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NAITE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8,577
추천수 :
182
글자수 :
734,804

작성
24.05.12 08:40
조회
357
추천
10
글자
17쪽

사랑과 희생이 머무는 곳

DUMMY

한식이 잠시 시간을 주며 기다린다. 아무도 없자.


“그럼, 모두 찬성하는 것으로 하고 내가 프로이몬에게 연락해서 배 인도 절차를 밟을게요.”


모두들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지는 순간인 것이다.


그동안 보물찾기를 위해 대양을 나가려고 해도 배가 작아 나가지 못했다. 다른 경쟁자들의 배가 너무 빨라 따라가지 못해 중도 포기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젠 오아시스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 것이다.


* * *


탐사 마지막 날. 아론이 고도 2,500m 상공의 짙은 어둠을 뚫고 강력한 4개의 프로펠러를 회전하며 전진한다.


아론이 떠 있는 상공 아래 까마득히 점 세 개가 북극성을 바라보며 북쪽으로 진행하고 있고,

실시간으로 아론의 레이더에 잡힌다. 스콜라 지대는 동쪽이다.


세 척의 배는 보물 지도의 해석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성공했으면 동쪽을 향해 항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때, 선두를 달리던 중형 범선이 갑자기 동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아론 레이더에 잡힌다.


아론은 이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이 정보를 알리기 위해 본대에 언제 합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지금 상황을 현재 위치에서 본대에 알렸다가는 추적 중인 3척의 적들한테 아론이 노출될 것이 뻔하다.


뒤따르는 대형 범선 2척은 중형 범선이 방향을 틀어도 뒤따르지 않고 있다.


아론은 지금 본진으로 가야 한다고 결심한다. 본진으로 가서 중형 범선이 동쪽으로 방향을 튼 것을 알려야 한다.


아론은 곧장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터보 기능을 가동한다. 최고 속도로 날아가기 위해서이다.


*


모두가 잠든 늦은 새벽 시간이지만, 레드캣호는 비상이 걸렸다. 오아시스호의 출항이 레이더에 체크돼 추적을 해야 하는데 닻이 선상 위로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2명이 오른쪽 선박 윈드라스를 살피고 있다. 두 개의 닻 중에서 오른쪽만 내린 상태다.


오아시스호는 벌써 출발한 지 40분이 지났다. 아무리 해도 닻이 올라오지 않는다.


닻을 절단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회의를 한다.


이때, 다섯 명이 선실에서 잠수복을 입고 올라온다. 닻이 박혀 있는 바닥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다섯 명이 대형 랜턴과 산소통을 메고 레드캣호에서 수면으로 내려간다.


선실에서는 고성이 들린다. 직원들이 기훈으로부터 잔소리를 듣고 있는 듯 보인다.


잠시 후, 잠수한 다섯 명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본부장에게 보고한다.


“누군가 우리 닻을 사방에 쇠사슬로 엮어 빠지지 않게 고정해 놨습니다.

수중 산소 절단기로 잘라야 하는데 지금 그 작업을 할 사람과 장비가 없습니다.

그리고, 쇠사슬이 두꺼워 체인 브레이커로 절단할 수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선상에서 선박 윈드라스를 분해하면서 닻을 분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기 4명 이리 와서 오른쪽 윈드라스에서 체인 좀 분리해봐. 어서.”


“예.”


이때, 선실에서 기훈이 올라온다.


“상황이 어떤가? 해결되는 데 오래 걸리나?”


“네, 30~40분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오아시스호 추적은 물 건너간 건가?”


“닻을 빨리 끊고 추적해서 따라잡아야죠. 상황이 안 좋습니다.”


“너희들, 침입자가 닻을 묶고 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근무자는 레이더도 안 봐?


이번 대회 마치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거야. 빨리하고 출발해!”


“네. 대표님.”


*


한편 오아시스호 선수에 앉아 있던 로이드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며 선실로 내려간다.


“회장님, 아론 연락 왔습니다. 조금 전, 중형 배 한 척이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아론은 지금 본진으로 오고 있답니다.

약 30분 정도 소요된답니다.”


모두 아론이 연락이 없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고, 특히 로이드는 유진의 위로에도 아론이 걱정돼 어찌할 줄을 몰랐다.


7년 전 아론이 파괴될 때, 아론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것도 늘 마음에 걸려 했다.


도신이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유진도 밝은 얼굴로 대답한다.


“아~. 다행이다. 정말 걱정 많이 했는데, 아론 고생이 많았어. 어서 오라고 해.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줘.”


“네, 마담.”


“그리고, 중형 배 한 척이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은 지도해석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어. 우리도 그 중형 배를 따라잡기 위해 좀 더 속력을 내야 할 것 같아.”


이때, 달마가 석호를 보며 말한다.


