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맴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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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무아
그림/삽화
예무아
작품등록일 :
2024.04.16 13:29
최근연재일 :
2024.05.0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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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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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맴도는

DUMMY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눈에 띄었다. 흰색 블라우스에 네이비 색깔의 써클 스커트를 입고 있어서 발랄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봄이라 그런지 계절과 잘어울려 눈길을 끌었다. 아이보리 색깔의 토트백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제비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그렇게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미모에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예쁘면 말을 걸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왠지 나의 역량으로 감당이 될 것 같았다. 급히 몸을 돌려 그녀를 뒤따라갔다. 어떻게 말을 걸지 계속 섀도우 복싱하듯이 머리를 굴렸다.

생각보다 발걸음이 빨라 좀 더 서둘러야 했다. 마음이 동할 때 빨리 말을 걸어야지 조금 더 망설이면 자신감 결여와 더불어 합리화를 시전하기에 나한테 도망칠 구석을 내주면 안 된다. 그렇기에 속전속결로 말을 걸어야 한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는 순발력으로 대처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자신감을 충전하고 전쟁에 나가는 전사처럼 긴장감 백배에 주변의 시야가 좁아지고 그녀의 모습만 보인다. 그녀의 발걸음에 맞추어 어깨가 나란히 되었을 때 용기를 내어 말을 건다.


"저기 잠시만요···"


그녀가 살짝 긴장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싸늘하다. 그녀의 눈빛이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힌다. 병아리 감별사처럼 나를 흩어보는 눈빛은 벌써 판단을 내린것 같았다. 비명을 뱉어내듯 쥐어 짜내 다음 말을 이어간다. 수도 없이 반복해 왔기에 대사를 외우듯이 말을 이어갔다.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진실이다.

"저 이상한 사람아니구요 도를 알지도 못해요. 근데 너무 모델 같으셔서 지나가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용기 내 말을 걸었어요. 목소리라도 한번 듣고 싶어서 실례인 줄 알면서도 후회될 것 같아 용기 냈습니다."


목소리가 떨려 나온다. 손끝은 알코올 중독자처럼 하염없이 떨려와 주먹을 쥐었다.


"아... 네···"


그녀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제길!

"그냥 이것도 인연인데 동네 아는 오빠처럼 편하게 지내면 어떨까요? 그래서 연락처 좀 알 수 없을까요?"

이 말에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아, 시간 되실 때 커피라도 한잔하면서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인데 제가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고. 시간 괜찮으시면 지금 커피 아니면 식사라도 하시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갈등하는 모습에 힘주어 말했다.


"그럼 식사 괜찮으세요?"


뭐지 갑자기 훅 들어오니까 당황스러운데··· 뭐 나야 땡큐지

저곳에 돈부리 잘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 가실래요?


"아 네 좋아요."


앗싸 만난 지 처음인 여자와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떨리는 걸, 매뉴얼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인연을 잘 만들어 보자고.


"근데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아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방금 3년 사귄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


뭐야 이 뜬금없는 상황은


"아··· 그렇군요. 마음이 아주 아프시겠어요···."


젠장 뭐라고 해야 하지 어디선가 가만히 있는 게 어떨 때는 큰 위로가 된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 그런 건가, 음 어쩌면 큰 기회가 온 것일 수도 있어 잘 위로해서 내 품 안에 둥지를 틀게 만들어야지 근데 이 어색한 분위기는 어떻게 할 거야.


밥을 먹으면서 위로를 해주었다.


"연락처 좀 알 수 없을까요?"

헤어질 때 불어보았다.


"네 010···"


그녀가 갈 때 말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덕분에 속 시원히 얘기해서 위로도 되었어요. 그래서 저 결심했어요. 남자 친구랑 다시 잘해보기로."


