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맴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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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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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무아
작품등록일 :
2024.04.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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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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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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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맴도는_1

DUMMY

2029년 AOXX 바이러스가 최초 퍼진후 102년이 지난 붕괴된 세계 2131년



처음엔 지구가 만들어낸 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재앙인 줄 알았다. 2019년 11월부터 중국에서 최초 보고되고 퍼지기 시작해 전세계를 펜데믹 상황으로 몰고간 코로라로 예행연습을 마친 지구는 2029년에 본격적으로 인간 청소를 시작했다. AOXX(Always On XX)라고 명명된 알 수 없는 강력한 바이러스가 천천히 퍼져 나가면서 인간은 멸망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을 깨끗히 하려는 지구의 분노가 쏘아올린 작은 공인줄 알았던 진실이 사실은 인재로 인한 사고로 밝혀지자 인류는 큰 충격에 빠져 혼돈과 파멸의 시간 속에 마모되어 갔다.



유전자 드라이브. 자손 번식을 통해 세대를 거듭할수록 유전자 편집으로 끼워 넣은 유전자를 전체 집단으로 퍼뜨리는 기술을 말한다. 이 유전 공학 기술로 인간은 신의 경지로 올라가 자연을 마음대로 주무를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댓가는 참혹했다.



모기는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곤충이다. 지난 3분 동안 1,000명이말라리아에 감염 됐고 그중에 2명은 사망한다. 매년 72만 명이 모기 때문에 죽는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은 말라리아뿐만이 아니라 일본뇌염, 황열,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도 모기가 옮기는데 이 질병들은 인간에게 너무나도 위협적이기에 과학자들은 칼을 빼 들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그 자체를 지구에서 아예 멸종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계획은 바로 모기의 DNA를 조작하는 일이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유전자 정보를 마음대로 바꾸고, 복사하고 잘라낼 수 있는 이 기술에는 유전자 가위가 필요한데, 유전자 가위는 DNA를 잘라서 수술하는 도구이다. 영향을 주는 해당 DNA를 찾을 때까지 읽어 내려간 다음 잘라내고 새로운 DNA 정보를 삽입 적용해 모기 완전박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연구의 과정은 이렇다. A라는 암컷 모기를 잡아다가 DNA를 조작한다. 유전자가 조작된 A모기는 다른 야생의 수컷 모기를 만나서 짝짓기하고 암컷 모기는 알을 낳는다. 그런데 그 안에서 나오는 건 죄다 암컷 모기로 이미 그렇게 되도록 암컷 모기의 유전자를 바꿔버린 것이다. 알에서 나온 2세대 암컷 모기들한테도 전부 편집된 유전자가 들어가 있어 2세대 암컷 모기들이 야생의 수컷이랑 교미하면 또 그 알에선 암컷 모기만 나오게 된다. 이렇게 수컷 모기는 점점 줄어들면서 세대를 거듭할수록 모기의 개체수는 급감하고 결국에는 멸종을 맞이하게 된다. 유전자 드라이브가 무서운 점은 한번 유전자를 심으면 모기들끼리 스스로 복사되고 퍼져 나간다는 것인데 유전자 조작이 한 개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세대를 거듭할수록 해당 유전자가 주식의 복리 효과처럼 복붙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 모기 박멸 프로젝트가 시작된 2022년부터 유전자 드라이브 조작으로 모기는 단 7년 만에 멸종했다.



그러나 멸종되어 간 모기의 악의적인 저주인지 변이된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져나가 인류는 모기와 같은 처지에 빠졌다. 즉 XX 한 쌍의 염색체를 가진 여자만 태어나는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남자들은 점점 사라져 갔고 성비 불균형화로 번식을 해 나가지 못하는 인류는 결국 모기와 같은 신세에 빠져 치명타를 입었다.



인류는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전체 인구의 20퍼센트로 줄어 들었다. 나머지 19퍼센트는 모두 여자이고 1퍼센트는 남자들로 사실상 제대로 된 남자들은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되돌이킬 수 없는 죄업을 짊어지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생긴 인류는 초유의 사태에 도덕과 종교적 규제를 해제하고 복제인간 연구를 허가했지만, 복제인간으로 태어난 남자들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병약하고 폭력적이다. 더욱 문제는 20, 30년밖에 살지 못하는 짧은 수명과 바이러스를 이겨낼 씨앗도 생성하지 못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런 복제인간 비커로 대부분의 남자들이 대체 되어갔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유전자 드라이브와 과학기술의 배반에 여자만 태어나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대로 간다면 인류는 몇십 년 안에 멸종되어 땅속에 묻힌 공룡의 화석 옆에 나란히 누워 삶의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2131년 현재




칭기즈 칸, 알렉산더도 이루지 못했던 세계 통일을 2079년 여성들이 하나의 나라로 통일해 아마조네스국이라고 공표해 통치했다. 국가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 통합 정부 아마조네스는 복제인간 비커들을 대량생산 해 노예처럼 부렸고 집행관을 조직해 예쁘고 아름다운 여성들을 핍박하고 잡아들였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더니 근본적인 문제들을 야기시킨 주범으로 몰아세워 미인들을 마녀사냥했다. 정치적 노림수와 하나의 분풀이 대상으로 전락한 그녀들은 얼굴을 가려 숨어다니거나 몰골을 더럽혀 지저분하게 다녀야만 했다. 바야흐로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들이 하나의 미의 표준으로 각인되어 세상을 지배하고 호령하는 프레데터 시대를 맞이해 세상은 더 미쳐 돌아갔다.