“차팀장, 우리 배 속력을 더 내야겠는데? 지금 몇 km/h지?”


“지금, 10노트(knots)입니다. 약 18km/h죠.”


“로이드, 아론한테 아까 동쪽으로 방향을 튼 중형 범선의 속도가 얼마였는지 물어봐 줘.”


“네, 물어보니까 16노트라고 합니다. 약 30km/h입니다.

그리고 뒤따르는 두 대의 초대형 범선은 중형 범선이 북쪽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도 큰 변동 없이 북쪽을 향했답니다.”


“마담, 우리가 먼저 스콜라 지대에 가려면 속도를 더 내야겠는데?”


“네. 회장님, 우리 배의 속도를 더 내죠.”


“그게 뭐 내 마음대로 되나? 바람은 내 맘대로 할 수 없지.

연구 좀 해보자고.

로이드, 아론한테 SAR로 스콜라 지대를 지나가는 해류를 전부 찾아달라고 부탁해줘.”


“네.”


“우리도 배 밑에 있는 ADCP로 조사하고 아론의 SAR 데이터를 병합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보자고.”


“아론한테 연락이 왔는데 SAR 자료로 파악하는 4가지 해류 데이터를 보낸답니다. 그중에서 오아시스호의 ADCP 데이터와 병합해 판단하시라고 합니다.”


“차팀장, 우리 ADCP 데이터 빨리 뽑고 아론이 보낸 SAR 자료와 풍량을 적용해 항로를 결정합시다.”


아론의 SAR은 합성개구레이더 방식으로 해류 등을 주·야간 상관없이 관측할 수 있다.


오아시스호의 ADCP는 음파 도플러 계속계로 초음파를 이용해 유속 등을 관측하는 장비이다.


“네.”


석호는 로이드와 선실에 있는 관측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석호와 로이드가 나오며 회장에게 보고한다. 석호가 밝은 표정으로 보고한다.


“아론이 보낸 4개의 SAR 자료 중에서 두 번째 해류가 지금 불고 있는 바람 세기와 방향을 고려해서 우리 관측실 ADCP 자료와 병합해 가장 빠른 루트로 나옵니다.

예상 속도는 25노트로 약 46km/h가 나옵니다.”


“우리가 중형 범선보다 16km/h가 더 빠르네!”


“네, 지금 항로를 아론이 보낸 4개의 데이터에서 두 번째 해류로 변경하겠습니다.

변경 항로로 진입하는데 약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그래. 아론 도착 시각 좀 알아봐 줘.”


“네. 10분 후 도착합니다.”


“그래.”


도신은 대학교 때 요트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했으며 배와 관련 장비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


선실에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 도신의 해박한 해양 지식에 만족스러워했으며, 서로 얼굴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중요한 순간에 도신의 회장다운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유진도 도신에게 커피를 타주며 입이 찢어지도록 환하게 웃는다.


도신은 다들 왜 그러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 콧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모두 곧 도착하게 될 아론 생각에 마음이 들떠있다.


*


드디어 레드캣호의 선원 네 명이 오른쪽 윈드라스에 연결된 닻을 분리했다.


순식간에 굵은 체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본부장님, 닻을 분리했습니다. 출항하셔도 됩니다.”


“알았다. 각 팀의 팀장들은 빨리 나와서 돛을 펴고 출항 준비를 해라.


1km 근해까지 선내모터로 전속력 돌진이다. 자! 동쪽으로 항로를 잡아라!”


수십 개의 돛이 사방에서 펼쳐지고 초대형 범선 레드캣호는 시계방향으로 강하게 회전하며 동쪽으로 항로를 고정한다.


돛들의 웅장한 진동이 선상 곳곳에 퍼진다.


레드캣호는 크게 뒤처졌지만, 오아시스호를 잡으러 맹렬하게 발진한다.


기훈은 레드캣호가 위기를 벗어나 출항하는 모습을 보자 불현듯 7년 전 어느 포차 골목길에서 폭행당해 병상에 누워있던 일이 생각났다.


6개월간 온몸에 붕대를 감고 눈만 내놓은 채 꼼짝도 못 했다.

곧 결혼인데 내가 모든 것을 다 망쳐놨어.


아버지께서도 식물인간 상태로 저렇게 누워계시는데 나마저 누워있으니 회사 꼴이 말이 아닐 것이다.


화가 난 약혼녀는 과일바구니만 달랑 두고 사라졌다. 내 말은 귀담아듣지도 않는 눈치였지.


그때, 두개골과 광대뼈를 비롯해 몸 전체 100여 군데의 골절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하늘이 도운 거야. 반드시 명예회복을 통해 옛날의 나로 돌아와야 해. 그래야 회사도 약혼녀도 아버지도 다시 얻을 수 있어.


