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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무아
그림/삽화
예무아
작품등록일 :
2024.04.16 13:29
최근연재일 :
2024.05.01 12:49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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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21

작성
24.04.2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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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벌레

DUMMY


똘기인지 자존심인지 모르겠지만 난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한다. 뭐 누구나 그렇긴 하지만.... 근데 겁이 많다. 그래서 항상 곤란한 상황이 많이 생긴다. 자존심을 숙이면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어서 죽어도 그렇게 하기 싫다. 그래서 그것을 보여 주거나 증명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남들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그래서 부작용이 많다. 버벅거리기도 하고 행동이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심지어 이상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장점은 실패하거나 죽이 되도록 맞아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나의 유일한 장점이다. 그렇기에 결심했다.


현상금 포스터를 밟고서 벽을 기어오른다. 이 도둑 벌레는 며칠간 한자리에 키우면 그 장소를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귀소본능이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은 내가 더 뛰어나다. 구태여 이 벌레를 의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벌레는 부끄러움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몇 미터 이내 사람의 존재를 기막히게 알아차려서 사람을 피해 도망칠 수 있는 최단의 루트를 나에게 제공할 것이다. 어두울수록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물론 실패할 확률도 존재하지만, 여태 애먹이지 않고 쏠쏠히 잘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날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끼어들었다.


남주가 원하는 물건을 얻었을 때 사전 조사와 달리 귀한 물건이라 도난 장치가 붙어있었다. 도난 경보가 울리자 남그는 당황했다. 얻은 물건을 품 안에 넣고는 반대편 품 안주머니에서 도둑벌레를 풀어 놓았다.

“시큐리티를 피해서 도망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줘!”

도둑벌레는 공중에 뜨더니 삐~~ 소리를 내고는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 도둑벌레는 이런 비상 상태에 맞추어프로그램했기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탈출 마지막 순간에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고양이의 호기심이 나의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지막 담벼락만 넘어가면 성공이다. 고양이 친구도 도둑벌레를 잡을 마지막 기회다. 담벼락 위에서 점프를 하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근원적 위치에서 마주친 것이다. 그 자리에는 오해와 놀라움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느새 고양이는 놀라서 저 멀리 도망치고 있었고 나는 바닥에 떨어져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물건 위에 뒹굴고는 누군가와 부딪쳤다.



“아니 누가 내 얼굴을 이렇게 밟아놨어~!”

"야 이 멍청아.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목소리 낮춰 누가 들어서 들키면 어쩌려고, 죽고 싶어서 그래, 어서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단 말이야."

"그래도 그렇지... 현상금 수배자에게 인권이 있고 초상권이라는 있단 말이야."

" 왜 그걸 인정하는 거야? 우리도 모르게 현상수배범이 되어 있는 줄 어떻게 알았겠어! 더군다나 xx로 수배가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란 말이야. 도둑질이면 몰라도, 더군다나 우리는 이나라 사람도 아니라서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도 잡히면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해."

결사대 2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둘 다 조용히 안 해! 잡히면 먼저 너희 둘 먼저 죽이고 잡히겠어."

그녀가 노려보았다. 결사대 12는 대장의 말에 대꾸를 못 하고 땅만 쳐다보았다.

"저쪽 담벼락을 돌아가 골목으로 돌아가면 밥을 먹을 수 있을 거야. 좀만 가면 범죄자 거리가 있어서 그나마 행동이 자유로울 수 있어. 그러니 잡말 말고 조용히 따라오기나 해."

가려진 얼굴을 더욱 가린 채 발길을 돌렸다. 결사대2는 한숨을 쉬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담벼락 너머로 좀 커다란 벌레가 날아와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뭔가 이상하게 생기기도 하고 화풀이라도 할 겸 가까이 다가왔을 때 냅다 후려쳤다. 하지만 예상이라도 한 듯 가볍게 회피했다. 이때 큰 충격에 몸이 무너졌다.



“아이고 어떤 새끼야?”

뒷목을 부여잡은 그가 일어나면서 남주에게 소리쳤다. 남주는 코피가 흐르는 코를 붙잡고는

”죄송합니다. 근데 나중에 사과드릴게요···. 지금 제가 급해서... “

"뭐라고? 이 자식이 언제 볼 줄 알고 지금 사과해도...”

그때 갑자기 하얀 연기가 눈 앞을 가렸다. 얼핏 검은 그림자가 보였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눈이 쓰라리고 콧물이 흘러 나왔다. 고통 때문에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어느새 경비병이 나를 붙잡고는 발로 걷어찬다.



“아이고 눈이야...”

“멍청한 놈이 지금 잡히려고 환장했어! 거기서 싸우고 있으면 어떻게 해. 대장님이 최루탄을 던져서 위기를 모면했기에 다행이지···. 어이구!"

“신기한 벌레를 보았단 말이야. 기계로 만들어진 벌레였어.”

결사대2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호기심에 잡으려고 했는데 저놈이 갑자기 위에서 떨어져서 부딪힌 거야.”

”알았어, 어서 여기를 벗어나자”

”저놈 경비병한테 잡힌 것 같은데. 좀도둑이었나 봐.”

골목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고는 결사대1이 말했다.

”뭐라고? 내가 그럼 도둑을 잡은 거네. 역시 정의는 나의 편이군 하하하.”