니미 쓰벌


밥은 얻어서 다 쳐먹고 목구멍으로 그런 얘기가 나와! 헤어질때 되니까 제대로 손절치는 구만, 이거 제대로 낚였네


"아···. 그래···. 잘해봐."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등신아!

"네, 고마워요."

그녀는 인사를 하고는 전화기를 붙들고는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혼까지 빠져나간 듯한 기분에 주박령처럼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 내 돈 3만 원."


식사, 돈부츠 헤어짐헤어짐. 밥만 사주고 얻는 것 없음







구름에가려진 달빛 초콜릿의 맛은?

초록소리가 내는 향기는?

태양빛에 익은 바람맛이 나는 사탕은?

고양이 울음맛이 나는 케이크는?

꿈속에 찾아온 첫사랑 살내음은?

비가 올것같은 여인의 몸짓은?

담배맛이 날것같은 하늘

커피잔을 채우는 아메리카노의 눈물은 무슨맛일까?

하얀 진눈깨비 치마에 가려진 밭빙수

핑크빛 소녀의 빰이 그리는 노래는?

푸른빛 장미맛을 내는 빗소리를 아시나요?

달에 머리를 부딪쳐 넘어진 소년의 꿈은 무엇인가?

피아노를 먹은 하마는 다이어트에 성공할것인가?

근심어린 달빛에 설득당한 처녀의 머릿결

상상력을 가져보기위해서 연습하고 있었어요.



글에 힘을 주는 것은 각자 개성 있는 인물과 인물들의 대립이다.



아티스트처럼 훔쳐라


무한한 가능성만큼 사람을 힘 빠지게 하는 것도 없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공포스럽다.

크리에이티브가 꽉 막혀버린 상태를 극복하는 방법은 스스로 선을 긋는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크리에이티브한 일에 있어서 ‘제한’은 ‘자유’를 의미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존재한다'는 이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육신, 짧은 호흡 그리고 주도하는 마음이다".


이 세 가지가 인간을 구성하는 세 요소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인간으로서 삶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궁리했던 로마의 황제였다. 그는 이미 자신을 1인칭이자 3인칭으로 해석하였다. 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자신의 구성 요소를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육체를 지닌 존재, 짧은 호흡, 앞의 둘울 지배하는 영혼인 헤게모니콘


"당신이 지금 죽는다고 생각해 보라. 육체는 피, 뼈, 신경들의 연락망, 동맥, 정맥이다. 짧은 호흡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람이다, 고르지 못하고 항상 들락거린다. 이제 세 번째가 남았다. 바로 '주도(主導)하는 마음' 이다."


그리스 철학에서는 인간을 육체(사르키아 혹은 소마), 정신(프쉬케) 그리고 영혼(푸뉴마)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특히 영혼으로 알려진 푸뉴마의 원래 의미는 호흡으로 생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신적인 기운이다. 『신약성서』에서는 이 단어를 성령으로 해석하였다. 이와 달리 아우렐리우스는 인간구성에서 육체를 그대로 사용하고, 정신과 영혼을 하나로 묶어 '짧은 호흡(프뉴마티콘)'으로 합쳤다. 그런 후, 인간의 육체와 정신-영혼을 지배하는 새로운 마음을 '헤게모니콘'이란 이름으로 설명하였다.


