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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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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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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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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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9화

DUMMY

김피디와 일대일 면담을 마치고 난 후 간만에 대학 친구 녀석들을 보기로 했다.

술자리 주인공은 물론 나였다.


‘‘야! 야! 그만 좀 물어 봐. 송주나고 김여중이고 정원택이고 한소라고 전부 그냥 니들과 똑같은 사람들이야. 다를 거 하나도 없어. 그냥 니들보다 좀 더 잘 생겼거나 좀 더 아는 게 많거나 좀 더 돈이 많거나 뭐 그 정도야. 기죽을 필요 하나 없다고. 위 아 더 월드, 위 아더 칠드런.’’


그렇게 한참 허세를 떨고 있는데 메시지 하나가 떴다.

웬만한 메시지들은 그냥 무시하고 술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실지로 밑도 끝도 없이 매제 흉보고 있는 여동생 주화 년 문자 10여개는 계속 씹고 있었다.

하지만 이 문자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여보세요.’’


서둘러 술집 바깥까지 나와서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예, 강소장님!’’

‘‘아니, 김선생님, 이 시각에 어쩐 일로 문자를 다 주시고.’’


김여중이었다.

단톡방 외에 사적으로 그와 전화 통화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소장님, 밖이신 것 같은데.’’

‘‘예, 간만에 대학교 친구 놈들이랑 술 한 잔 하고 있었습니다. 아참! 친구 놈 중 하나가 선생님 광팬이라서 마침 선생님 이야기도 좀 전에 좀 했드랬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친구 김선생님 저서 전부 다 읽었더라고요, 하하하.’’

‘‘아! 그래요? 그럼, 다음 달 제 신간 또 하나 나오는데 사인해서 한 권 보내드리겠다고 말씀 좀 전해주세요.’’

‘‘아이고! 그 말 듣자마자 그 친구 바로 감동의 눈물바다 될 것 같은데요, 하하하. 근데 어쩐 일로 이 시각에 ......’’

‘‘아! 다름이 아니라 전화번호를 하나 줄 테니까, 지금은 술 마시고 있으니까 좀 그렇고, 내일 아침 일어나면 전화 한 통 해 볼래요, 강소장님?’’

‘‘예? 어떤 분 번호인데요?’’

‘‘문창섭 차장 번호예요.’’

‘‘예에?’’


순간 바로 술이 확 다 깨버렸다.


‘‘저, 저기, 김선생님.’’

‘‘예, 말해요.’’

‘‘김피디님이랑 이야기 했는데요. 아까 낮에 문차장님 업체에 관해 저희 이야기했던 부분은 낼 모레 방송에 안 내보내기로 ......’’

‘‘아! 예. 그거 나도 김피디에게 들었어요.’’

‘‘그럼, 방송에도 안 나가는데, 그럼, 저를 굳이 고소 ......’’

‘‘예? 고소요?’’

‘‘예? 명예훼손 고소하시려고 ....... 엄밀히 말하면 조작이라는 말도 제가 한 게 아니라 정선생님이 하신 ......’’


하하하하하.


김여중 답지 않는 호탕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예? 왜 웃으세요?’’

‘‘아아! 문차장이 강소장님한테 항의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니까요. 그건 걱정 말아요.’’

‘‘예? 그럼요?’’

‘‘좀 전에 문차장이랑 전화 통화 하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강소장님 이야기가 나왔는데, 글쎄 문차장이 요즘 특히나 강소장님 활약상을 눈 여겨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중구난방 애청자이기도 하지만 강소장 다른 프로도 다 챙겨 보고 있다고 하면서. 심지어 강소장님 주말에 하는 거, 그거 이름 뭐죠, 저품격 토크쇼? 맞죠? 그것까지 본대요.’’

‘‘예에? 아이고, 그거는 차장님 보시기에 너무 저질 방송인데.’’

‘‘하하하. 그래서 문차장이 언제 한 번 기회 닿으면 강소장이랑 사적 자리 한 번 갖고 싶었는데, 마침 내가 전화하니까 이참에 강소장과 자기 사이 다리 좀 놓아달라고 조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오밤중에 이렇게 연락하는 거예요.’’

‘‘아아아!’’