그때 둘의 등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어두움 속에서 이글거리는 눈빛이 한마디라도 더하면 혀를 뽑아버리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경비병 둘이 달려들었다. 나는 쨈 싸게 뒹굴어 피하고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은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음과 기세는 언제든 나를 앞설 기세였다. 나는 파츠0583를 부여안고 어떻게 해서든 경비병을 떨꿔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자석처럼 점점 가까워졌다. 거기 안 서 잡히면 죽는다! 시발 너 같으면서겠냐? 속으로 외쳤다. 숨이 헐떡거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점점 심장은 터질 듯이 빨라지더니 고장 나버릴 것 같았다. 불과 50미터도 뛰지 않았는데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았다. 헉헉거리는 숨소리는 이제 누구에게나 들릴 것처럼 엄청난 소리로 자명종이 울리듯이 큰소리를 내고 있었다. 갑자기 중력이 몇 배가 되어 몸을 짓누르고 침이 흘러내린다. 죽을 것 같았다. 그때 경비병이 잡아서 쓰러뜨리고는 무지막지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예감이 좋지 않다. 계단을 올라가서 빛과 함성이 들어오는 철창문으로 나가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없다. 등 뒤에는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기만을 기다리는 경비병이 창끝을 겨누고 있었다. 계단을오르자, 경비병이 수갑을 풀어주었다. 그리곤 보릿자루 던지듯 철창을 열고는 밀어버렸다. 여기가 어딘지, 집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변호사를 불러달라는 말을 수십번 경비병에게 건넸지만 자신의 입냄새가 들킬까 봐 꾹꾹히 입을 다물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30~40명 정도의 사람들이 저마다 무기를 하나씩 들고 불안하게 서있었다. 몇몇 사람은 이 상황을 즐기듯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는 것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거들먹거리고 있거나 아우성치는 관람객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여기로 들어와! 작살내줄 테니까! 목을 잘라서 네놈의 똥구멍에 넣어주지!”

몇몇 관중은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며

“마음껏 지껄여라! 네놈의 입이 붙어있는 것도 오늘뿐이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돌과 쓰레기를 집어서 던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다시 던져주며 신나게 욕을 해주자, 옆에 있던 관중들도 같이 던지기 시작했다. 콜로세움은 더욱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경비병이 나팔을 불러제끼자, 관중들과 들과 죄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위쪽 단상으로 쏠리었다. 수문장이 단상으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멀리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깡마른 체구에 법관처럼 옷을 입었고 기다란 흰 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잠깐 어깨를 움츠리고는 저음의 목소리로 근엄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우리 국가의 법과 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안녕과 삶의 질을 높위기위해 우리의 생활에 위협이 되는 존재들을 엄벌에 처하는 날입니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상당히 지루한 연설을 1분간 이어가더니 여왕 폐하를 소개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단 뒤에는 황금색 문장들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빨간 색 커튼이 쳐져 있었다. 여왕 폐하 만세, 만세, 만세라는 함성이 세 번 들리자, 빨간색 커튼이 천천히 열리고 검은 롱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황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자태는 멀리서 보아도 당장에 알아볼 수 있다. 아니 뒤돌아 서있어도 느낄 수가 있다. 목숨을 바꾸어도 아깝지 않은 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미모 뒤에는 차가움이 숨겨져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짧은 미소를 지으며 대중에게 하얀 손을 흔드는 그 모습에 몸이 갑자기 추워졌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 생각도 잠시 후 사라졌다. 공주는 단상에 올라와 말했다. 오늘 여기에서 살아남는 자는 그 강함을 인정하여 나의 호위무사로 삼을 것이며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지게 된다. 부디 그 강함을 발휘하여 살아남길 바란다. 악으로 무너진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잡길 바란다.


난 어리둥절했다. 무슨 이야기란 말인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살아남으란 말인데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고 한 명만 살아남으라는 얘기인가? 아니 억울했다. 내가 왜 이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목숨을 거는 콜로세움에 서있어야 하는가. 용기를 내어 항의하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이상한 신음만 새어 나왔다. 어차피 멀어서 들리지도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서 얘기하고 싶어도 어느새 무기를 잡은 놈들이 자세를 취해 노려보고 있었다.


이때 드르륵드르륵 쇠사슬과 나무가 부딪히면서 들려오는 신경질적인 소음과 함께 커다란 문이 열리고 있었다. 지옥의 문이 열리듯이 문이 부풀어 오르더니 굉음과 함께 폭발해 버렸다. 커더란 먼지 사이로 몬스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살갗을 갈라놓는 듯한. 포효를 한번 하더니 불행하게도 나한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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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 벌레 24.04.26 12 0 10쪽
14 마법 손 그냥 손 24.04.25 9 0 12쪽
13 옷 수집광 24.04.24 7 0 11쪽
12 여행의 시작 24.04.24 8 0 12쪽
11 부글보글 24.04.24 6 0 13쪽
10 레코드 도시 24.04.23 11 0 12쪽
9 손끝에서 맴도는 24.04.22 14 0 15쪽
8 미래에서 온 세얼간이 24.04.21 11 0 14쪽
7 세계관 상상력 사전 24.04.21 19 0 14쪽
6 손끝에서 맴도는 24.04.20 13 0 12쪽
5 손끝에서 맴도는 24.04.19 16 0 12쪽
4 손끝에서 맴도는 24.04.18 15 0 12쪽
3 파편_1 24.04.17 18 0 12쪽
2 손끝에서 맴도는_seduction 24.04.17 22 0 13쪽
1 손끝에서 맴도는_1 24.04.16 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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