과거 1997년 고등학교 졸업여행



1997년 2월 19일 너라벌 고등학교 고3 학생들이 강원도로 1박2일 졸업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다. 버스 안에서는 지루한 교통체증을 이겨내고자 흥이 많은 학생들이 통로를 차지해 노래를 부른다. 따라 부르고 있는 노래는 AOT라고 양아치 같은 놈들이 머리에 색깔 놀이며 무스를 힘껏 발라 요상한 모습으로 TV에 자주 나온다. 이상한 춤과 노래로 최근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 갈런지 그들의 음악 세계를 도통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시끄러울 뿐 3학년 7반 담임선생님은 언제 끊을지 마음속으로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거북이처럼 움직이는 버스 안에 갇혀 있자니 지루하기도 하고 잠도 오지 않아 아이들에게 장기 자랑을 제안했는데··· 괜히 시켜서 머리만 아프다. 이놈들의 조악한 곡 선정과 에너지를 약 본 게 실수였다.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고 체증이 풀리자, 버스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헤드라이트를 킨 버스는 눈을 부릅뜬 안하무인처럼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이때다 싶은 3학년 7반 담임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위험하니까 이제 그만하고 자리에 앉아! 어서 안전벨트 매고 얌전히 얌전히 있어. 서울에 도착 할 때까지 잠이라도 푹···.”


이때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차체가 요동치면서 크게 흔들렸다. 브레이크 밟는 소리와 아이들의 비명이 칵테일처럼 섞이는가 싶더니 풍경이 뒤집히며 세상이 빙빙 돌았다. 버스는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산비탈 아래로 추락해 전복했다. 사냥당한 짐승처럼 배를 뒤집고 누워있는 버스의 뒷바퀴만이 눈치 없이 헛돌고 있었다.





8시 뉴스 오늘 긴급 속보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오후 6시 20분쯤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버스가 뒷바퀴 타이어가 터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수십 미터 산비탈 아래로 추락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학생들을 구출해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경찰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다행히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하지만 뒷좌석에 앉아있던 아이 세 명과 선생님이 중상을 입어 의식을 차리지 못한 채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경미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병원 측은 며칠 동안 지켜 봐야 한다며 신중한 의견입니다. 이번 사고는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한 경찰은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한 버스회사와 운전기사를 상대로 사고 경위를 신중히 조사 중에 있습니다. 학생들 모두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좀 더 자세한 피해 상황은 조사 후 다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HK 텔레콤 김탁수 회장은 길게 이어진 복도 끝에 다다랐다. 비서가 미닫이문을 열어주자, 회장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방 안에는 진수성찬으로 이루어진 식탁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주위에는 정장을 입은 노년과 중년의 사내들이 앉아 있었다. 40대 중반의 젊은 회장이 들어서자 일제히 일어나 맞이했다. 회장은 아랫사람을 대하듯 목례만 하고는 상석에 앉았다. 대부분 60대와 50대로 이루어진 20명의 사람이 김 회장을 바라보며 한마디 말씀을 기다렸다.


“우리가 남입니까. 바쁘신 와중일수록 식사를 챙겨 먹어야 힘이 나죠. 그래서 친목도 다지고 보양식도 챙겨드리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어요. 자 한잔합시다. 우리가 남입니까!”

“우리가 남입니까!!!”

자리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이 술잔을 들어 올려 외쳤다. 그리고 술판이 이어졌다.


회장은 알아서 따라주는 술을 연거푸 들이마시고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속알머리 없는 60대 남자가 재빨리 라이터를 꺼내 붙여 주었다.

“후우우우우우··· 역시 술에는 담배가 최고지··· 쓰으읍 후우우우우우.”

담배 연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60대 남자는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회장님 염치 불고 하지만··· 돈 좀 빌려 줄 수 있겠습니까?”

“얼마나?”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회장의 반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히려 주인의 간식을 기대하는 개의 모습이다.

“한 50억 정도···.”

“껌값이구먼. 알았어. 자세한 건 최 비서를 통해서 해결하고, 이번에 상정된 법안만 제대로 통과시켜. 오케 박의원”

“걱정 마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고 밀어붙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국회의원 박번호는 한잔 따라 주겠다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아, 됐고.”

김 회장은 갑자기 식탁 위로 올라갔다. 양복 상의를 벗어 던지고 넥타이를 풀어 제친 그가 할말이 있다며 소리쳤다. 20명의 국회의원은 취기가 올라 벌게진 그의 얼굴에 주목했다.

“내가 말이야. 요번에 건강을 위해서 유도를 배우고 있단 말이야. 하루라도 어깨를 쓰지 않으면녹이 스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 그래서 말인데 힘들게 배운 기술 나만 알고 있기에도 그렇고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스파링 상대가 돼주었으면 해. 우리가 남인가!”

그의 황당한 소리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한 채 멍때리다 어떤 한의원이 추켜세우며 나섰다.

“대단하십니다! 항상 배움에 정진하시는 모습이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이 말에 모두가 화기애애 웃어대었다.

“여기 식탁 좀 치워봐.”


금세 치워진 공간에 국회의원 20명이 일렬로 줄을 섰다. 김 회장은 한 명씩 엎어치기를 시전했다. 첫 빳다로 돈을 빌린 60대 박번호 의원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지축이 뒤바뀌고 등과 허리에 충격이 가해졌다. 쿵! 바닥에패대기쳐진 의원이 신음을 토해냈다.

“윽··· 하하하하하··· 훌륭하십니다.”

“다음.”

50대 의원의 몸이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바닥에 꽂혔다.

쿵! 하하하하하!

양복 깃을 잡힌 국회의원들이 한 명씩 바닥에 뒹굴다 일어났다.

쿵! 하하하하하!

쿵! 하하하하하!

쿵! 하하하하하!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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