+++



이튿날 아침.

잠에서 일어난 후 세수도 시원하게 하고 목소리도 가다듬고 영상통화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머리도 좀 다듬고 나서

나는 어제 저녁 김여중으로부터 받은 문창섭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예, 문차장님. 저, 강대구 소장입니다. 김여중 선생님한테 이야기 듣고 .....’’

‘‘아! 예. 반갑습니다.’’


문창섭에 대한 정가에서 불리는 별명 중 하나가 아이스맨이다.

그 바닥 다른 이들과 달리 흥분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항시 일정한 톤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도 그러했다.

방송에서 봤던 그 목소리 그 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예,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예, 강소장님도요.’’

‘‘......’’


처음 통화하는 사이라 당연히 어색했지만, 상대가 문창섭이라 더더욱 그러했다.

내가 지금까지 통화하는 사람들 중 그가 가장 고관대작이었다.


청와대 수석에 국정원 차장에 메이저 정당의 각종 고위직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정계의 방통 소리를 듣는 전략가, 책사다 보니 한 마디 한 마디 나눌 때마다 긴장감과 부담감 같은 게 느껴질 정도다.


‘‘강소장님! 제가 초면에, 그것도 첫 전화 통화에서 이런 제안을 드리게 되어서 외람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요. 그리고 강소장님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예?’’

‘‘강소장님도 일요토론이라고 아시죠?’’

‘‘예에? 일요토론이요?’’

‘‘예. 일요일 오전에 MBS에서 하는.’’

‘‘다, 당연히 알죠. 시사평론가가 일요토론을 모르면, 하아.’’

‘‘이번 주는 좀 일찍 주제가 결정되었습니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총선 초반 판세 점검이라는 주제로. 물론 남은 주중에 엄청난 사건이 터지면 긴급 변경되겠지만요.’’

‘‘예? 아! 예.’’

‘‘월요일날 저한테 피디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한동안 제가 자주 출연했던 프로라서 인연이 깊은 피디죠. 제가 운영하는 업체 여론조사 결과가 좀 특이하게 나오기도 해서 꼭 그날 나와 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다른 패널 추천해 달라고 해서 제가 한 명을 추천했었는데, 그런데 그 분이 급히 개인 사정이 생기셔서요 ......’’


서, 설마?


‘‘...... 그래서 대체할 만한 게스트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강소장님이 적격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피디한테 바로 추천을 하려고 하는데 의향이 어떠신지 알고 싶어서 통화 요청한 겁니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나는 핸드폰을 손에 든 채로 나도 모르게 볼을 꼬집고 있었다.


MBS 일요토론.

국내 토론 프로그램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프로다.


물론 시청률은 낮다.

새로운 플랫폼 등장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애초 일요일 아침 시간이 시청률 최악 시간대이기도 하는 데다가

토론 프로그램 특성상 TV 전성시대에도 두 자리 숫자는 쉽게 오르지 못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프로는 시청률이 그리 중요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냥 브랜드 이미지만으로 시청률 따위는 충분히 상쇄하고 남는 프로그램이다.


일요토론에 출연하는 인물 면모는 대개 장차관 등 정부 고위직, 여야 대표와 차기 대선주자 급, 유명 대학 교수 등이다.

가끔은 해외 석학이나 글로벌 경제인을 초청해서 인터뷰 할 정도다.


그러니까 시사팩폭쇼가 시장통이며 중구난방이 대형마트라면, 일요토론은 백화점, 그것도 주로 명품을 다루는 VIP 백화점인 격이다.

여기에 출연한 걸 이력서나 홍보 자료에 넣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만큼 중후한 가치가 있는 그런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 요청이 들어오다니.

볼이 너무 아픈 것으로 미루어 꿈이 아니라 생시였다


‘‘어떻게, 강소장님, 시간되시겠습니까?’’

‘‘무, 물론이죠.’’

‘‘좋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프로그램 측에 말해놓겠습니다. 아마 담당 작가 분한테 조금 이따가 전화 올 테니까 말씀 잘 나누시기 바랍니다. 참! 그리고 그날 생방 끝나고 잠깐 또 시간되십니까?’’

‘‘예에?’’