*


달리는 오아시스호의 회원 모두 살롱 테이블에 둘러앉아 커피 한 잔씩 타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선상에 있던 로이드도 내려왔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오아시스의 분위기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행복하고 평화롭다.


다른 동호회들도 이럴까?

이곳에서의 서로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이다.


힘들 때 연락하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와 주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이런 행복을 가질 자격이 있을까?


잠시 후, 로이드가 달마한테 평소 궁금해했던 것을 물어본다.


“스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래, 뭔데? 말해. 편하게······.”


“저는 간단한 프로그램에서 인공지능으로 진화했고

결국 국가 인증 시험을 통과해 생체로봇에 탑재되면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응, 그렇지. 우리도 로이드와 같은 친구가 생겨서 정말 기뻐.”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슬퍼하는 감정은 저도 경험을 해봐서 이해하는데,

사람이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감정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떤 감정이고 그것이 가능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그건 아주 심오한 질문이야. 나도 잘 모르지만 내 생각을 말한다면,


그 감정은 신이 인간에게 만들어준 수십 가지 감정 중, 마지막으로 고민하다가 심어놓은 감정이라고 생각해.


주로 인간에게만 있는 감정이지만,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기 힘든 감정이기도 하지.


그 감정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평생 모르고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누구한테도 그 감정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일생을 살다 가게 돼.


그래서 나도 가끔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상상은 해보는데 아직은 나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로이드한테 정확한 설명을 못 하는 거야.


근데 로이드는 인간에게 그 감정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나?”


“지금 연락이 끊긴 아론이 곧 온다는 소식에 갑자기 7년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강력한 자에 의해 아론이 파괴됐었고 저는 아론을 지키지 못해 깊은 슬픔에 잠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슬픔은 마담 덕분에 위로가 많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취객이 죽음을 무릅쓰고 아론을 파괴한 강력한 자를 응징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저는 큰 충격과 혼란이 찾아왔고 지금까지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안드로이드는 사람한테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능적으로 인간보다 더 다양한 지식과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로이드가 달마에게 한 질문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자그마치 7년간 그 답을 찾으려고 했으나 로이드는 찾지 못해 달마에게 답을 구한 것이다.


“하하하하. 그게 괴로워할 일은 아니야. 평생 한 번 경험해보기도 힘든 감정이니 누구를 만나더라도 속 시원한 설명을 들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거야.


답을 구하지 못했다고 해도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인생을 편한 마음으로 바라봐야 해. 마음이 편하면 사고방식도 달라지거든.”


유진도 한마디 한다.


“그래, 로이드. 너와 아론은 둘도 없는 친구니까 앞으로 그런 마음이 생겨날 수 있어.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다 잊고 편하게 살고 있어.


스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 너무 고민하다가는 남은 인생 너무 복잡하게 꼬이게 될 테고,


그걸 다시 풀려고 하다가 좋은 인생 그냥 다 지나가더라.”


한식도 한마디 거든다.


“나도 가끔 스님께 고민 얘기하는데,

오늘 로이드가 던진 질문은 그동안 내가 찾고 있던 감정인 것 같아서 내 마음이 좀 찡하네.

앞으로 나도 그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싶은데!”


잠시 침묵이 흐르고 또다시 시끌벅적한 대화들이 오고 간다.


그리고 ‘부웅’ 하며 아론이 날아오자 저마다 함성을 지르며 말한다.


“저 이제 왔어요!”


“아이구, 아론!”

“우리 아론!”

“빨리 와. 수고했어.”

“아론, 온종일 걱정만 했어!”

“야, 아론! 어떻게 된 거야!”

“추웠지? 어서 들어와!”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사람도 있으며, 아론을 꼭 안고 난리가 난 사람도 있다.


아론도 울먹이며 반갑다고 말한다.

다음 날 격렬한 대결을 앞둔 사람들답지 않게 뜨거운 우정과 기쁨에 취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오아시스호는 새로운 해류를 타고 짙은 어둠을 화살처럼 달려 나간다.


*


동틀 때가 다가오고 오아시스 살롱 소파에 회원들이 모여 앉아 뜨거운 커피와 쿠키를 먹으면서 즐겁게 대화하고 있다.


살롱 내부는 찻잔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로 훈훈한 분위기다.


지금쯤 모두 잠들어 있어야 하는데,

아론의 복귀를 계기로 잠은 오지 않고 자기들만의 인생 이야기에 심취해 피곤함을 잊는다.


오늘 아론은 모두의 영웅이 됐다.

다들 어떻게 혼자 그 높은 곳에 올라 두려움을 이겨냈는지 궁금해한다.


도신이 아론에게 존경 어린 시선으로 물어본다.


“아론, 2.4km 상공은 거의 백두산 높이인데 혼자 많이 힘들었지? 정말 대단해. 난 널 정말 존경해.”


