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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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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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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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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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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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9화

DUMMY

여동생 주화가 오빠인 나를 미투?

이건 또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대, 대체 이건 또 뭔 소리에요? 내, 내 여동생이 나를 미투했다고?’’

‘‘예, 말 그대로입니다.’’

‘‘야! 이 개십새끼야!’’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쌍욕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생방송 중 나의 이런 불같이 화내는 모습은 처음인지라 저 만치에 있던 엠씨들, 최웅 한소라까지 당황할 정도였다.


‘‘죄, 죄송합니다, 네티즌 여러분.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뭔 개소리야. 내가 뭐 내 여동생이랑 근친이라도 했다는 거야?’’

‘‘워워, 진정하시고요, 강소장님. 내가 언제 당신 보고 근친했다고 했습니까? 미투 몰라요, 미투? 여동생 데리고 성희롱을 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뭐, 뭐야? 성희롱?’’

‘‘예, 수시로 음담패설하고 그랬다는 제보가 왔다고요.’’

‘‘뭐, 뭐야? 음담패설?’’

‘‘예, 음담패설이요.’’


순간, 허탈했다.

헛웃음까지 터져 나왔다.


‘‘야! 아니, 무슨 남매끼리 음담패설이 대수라고. 우리 고작 한 살 차이라고, 한 살 차이. 연년생. 세상에 연년생 남매가 자라나면서 서로 성적인 농담 스스럼없이 하고 그러는 거 당연한 일 아니야! 그리고 음담패설 했으면 걔가 나보다 더 한다고! 심지어 지는 결혼해 애까지 있다고 지금도 나보다 훨씬 더 심하게 해! 오빠를 완전 찌질남 취급하면서!’’

‘‘글쎄, 지금이야 뭐 어쩐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시 한창 사춘기 시절 여동생 분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할 말 없는 거 아닌가요?’’

‘‘뭐, 뭐야! 조, 좋아! 내가 울 부모님한테는 전화 못해도 이건 내가 내 동생한테 바로 전화 때린다.’’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워, 워, 워. 강소장님, 잠깐 진정하시죠.’’

‘‘뭐가?’’

‘‘사실, 이거 진짜 제보자는 동생분이 아닙니다.’’

‘‘그건 또 뭔 소리야?’’

‘‘동생 분이 아니라 동생 친구 분입니다.’’

‘‘내 동생 친구?’’

‘‘예. 강소장님 집에 예전에 자주 놀러왔던 여동생 친구분 중 한 분. 그 분 증언에 따르면, 자기도 당시 강소장님한테 불쾌한 성희롱을 몇 번 당했다고 합니다. 강소장님이 여동생한테는 자기보다 몇 배 훨씬 더 센 성희롱을 하기에 그때 동생 분한테 그랬답니다. 아무리 친오빠라고 해도 그렇지 너 어떻게 이런 말 듣고 참으며 살 수 있니, 이렇게요.’’


내 여동생 친구들 중 하나라니.

아! 어렴풋이나마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연년생 남매라면 흔하게 벌어지는 일.

여동생 친구 중에 괜찮은 애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조르기.


솔직히 나 내 동생 주화에게 그런 적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중상급 정도만 되는 애면 바로바로 덥석덥석 물었다.

그러면서 여동생 주화뿐 아니라 그 당사자도 좀 귀찮게 한 적이 몇 번, 아니 꽤 있었던 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개 중 하나가 당시 나의 치근거림에 꽤나 불쾌한 감정이 있었던 차.

지난 주 내가 중구난방에서 자신이 구독하고 추종하고 있는 시사흥신소 방용섭을 디스하자 순간 욱, 하고 제보를 했다는 이야기 같다.


그리고 그걸 받아 본 방용섭은 평소 저 비열하기 짝이 없는 성정상 MSG를 엄청 치면서

지금 사람들 앞에서 마치 내가 내 여동생 주화랑 근친 비슷한 관계까지 형성하며 성희롱을 했다는 뉘앙스로까지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림 윤곽은 대충 그려졌다.

문제는 대응방식이다.

뭘 어떻게 대꾸해야 제대로 역공이 될 수 있을까?


진짜 프롬프터가 절실하게 마려운 순간이다.

프롬프터가 떠서 저 방용섭 캐비닛을 열어준다면,

아! 방용섭 캐비닛이라면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온갖 비리들이 다 쏟아져 내려서 일주일 방송을 해도 모자를 텐데.