‘‘방송 끝나고 간단히 점심 식사 한 끼 하고 싶은데. 그것도 시간되실까요?’’

‘‘.......’’

‘‘제가 너무 초면에 이것저것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차장님.’’

‘‘예. 소장님.’’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제조해서라서라도 차장님과 꼭 함께 하겠습니다.’’



+++



문창섭과 통화를 마치고 약 한 시간 후.

그가 예고해 준대로 일요토론 작가 한 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간단한 매뉴얼 설명과 함께 이번 주 토론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약 30여분 정도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이번에는 프롬프터가 눈앞에 등장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내가 묘사하려는 이야기는 전적으로 내 상상의 나래에 기인하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어쩌다가 문창섭이 나를 일요토론에 추천하기에 이르렀는지에 관한 이야기.


우선은 어제 오후 늦게 까지 이어진 중구난방 녹화 현장으로 잠시 돌아가 본다.

김여중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문창섭이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 눈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나, 강대구의 분석에 속으로 연신 혀를 내두르고 있는 중이다.

김여중은 정원택과 내 앞에서 시치미는 떼고 있지만 익히 알고 있었다.

자신의 오랜 동지였던 문창섭이 지난 대선 이후 진보 진영에 극심한 회의를 느끼고 있는 사실을.


‘‘문대표님?’’

‘‘예, 김형! 무슨 일이에요?’’

‘‘나 지금 막 방송 녹화 뜨고 나오는 길이에요.’’


중구난방 스튜디오를 나서자마자 김여중은 곧바로 문창섭과 전화통화를 시도한다.


‘‘아! 중구난방?’’

‘‘예. 근데 오늘 녹화에서 문대표 이야기가 좀 나왔어요.’’

‘‘내 이야기? 내 이야기 뭐?’’

‘‘아니, 그러기에 여론조사를 왜 그런 식으로 했수?’’

‘‘그런 식이라니?’’

‘‘아니, 어느 정도껏 해야지. 더군다나 문대표가 하는 여론조사라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거라는 거 본인 스스로도 잘 알면서.’’

‘‘무슨 소리요, 김형. 우리는 다른 업체들과 달라요. 마사지 전혀 안 들어가요.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다 알아서 하는데.’’

‘‘요즘은 그 인공지능이 치트키라니까. 뭐든 문제 생기면 인공지능한테 책임 뒤집어 씌우면 되니까.’’

‘‘아이, 김형, 간만에 전화 와서 자꾸 왜 그래?’’

‘‘문대표! 강소장이라고 알죠?’’

‘‘아! 그 젊은 친구?’’

‘‘예, 우리 중구난방 새 식구요.’’

‘‘아! 그 친구 참 요즘 눈에 뜨이던데. 촉도 엄청 좋고, 논리도 치밀하고, 유머감각도 충만하고, 분석력도 엄청나고, 자세도 바르고, 매너도 고급스럽고, 용기도 담대하고, 투지도 넘쳐나고 ...... 목소리부터 신뢰감을 주고, 외모도 꽃미남에 가깝고, 여자들에게 한 인기 할 것 같고, S급 여자 연예인도 1시간 안에 꼬셔서 침대로 같이 갈 것 같고, 결론적으로 마치 젊었을 때 나를 보는 듯 하고 ......’’


팩트만을 이야기하는 프롬프터와 달리, 내 상상의 나래는 절제의 미덕이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 담담히 수용한다.


‘‘ ...... 그런데 김형! 그 친구는 갑자기 왜요?’’

‘’아! 오늘 방송에서 그 친구가 문대표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고 나왔더라고요.’’

‘‘나에 대해? 어떻게?’’


그러면서 김여중은 내가 중구난방에서 했던 언사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기 시작한다.

문창섭이 자신이 몸담고 있던 진보진영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계기부터 본인이 운영하게 된 여론조사 업체를 통해서 현 총선 판세에 어떻게든 변화를 가져오고 싶어 한다는 속내까지.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문창섭 왈.


‘‘그 젊은 친구, 전대미문의 혜안과 미증유의 식견을 갖춘 친구군요. 내 한 번 꼭 만나봤으면 하는데, 김형이 다리 좀 놓아줄 수 있겠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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