헤게모니콘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 이 단어의 어원적인 의미는 '명령하고 주도하기에 알맞은'이란 뜻으로 소크라테스의 용어였다. 이 말은 군사용어이기도 했다. 이 말은 군대 사령관처럼,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는 원칙이다. 헤게모니콘은 영혼의 일부로 오감의 지배를 받는 육체를 지배하는 인간만의 특별한 정신이다. 헤게모니콘은 자신의 몸과 정신 활동을 조정하는 중앙제어장치이다. 만일 주도심이 없다면, 인간은 육체를 자극하는 쾌락의 부하가 되고, 쾌락이 점점 커져 정신을 지배하여 이기심의 노예가 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입은 말하기 전에 다물어야 하고, 눈은 보기 전에 감아야 한다. 말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눈을 뜬다고 본다면, 들려온다고 듣는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마음 속에 높다란 성벽인 내성(內城)을 건설하여, 성벽 위에서 자신을 항상 지켜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모니터하는 주인을 그리스어로 헤게모니콘이라 불렀다. 그러니까 이 말은 나의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사령관이란 말이다. 그는 그것을 무절제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습관을 장악하는 마음으로, '지배적인 이성'이라고도 불렀다. 그는 헤게모니콘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마음을 정의한다. 그 마음이 나를 인도하고 검토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이 읽은 책들을 뛰어 넘어, 자신의 삶의 원칙을 헤게모니콘, 즉 주도심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스토아철학자들은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발견하고 그것에 복종한다. 예를 들어 노예였다가 철학자가 된 에픽테토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프로아이레시스'라 불렀다. 번역하자면, '의도적인 선택'이다.


아우렐리우스는 훌륭한 철학자나 그가 남긴 저서를 따라하기 보다, 자신이 자신의 마음 스스로 삶을 주도할 수 있는지 살피라고 충고한다. 그에겐 자신이 흠모하는 '그 자신'이 있다. 나는 어떤 가? 내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자발성으로 사는 일이다. 그래야 즐겁고 행복하다. 즐거움이란 내 마음이 공감을 경험한 후에 밑바닥에서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의 공간 안에서 일으키는 진동이다.


독서를 통해서 지향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 즐거움을 거쳐서 자기가 재발견되고, 재발견된 자기가 쓰기로 확장 할 때 더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러면서 자기는 더 확장된다. 자기 스스로 운동, 즉 움직임을 화복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스스로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자기가 살아있으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게 죽음이 아니라, '살아 있음'일 것 같다.


항상 나에게 위안을 주는 아우렐리우스 형님의 말을 되새겨 본다.



"조금 건강한 변화를 주기 위해 파프리카와 얇게 썬 오이를 추가했어요.자, 이 모서리에 와사비를 좀 올려 봅시다. 건배, 사랑해요. 와! 두부면이 너무 맛있어. 차가운 소바면은 여름날에 최고예요."

그녀는 저녁에 소바면을 요리해 먹었다. 남편은 메밀면을 골랐고, 같이 메밀면과 두부면을 혼합해서 먹었다···.정말 맛있는 음식과 근사한 저녁 식사에 둘의 사랑은 깊어졌다.



"우리는 명태, 고수 샐러드와 로메인 상추와 들깻잎, 옆에는 오이와 크림 파프리카도 있어요. 어머님이 카메라에 나오기를 원치 않으셔서 아쉬워요."


함께 처음 한 입을 먹어보겠어요. 알겠습니다. 삼종에 약간의 소스를 넣어 봅시다. 쌀을 조금 넣고, 약간의 돼지고기를 넣고, 들깨 샐러드를 올릴게요. 이게 층층이에요."


"어머님은 훌륭한 한국 요리로 저를 가끔 놀라게 해요. 그녀가 저녁 식사에 미역국을 준비했어요. 새우만두와 양념 오이도 있어요. 정말 기대돼요. 음 너무 맛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기를 낳고 나서 몇 달 동안 매일 이것을 먹었을 때가 있었어요. 어머님의 요리 솜씨에 정말 맛있어서 아직도 질리지 않아요."


"아침에는 아침 식사를 하고 싶어서 톡톡 레시피를 시도해 보았어요. 이건 하트 모양의 햄 조각과 파프리카 조각을 갖춘 롤 오믈렛이에요. 정말 맛있어요. 점심때는 정말 빨리, 쉽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원해서 피타 빵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아보카도, 상추, 빨간 양파, 토마토, 치즈와 이 멋진 소스를 넣어야 해요. 이게 하바네로 맛이라 매콤하게 느껴져서 정말 좋아하는 레시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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