‘‘저기, 근데 방시장님?’’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 최웅이 방용섭을 불렀다.


‘‘예.’’

‘‘지금 강소장 미투 제보자분이요. 그 분 신원 깔 수 있으신가요?’’

‘‘에이, 그걸 어떻게 깝니까? 그냥 여동생 분 친구 분 중 하나라니까요.’’

‘‘그럼, 강소장 여동생과는 어떤 관계의 친구죠? 소꼽친구? 유딩 친구? 초딩 친구? 중고딩 친구? 대학친구? 사회 친구?’’

‘‘......’’

‘‘그 정도도 이야기 못하시나요?’’

‘‘그거 이야기하면, 좁혀지잖아요. 혹시나 강소장이 여동생 분 다그치고 그래서 캐내어 보복이라도 할라치면 어떡해요? 제보자 절대 보호가 저희 시사흥신소 절대 이념입니다.’’

‘‘좋습니다. 임민정 교수님?’’


최웅이 돌연 자리를 임민정 쪽으로 고쳐 앉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예? 예.’’


최웅의 갑작스런 호명에 임민정이 살짝 놀란 기색으로 대답했다.


‘‘방금 전에요.’’

‘‘예?’’

‘‘방금 전에 제가 방용섭 시장님한테 강소장 미투 제보자가 강소장 여동생 중 어떤 친구냐고 물어봤었잖아요? 소꼽친구부터 해서 사회친구까지요.’’

‘‘예, 그, 그런데요?’’

‘‘그런데 제가 그걸 물어보는 사이, 이상하게 방시장님이 임교수님을 슬쩍 쳐다보더라고요.’’

‘‘예? 무,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건지 ......’’

‘‘그냥 힐끔 쳐다보는 정도가 아니라 좀 찐하고 길게 눈과 눈을 마주치시던데 ......’’


이제부터 임민정뿐 아니라 방용섭까지 왠지 당황해하는 기색을 선보였다.


‘‘그래서 제가 직감적으로 이걸 느꼈거든요. 아! 물론 제 직감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틀리면 틀리다 맞으면 맞다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이 미투 제보자가 방시장 방송에 제보를 한 사람이 아니라, 혹시 임교수님한테 제보한 사람 같은데. 아닌가요?’’

‘‘......’’

‘‘뭐 이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요? 소꼽친구인지, 사회친구인지는 못 가르쳐 줘도. 제보자가 임민정 교수님한테 제보를 한 건지 아니면 방시장한테 제보를 한 건지.’’


그렇게 말하면서 최웅이 슬쩍 나에게 시선을 보내왔다.

최웅, 악마 방송인이지만 악질 인성까지는 아닌 인간이었다.

나를 희생양 삼아 조회수 올리려고 했건만, 사태가 너무 심각하게 흘러가니 개입을 하는 모양새다.


임민정과 방용섭이 순간 눈빛을 교환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최웅이 손가락질까지 하며 입을 열었다.


‘‘바로 저겁니다. 조금 전에도 두 분이 저렇게 서로 시선 교환하셨었죠.’’


방용섭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임민정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임민정이 다소 찝찝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예, 맞아요. 저랑 인스타 맞팔하는 친구인데, 지난주 중구난방 끝나자마자 디엠을 보내 왔더라고요. 아니, 교수님, 저런 망신을 당하셨는데 가만히 계실 거냐면서 ......’’

‘‘아! 제 직감이 맞았군요, 하하하.’’

‘‘ ...... 그래서 그게 뭐 문제가 되나요?’’

‘‘아니요. 문제가 되기는요. 오히려 정말 보기 좋네요, 하하하.’’

‘‘예? 뭐가요?’’

‘‘뭐긴요. 임민정 신성여대 국제정치학 교수님은 진보 쪽에 계신 분이고, 방용섭 시사흥신소 운영자님은 보수 쪽 분이시잖아요. 이렇게 서로 반대진영에 있는 분이라도 공동의 적이 생기니까 같이 힘을 합치는 모습. 아마도 오늘 이 방송을 위해 두 분 어제나 그제 커피숍에서 같이 만나 협의하고 작전 구상도 같이 짜고 그러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 데요? 야! 울 나라 정치권도 이런 두 분 모습을 본받아야 하는데. 글로벌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곳곳에 외부의 적이 있는데, 협치는 없고 맨날 내부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쯧쯧.’’


