면 안 돼?

“안돼.”

- 왜?

“죽이는 건 내 담당이야.”

- 칫. 알았어.




한편, 최호석 사장은 떨리는 다리를 손으로 잡았다.


그 옛날 S코드 킬러에 당한 트라우마가 나인 때문에 되살아나면서 떨림이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기절해 있던 비서가 어느새 깨어나 물었다.


“지금 당장 CCTV 확인해 봐.”

“네. 경찰에 연락은...”

“하지 마.”

“네?”


경찰에 신고하면 죽는다.


킬러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온 게 아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면 진짜로 죽을 수 있다.


“오늘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넌 여기 남아서 CCTV 확인하고 전화해.”

“네.”


기절했던 운전기사도 깨어났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기절한 게 아니라 마취를 당한 듯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최 사장이 직접 운전해 김 부사장과 만나기로 한 식당으로 향했다.




*

강남 고급 일식집.

김재범 부사장과 최호석 사장이 마주 앉자, 술잔을 주고받았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봤을 때 느낌이 팍 오더라고. 완전 내 이상형인 거야. 마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엘프처럼...”


김 부사장은 자신에 엘라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한마디로 엘라가 마음에 든다.

스폰서로 엮을 수 없으면 다른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해서 자신과 엘라를 엮어 달라.


만약 그렇게 해주면 삼화 그룹 회장인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그룹의 모든 광고를 밀어주겠다. 그룹 차원에서 별도로 투자도 해주겠다. 등등의 이야기를 쏟아 냈다.


최 사장은 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하며 호응해 주었는데, 김 부사장이 말한 광고와 투자가 헛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김재범이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광고와 투자를 받아내겠다고?


김재범은 가문에서 내 논 자식으로 통했다. 그런 김재범이 아버지에게 부탁해 광고와 투자를 받아 주겠다고? 지나가는 똥개가 웃을 일이었다.


그때 최 사장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비서였다.


“부 사장님 잠시만 실례 하겠습니다.”

“그래요. 일 봐요.”


룸을 나온 최 사장이 핸드폰을 받았다.


“어떻게 됐어?”

- 그게 호텔 CCTV를 모두 확인했는데...


비서의 말에 따르면 호텔 CCTV 어디에도 킬러의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지하 주차장뿐만 아니라 호텔 외부 CCTV에도 킬러의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비서의 말에 최 사장은 확신이 들었다.


최 사장이 알기로 유럽의 상위 코드 킬러들은 서포터 역할을 하는 서퍼와 함께 움직인다. 비서의 말이 사실이라면 호텔의 CCTV는 그 서퍼가 해킹했을 가능성이 컸다.


다시 룸으로 들어온 최 사장.

최 사장은 김재범 부사장에게 킬러와 관련된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킬러가 김재범 사장을 어떻게 할지 일단 지켜볼 생각이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최 사장은 김재범 부사장에게 지킬 의리 같은 건 없었다.

아니 지금은 떼고 싶은 혹과도 같았다.


“제가 엘라와 식사 자리 한번 마련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런 식사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그냥 김재범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면서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킬러가 어떻게 나올지를 보면서.




같은 시각.

동네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나인이 앉아있었다.


“태식아.”


파라솔 앞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섰는데, 나인의 빵셔틀 명우였다.


“어.”

“잠깐만.”


명우는 바로 편의점으로 들어가 빵하고 바나나 우유를 사가지고 나왔다.


이전 나인이 겁을 준 것 때문인지, 자신의 본분을 다시금 깨달은 것 같았다.


“바빠?”


빵을 뜯으며 나인이 물었다.


명우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요리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아니.”


재빨리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 나인 앞에 내려놓았다.


“너 김재범 부사장이라고 알아?”

“김재범? 혹시 그 S마트 미친개?”

“미친개?”

“어. 유명해.”

“뭐가?”

“나 아는 형님들이 유흥가 쪽에서 많이 일하거든.”


그놈의 아는 형님은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것 같았다.


“전에 그 형님들에게 들었는데, 김재범 그 새끼 완전 변태 새끼래. 게다가 자기 말 안 들으면 온갖 야비한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히는데, 그냥 인간 미친개래.”


나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 미친개 좀 알아봐?”

“아니야.”


굳이 정보까지 필요 없었다.


어떤 인간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아서 바로 처리할 생각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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