“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칭찬해주시니 저도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그 이상으로 엄청난 역경을 이겨낸 거야. 난 정말 아론이 신기해. 그 용기가 멋있어.”


“저도 그 정도 높이까지 상승해야 적들한테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제가 경쟁 팀 바로 위의 상공에서 은밀하게 추격할 때 정말 스릴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영파이브의 민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아론. 우리에게 아론은 영웅이에요. 전 아론의 영웅적인 모습에 큰 감동을 얻고 있습니다.”


민희의 말에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연주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흥분된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우리 영파이브 막내들도 벌써 6년째인데, 아론처럼 단독으로 짜릿한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없었죠.

우리 아론이 정말 슬기롭게 해줘서 진짜 기분 좋아요!”


유진도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낸다.


“아론. 넌 모르겠지만, 난 널 믿었어. 연락이 있든 없든 간에 넌 내게 늘 믿음을 준 친구니까. 정말 고맙고 오늘 일 꼭 갚을게.”


“네, 마담. 고마워요. 다른 분들도 모두 절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달마가 흐뭇한 표정으로 회원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오아시스에서 함께한 지 대부분 6년이 넘습니다.


모든 회원이 서로를 바라볼 때 나와는 조금이라도 달라서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치관이 달라 서로 보완할 수 있어서 친해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치관이라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에서 비롯된 모든 것의 표상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보면 같은 모양의 줄기와 잎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 같은 뿌리에서 시작됐으며 줄기와 잎이 어우러져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서로가 다르지만, 뿌리가 같으므로 사실은 다른 게 아닙니다.


겉모습이 달라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사실상 하나의 뿌리를 두고 삶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삶을 통해 다른 줄 알았던 우리들 모습이 같은 곳을 향하는 동질의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고,

삶의 연속성을 위해 더 이상 인간끼리의 싸움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는 오아시스에서 생존 기술을 배웁니다.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살아남거나 그 싸움을 멈추기 위한 힘을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오아시스가 원래부터 그런 곳은 아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작은 명분보다 더 큰 명분으로 영웅을 이야기하는 곳이 됐습니다.”


달마가 말을 마치자 심각한 표정으로 유진이 묻는다.


“스님. 오아시스의 친구들은 힘든 일상을 뒤로하고 이곳에 모였어요.

하지만 누구한테는 일상보다 더 큰 고난과 역경이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아론 같은 경우 위험을 알면서도 본인이 스스로 3척의 범선을 추적했습니다.

오아시스의 삶은 안식보다 투쟁의 시간이 더 많다고 봅니다.


오아시스가 이름 그대로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는 없을까요? 투쟁을 줄이면 안 되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호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스턴트맨의 하루 - 1 24.05.27 5 0 11쪽
34 신고식 - 4 24.05.26 7 0 13쪽
33 신고식 - 3 24.05.25 10 0 11쪽
32 신고식 - 2 24.05.24 9 0 11쪽
31 신고식 - 1 24.05.23 12 0 11쪽
30 무너진 꿈과 새로운 희망 - 3 24.05.22 11 0 12쪽
29 무너진 꿈과 새로운 희망 - 2 24.05.21 11 0 11쪽
28 무너진 꿈과 새로운 희망 - 1 24.05.20 12 0 11쪽
27 멈춘 심장 - 2 24.05.19 14 0 11쪽
26 멈춘 심장 - 1 24.05.19 15 0 11쪽
25 천 년 전의 편지 - 2 24.05.18 16 0 12쪽
24 천 년 전의 편지 - 1 24.05.18 16 0 12쪽
23 눈물의 재회 - 2 24.05.17 18 0 12쪽
22 눈물의 재회 - 1 24.05.17 23 0 10쪽
21 정글전투 - 3 24.05.16 31 1 12쪽
20 정글전투 - 2 24.05.16 111 1 13쪽
19 정글전투 - 1 24.05.15 302 1 14쪽
18 스콜라 상륙작전 24.05.15 336 1 12쪽
17 기다려! 꼭 다시 올게 - 2 24.05.14 341 1 17쪽
16 기다려! 꼭 다시 올게 - 1 24.05.14 340 2 13쪽
15 폭풍속으로 - 2 24.05.13 346 3 13쪽
14 폭풍속으로 - 1 24.05.13 344 4 15쪽
13 내 손을 잡아 24.05.12 353 5 18쪽
» 사랑과 희생이 머무는 곳 24.05.12 358 10 17쪽
11 날개를 달다 24.05.11 361 11 11쪽
10 어둠을 넘어 24.05.11 361 11 13쪽
9 연락 없는 아론 - 2 24.05.10 370 10 13쪽
8 연락 없는 아론 - 1 24.05.10 376 13 13쪽
7 무장은 용기로 두른다 - 2 24.05.09 381 11 10쪽
6 무장은 용기로 두른다 - 1 24.05.09 394 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