최웅의 멘트가 이어지는 동안 임민정과 방호섭 두 사람 공히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표정들이었다.

이게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헷갈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어?


반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는 짧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프롬프터가 뜬 건 아니었다.

대신, 내 머릿속에 불현 듯 떠오르는 얼굴 하나가 있어서였다.


주화 친구 중에 저 임민정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신성여대 졸업생.

한형선인가 영선인가, 우선은 형선으로하자.

아무튼 그 애 얼굴이 불쑥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 참나.


짧은 신음소리에 이어 나도 모르게 이번에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나는 내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얼얼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보자가 한형선이라면?

이거 보통 반전의 반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 걔 집적거린 적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걔가 나를 집적거렸다.


여동생 주화 친구들 중에 나에게 마음이 있던 애는 별로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흔하게 나오는 스토리이건만, 마흔 가까운 내 인생 동안 가뭄에 콩 나듯이 고작 손에 꼽을 정도 몇 명 있었을 뿐이다.

그녀들에게는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굳이 급을 매기면 전부 상중하에서 맨 후자에 속하는 애들이었고.


개 중에 하나가 주화 고등학교 친구 한형선이었다.

다시 또 미안한 이야기지만, 상중하 중에 확실한 하여자였다.

아무리 취향 차이라는 단어가 있다지만 열이면 열 만장일치도 가능한 하였다.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당시 중하, 아니 아무리 못 쳐도 하상은 가능하다고 자처하는 입장이었다.

그리하여 주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어온 한형선의 대시를 칼 같이 거절했었다.


평소 이런 류 거절 경험이 많지 않아 당시 그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겨 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저기, 임교수님?’’

‘‘예.’’

‘‘혹시 말이에요. 그 인스타로 디엠 보내왔다는 제보자, 혹시 임교수 님네 학교 졸업생 아닌가요?’’

‘‘......’’


나의 질문에 임민정이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내 직감이 최웅만큼은 아니지만, 그녀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깨를 움찔하는 걸 미루어 짐작컨대 바로 답이 나왔다.


한형선일 가능성, 90프로 이상이다.

자! 그렇다면?

역공을 시작해 보자.


푸하하하, 최웅, 간만에 고맙다.

그리고 프롬프터야, 이 미투 부분만큼은 왠지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제 짐작이 맞다면, 임민정 교수님 네 학교 졸업생이 맞다면, 그 친구일 것 같은데요. 사실 저 좀 억울하네요. 왜냐면 그 친구가 저한테 마음이 좀 있었던 친구인데, 당시 제가 그 친구 마음을 못 받아줬거든요. 사실 이런 말 하면 그렇겠지만 남자는, 그리고 당시 고등학생 때는, 무조건 여자 가치 척도 기준이 외모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그 친구가 부족함이 좀 많았었죠. 그래서 제가 거절한 건데,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걸로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나 보네요. 그런데 아무리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도 내린다고 해도 그렇지, 그걸 지금 이렇게 수십 년째 한으로 품고 있다가 난 데 없이 성희롱으로 엮는다는 것은, 그것도 아무 상관없는 제 여동생까지 들먹이며 이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데 ......’’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푸하하하하.


느닷없이 방용섭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다, 당신, 왜 웃어?’’

‘‘그 친구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이름?’’

‘‘예.’’

‘‘아니, 그걸 여기서 어떻게 밝혀요?’’

‘‘자신 있으면 또 못 밝힐 건 뭐가 있어요?’’


방용섭의 조롱기 깃든 말에 내가 또 버럭 화가 났다.


‘‘뭐, 뭐라고? 아까 본인은 제보자 신원 밝힐 수 없다고 해놓고서는. 제보자 절대 보호가 절대 이념이니 어쩌고까지 하면서. 내로남불도 어느 정도가 있지 ......’’


내 명확한 반박에 방용섭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그럼, 강소장님, 우리 서로 이니셜만 이야기 해볼래요?’’

‘‘이니셜?’’

‘‘예. 왜냐면, 사실 어제 나랑 여기 임교수님이랑 그 여자 분 다 같이 잠깐 얼굴을 봤거든요. 근데 그 여자 분이 강소장을 따라다녔다라. 잘 이해가 안 가서 그래요.’’


방용섭의 표정에 뭔가 또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조, 좋아! 그럼, 우리 동시에 합시다.’’

‘‘좋아요. 그럽시다.’’

‘‘자! 하나, 둘, 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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